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535)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535화(535/608)
제535화
“그보다 두 분은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기억에 의하면 아이라와 에디스가 여전히 이곳에서 숨어 지내는 건 납치된 마신관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건너뛴 기간 속에서도 왕세자와 인어들은 여전히 마신관들을 습격했으며, 대륙 곳곳에서 납치를 일삼았다. 그렇게 납치된 이들은 거의 제국으로 끌려오는 편이었다. 왕세자가 주로 이곳에서 머물기도 했고, 섬인 본국보다 대륙인 제국 쪽이 운송하기 쉬운 환경인 탓도 있었다. 마신전과 전쟁 중이라 대놓고 마신관을 끌고 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었을 터였다.
이와 관련하여 라미아스― 세피온 공작은 마신교 본단과 협정을 맺고 신관 구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황제도 모르는 밀약으로, 에디스와 아이라가 이 협정에서 신전 측 대표를 맡고 파견된 것으로 진행됐다. 나도 관련 작전에 꽤 여러 번 동참했던 것 같았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그 당시의 상황들이 주르륵 떠올랐다.
하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다. 왕녀까지 사망했으니 더는 왕세자가 제도에 머물 이유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누명이 풀린 다비안이 무사히 움브라에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내란의 증거를 잡아내는 중이라 조만간 체포될 확률이 높았다.
“안 그래도 본단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왕녀가 사망한 이후로 인어들의 기세가 크게 꺾였는지 다들 흩어졌다고 합니다. 일단 본단으로 복귀한 후 향후 추세를 지켜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돌아간다는 거네요.”
“예, 전부 엘 덕분입니다. 그동안 여러모로 신세가 많았습니다.”
에디스와 아이라가 부드럽게 웃었다. 순조롭게 지내왔다곤 하나 긴장을 조금도 늦추지 못한 기간이었다. 드디어 교단에 돌아갈 수 있게 되어서인지 둘 다 몹시 들뜬 얼굴이었다. 나 역시 마음이 편해졌다. 제국이 물러났어도 인어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겠지만, 인어들의 가장 큰 구심점이 흔들린 만큼 다음 일이 별로 걱정되진 않았다. 당장 큰 부분들은 일단락된 것 같았다.
……라고, 너무 일찍 축배를 든 게 문제였을까.
귀가하는 길, 갑자기 내 앞을 우르르 가로막는 무리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얼굴을 보니 더 탄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음산한 얼굴로 나타난 남자는 며칠 새 바짝 마른 것 같은 루시엘 왕세자였다.
“무슨 용건이신지.”
“아주 재밌는 짓을 벌였더군.”
싸늘하게 웃는 왕세자의 두 눈엔 핏발이 형형했다. 애지중지하던 동생을 허망하게 잃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악에 받친 채, 의식이 없는 아인 이드리스를 다그치던 때의 얼굴 그대로였다.
“설마 그대도 정령왕의 계약자였을 줄이야. 황태자를 건강하게 해주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라고 했다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래, 항상 그 모르는 척하는 태도를 적당히 넘어가 주던 게 문제였어.”
왕세자가 피식피식 웃었다. 하지만 서릿발이 서린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다. 내게 속았다는 충격과 진작 제거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선연한 얼굴을 별다른 감정 없이 바라보았다. 가까웠던 사람들은 편하게 받아들이는데, 정작 적인 그가 배신을 당한 것처럼 구는 게 조금 우습기도 했다.
“내가 이대로 끝날 것 같나?”
거리가 성큼 가까워졌다. 거의 닿을 듯 들이밀어진 얼굴에선 의무적으로 짓는 것 같던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채였다. 광기가 들어찬 눈동자에 시퍼런 안광이 이글거렸다.
“아니. 절대 이렇게 못 끝내.”
낮게 속삭이는 말은 자신을 향한 맹세에 더 가까워 보였다. 제 할 말만 마친 왕세자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썰물처럼 우르르 멀어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다 씁쓸한 기분을 삼켰다.
