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529)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529화(529/608)
제529화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뿌옇던 시야가 환해지면서 주변의 광경이 하나둘씩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어디지? 분명 조금 전까지 평원이었는데 지금은 어딜 봐도 실내였다. 너저분한 책상이며 한구석에 조촐하게 마련된 응접실 구조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이 익숙했다.
쾅! 그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요란한 소음에 움찔했다가 들어서는 얼굴이 낯익어서 다시 놀랐다.
“엘! 큰일 났어!”
“……크리스?”
멍하니 되묻다가 위화감을 느끼고 다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왜 익숙한 광경인가 했더니 길드 실무실 안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카노스는? 지금까지 봤던 건 전부 뭐였을까.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도 모르겠다. 깨어난 건 맞는 것 같은데 아직 머릿속이 멍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크리스가 여기에 있지? 아니, 내가 왜 여기에 있어요?”
“무슨 엉뚱한 소리야? 아무튼 그게 문제가 아냐. 지금 밖에 난리가 났어!”
“난리요?”
“아나이스 왕녀가 죽었어!”
……뭐?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놀라서 잔뜩 흥분한 크리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미네르바가 아나이스 왕녀를 살해했대!”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이게 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야 내가 봤던 광경을 토대로 하면 남은 결과가 하나밖에 없기는 했다. 여러모로 마지막에 다다른 광경이었고, 내가 아는 과거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건 전부 환상이었잖아.”
“아까부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황당해하는 크리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얼굴을 바라보다 손바닥으로 두 뺨을 강하게 쳐봤다. 얼얼한 감각이 퍼지고 나니 정신이 좀 더 들었다. 꿈이 아니다. 이건 정말 현실이었다. 다시 고개를 들고 당황해서 얼어있는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지금 몇 년이에요?”
“어? 뭐?”
“아인 이드리스가 아나이스 왕녀를 경호한 지 얼마나 지났어요?”
“어어, 글쎄. 그거 한 2년쯤 되지 않았나? 1년은 확실히 훌쩍 넘었지. 아니,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2년. 온몸에서 쭉 힘이 빠져나갔다. 놀란 크리스가 다급히 다가와 휘청이는 내 몸을 부축했다.
“엘, 너 왜 그래? 괜찮아?”
“말도 안 돼…….”
이러면 안 된다. 절대 이러면 안 되는데. 팔을 뻗어 크리스의 옷자락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맥없이 끌려온 그가 놀란 얼굴로 숨을 삼켰다.
“어디에요?”
“뭐, 뭐?”
“왕녀가 어디서 죽었냐고!”
허둥지둥 뛰다시피 달려나갔다. 상황을 목격한 고용인들이 신고했다고 했던가. 사건 현장이라는 아인 이드리스의 저택 앞은 벌써 취재진과 구경꾼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근위대인지 자치대인지 모를 기사들이 저택 주위를 둘러싼 채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중이었다. “들어가면 안 됩니다!” “저거 뭐야?” “당장 막아!” 다급히 저지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정원을 지나 저택 안으로 들어서니 홀 한곳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에 있던 기사들이 놀라서 돌아보았다.
“당신 뭡니까?”
“여기 누가 들어오라고 했죠?”
“잠깐, 저 사람 헌터 엘 아니야?”
“아, 그 검성…….”
사방에서 쏟아지는 소리를 무시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길이 점점 트이며 마침내 목적지에 닿았다. 한 남자가 쓰러진 여인을 안고 울고 있었다.
“아나이스. 아나이스? 제발 눈을 떠보십시오. 제발 눈을 떠요. 아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흐느끼는 흑발의 남자는 아인 이드리스였다. 그 품에 안겨 있는 왕녀에게선 이미 숨결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사망한 거다. 뻐근하게 차오르는 가슴을 억누르고 시선을 돌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 석상처럼 서 있는 새하얀 존재가 보였다. 미네르바였다. 견제하는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그의 얼굴은 시신이 된 왕녀만큼이나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제 그만 현장을 수습해야 합니다.”
눈치를 보던 기사들이 울고 있는 아인 이드리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그제야 고개를 든 아인 이드리스가 젖은 얼굴로 미네르바를 돌아보았다.
“대체 왜!”
달려들 듯이 고개를 치켜든 그에게서 목을 긁는 듯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이 가여운 여인을 왜 죽인 겁니까? 대체 왜! 당신이 왜!”
두 눈에 핏발이 가득한 아인 이드리스는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미네르바의 표정이 다시 무너졌다.
“아인, 나는…… 널 돕고 싶었다.”
“날 도와? 이게 날 돕는 거라고?”
“왕녀가 널 너무 고통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죽지 않는다면 끝나지 않을 고통이라고 했었지. 네가 더는 괴롭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야.”
술렁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아인 이드리스는 발작하듯 비명을 내질렀다. 근처에 있던 기사들이 말리려 들었지만, 워낙 기세가 흉포했던 탓에 다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진심이 아니었어!”
“진심이…… 아니었다고?”
