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05)
마법을 품다 (105)
래리와 함께 검술을 수련하기를 한 달.
로딘은 프루발 환영 수업의 2시 수업을 끝냈다. 앞으로 들을 3시 수업은 무려 룬어 수업이었다.
그리고 다시 2개월이 더 흘렀다.
“하아.”
룬어는 어렵다. 세상에는 모든 룬어를 아는 사람은 1명도 없다. 4대 마탑이라 하더라도 아는 룬어는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로딘은 눈앞에 룬어 3개를 나란히 적어서 펼쳐 놓았다.
“어이가 없네. 이게 다른 룬어란 말이지.”
그냥 보면 같은 룬어였다. 60획이 넘는 복잡한 글자이긴 하지만, 누가 봐도 같은 룬어처럼 보였다.
하지만 왼쪽의 획과 오른쪽의 획의 길이가 미묘하게 달랐다. 그냥 봐서는 구별이 안 될 정도의 차이였다.
왼쪽의 획이 아주 조금 더 긴 룬어, 왼쪽과 오른쪽의 획의 길이가 같은 룬어, 오른쪽 획이 조금 더 긴 룬어.
겨우 이 정도 차이로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
하나는 깊은 어둠, 하나는 추위에 떠는 상태, 하나는 오래된 발자국이라는 뜻이었다.
비슷한 생김새임에도 통일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에혀, 대체 룬어는 누가 만들었나?”
모두에게 칭송받는 성군이 룬어 같은 글을 만들어서 익히라고 국민들에게 배포한다면?
“칭송했던 과거는 까맣게 잊고 뒈지게 욕하겠지. 이딴 걸 글자라고 만들었냐고.”
황당하지만, 그래도 로딘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미묘한 차이를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프루발의 환영 수업을 통해 매일 배우는 룬어는 대략 40자에서 50자였다. 미묘한 획 차이가 있거나, 지나치게 복잡한 룬어가 튀어나오면 30자 이내로 줄어들 때도 있었다.
대신 로딘은 한번 기억한 걸 어지간해선 잊지 않았다.
비록 매일 익히는 룬어의 개수는 적지만, 어찌 됐든 룬어 지식은 매일매일 늘어나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프루발의 환영 수업을 멈추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저녁 식사 때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 있었다.
“제나.”
[예, 마스터. 오늘도 책을 읽나요?]“응.”
로딘은 아공간 팔찌에서 책을 꺼냈다. 동시에 전투 인형 제나를 소환해서 옆에 두었다.
지하의 공간에서 탈출한 지 반년.
로딘은 매일 책을 꺼내 읽었다. 그때마다 제나와 카리스, 2명 중 1명은 소환했다.
둘은 당시의 언어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선생이었다. 친절하고 뛰어난 선생은 아니지만, 로딘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마도 제국이라…….”
[당시엔 제국이라고 불렀어요.]“알아. 우린 당시의 시대를 마도 제국이라고 부르거든. 그 시기만큼 마법이 발전하지 못해서.”
매일 책을 꺼내 읽으면서, 모우드 황무지의 지하 유적이 마도 제국의 황녀 중 1명이 만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그녀가 마나를 느낄 수 있는 특이한 체질임을 알 수 있었다.
“나하고 비슷해.”
감각의 정도 차이는 있었다.
마도 제국의 황녀는 마나를 느꼈지만, 로딘처럼 세밀하게 조종하진 못했다.
그저 마나라는 에너지가 있고, 그 마나를 이용하면 마력을 이용하는 것과는 다른 형태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하지만 황녀는 마도 제국에서 어지간한 건 다 할 수 있는 위치였다. 황제가 ‘안 돼.’ 하고 막지 않는 이상 그녀는 마도 제국 내에서 못 하는 일이 없었다.
그녀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서 마나를 세밀하게 조종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다. 연구·제작에 걸린 시간만 24년이었고, 들인 돈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어찌 됐든 제작에 성공했고, 그 장치를 이용해 많은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내가 몸으로 때우는 걸 돈과 권력으로 해결한 거야.”
딱히 부럽진 않았다.
마도 제국의 황녀, 이름이 엘라네리엔인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도 다 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은 무리였다. 마법 경지의 차이가 커서, 엘라네리안 황녀가 만든 아티팩트는 로딘이 흉내조차 낼 수 없었다.
엘라네리엔 황녀는 마나를 보는 특이 체질일 뿐 아니라, 마력 재능 면에서도 엄청난 천재였다.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9서클 마법사에 올라서, 당시 마도 제국 전역을 놀라게 했다.
엘라네리엔 황녀가 살았던 그 시기에 마도 제국의 역사가 5,100년 정도였는데, 엘라네리엔 황녀가 9서클에 오른 속도가 역사상 10번째로 빨랐다고 했다.
“아무리 역사가 5,100년이었다지만, 엘라네리엔 황녀보다 더 빨리 9서클에 오른 사람이 9명이나 있다니.”
책에 적힌 기록인데 도통 믿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9서클이라는 경지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예전에 이런 기록을 봤다면 허구로 치부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하 유적지에서 나오며, 8서클 마법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했다.