미네르바의 폭주 당시 폭발 진원지에 가까이에 있었던 사람들은 시신도 거의 수습하지 못했다. 왕녀 역시 마찬가지여서 빈 관으로 장례가 치러질 거라 들었다. 왕세자를 좋게 여겨본 적은 없다. 오히려 그는 언제나 싫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가족을 잃은 것만은 딱했다. 나라도 그런 상황에선 제정신이 아닐 거라 미친 사람처럼 구는 것도 기분이 상하진 않았다.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후드로 가리고 다니는 건 확실히 소용이 없는 것 같았다.
* * *
이대로 끝내지 않겠다는 왕세자의 진심은 바로 다음 날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긴급으로 발행된 호외 전면에 왕세자의 체포 소식이 대문짝만 하게 실려 있어서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었다.
<루시엘 미놀 에펜 왕세자! 제국 찬탈의 음모 적발!>
“……거참.”
뱉은 말은 참 잘 지킨다고 해야 할지. 그런 주제에 싱거웠다고 해야 할지. 궁지에 몰려 마음이 급해진 탓인가. 그래도 며칠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나와 헤어져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황제를 살해하고 황궁을 점거하려 했던 모양이다. 아마도 허를 찌르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움브라 대장이 가담한 데다가 흑주술까지 동원한 총공세였다고 한다. 하지만 세피온 공작의 대응이 더 빨랐다. 황제의 침실을 기습한 왕세자 무리는 미리 잠복해 있던 근위대와 아이기스 요원들을 마주해야 했고, 치열한 격전 끝에 붙잡혔다. 현장 체포라 오해니 누명이니 변명할 여지도 없었다.
“내 고고하신 주방장이 깔아준 주술 방어진이 큰 역할을 했지. 왕세자 놈이 흑주술을 시도하는 족족 막히더라니까. 그때 그놈이 넋이 나가던 얼굴을 네가 봤어야 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라미아스는 앓던 이가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왕세자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아차린 후로 증거를 잡을 기회만 노리고 있던 게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내게는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지만 라미아스에겐 2년에 가까운 기간이었다. 긴 시간 끌어왔던 일이 드디어 마무리되었으니 속이 시원할 만도 했다.
“시벨리우스가 순순히 도와줬어요? 이제 좀 친해졌나 봐요.”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널 팔았지.”
“…….”
“네가 부탁한 거라고 하니까 군말 없이 해주던데? 그러니까 나중에 말 좀 맞춰줘라. 네가 먼저 조언해서 부탁하게 된 거야. 알았지?”
“진짜 너무하신 건 알죠?”
“야, 내가 오죽하면 그랬겠냐. 너한테 먼저 사정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단 말이야. 흑주술은 나도 까다롭다고. 솔직히 그거 아니었으면 좀 힘들었을 거야.”
궁색한 변명이었으나 상황이 급했던 것만큼은 사실이긴 했다. 설마 이렇게 갑자기 움직일 줄은 몰랐으니까. 왕세자도 실패할 거란 생각은 안 했을 거다. 그간 얼마나 포섭을 잘해놨는지 이 일에 가담한 귀족 가문만 11개나 됐다. 그들의 패착이라면 세피온 공작이 드래곤이라는 걸 몰랐다는 거고, 그래서 아이기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다고 오해했으며, 설령 들키더라도 자신들이 우위를 점할 거라고 착각했다는 점이다. 어쨌든 가담자들은 전부 잡혔고 죄질에 따라 처분이 결정될 예정이었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진혼 길드가 이 사태를 무사히 빠져나갔다는 거다. 직전에 줄을 갈아타고 마치 우연히 알게 된 것처럼 반역 사실을 밀고한 덕분에 안위를 보장받게 된 모양이다. 그냥 마스터가 된 건 아닌지 눈치 하나만은 참 빠른 작자였다.
“이참에 움브라도 전면 개편될 거야.”
충견이나 다름없는 움브라에서 배신자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황제는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가장 가까이에 둔 대장의 배신이었다. 그가 전 대장과 요원들에게 수작을 부려 기억을 잃게 만들었다는 증거도 전부 찾아냈다. 이미 그를 따르던 이들은 전부 구금됐고, 재판 없이 사형이 집행될 것 같았다. 다만 그 수가 움브라 인원 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개편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다른 조직을 세우는 셈이 될 것 같았다.