“아나이스를 사랑하게 됐어! 그 마음을 당신이 알아주길 바랐어! 정령왕인 당신이 먼저 헤아리길 바랐다고!”
미네르바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명백한 동요를 드러낸 얼굴을 보면서도 아인 이드리스는 멈추지 않았다.
“당신은 정령왕이잖아! 이 세계를 관장한다는 대단하신 존재잖아! 내 마음이 그녀에게 기울었다는 걸 정말 몰랐나? 인간인 아나이스는 알고 있었는데 왜 당신은 그걸 몰라!”
“아니지! 사실은 알고 있었겠지! 알면서 죽인 거야! 알았기 때문에 죽인 거라고! 날 도와주고 싶었던 거라고? 내가 괴롭지 않길 바랐다고? 헛소리하지 마! 당신은 늘 이런 식이야! 언제나 다 내려다보면서 당신 마음대로 날 조종하지! 날 위하는 척 가식을 떨면서!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건 단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어!”
덮치듯이 기어간 아인 이드리스가 미네르바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악귀처럼 악을 쓰며 피를 토하듯 절규했다.
“당신은 나를 망치러 온 거야!”
굳어 있는 미네르바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신이 내 모든 걸 다 망쳤다고!”
“그만해!”
더는 지켜볼 수가 없어서 달려들어 아인 이드리스를 강제로 떼어냈다. 귀신처럼 퀭한 얼굴이 나를 돌아보았다.
“너 미쳤어? 네가 어떻게 미네르바에게……!”
“미쳤지, 물론. 당연히 미치고말고. 그럼 이 상황에서 미치지 않을 수가 있나?”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멱살을 움켜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휘어잡는 대로 휘청거리는 아인 이드리스는 정말 미친 사람처럼 실실 웃었다. 그의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 잘나고 뛰어난 엘. 넌 언제나 대단하지. 정령과 깊이 교감하고 누구보다 그들을 잘 이해해. 나 같은 거랑은 다르게 말이야.”
“하…….”
“넌 세상이 정말 쉽지? 그럴 거야. 조금만 노력해도 전부 다 수월하게 이루고 가는 곳마다 존경과 사랑을 받잖아. 하지만 난 아냐. 날 이해해주는 건 아나이스밖에 없었어.”
기막힌 논리에 잠시간 말이 막혔다. 시선을 돌려 그의 몸 아래를 바라보았다. 허리춤에 걸려 있는 정령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가 뭘 응시한 건지 알아차린 아인 이드리스의 표정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아나이스를 돌려줘.”
억눌린 목소리가 짐승의 신음처럼 울먹거렸다. 희번들한 눈동자에 광기가 차오르는 게 선명히 보였다.
“아나이스를 돌려내! 그녀를 살려내란 말이야! 너도 죽어버려, 미네르바! 너야말로 죽어버려! 널 저주해, 미네르바! 고귀한 정령왕? 바람의 지배자? 다 개나 주라고 해! 너 따위는 악귀일 뿐이야! 영겁의 고통 속에서 가장 처절하게 소멸해버려!”
생각을 잇기도 전에 주먹이 먼저 나갔다. 얼굴을 맞고 나가떨어진 아인 이드리스는 바닥에 처박힌 뒤 그대로 축 늘어졌다. 비명을 지른 사람들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한 채 미네르바를 돌아보다 눈에 들어오는 광경에 숨을 삼켰다. 고요히 서 있는 미네르바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미네르바.”
부르는 소리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텅 비어버린 눈동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쩌지?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저런 헛소리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해야 하는데 닿을 리가 없었다. 몇 마디 말로 위안이 될 상처가 아니었다. 그가 다치는 걸 막지 못했다.
식은땀이 맺히는 손바닥을 억지로 움켜잡는데 미네르바의 공허한 시선이 어딘가를 향했다.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다 멈칫했다. 주위를 어지럽게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홀로 차분히 서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짙은 흑발과 황금빛 눈동자를 지닌 소년. 트로웰이었다. 그 역시 미네르바를 응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모두가 혼란한 가운데 오직 두 사람만이 고요했다. 마치 그들 사이에만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을 먼저 피한 건 이번에도 트로웰이었다. 결국 이렇게 끝났구나. 눈을 내리깐 채 입 모양으로만 달싹거린 말이 누구를 향한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우선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저하던 근위대 기사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정령왕에게 인간 사회의 법칙을 적용하려는 게 본인들도 민망한지 매우 회의적인 얼굴이었다. 여전히 반응 없는 미네르바를 돌아보다 얼굴을 굳혔다. 그의 몸에서 희미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의 정령왕이긴 하지만 평소에도 주변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확실하게 그의 몸 주위로 미풍이 불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기류가 아니었다.
“미네르바?”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기류에 영향을 받은 건물이 덜컹덜컹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읽어내고 몸을 움츠렸다.
“뭐, 뭐지?”
