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590)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590화(590/608)
제590화
이미 환생을 했다고?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아까부터 흘러가는 대화를 전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당황스러운 기분으로 라피스를 바라보다 멈칫했다. 그러고 보니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느낀 게 비단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전신에 전과 다른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강대하면서 고결하고, 어딘지 오싹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기운. 엘뤼엔에게서 흐르는 그것과도 비슷한. 잘못 느끼는 게 아니라면 이건 분명…….
“신력……?”
멍하니 중얼거리니 라피스의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이제야 알아차렸냐는 의기양양한 시선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얼얼해졌다. 아니, 설마, 정말 신이라고? 라피스가 신이 됐다고? 쟤가 신의 영혼이었단 말이야?
“소개하겠다. 오늘 탄생한 상급신 크로아첸이다. 앞으로 마계를 이끌어갈 마신이 되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충격을 채 다스리기도 전에 이어지는 엘뤼엔의 말에 다시 입이 벌어졌다. 분명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얘기한 것 같은데, 한 문장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
“익숙하지는 않을 테지만, 앞으론 라피스라고 하지 말고 크로아첸이라고 불러라. 주신께 새로 받은 이름이니까.”
“……어?”
한동안 멍청히 눈만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라피스가 신이 된 것도 충격적인데, 뭐가 됐다고? 마신? 지금 내가 그렇게 들은 게 맞는 건가?
황당한 마음에 손을 뻗어 라피스를 만져봤다. 충분히 피할 수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만져도 된다는 뜻 같아서 더 차근차근 더듬어 봤다. 닿으니 신력에 배어 있는 기운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차가운 건지 뜨거운 건지 구분할 수가 없는, 깊고 어두운 심연에 빠져드는 듯한 감각. 카노스와는 조금 다르지만, 본질 자체는 같은 기운이었다.
“허?”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야?”
볼살을 잡히고 나서야 짜증을 낸 라피스가 내 손을 피했다. 아니, 이제 라피스가 아니라고 했지. 와, 정말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 충격적인 일이라면 숱하게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놀랄 거리가 남았을 줄은 몰랐다.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 같다지만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입만 벙긋거리고 있으려니 라피스인지 크로아첸인지 하는 그가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마신이 되었다는 게 그렇게 입력이 안 돼?”
“아니, 그치만, 이건 좀 상황이 이상하잖아. 네가 상급신이라는 건…… 그러니까 네가 한때는 정령왕이었다는 말이잖아?”
그래,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신이 태어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상급신은 오직 정령왕의 임기를 거친 존재만 될 수 있는 거였다. 게다가 주로 마속성을 부여받는다는 계열이 있었지, 아마?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그 생각을 짐작했다는 듯, 눈이 마주친 라피스―크로아첸이 씩 웃었다.
“맞아, 엘퀴네스였어.”
……누가 뭐였다고?
언젠가 카노스가 이와 같은 고백을 했을 때도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다. 농담이라면 나쁘고, 진담이래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었다. 확인을 구할 생각으로 엘뤼엔을 돌아보았다. 그라면 이 재미없는 장난을 끝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엘뤼엔 역시 심란한 표정이었다.
“사실이다. 유감스럽게도 내 바로 전대의 엘퀴네스였더군.”
“…….”
그냥 거짓말이라고 해주면 안 될까. 나도 모르게 멀거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지간하면 탓하고 싶지 않았는데, 잠들어 있다는 주신에게 묻고 싶었다. 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한마디로 말해서 내가 너희의 선배라는 거지. 어쩐지 유독 엘퀴네스한테 친근감이 느껴지더라니.”
“하하하, 진짜 개판이네.”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말이 돼? 어차피 정령왕일 거라면 다른 속성도 있잖아. 하다못해 블루 드래곤이었으면 내가 말도 안 해. 레드 드래곤에, 타고난 화기가 너무 강해서 목숨까지 갉아먹을 정도였다며. 그런데 왜 이프리트도 아니고 엘퀴네스 출신이야? 엘퀴네스가 대대로 성격파탄자였다는 걸 꼭 이렇게까지 증명할 필요가 있어?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진 않아. 너한텐 잘된 거 아냐? 나랑 헤어지기 싫어했잖아. 봐, 외모도 거의 그대로고 기억도 잃지 않았어. 앞으로도 날 계속 만날 수 있으니 안심이 되지?”
“오해할 만한 발언은 하지 말아줄래? 그렇게 말하니까 느낌이 좀 많이 달라져서 곤란하거든?”
“어쨌든 난 이제 신이니까. 앞으로 좀 더 존경과 사랑을 담아서 대하도록 해.”
“실례지만 신이 되면서 미치셨는지?”
“아까부터 반응이 너무 매정한 거 아냐? 그래도 널 지키다 죽기도 했는데.”
앗, 이렇게 나오는 건 반칙이지! 내가 주춤하자 그는 약점을 잡았다는 듯이 웃었다. 이거 앞으로 평생 우려먹을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는데. 착각이 아니겠지?
하지만 그의 얼굴에 걸린 미소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엘뤼엔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자, 그럼 이제 존경과 사랑을 받을 마신, 크로아첸? 신계로 돌아가서 업무를 속행하도록 하지.”