“다비안은요? 공을 세웠으니 승진하나요?”
사실 이번 일에 가장 크게 공헌한 사람은 다비안이었다. 움브라 대장의 배반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고, 증거를 찾아낸 것도 그였다. 이번 기습도 대장을 밀착 감시하던 다비안이 움브라의 수상한 동선을 파악한 덕분에 한결 쉽게 대응할 수 있었다. 어쩌면 새로 개편되는 움브라의 대장은 그가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라미아스는 멋쩍은 얼굴로 대답했다.
“원래는 그래야 하는데, 일이 좀 묘하게 됐어.”
“왜요?”
설마 일전의 누명을 꼬투리 잡는 건 아니겠지. 얼굴을 찌푸리려니 전혀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승진할 당사자가 오늘 그만뒀거든.”
“……엥?”
다비안이 일을 그만뒀다고? 당황해서 눈을 깜빡이는 내게 라미아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 움브라 안 하겠대.”
* * *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는 다비안을 다시 만난 건 크리스 집에서였다. 크리스도 이 사실을 아나 싶어서 찾아갔는데, 떠난 후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던 당사자가 멀뚱히 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 왔냐.”
“오셨습니까.”
아무렇지 않게 반기는 얼굴들을 황당하게 바라보다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일 그만뒀다면서요?”
“네, 오늘 사직했습니다.”
담담히 웃으며 답하는 다비안의 얼굴은 무척 편해 보였다. 혹시 외부의 압력이 있었던 건 아니었나 싶었는데 본인이 원해서 그만둔 건 맞는 것 같았다.
“승진도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아깝지 않아요?”
“그다지요. 처음부터 파벨 대장의 배반 증거를 찾기 위해 복귀했던 거였습니다. 그를 실각시키면 그만둘 생각이었습니다.”
“그랬구나. 전 대장을 위해서죠?”
다비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름이 넥시아라고 했던가. 전 움브라 대장은 크리스와 다비안에게 은인 같은 존재라고 들었다. 어리고 의지할 곳도 없는 상태로 움브라에 들어온 두 사람에게 스승이자 부모 같은 역할을 해준 사람이었다. 특히 다비안의 딱한 사정을 헤아리고 아무런 편견 없이 지지해준 첫 사람이기도 했다. 그런 이가 하루아침에 폐인이나 다름없게 되었으니 다비안이 복수심을 불태우는 것도 당연했다.
“그분은 좀 어떠세요?”
“걱정해주신 덕분에 건강히 잘 지내십니다.”
“그냥 건강한 정도가 아냐. 아주 팔팔 날아다녀. 갈수록 예전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아. 이런 걸 보면 성격은 타고나는 거라는 말이 맞나 봐.”
웃으며 끼어든 크리스가 너스레를 떨었다. 넥시아의 증세는 두뇌 기능엔 지장이 없는데, 익혀 왔던 모든 것들이 다 날아간 사례였다. 저장고는 온전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이 사라진 거라고 해야 하나. 일종의 후유증에 더 가까웠다. 이렇게 날아간 기억은 엘퀴네스의 치유력으로도 재생이 어려워서 그냥 처음부터 다시 익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지난 동안 꾸준히 재활한 덕분에 지금은 많이 좋아지긴 한 것 같았다. 원래는 크리스가 자기 집으로 모시려 했는데 넥시아에게 헌신적인 연인이 있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대신 꾸준히 찾아가 살피는 듯했다.
“엘에겐 죄송한 마음입니다. 제 명예 회복에 힘써주셨는데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이에요. 다비안이 원해서 결정한 일이면 상관없어요. 그게 내가 기대하는 거예요.”
손사래를 치며 대답하니 눈을 깜빡인 다비안이 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엘.”
“그 말은 이제 그만 해도 된다니까요.”
“하지만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합니다. 엘에겐 늘 고마운 일밖에 없습니다. 저주에서 해방된 것도, 누명이 벗겨진 것도. 엘이 아니었으면 저 혼자선 이루지 못했을 일입니다.”
