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46)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46화(46/608)
제46화
우리가 클모어로 출발한 지 약 이 주쯤 지났을 무렵, 마을마다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근방에 신출귀몰한 의적들이 출몰한다는 내용이었다.
그 의적들이 처음 등장한 건 약 이 주일 전, 그러니까 우리의 여정이 막 시작될 때쯤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나타난 그들은 부정부패로 유명한 귀족들의 집만을 골라서 털어 가난한 빈민가에 재물을 나눠 주는 방식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놀라운 건 그들이 사람들 앞에 외치고 다니는 말이었다. 지난 10년 재앙이 선황의 저주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며, 현 황제 이사나가 미쳤다고 알려진 것은 그의 숙부인 유카르테 대공이 꾸민 음모라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숨에 납득하기엔 선황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너무 강했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유카르데 대공의 이미지는 대중들에게 좋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적이라곤 해도 어차피 도적이란 인식도 한몫했다.
하지만 의적들은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만만하게 누구나 믿을 수밖에 없는 증거를 보이겠노라고 소리쳤다. 그와 함께 그들이 내세운 증거란 이러했다. 앞으로 삼 일에 한 번씩, 하늘에서 큰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 되었다. ……바로 나에 의해서.
“아마 케이들일 거야.”
이사나는 조심스럽게 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사실 그가 말해 주지 않아도 나 역시 익히 짐작한 바였다. 비를 내릴 거란 계획을 아는 사람은 나와 이사나, 그리고 기사들뿐이었으니까.
설마 그들이 의적이 될 줄이야. 더구나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소문을 낼 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뭐, 그 덕분에 비가 내린단 소문이 생각보다 빠르게 퍼져서 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들긴 한 것 같지만 말이다.
“미안해, 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계획한 일인데 이런 식으로 이용해서…….”
이사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내게 어쩔 줄 몰라 했다. 기사들이 의도적으로 퍼트린 소문에 내가 불쾌해할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냐, 오히려 잘됐어. 덕분에 선황이나 너에 대한 부정적인 소문들이 많이 사라졌잖아.”
“그렇지만…….”
“괜찮다니까. 난 목적을 이루기만 하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어. 케이들이 알아서 잘 처리해 나가는 것 같아 다행이야.”
그제야 이사나는 한층 밝아진 얼굴을 했다.
기쁜 듯이 상기된 두 뺨을 보니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졌다.
현재 우리는 클모어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잠시 체류하고 있었다. 이 주간의 노숙에 질리기도 했고, 슬슬 떨어져 가는 식량을 보급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점심때라 들른 낡은 식당 안은 용병 차림을 한 손님들로 가득했다. 본래 이런 상황이라면 나이가 어린 우리 둘이 가장 눈에 띄었겠지만, 얼굴을 후드로 가리고 있는 데다 말없이 식사만 하고 있어선지 별로 주목받는 느낌은 아니었다.
아니, 사실 그보다는 우리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마침 이 식당의 자랑이라는 주인의 손녀가 서빙을 하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휘익― 에이미, 오늘은 더 예쁜데? 이제 제법 숙녀티가 나는걸?”
“그러게. 내일 당장 시집을 가도 되겠는데?”
“오셨어요, 리오 아저씨? 헨센 아저씨, 그 말은 삼 년 전부터 질리게 들었거든요? 괜찮은 신랑감이나 소개해 주시고 그런 말이나 하시든가요.”
에이미라 불린 소녀는 특출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귀여운 외모에 속했다. 나이는 이사나 정도 되었을까? 오래전부터 식당의 일을 도운 듯 손님들을 상대하는 태도가 능숙했다.
“무슨 소리야. 에이미 네 신랑감은 이미 있잖아? 피트 녀석이 오늘이야말로 네게 청혼하겠다고 벼르고 있던데 말이야.”
콰앙!
그 순간 소녀가 들고 있던 쟁반을 거칠게 내려놓고 사납게 대꾸했다.
“지금 피트 따위를 받아 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 녀석 한 무더기가 와도 사양이라구요! 저에게도 나름대로 꿈이 있단 말이에요!”
“킬킬킬. 하얀 백마를 탄 왕자님 말이지? 아서라, 에이미. 너 같은 평민 계집아이를 어느 귀족가의 도련님이 봐주겠냐? 마음에 든 척하면서 갖고 놀다 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그래, 에이미. 그냥 피트가 죽자 살자 따라다닐 때 모른 척하고 받아 주라고. 나이 더 들면 그런 것도 없다?”
“아니, 이 아저씨들이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크하하하! 오늘 정말 술맛 좋구만! 어이 주인장! 여기 맥주 한 통 더 추가해 주시오!”
“예, 예! 갑니다!”
아직 훤한 대낮이건만 식당 안은 온통 술판으로 가득했다. 아예 맥주를 통째로 쌓아 놓고 잔을 비우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사나가 문득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맥주는 무슨 맛일까? 저것도 술이겠지?”
