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queeness RAW novel - Chapter (96)
정령왕 엘퀴네스[개정판] 정령왕 엘퀴네스-96화(96/608)
제96화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를 맞이한 건 온통 새하얗게 변한 세상이었다. 오염되지 않은 하얀빛이 온 마을을 뒤덮고 있는 광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절경이었다.
하지만 감탄하기에 앞서 나는 암담함을 느꼈다. 잠깐 내리고 마는 거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더니, 그사이에 쌓인 눈덩이가 무릎을 넘어 허벅지까지 차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나나 라피스는 그렇다 치더라도, 인간인 이사나가 과연 이 눈길을 헤치고 무사히 산을 오를 수 있을까 싶었다.
“미안, 이사나. 나이아스들이 너무 신이 났었나 봐.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자중을 시켜둘걸.”
나는 한숨을 내쉬며 미리 자백했다. 본래 눈이 내릴 예정인 곳이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하게 쌓이게 된 건 순전히 내 영향이었다. 왕의 방문을 기뻐한 나이아스들이 더 활발하게 활동한 탓이었기 때문이다. 가는 곳마다 곧잘 있었던 일이라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그냥 내버려두었는데 바로 그게 문제가 됐다. 눈은 비와는 다르게 쌓인다는 사실을 그만 간과하고 만 것이다.
“난 괜찮아, 엘. 오히려 좋은데? 수도는 여기보다 온화해서 이렇게 눈이 쌓이는 걸 볼 기회가 많지 않거든.”
마음씨 착한 이사나는 나를 위로하듯 웃으며 말했다. 덕분에 잠시간 편해졌던 기분은 이어진 불퉁한 목소리 때문에 다시 급격히 가라앉고 말았다.
“좋긴 뭐가 좋아? 안 그래도 추워서 짜증나는데 저 치덕치덕한 눈덩어리까지 같이 끌고 가야겠어? 일을 왜 이렇게 만들어? 그래 놓고 사과는 왜 저 녀석한테만 하는데? 난 안 보여?”
당연한 말이겠지만 끼어든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라피스였다. 나는 발끈했지만 죄인의 심정이라 차마 대놓고 화를 내진 못하고 우물쭈물 변명했다.
“그, 그거야 눈이 이렇게 많이 쌓이면 가장 고생하는 건 인간인 이사나니까 그렇지. 라피스 넌 드래곤이면서.”
“흥, 드래곤은 뭐든 다 괜찮은 줄 알아? 나도 눈은 딱 질색이거든?”
“물은 괜찮으면서 눈은 싫다고?”
의아해져서 묻자 그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당연히 싫지. 미끄럽고 축축하고 차가운 게 좋을 리가 있겠어? 눈이 내리면 기온도 엄청 낮아진다고. 레드 일족과 추위는 상극인 거 몰라?”
“물도 상극이잖아.”
“……뭐, 솔직히 말하면 물도 썩 좋은 건 아냐.”
뭐야? 근데 나랑 계약은 왜 했는데?
뜻밖의 고백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계약해달라고 귀찮게 굴 땐 언제고 이제 와서는 물이 좋은 게 아니라고? 뭐 이런 녀석이 다 있지?
이런 내 기분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난 모양이다. 라피스는 잠시 얼굴을 찌푸렸다가 내키지 않는 듯이 설명했다.
“그냥 평범한 물을 말하는 거야. 널 말하는 게 아니라.”
“그 평범한 물이 바로 나거든요?”
“아니, 완전히 달라. 넌 그냥 물이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본질이지.”
“본질?”
“더위를 싫어하는 사람도 태양 빛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초월한 근원이자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고. 지상의 생물들 중에서 너의 상극이란 것은 존재할 수가 없어. 같은 근원인 이프리트라면 몰라도.”
“헤에, 그런가.”
듣고 보니 꽤 그럴듯한 말이라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자신감을 얻었는지 라피스의 얼굴이 다시 기고만장해졌다.
“난 어릴 때부터 그걸 찾고 있었어. 이 피부 밑에 흐르는 혈액까지 지배하는, 내 육체의 본질에 가까운 물을 말이야. 그게 물의 정령왕 엘퀴네스라는 걸 깨닫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 그냥 단순히 아무 물이나 좋았던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내가 아닌 다른 물은 상극이라 싫다?”
“그래, 바로 그거야.”
“그러면서 집에 호수는 왜 갖다 둔 건데?”
만약 이 순간 예전의 일을 떠올리지 않았다면 나는 깜빡 그의 말에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령왕의 머리는 기억력이 좋았다. 난 이전에 들었던 그의 요청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용암 지대에 사는 주제에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하고 싶다던 그 어처구니없는 희망을 말이다.
물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굳이 호수를 가져다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모순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행동인 만큼 나는 그가 적어도 당황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라피스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그냥 취미지.”
“취미이?”