조용히 답하는 목소리에 약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만큼이나 붉어진 눈시울을 바라보다가 어쩔 수 없는 기분으로 웃었다. 생색내려고 도와준 건 아니지만,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는 했다.
“그럼 이제 뭘 할거예요?”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은 없습니다.”
“야, 말 잘했다. 안 그래도 우리 길드 들어오라고 꼬시는 중이었어. 엘, 너도 거들어.”
크리스가 다시 끼어들었다. 다비안을 향한 그의 눈동자가 위험할 정도로 진득하게 번쩍거렸다. 인재를 반드시 영입하겠다는 집념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다비안이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버텼으면 됐지 않냐? 이제 대충 못 이기는 척 넘어오지? 움브라도 그만뒀으니 더는 핑계 댈 것도 없잖아. 요즘 우리 길드 인기 많은 거 알지? 다들 들어오지 못해서 안달이라고. 가입 요청이 미어터져서 이젠 심사까지 있어. 아무나 들어오는 자리 아니다, 너. 그런데 너한테는 내가 중역 내준다니까?”
“싫어. 그냥 부려먹으려는 거잖아.”
“뭐어? 허, 참, 너 날 그렇게 오해하고 그러면 안 된다. 형제나 다름없는 널 위하는 이 순수하고 애틋한 진심을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매몰차게…….”
“네 뒤에 쌓인 저 서류 산이나 숨기고 말해.”
눈을 가늘게 뜬 다비안의 시선이 거실 정면에서 보이는 크리스의 방에 닿았다. 그 안엔 말 그대로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는 상태였다. 사무실에서도 다 처리가 안 돼서 집까지 가져온 모양인데, 그 자체가 실태를 증명하는 셈이었다. 낭패 어린 표정을 지은 크리스가 억지웃음을 지은 채 다비안을 노려보았다.
“이런 고초를 함께해야지 진정한 친구 아니겠냐, 다비안아?”
“언제부터 친구가 노예란 뜻이었는지 궁금해지는데.”
“넌 이 형님이 가엾지도 않냐?”
“누가 형님이야. 내가 너보다 한 살 많아.”
“정신연령은 내가 더 위니까 내가 형님이야.”
“잘도?”
“진짜거든? 너 지금 그 표정 무슨 뜻이야? 어?”
이런 걸 보면 둘이 친구가 맞긴 맞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유치한 싸움에 돌입하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보다 진혼 길드는 아쉽게 됐어요. 참 약삭빠르게 빠져나갔더라고요.”
“어, 그런 것 같더라. 테오 놈이 예전부터 줄 서는 덴 귀재였지.”
가장 심란했을 크리스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반응이었다. 그사이 복수심이 옅어졌을 리는 없고. 뭔가 계획이 있는 건가 싶어 바라보니 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길드전 신청했어.”
“길드전이요?”
“어, 협회의 입회 아래 정식으로 결투하는 거지. 거기서 살해하는 건 무죄고, 승자는 패자 쪽에 아무거나 요구할 수 있어. 난 진혼 길드 해체하고 그쪽 전 재산 몰수하는 거로 걸었다. 그러니까 너만 믿는다, 엘. 검성이자 정령왕의 계약자! 우리 길드 간판!”
“전 상관없는데…… 그게 승인이 될까요?”
길드전의 신청 조건은 몹시 까다롭다. 서로 규모와 세력이 엇비슷해야 하고 적합한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그래도 어느 쪽이 이기든 협회에선 손해를 보는 구조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승인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협회의 진혼 길드 편애는 유명하다 못해 넌더리가 날 정도였다. 다른 때면 몰라도 지금 우리 쪽에서 신청하는 길드전을 승인할 리가 없었다. 그런데 미처 예상 못 한 반전이 있었다.
“이번 반역 공모에 협회장이랑 간부진도 대거 들어갔더라고.”
“……아.”
“테오 놈이 홀랑 꼬셔 놓고 자기들만 내뺀 거지, 뭐. 어쨌든 싹 다 물갈이되는 시점이라 전부 공석이 됐어. 그래서 임시로 다른 사람이 협회장을 맡게 된 모양이야.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게?”
“설마…….”
“맞아, 네가 생각하는 그분. 우리 공명정대하신 세피온 공작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