“응? 그야 당연히 술이지. 왜, 마셔 보고 싶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좀 궁금해서. 이전에 페리스가 맥주가 꽤 맛있다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그렇다고 해도 될 걸 그는 붉어진 얼굴로 열심히 변명했다. 한때 술에 절어 살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순진한 반응이다. 하긴 자학하기 위해 마셨던 술이 지금과 의미가 같을 리는 없겠지만.
그런데 별안간 근처에 있던 용병들이 요란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사나가 한 말을 듣고 반응한 것이다.
“어이, 꼬마! 아직 맥주도 마셔 보지 못한 샌님이냐? 이리 와 봐! 이 형님이 한 잔 따라 주마. 마시는 순간 아마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될 거다!”
“암, 이 맛을 모르면 어른이 됐다고 할 수 없지!”
아니, 이 인간들이 누구 마음대로 순진한 미성년자에게 음주를 권하는 거야? 나는 행여 이사나가 호기심을 보일세라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요. 제 동생은 몸이 약해서 술 같은 건 절대 마시면 안 되거든요.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호오, 이건 뭐야? 보호자 등장이신가? 쯧쯧, 아무리 동생 몸이 약해도 그렇게 키우면 안 되지, 형씨. 그럴수록 오히려 마시게 해야 하는 거야!”
“아무렴, 술을 모르면서 남자라고 할 수 있나! 자, 자, 그러지 말고 마셔!”
급기야 그들은 자기 팔뚝만 한 맥주잔을 강제로 들이밀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지만, 딱히 악의가 있는 것 같진 않아 나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우리 앞으로 구세주가 등장했다. 조금 전까지 다른 쪽 테이블의 용병들과 입씨름을 하던 소녀가 이번엔 그들을 나무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두세요, 잭 아저씨. 몸이 약하다는 사람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요하는 게 어디 있어요? 민폐라고요, 민폐!”
“윽! 에이미, 이제 우리 차례냐? 이건 강요가 아니라 권유라고.”
“누가 그런 말을 믿을 줄 알아요? 지난번에도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술을 먹여서 의식불명으로 만드셨잖아요! 자꾸 그러시면 쫓아낼 줄 알아요!”
“하하핫! 오늘 우리 에이미 아가씨가 기분이 매우 나쁜 모양이네? 이거 알아서 몸을 사려야겠는걸?”
그들의 말에 식당에 있던 사람 대부분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작고 낡은 가게치곤 손님이 많은 편이다 생각했더니,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는 단골들이었던 모양이다.
“자아― 우리 귀엽고 깜찍한 에이미 양을 위해서 건배!”
“건배!”
누군가의 구령에 맞춰 그들은 동시에 맥주잔을 치켜들고 건배를 외쳤다. 이 또한 이곳에선 이미 익숙한 일인 것 같았다.
소녀가 다시 신경질을 냈지만, 덕분에 우리에게 향했던 관심은 전부 흩어진 상태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사나를 바라보았다.
“술은 되도록 마시지 않는 걸로 하자. 혹시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으니까.”
“으응, 미안. 괜히 나 때문에 소란이 벌어질 뻔했네.”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인 이사나는 마저 식사를 하기 위해 포크를 들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또 말을 걸어왔다.
“어이, 너희. 이곳은 처음인 모양이지? 둘이서 여행 중이야?”
그는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손님 중 한 명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처럼 그 역시 용병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도 역시 용병으로 보이는 금발의 남자가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딱히 둘이 친밀한 관계로 보이진 않았다. 일행의 행동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테이블이 부족해 합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예, 맞아요. 저희 둘이서 여행 중이에요.”
“헤에― 어디까지 가는데?”
그의 물음에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오히려 숨기는 것이 더 의심을 살지도 모른단 생각에 되도록 아무렇지 않은 어조로 가볍게 대답했다.
“클모어 공국까지요. 그곳에 사는 친척을 만나기로 했거든요.”
“엥? 클모어? 엄청 먼 곳이잖아. 거기까지 단둘이서 간다고?”
“네, 맞아요.”
“헤에, 괜찮겠어?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지역을 벗어나면 본격적인 우범지대야. 산적들도 많고 몬스터도 자주 출몰하지.”
“그래요?”
산적은 알겠는데 몬스터는 뭐지? 나는 속으로 어리둥절했지만 그것을 내색하진 않았다. 드래곤도 있고 엘프도 있는 세상인데, 괴물이 있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으니까.
“상급 몬스터는 없지만 오크나 고블린의 둥지는 가는 길에 널렸어. 가다가 마주치면 너희 둘로는 상대하기 벅찰걸? 호위라도 고용하는 게 어때? 관심 있으면 내가 괜찮은 용병을 추천해 줄 수도 있는데.”
“아뇨,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괜찮아요.”
“왜? 돈 때문에 그래?”
그는 당연히 우리가 비용이 부족해 거절한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하긴 나도 그렇지만, 이사나 역시 키가 크거나 체구가 건장한 편은 아니니 실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렇다고 여기긴 힘들 것이다. 나는 멋대로 오해하도록 일부러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것을 긍정으로 인식했는지 그가 냉큼 다른 제안을 건넸다.
