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465)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465화(465/608)
제465화
“넌 바보냐?”
누군가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울컥해서 노려봤더니 뭘 잘했냐는 시선이 떨어졌다. 내가 생각해도 잘한 건 아니라서 눈을 얼른 내리깔았다.
“대체 왜 정령왕일 때나 인간일 때나 똑같이 맹한 거야? 왜 이런 일 하나 빠릿빠릿하게 해내질 못하냐고. 그래서 이 험난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가 있겠어? 언제까지 당하고 잃기만 할 거야?”
잔소리가 끊임없이 퍼부어졌다. 모르겠다. 난 아무것도 안 들린다. 안 들린다고. 두 귀를 막으며 고개를 저었더니 그가 혈압이 오른다며 뒷목을 잡았다. 진짜 혈압이 오르는 것도 아니면서 유난이었다. 속으로 투덜거리며 힐끔 시선을 들어 올리니 강렬한 붉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이쪽으로 시선을 맞춰오는 눈동자 역시 타오르는 듯한 붉은색이다. 뭐가 마음에 안 든 건지 그의 표정이 샐쭉해졌다.
“왜 그런 표정이야.”
내 표정이 어디가 어떻다고? 저 녀석은 내 모든 게 불만인가 보다. 왜 툭하면 시비를 거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구박만 하지 마. 나 진짜 애쓰고 있단 말이야.
“얼씨구? 누가 애쓰래?”
넌 무슨 말을 해도 그렇게 하냐. 내가 누구 때문에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데.
“그게 누구 때문인데?”
그걸 정말 몰라서 묻냐? 너 때문이잖아, 멍청아!
“아니지. 내가 언제 찾아 달라고 했어? 그냥 네 멋대로 책임감 느껴서 이러는 거잖아. 이걸로 죄책감을 덜어보겠다는 심사 아냐?”
와, 말하는 본새 좀 봐. 그게 지금 너 찾느라 고생 중인 사람한테 할 말이야? 말이 나온 김에 묻자. 넌 왜 하필이면 떨어져도 다른 시공간에 떨어진 거야? 평소에 온갖 잘난 척은 다 하더니. 어쩔 땐 나보다 네가 더 맹해. 알아?
“그래서 뭐.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내가 죽고 싶어서 죽었어? 나야말로 뭘 잘못해서 구해주고 욕까지 먹어야 하냐?”
나쁜 놈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잖아. 그래, 다 내 탓이고 내 잘못이다! 내가 진짜 미쳤지. 좋은 말 못 들을 거 뻔히 알면서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건지.
“그래서 찾으러 온 거 후회해?”
안 해! 누가 후회한다고 했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후회만은 안 할 거야! 네가 내 도움 필요 없다고 해도 난 너 찾아낼 거야! 반드시 찾을 거라고!
“그럼 됐네.”
씩씩거리며 쏘아붙이니 뭐가 그리 웃긴지 피식 웃는다. 평소에 너무 자주 봤던, 볼 때마다 얄밉기만 하던 바로 그 표정이다. 그런데 이번엔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했다. 저렇게 웃는 얼굴을 너무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어디서부터 기인한 건지 모를, 사무치는 그리움이 가득 차올랐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아픔에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눈앞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다. 당황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뭐야, 왜 그래. 대답 좀 해 봐. 어디로 간 거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 돌아와. 내가 더 노력할게. 탓하거나 푸념하지 않을게. 계속 구박하고 잔소리해도 돼. 날 원망해도 괜찮아. 그러니까 이러지 마. 사라지지만 마, 제발.
소리 높여 이름을 부르는 데도 더는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서러워졌다.
너 지금 어디에 있어, 라피스?
꽤 긴 꿈을 꾼 것 같다. 그다지 여운이 좋지는 않은 꿈이었다.
눈을 뜨니 굵은 창살이 보였다. 내가 어딘가에 갇혀 있다는 걸 인지하는 과정은 길지 않았다. 굳이 되짚어 볼 것도 없이 의식을 잃기 전의 상황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기절하기 전과 다른 장소인 걸 보니 역시 어디론가 끌려온 모양이다. 이러니 꿈자리가 사나울 수밖에.