“…….”
얄미울 정도로 생글거리던 크로아첸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반대로 엘뤼엔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얼굴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네가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기다렸다. 정말 축하한다.”
“자, 잠깐! 나 아직 엘에게 할 말이…….”
“그건 업무를 마치고 와서 해도 늦지 않는다.”
“늦어! 내가 그 서류 산을 못 본 줄 알아? 그걸 다 끝내려면 족히 몇십 년은 더 걸릴 거라고!”
“그렇다면 더더욱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도 잘 알겠군. 판단력은 있는 것 같아 안심했다. 잡담은 그만이다. 이제 그만 가지. 엘, 급한 일부터 처리한 후에 다시 오마.”
“아, 으응. 나중에 봐, 아버지.”
“젠장! 난 이런 거 인정 못 해! 왜 내가 태어나자마자 일에 치여야 하는 건데!”
크로아첸은 강력히 저항했지만, 그의 뒷덜미를 붙잡고 끌고 가는 엘뤼엔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곧 두 신의 모습이 빛무리 속으로 삼켜졌다. 혀를 차던 트로웰이 나와 시선을 맞추곤 어깨를 으쓱였다. 이 순간 내가 떠올린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난 절대 신이 되지 말아야지.’
크로아첸 벨 바스타스. 새 마신인 그는 마계의 권한을 이어받게 되어 마신이라고 불리게 된 것뿐, 직함 자체가 마신이었던 카노스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 그래서 실제 직함은 전쟁과 파괴의 신이라고 했다. 참 지난 삶을 돌아보게 하는 조합이었다.
마신이 된 경위는 조금 안타까웠다. 원래는 엘뤼엔에게 이양될 상황이었는데, 그것만은 절대 싫었던 엘뤼엔이 막 태어난 크로아첸의 신력이 쓸만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떠넘긴 거였다. 갓 신이 되어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크로아첸은 마계를 받겠냐는 말에 좋은 건 줄 알고 고개를 끄덕이는 누를 범했고, 그걸로 코가 꿰였다. 현대와 과거를 비롯하여 늘 한가해 보이던 카노스에게 낚인 희생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제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 대단하긴 했다.
다행히 책임감도 있어서, 투덜거리긴 해도 제법 성실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계의 기운이 본격적으로 안정되면서 태어나는 알도 급증했다고 한다. 마왕인 아스도 덩달아 바빠졌다.
“새 마신님이 굉장히 부지런한 분인가 봐. 기도드리면 바로 응답이 와.”
“그래? 다행이네.”
“응, 대부. 신기해서 계속 기도했더니 자꾸 귀찮게 하면 죽여 버린다고 하셨어. 누구신지는 몰라도 역시 마신이 될 만한 분이라고 생각했어.”
대체 어느 부분에서 기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스는 만족한 것 같으니 다행이었다. 충격을 받을까 봐 차마 사실대로는 말해주지 못했다. 언젠가는 알게 될 테지만 당분간은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덮어두기로 했다.
새 마신 덕분에 기분이 좋아진 건 엘뤼엔도 마찬가지였다. 마계 때문에 포화 직전이던 업무가 반절은 줄었다고 했다. 다음에 보는 건 최소 한두 달 후일 거라 생각했는데, 불과 일주일 만에 얼굴을 비치게 됐을 정도였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크로아첸만 빼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이었다.
엘뤼엔이 다시 방문한 날엔 반가운 재회가 또 있었다. 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페르데스가 동행한 것이다.
“페르데스!”
“오랜만이야, 엘.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맑게 웃는 페르데스의 얼굴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과거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는 공허한 얼굴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었으니까. 카노스가 변명할 기회를 마련해주기는 했지만, 내가 상황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떨쳐내기는 어려웠다. 다시 만나면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알 수가 없었는데, 실제로 그 순간이 닥치니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런 나를 이해한다는 듯, 페르데스가 부드럽게 웃었다.
“상황은 대충 들었어. 설마 네가 과거로 갔을 줄이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시대라면 나와도 마주쳤을까?”
“응, 만났었어. 그런데 우선 사과부터 해야 할 거 같아. 미안해, 페르데스.”
“그게 무슨 말이야?”
“너한테 일어나는 일을 막아보려 했는데 잘되지 않았어. 오히려 그 일이 나 때문에 시작된 건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건넨 말에 페르데스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묻는 것에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상세히 설명했다. 아인 이드리스가 검술을 배우려 한 것도, 자꾸만 욕심을 키우기 시작한 것도 내게 경쟁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고. 기억에서 지워진 진짜 정황을 들은 페르데스가 이채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갑자기 검술에 매진하는 이유를 몰랐었어. 아무런 계기가 없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된 거였구나. 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건 본인의 선택이었지. 네 탓이 아니야.”
“하지만…….”
“마음 쓰지 마, 엘. 내겐 이미 전생이기도 하고, 벌써 몇천 년이나 지난 옛일이야. 오히려 내가 널 힘들게 했겠구나. 못난 모습을 보였어.”