내가 황당해하며 반문하자 그는 뭐가 문제냔 듯이 바라봤다. 나는 혈압이 오르는 것을 참으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이보세요. 방금 전까지 아무 물이나 좋은 게 아니라면서요.”
“맞아, 그래도 보는 것까진 괜찮거든. 청량감이 느껴지는 게 제법 기분 좋아서 말이야.”
“그게 바로 아무 물이나 좋다는 소리잖아!”
더 기가 막힌 건 그의 다음 반응이었다. 마치 어쩔 수 없이 응해준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닌가!
“거참, 알았어, 알았어. 앞으론 너만 좋다고 해줄게. 정령왕씩이나 돼가지고 질투하기는.”
“뭐어? 대체 왜 얘기가 그렇게 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그게 아니라……!”
“알았다니까. 두 번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어. 난 너랑 달리 눈치가 좋거든.”
이게 어디가 눈치가 좋은 거야! 너 설마 눈치랑 둔치의 뜻을 반대로 알고 있는 거 아냐?
기가 막히다 못해 뒷골까지 당겼지만 나는 더 이상 따질 수가 없었다. 제 할 말만 마친 라피스가 그대로 휙 문을 열고 나갔기 때문이었다.
“야! 너 어디 가는 거야! 거기 서! 내 얘기 아직 다 안 끝났다고!”
다급히 소리쳤지만 내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을 뿐이었다. 이미 굳건히 닫힌 문은 다시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저 자식, 혹시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니야?
그때 황망히 서 있는 내 어깨를 다독이는 손길이 느껴졌다. 멀거니 돌아본 곳에 있는 사람은 바로 이사나였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는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 음…… 엘, 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아까 그 대화는 조금 그런 느낌이긴 했어.”
“……내가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굳어가는 얼굴을 보았는지 이사나는 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만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힘내, 엘.”
“…….”
이 세상에 내 편은 없는 게 아닐까?
갑자기 트로웰이 보고 싶어졌다. 그것도 매우 엄청나게.
* * *
엘뤼엔의 신전이 있다는 오렌 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는 만년설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다. 처음 정보를 주었던 소년의 말대로 사시사철 겨울인 것이 원인이었다.
특이한 것은 정상만이 아니라 산의 입구에서부터 그렇다는 사실이다. 아주 까마득히 먼 옛날에는 꽃도 피고 나무도 울창한 평범한 산이었다는데, 어느 순간부터 새하얀 눈만 흩날리는 얼음산으로 변했다고 했다.
문제는 그 산이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이미 정보를 준 소년을 통해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막상 산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질릴 수밖에 없었다. 하늘 위로 치솟은 거대한 봉우리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까마득하게 높은 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몸에서 혼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이곳에 엘뤼엔의 신전이 있다는 거지?”
이사나 역시 암담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저 높기만 해도 힘든데 얼음 덩어리나 다름없는 바위와 눈 속을 헤치고 올라가야 하니 눈앞이 캄캄한 것이 당연했다.
“뭐야, 이 조악한 장소는. 신전이 아니라 자살 명소라도 되고 싶은 거 아냐?”
그리고 라피스는 안 그래도 불안한 심정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그 말에 차마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산은 매우 깊고 위험해 보였다. 그때 이사나가 무언가를 상기한 얼굴로 말했다.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새하얀 입김이 안개처럼 뿌옇게 흩어졌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들은 적이 있어. 엘뤼엔의 신전은 열악한 장소에만 세워진다고.”
“그, 그래?”
“응, 대부분 위험한 절벽 지대에 있다고 한 것 같아. 신력이 높은 사제가 많은데도 교파가 커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라고 들었어. 혹시 이것도 뭔가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그냥 엘뤼엔의 성격이 나쁜 것뿐이야.’
나는 차마 그렇게 대답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사실 그라면 찾아오는 신도가 귀찮아서라도 일부러 이런 장소를 선택하고도 남을 신이었다. 신도 수가 늘어나면 관리해야 할 것도 더 많아진다. 그의 입장에선 지금도 일이 산더미 같은데 거기서 더 일거리를 늘리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그 뒤 우리는 본격적으로 입산을 시작했다.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숲 안쪽은 전부 서리와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경사진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기둥까지 새하얗게 덧칠된 나무들 사이로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날 만한 비탈길이 나 있었다. 아마 신전을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길인 듯했다.
라피스를 필두로 우리들은 천천히 길을 따라 걸었다. 혹시 중간에 이사나가 뒤처지는 일이 없도록 내가 가장 후미에 선 상태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전혀 다른 공간에 들어온 듯 생경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정확히 어디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지점을 벗어나면서부터 몸을 감싸는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뭔가 설명하기 힘든 이질적인 기운이 천천히 주위를 장악하는 느낌이었다.
‘뭐지? 신전의 영향인가? 하지만 신력과는 다른 느낌인데…….’
주위를 둘러보아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단순한 기분 탓이라고 하기엔 찝찝한 느낌이 너무 심했다.