그동안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모르겠다. 눈을 빠르게 깜빡여 고여있던 눈물을 털어냈다. 멍하던 머리가 조금씩 맑아지면서 뿌옇던 주변의 광경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몇 개의 기둥으로만 엮어진 공간은 창문도 없이 화려한 문양의 천으로 도배된 듯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천막 안에 임시로 마련한 감옥 같았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심코 시선을 내렸다가 얼굴을 찌푸렸다. 발목에 굵은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 어디에도 파이어 버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오, 깼네.”
압수된 거라면 다행인데, 설마 그 숲에 버려진 건 아니겠지. 심란한 기분으로 사슬을 노려보고 있는데 가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걷힌 장막 사이로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었다. 낯선 얼굴이었지만 헐겁게 묶은 금발과 노란 눈동자만 봐도 누군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남자였다. 나이아스를 역소환 시키고, 시큐엘의 소환을 방해하고, 마지막엔 올무를 걸었던, 결정적인 순간마다 나를 몇 번이나 방해한 그 빌어먹을 자식.
“화가 잔뜩 난 모양이네? 뭐, 그럴 만한 상황이긴 하다만.”
남자는 내가 노려보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태연하게 웃었다. 하긴 나라도 창살에 갇혀 있는 사람이 아무리 노려봤자 위협 따윈 전혀 느끼지 못할 거다. 오히려 더 가소롭게 보인다면 모를까. 그렇게 생각하니 이 상황이 더 거지 같았다.
“몸은 좀 어때? 독한 약에 취한 데다가 정령들까지 역소환 됐으니 속이 말이 아닐 텐데. 물이라도 좀 가져다줄까? 근데 너 보기보다 엄청 무겁더라. 애들이 옮기느라 고생했어.”
“……너 뭐야?”
“저런, 목이 꽤 쉬었네. 하긴 멍이 좀 심하게 들긴 했지. 아파도 조금만 참아. 나중에 치료해줄게.”
“너 대체 뭐냐고.”
겉도는 대화가 짜증 나서 말투가 절로 날카로워졌다. 어깨를 으쓱인 남자가 내 바로 앞으로 다가와 걸터앉았다. 창살을 사이로 두고 얄밉게 웃는 얼굴이 생글거렸다.
“난 릴이라고 해.”
“누가 이름이 궁금하대?”
“하지만 자기소개엔 이름을 밝히는 게 기본이잖아. 아, 그보다 물어볼 게 있는데. 너 인간인 건 맞지?”
“뭐?”
“아니, 너무 예쁘게 생겨서 헷갈리더라고. 눈 뜨고 있으니까 더 그렇네. 솔직히 깜짝 놀랐어. 그 후줄근한 후드 속에 이런 외모가 숨겨져 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어? 다들 네가 혼혈인지 아닌지 내기하고 난리 났어.”
그러고 보니 사라진 물건 중엔 후드도 있었다. 신원을 확인하려고 벗긴 김에 그냥 치워버린 모양이다. 사로잡힌 처지에 얼굴이 드러난 정도야 별수 없는 일이긴 했다. 사실 숲에선 그냥 습관적으로 쓴 거였지 일부러 가리려 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쓸데없는 감상까지 늘어놓을 일인가. 승자의 여유라 쳐도 상종하기 싫은 종류다.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봐주자 그가 조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는데. 그런 거 아냐. 이쪽엔 나름대로 중요한 문제라고. 어쨌든 미리 얼굴 좀 보이지 그랬어. 그럼 그렇게 거칠게 다루지 않았을 텐데.”
“자꾸 헛소리하지 마.”