“못나지 않았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미네르바는 한 번도 못나게 굴지 않았어. 언제나 늘 한결같이 아름다웠어.”
한 사람을 온 마음으로 사랑했고, 그 사랑에 헌신했을 뿐이었다. 배신당한 순간조차 상대를 원망하기보다 스스로 무너지는 걸 택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었다. 비록 그러지 못했지만.
자수정을 닮은 눈동자에 옅은 파동이 일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페르데스가 곧 미소지었다.
“고마워, 엘. 네 기억에 그렇게 남은 걸로 충분해.”
가장 행복해 보였던 그때만큼 환한 미소였다. 덕분에 나도 안심했다. 이제 정말 괜찮은 거구나. 괜찮아진 거야. 흘러가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건 인간사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도 언젠가는 이날을 편하게 돌이켜 볼 수 있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시 환하게 웃게 된 그를 보게 된 것만은 기뻤다.
이후에 우리는 에바스 에덴에서 작은 파티를 열었다. 내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축하하는 기념 파티였다. 이전처럼 트로웰이 특제주를 가져와 분위기를 달궜다.
“돌아온 걸 환영해, 엘!”
잔을 들며 외치는 말에 나 역시 축배를 들었다.
“다들 정말 고마워. 걱정 끼쳐서 미안해.”
“알면 됐어, 바보야.”
“이제 좀 괜찮으십니까?”
걱정의 시선을 숨기지 못하는 이프리트와 미네에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잔뜩 좁혀져 있던 이프리트의 미간이 한결 풀어졌다.
“그래, 그렇게 좀 웃고 살아. 우울하게 있는 거 너랑 하나도 안 어울려.”
“응, 그럴게.”
“그래도 확실히 네가 깨어나니까 정령계에 활기가 생겨서 좋네. 그동안 너무 칙칙했거든. 트로웰까지 자리를 비운 지난 5년은 정말 최악이었지. 이제 다신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 조마조마해서 어디 살 수가 있어야지.”
그러고 보니 이프리트는 벌써 두 번이나 아크아돈의 종말을 지켜볼 뻔한 거였다. 혀를 내두르는 것에 차마 변명할 말이 없어 머쓱히 웃었다. 트로웰도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계산으론 5년까진 아니었어.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오차가 더 벌어진 거지.”
“그래, 그렇다고 듣기는 했어. 대체 어디서 헤맸던 거야?”
“별로 상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군.”
단호히 잘라 대답한 건 엘뤼엔이었다. 정색하는 걸 보니 아주 불편한 시간을 보냈던 모양이다. 더는 거론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자 트로웰도 묘한 표정만 지은 채 대답을 아꼈다.
‘나도 궁금했는데. 나중에 슬쩍 물어봐야지.’
나중에라도 알려주긴 하겠지? 무심코 머리칼을 쓸어넘기는데 문득 손가락에 걸리는 게 있었다. 이게 뭔가 싶어서 잡아 당겨보니 끈 같은 것이 딸려왔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섞인 두 줄의 리본이었다.
“이건……?”
“뭐야, 그거 달고 있는 걸 이제야 안 거야?”
이프리트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정말 몰랐다. 정확히는 내 모습을 돌아볼 틈이 없었다. 깨어난 이후로 줄곧 주어진 현실에 적응하기도 바빴으니까.
“네 생일날 엘뤼엔이 선물한 거야.”
엘뤼엔을 바라보니 시선을 맞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트러졌군. 이리 줘라. 다시 달아주마.”
가까이 다가온 그가 내게서 끈을 건네받았다. 머리카락에 손길이 닿는데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을 만큼 기분이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물어볼 게 있는데.”
“그래.”
“전대 이프리트 말이야. 아버지랑 같은 시대의 이프리트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
잠시 멈칫한 엘뤼엔이 가볍게 대답했다. 조금 내키지 않은 어조였다.
“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알아보긴 했다. 소멸 후 환생의 궤도를 탔더군.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기록만 확인했다.”
“그렇구나. 아쉽네. 신이 되었으면 만날 수 있었을 텐데.”
엘뤼엔은 인세를 택했어도 강제로 신이 되게 하더니. 이프리트는 운 좋게 잘 피해 간 모양이다. 아니지, 이프리트까지 인세를 택하는 바람에 엘뤼엔 때는 강제가 된 건가. 여하튼 다시 보지 못하게 된 건 아쉬웠다. 그런데 이어진 말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미 만나긴 했다.”
“어? 만났었다고? 언제?”
설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났던 걸까? 그게 누구지? 그동안 만났던 사람 중에서 후보를 추려봤지만 도통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인간이었다면 샴페인 용병단 중에 있었을까? 설마 이사나나 알리사인 건 아니겠지. 생각의 회로가 점차 복잡해져 갈 때였다.
“하태진이란 이름을 가졌을 거다.”
한순간 머리가 멈췄다. 마침 리본을 마무리 지은 엘뤼엔이 나를 돌아서게 했다. 차분한 시선을 마주 보고서야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태진이가…… 이프리트라고?”
내 절친이었던 하태진? 내가 다쳐서 오면 나보다 더 속상해하던 그 하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