“저기…….”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내 눈에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있는 이사나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조금 전보다 더 몸을 감싸고 있는 건가? 추위를 타다 보면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왠지 갈수록 더 심하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이사나?”
“으응, 확실히 산 안이라 그런지 너무 추운 것 같아.”
“그래? 바깥이랑 기온 차가 그리 심한 것 같진 않은데.”
무심코 이사나의 손을 잡아본 순간 나는 잠시 얼굴을 굳혔다. 바짝 굳어진 손이 냉골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얼음을 만지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이랬어?”
“으음, 잘 모르겠어.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추워져서…….”
이사나는 떨림을 멈추지 못하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말라붙은 입술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사람의 체온이 너무 높아도 문제가 되지만 낮아지는 것 역시 위험한 일이다. 이미 이사나의 체온은 정상인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때 우리가 뒤처지는 것을 느꼈는지 라피스가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뭐야, 왜 그래?”
“라피스, 아무래도 이사나를 데리고 산을 오르는 건 무리겠어. 몸이 얼음장 같아.”
“뭐? 고작 이 정도 기온에?”
그는 노골적으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내가 생각해도 좀 당황스럽기는 했다. 낮은 온도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온이 떨어진 건 분명한 사실이었고, 무엇보다 이사나가 이런 일에 엄살을 피우는 성격인 것도 아니었다.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아, 혹시 그것 때문인가?”
“그거라니?”
“조금 전부터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거든. 마치 공간이 바뀐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산 밖과는 기류가 조금 다른 것 같은 느낌이…….”
“기류?”
라피스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표정이 빠르게 변했다. 그는 미간을 왕창 찡그린 채 나직이 혀를 찼다.
“젠장, 어떤 할 일 없는 놈이 이런 쓸데없는 짓을…….”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곳만 공간이 바뀐 것 같다고 했지? 그 말이 맞아. 누가 산 전체에 마법을 펼친 거다.”
“마법?”
“공간 장악 마법의 일종이야. 마법이 걸려 있는 공간의 계절을 전부 겨울로 만드는 거지. 보통 이런 짓을 할 만한 건 실버 놈들밖에 없어. 녀석들은 눈과 얼음 속에 사는 걸 좋아하거든. 하지만 드래곤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선 이미 오래전에 레어를 옮긴 모양이군. 떠나면서 마법을 해지하지 않은 거야.”
“헉! 그건 생태계 파괴잖아!”
마법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나는 산을 일부러 못 쓰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내 모습에 라피스가 가볍게 실소했다.
“누가 정령왕 아니랄까 봐 자연 환경부터 가장 먼저 챙기는 거냐?”
“당연하지! 그건 내 의무기도 하다고!”
“뭐, 걱정하지 마. 이런 종류의 마법은 실제로 날씨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느끼게끔 만드는 일종의 환각 계열이거든. 딱히 생태계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야. 아니, 어떤 의미에선 인간의 발길을 막아줄 테니 오히려 식물들에겐 최적의 환경일지도 모르지.”
“환각 계열?”
“그래, 게다가 수준이 별로 높은 편도 아냐. 너나 내가 마법에 걸리지 않은 게 바로 그 증거지. 지금이 겨울이라 그렇지, 아마 여름에 왔다면 넌 이곳이 왜 만년설이라 불리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다.”
“헤에, 그렇구나. 어라? 그치만 여기가 평소보다 기온이 더 낮은 건 맞는 것 같은데?”
“그건 여기만이 아니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걸? 누구의 정령들이 어제 밤새도록 눈을 퍼부은 덕분에 말이지.”
“…….”
정곡을 찔린 기분에 나는 잠시간 입을 다물었다. 괜히 스스로 땅굴을 파고 기어 들어간 기분이랄까. 나는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흠흠, 아무튼 지금 이사나가 지나치게 추위를 느끼는 이유가 마법 때문이라는 거지?”
“그래, 환각에 의한 암시에 걸린 거다. 인간은 정신력에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니까. 아마 추울 거란 생각을 너무 지나치게 한 게 원인이 된 거겠지. 여기서 얼어 죽었다는 놈들은 대부분 그런 경우일걸?”
“윽, 그럼 어떻게 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암시로 생긴 현상은 암시를 풀면 그만이야. 이것이 환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지. 하지만 인간의 의지력으로는 스스로 암시를 벗어나는 게 쉽진 않을 테니 이 경우에 해결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군.”
“그게 뭔데?”
“이번엔 따뜻해졌다는 암시를 주는 거야. 더 강한 암시를 덧씌움으로써 기존의 암시를 없애는 거지.”
“그걸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정말이지 귀찮은 동행자로구만. 기다려 봐.”
라피스는 살짝 한숨을 내쉬더니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손 위에서 순식간에 새파란 불꽃이 타올랐다. 레드 드래곤은 화기를 타고난 종족이라더니 자유자재로 불을 다루는 것도 가능한 것 같았다. 다음 순간 그는 그것을 이사나의 눈앞으로 불쑥 들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