“정말인데. 적어도 올무는 안 썼을 거야. 피멍은 고급 회복제를 써도 완전히 깨끗해질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린단 말이야. 그나마 얼굴을 다치진 않아서 다행이야.”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왜 피멍을 낫게 할 생각을 하지? 그러고 보니 아까도 치료해준다느니 했던 것 같다. 당연히 약 올리려고 한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진심이었나 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태도라 머릿속이 잠시 복잡해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지만 매복까지 한 걸 보면 훈련된 전사다. 백작령을 침략하기 위해 숨어든 외적이거나, 숲에 터를 잡은 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지 못한 외형을 보고 마음이 약해진 건 그럴 수 있다 치자. 심하게 대하진 말 걸 그랬다며 너스레 정도는 떨 수 있었다. 그래도 일반적으로는 포로를 치료할 생각까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얼굴을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저 예쁘게 생겼다는 이유로?
“너희…… 대체 뭐야?”
뭔가 기묘한 예감이 들었다. 이들이 날 죽이려 하지 않고 기절만 시킨 이유를 알 것 같은 예감. 내가 어느 정도는 상황을 짐작했다는 걸 남자도 느낀 모양이었다. 이번엔 제대로 대답할 마음이 들었는지 유들유들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조금 진지해졌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너희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헌터라면, 이쪽은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세상을 영유하는 헌터라고나 할까.”
“……뭐 이상한 거라도 먹었어?”
“아니거든! 나 지금 꽤 멋지게 말하지 않았어?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와?”
“그냥 본론만 말해.”
“그래, 그래. 내가 기분도 안 좋은 애를 붙잡고 너무 많은 걸 바란 것 같네.”
“그래서 뭐냐고.”
“혹시 노예 사냥꾼이라고 들어봤어?”
그 순간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하긴 했는지 그가 머쓱한 얼굴을 했다.
“그렇게 쓰레기를 보는 눈길로 바라보지 말아 줄래? 내가 어지간하면 신경 쓰지 않는 편인데, 그 표정은 좀 아픈 것 같아.”
“쓰레기를 쓰레기로 보는 건데 무슨 문제 있어?”
“하하, 너 성격 꽤 있구나? 의외로 얌전해서 이상하다 싶긴 했어.”
그럼 이 와중에 고운 말을 듣길 바란 건가? 어이가 없어서 노려봤더니 그는 능청스럽게 웃기만 했다. 죄책감 같은 건 티끌만치도 드러내지 않은 얼굴을 보니 과연 인면수심 직업군에 종사하는 인성다웠다.
“그동안 숲에서 실종된 사람들, 다 너희 짓이었어?”
“맞아. 너희도 소문 듣고 조사 나온 거지? 이게 바로 그 소문의 실체야. 매출에 목말랐던 노예 상단이 고심 끝에 구상해 낸 함정 작전이랄까. 인간 사냥이라는 것도 참 별거 없지 않아? 조금만 머리를 써도 이렇게 간단한 건데 말이야.”
“하…….”
“참고로 너흰 이번 작전만이 아니라 이 상단이 출범한 이래 거둔 가장 큰 월척이야. 악시스 급 헌터를 둘이나 잡았다고 지금 다들 얼마나 신났는지 몰라.”
미친 건가.
너무 기가 막히니 도리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몇 개월에 걸쳐 일어난 그 수많은 실종 사건이 전부 납치였다니. 그만한 인원이 전부 당했다는 것도 황당한데, 나 역시 같은 처지라 할 말이 없었다. 환각제를 쓸 거라곤 정말이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령사인 내가 맥없이 당했을 정도이니 다른 사람은 오죽했을까.
‘그래도 저 녀석만 아니었으면……!’
다시금 눈에 힘을 주고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노려보았다. 대체 정체가 뭐지? 아까 나더러 인간이냐고 물었지만 정작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그 멀리서 나이아스를 정확히 노려 맞춘 활 솜씨도 그렇고, 정령 소환을 막아내는 순발력도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마지막에 올무를 던졌을 때 역시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물론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던 탓도 크긴 한데, 그런 점을 고려해도 예사롭지 않은 실력자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 대단한 능력을 고작 이따위 일에나 쓰고 있다는 점에서 감탄보다는 개탄할 노릇이지만.