겁에 질린 시선들이 미네르바에게 닿았다. 이미 그를 둘러싼 바람은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나선을 이룬 상태였다. 발아래에서부터 시작된 회오리바람이 그의 몸을 서서히 감싸고 오르더니 머리끝까지 타고 올라갔다. 그 속에 삼켜진 미네르바의 모습이 점차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형태를 이루는 방법을 모르게 된 것처럼.
정령왕의 본능이 경고했다. 그를 이대로 두면 안 된다. 이건 아주 위험한 징후였다. 그 순간 모든 바람이 우뚝 멈췄다. 덜컹거리는 진동도 멈추면서 경계하고 있던 사람들이 안도하는 게 보였다. 나는 더 다급해졌다. 끝난 게 아니다. 이게 시작이었다.
“미네르바! 안 돼!”
그를 향해 팔을 뻗었다. 그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터지며 강한 충격이 와 닿았다. 콰아앙! 머리까지 꿰뚫는 폭발음이 들린 건 그다음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끌어당겼다. 아니, 잘 모르겠다. 몸이 갈고리에 걸린 채 마구잡이로 끌려다니는 것 같았다. 고막이 나간 걸까. 찢어지는 듯한 이명을 타고 사람의 비명인지 건물이 울리는 소리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진동들이 웅웅거렸다.
“엘?”
잠깐 의식을 잃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 땐 낯익은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버지?”
맑아지는 시야 속에 나타난 엘뤼엔은 드물게 굳어 있는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화난 시선이라 흐리멍덩한 와중에도 몸이 움찔했다. 뭐야, 왜 화가 났지?
“괜찮아, 도련님?”
포식자를 눈앞에 둔 개구리의 심정으로 눈만 멀거니 껌벅거리는데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이프리트였다. 그의 시선도 평소와는 다르게 엄격했다.
“이번엔 정말 위험했어. 아무리 겁이 없어도 그래. 이상하다는 걸 느꼈으면 피해야지, 오히려 더 다가가면 어떡해? 엘퀴네스가 간발의 차로 낚아채지 않았으면 온몸이 갈가리 찢겼을 거야. 나 진짜 엘퀴네스가 그렇게 놀라는 건 처음 봤네. 물론 나도 놀랐고.”
아, 그러고 보니 나 방금 폭발에 휘말린 건가? 정신이 없는 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상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종알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확인하게 된 광경에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저택이 전부 다 무너져 있었다. 보이는 거라곤 흉하게 드러난 건물의 뼈대와 뭉개져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돌무더기뿐이었다. 잔해 속에 시신으로 짐작되는 무언가가 깔린 것도 보였다. 환란을 피하지 못하고 휘말린 사람들이었다. 아무래도 이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거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당황해서 물은 말에 쓰게 웃은 이프리트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그 방향을 따라 시선을 들었다가 그대로 입을 벌렸다. 지붕을 잃어 훤히 드러난 하늘이 온통 새까맸다. 빛 한 점 들어서지 못할 만큼 짙은 암흑이 해가 있어야 할 곳을 전부 뒤덮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아래 펼쳐진 세상은 여전히 환하기만 하다. 마치 하늘과 땅이 뒤바뀌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어둠과 빛이 맞닿아 있는 듯한 경계에 미네르바가 떠 있었다. 정신을 잃은 듯 두 눈을 감고 있는 그는 거의 투명할 정도로 모습이 흐려진 상태였다. 그로부터 시작된 바람이 온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모습 같기도 했고, 반대로 그에게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처럼도 보였다.
“미네르바가 왜 저렇게…….”
“폭주한 거야.”
“폭주……?”
듣고도 믿기지 않는 단어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폭주라니. 그건 곧 그가 이지를 잃고 정신을 완전히 놓았다는 의미였다. 통제를 잃고 흉포해진 바람은 이 세계를 파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길 끝에 남은 건 모든 힘을 소진한 자의 소멸뿐이었다.
어디선가 발걸음이 들렸다. 혼란한 마음을 수습하지 못한 채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허물어져 반도 채 안 남은 벽 안에서 무언가를 짊어지고 걸어 나오는 이가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흑발 아래,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무심한 얼굴이 보였다.
“트로웰…….”
조용히 숨을 죽인 채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걸 바라보았다. 저벅거리는 소리가 시계 초침 소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윽고 조금 앞에 멈춰선 그가 어깨에 메고 있던 걸 내 앞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둔탁한 소리를 울리며 떨어진 건 다시 보니 의식을 잃은 사람이었다. 숨이 끊기기 직전에 건져진 걸까. 어느 곳 하나 성하지 않은 비참한 몰골이었지만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아인 이드리스였다.
“약속한 기한이 지났어, 엘.”
이어진 목소리에 시선을 다시 들었다. 나를 응시하는 황금빛 눈동자가 스산한 기운을 머금고 짙어졌다.
“미안하지만 내기는 내가 이겼어.”
<재밌는 경험을 하게 해줄게.>
이 모든 과정의 시작이었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떨리는 호흡을 간신히 억누른 채 주먹을 꾹 움켜쥐었다. 차라리 모든 걸 외면하고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다.
카노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