“그렇다면 용병단의 심부름꾼이 되는 건 어때?”
“심부름꾼이요?”
“용병단 밑에 임시로 들어가서 그들의 잔심부름을 해 주면서 목적지까지 함께하는 사람들을 말해. 안전하고 심심하지 않고, 더불어 노잣돈까지 벌 수 있으니 일석삼조지. 그러고 보니 이번에 클모어까지 가는 용병단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어이, 그게 너희 아니었나?”
그가 돌아본 곳은 바로 자신의 맞은편에 있던 금발 남자였다. 아는 척을 하는 것을 보니 일행이긴 일행이었던 모양이다. 그 증거로 금발의 남자는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흘깃 우리 쪽을 응시했다. 하지만 이내 입안에 다시 술을 털어 넣더니 짧게 대꾸했다.
“내 용병단에 심부름꾼은 필요 없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 그야 나도 네가 심부름꾼을 잘 안 쓴다는 건 알지만 말이야. 그러지 말고 좀 생각해 봐. 네 용병단은 숫자가 적은 편이니 그런 긴 일정에선 한두 명 정도 손이 더 필요할 거 아냐.”
“지금도 충분해. 그리고 설령 필요하다 해도 애송이는 안 받아.”
“우와, 진짜 너무하네. 사정이 딱하지도 않아? 클모어까지 가는 길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얼마인데, 저 두 사람이 그걸 감당할 리가 없잖아. 너 그렇게 안 봤는데 엄청 냉정하다?”
“시끄러워. 네 말대로 클모어까지 가는 길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얼마인데 저런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들까지 챙기며 간다는 거냐? 네가 하는 일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다투는 모습을 보니 한두 해 알아 온 사이가 아닌 것 같았다. 저대로 놔두면 싸우게 될 것 같아 나는 급히 손을 내저었다.
“저기, 정말 저희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요.”
“엥?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바깥은 진짜 위험해. 가다가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고.”
“아뇨, 정말 괜찮습니다. 그렇지, 라이? 우리끼리 갈 수 있지?”
“으응! 하나도 겁 안 나.”
당황한 이사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저 두 사람을 불안하게 해 버린 모양이다. 특히 금발 쪽 남자의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노파심에 묻는 건데, 혹시 너희 나이가……?”
“예? 아, 동생의 나이는 올해 열여섯이구요, 저는 열일곱이에요.”
나는 적당히 진실과 거짓을 섞어 대답했다.
그러자 그 순간 금발 남자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반대로 처음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는 폭소를 터뜨렸다.
“으하하! 아이고― 이걸 어떡하냐, 휴센? 아무래도 꼼짝없이 걸린 것 같은데?”
“……제기랄. 이래서 제크 네가 관련되면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니까.”
“킥킥킥. 오히려 잘된 거지, 뭘 그래? 모르고 넘어갔다가 중간에 시체라도 발견해 봐. 아마 한동안 꿈자리가 엄청 사나울걸? 그것보단 훨씬 낫잖아.”
“시끄러워.”
금발의 남자는 이를 갈 듯이 대꾸하곤 남아 있던 잔을 단숨에 비웠다. 그때까지도 나와 이사나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그저 어리둥절해할 뿐이었다. 그런 우리를 향해 제크라 불린 남자가 친절하게 웃으며 설명했다.
“어이, 너희. 휴센이 어린애들에게 약하다는 것에 감사해라. 이 녀석, 나이를 못 들었다면 모를까. 이제 절대로 모른 척할 수 없을걸?”
“네?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무슨 말이긴. 이 녀석의 용병단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는 말이지. 행운을 축하한다.”
‘헐? 누구 마음대로?’
이쪽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 저들끼리 멋대로 결정을 내린 모양이다. 그 순간 술잔을 내려놓은 금발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키가 큰 편이었다.
“내 이름은 휴센이다. 샴페인 용병단을 이끄는 단장이지. 너희는?”
“네? 아, 저는 엘이고, 제 동생은 라이라고 해요.”
“그렇군. 클모어까지 간다고? 따라와라.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을 소개해 주마.”
“예에? 아, 아니, 저희는 괜…….”
“잔말 말고 따라와. 난 실익을 추구하는 용병이지만, 그렇다고 어린애들끼리 사지에 뛰어드는 것을 못 본 척할 만큼 냉혈한은 아니다.”
‘누가 사지에 뛰어든다는 거야?’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미처 반박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먼저 몸을 돌린 그가 나가면서 이사나가 먹은 음식 값까지 함께 계산해 버린 것이다.
“헉! 자, 잠시만요! 가자, 라이!”
“으응!”
당황한 나와 이사나는 황급히 짐을 챙겨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그런 우리를 향해 이번 사태의 원흉인 남자가 유쾌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여어― 행운을 빈다, 꼬마들!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즐겁기는 개뿔!’
평화롭던 일정에 폭탄이 떨어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