그보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걸까.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당장 시급한 문제들이 눈에 밟혔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전부 잡힌 것 같은데, 지금 여기에 갇혀 있는 건 나밖에 없었다.
“내 일행은 어떻게 했어.”
“지금 다른 애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지 않나?”
“대답이나 해. 내 일행은 어디에 있냐고.”
설마 벌써 어디론가 팔아넘긴 건 아니겠지. 잡힌 이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마음이 초조해졌다. 판 놈이나 사간 놈이나 가만두지 않을 작정으로 주먹을 꾹 움켜쥐자 남자가 어깨를 으쓱였다.
“말해줄 테니까 그렇게 화내지 마. 그 녀석들은 다른 막사에 있어.”
“다른 막사?”
“전투 노예용 막사. 경매에 올리기 전에 종류별로 등급을 분류해두고 관리하거든. 여긴 최상등품을 위한 막사야. 외모와 능력,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너희 같은 애들만 올 수 있는 곳이지.”
다행히 아직 다른 곳으로 넘겨진 건 아닌 모양이다.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표현은 듣기 싫었지만 일단 모두가 근처에 있단 사실에 안도했다. 그러고 나니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너희라니?”
지금 이곳엔 나 혼자인 거 아니었나? 혹시 몰라 다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역시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훌쩍 몸을 일으킨 남자가 내 뒤쪽으로 걸어갔다. 벽면의 휘장을 걷으니 그 너머에도 공간이 있었다. 그제야 보게 된 저편의 광경에 숨을 삼켰다. 또 다른 창살 안에 사람들이 갇혀 있었다.
남자 둘에 여자 한 명. 귀한 집 자제들인지 셋 다 입고 있는 옷이 좋았다. 그들 모두 양손과 발이 결박된 채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대화 소리가 그리 작은 편도 아닌데 깨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약 같은 걸 쓴 것 같았다. 정말 납치구나. 내 발목에 채워진 사슬을 봤을 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다른 사람들이 묶여 있는 걸 보니 실감이 들었다.
“다들 꽤 반반하지? 저항이 너무 심해서 재워둔 상태야. 너도 조심해. 도망치려고 하면 바로 저런 꼴이 될 거니까.”
“……왜 이런 짓을 해?”
“그야 돈 벌려고 하겠지? 뻔하지 않아? 대부분 다 그런 이유잖아.”
“사람을 납치해서 돈을 벌면 좋아?”
“글쎄. 딱히 생각해 본 주제는 아니네.”
“그런 건 생각을 해! 너 사이코패스야? 후환이 무섭지도 않아?”
“하하, 사이코패스가 뭔지는 모르겠고. 후환 같은 걸 신경 썼다간 이런 일 못 하지. 뭐, 네가 이쪽 안위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곧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텐데.”
“……뭐?”
왠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말을 들은 것 같다. 당황해서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친 남자가 씩 웃었다.
“납치를 통한 인신매매는 대륙 어디를 가도 불법이지. 지금까지 숲에서 잡힌 인간만 오십 명이 넘었던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렇게 많은 인간이 팔려갔는데 왜 아무런 소문이 돌지 않을까? 분명 한두 명쯤은 고발하려고 했을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건 확실히 이상했다. 아는 사람도, 언어도 통하지 않는 머나먼 지역으로 팔려가서 그런 건가 했는데, 지금 남자의 어조를 봐선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동요하는 걸 느꼈는지 남자의 입가에 서린 미소가 더 짙어졌다.
“세공이라는 거 알아?”
“세공?”
“네 말대로 후환이라는 게 있으니까. 이런 세계에선 뒤탈이 없도록 밑 작업을 해두거든. 정신을 건드려서 기존의 자아와 인격을 전부 부수는 작업이지.”
“……!”
뭘 건드리고 뭘 부순다고?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인 내용에 잠시 머리가 멍해졌다. 얼굴이 급격히 굳어진 나를 재밌다는 듯이 바라본 남자가 두 눈을 휘어 접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