아무튼 현시대에도 8서클 마법사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마법 수준이 훨씬 높았던 고대 마도 제국 시절에 9서클 마법사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종말 얘긴 좀 이상한데.”
엘라네리엔 황녀가 엄청난 양의 책을 아공간 팔찌에 넣어 둔 이유가 종말을 앞둔 최후의 대비였다는 내용이 책에 적혀 있었다.
“이상하단 말이지. 종말은 없었는데. 제나, 종말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
[예. 저와 카리스는 그전에 유적에 들어갔어요.]고대 마도 제국의 마지막이 무려 5,000년 전의 과거라서 기록이 많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마도 제국이 무너지고 불과 수십 년 후에 세워진 왕국이 여럿 있다는 기록은 남아 있었다.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다는 건 세상이 망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그런데 망한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
마도 제국의 유산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무려 5,000년 전에 멸망했으니 없는 게 당연하다 싶지만, 그건 현시점에서 봤을 때의 얘기였다.
마도 제국 직후에 세워진 왕국들도 마도 제국의 지식을 거의 이어받지 못했다는 게 이상했다. 심지어 마도 제국의 위인이라든가 황제의 이름, 황도를 부르는 호칭 같은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또 마도 제국과 그 이후에 세워진 국가들이 사용한 언어도 완전히 달랐다. 유사성을 찾아봐야 5%나 될까? 그 정도로 낯선 언어였다.
전 왕조가 무너졌다고 새로 세워진 모든 왕국에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서 사용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그건 너무 비효율적인 짓이었다.
“프루발이 저지른 짓인가?”
로딘은 환영 수업과 마도 제국의 책을 읽었지만, 아직도 마도 제국과 프루발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
분명히 두 세력이 남긴 기록에 서로가 언급되긴 했는데, 세세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카리스와 제나도 프루발의 존재만 알지, 그들에 관해서 자세히 몰랐다.
“두 세력이 같은 시대에 존재한 건 분명한데. 답답하네.”
의문을 접고 책에 집중했다. 옆에서 제나가 책을 읽어 주면서 머릿속으로 뜻까지 함께 전해 줬다.
한 단계를 거쳐서 책을 읽는 거라, 속도가 좀 느리긴 했다. 그래도 책장은 착실하게 1장씩 넘어갔다.
“난 언어학자가 될 팔자인가?”
살면서 언어를 참 많이 익혔다.
특수군 양성소에 들어가자마자 대륙 공용어를 배웠다. 며칠 걸리진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 후에는 도서관의 책을 보면서 여러 시대, 여러 왕국의 고대어를 익혔다.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서 억지로 단어를 끼워 맞춰야 했고, 그래서 완벽히 익혀 낸 언어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익힌 언어의 개수만 보면 수십 개였다.
특수군 양성소를 나와서는 프루발의 보물을 얻어서, 프루발이 사용한 언어와 글자를 배웠다. 회중시계와 교재가 입력된 반지가 있어서 배움은 꽤 완벽했다.
대륙 공용어와 함께 능숙하게 대화가 가능한 두 번째 언어가 프루발의 언어였다.
그리고 이번에 제나와 카리스에게 배우고 있는 언어가 3번째였다. 그것도 현재의 마법사들이 마법의 최전성기라고 부르는 마도 제국 시절의 언어였다.
“제나, 고생했어.”
[쉬시게요?]“응. 머리가 띵하네. 고마워.”
[아니에요.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꽉 막힌 카리스보단 제가 낫잖아요.]로딘은 지금까지 제나와 카리스를 번갈아 가며 소환했다. 절대로 1명을 2번 연속 소환하지 않았다.
물론 로딘도 카리스보단 제나를 부르는 게 편했다. 훨씬 친절하기도 하고.
하지만 전투 ‘인형’임에도 둘은 각자의 개성을 가진 존재였다. 왠지 차별하면 1명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았다.
“후우.”
로딘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1층으로 올라오자마자 뛰었다. 넓은 정원 외곽을 뛰면서 몸에 중력 마법도 걸었다.
“확실히 몸이 변했어.”
지하 유적지에서 신체를 재구성한 이후, 육체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다. 3급 검사와 비교해도 크게 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건 검술을 수련하면서 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래리에겐 미안하지만, 검술을 익히는 속도가 래리보다 더 빨랐다. 오러를 따로 안 익혀서 한계야 분명히 있겠지만, 몸으로 하는 것만은 자신이 래리보다 나았다.
“음?”
한참 달리고 있던 로딘이 걸음을 멈췄다. 시선은 멀리 정문이 있는 쪽에 고정되었다.
“무슨 일이지?”
밖에서 장을 보고 돌아온 마가렛과 매튜의 표정이 심각했다. 옆에 마차를 세워 두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얼마 전부터 집에서 말을 기르기 시작했다. 말은 모두 5마리였고, 마가렛과 매튜를 위해 마차도 1대 샀다.
매튜는 기왕 할 거 제대로 하겠다면서, 꽤 유명한 말 사육사에게 교육도 받고 있었다. 교육을 받겠다면서 허락을 구하기에, 아예 교육비까지 다 로딘이 내 주기로 했다.
아무튼 교육도 받고, 집안일도 하는 매튜는 항상 바빴다. 잠은 제대로 자나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런데도 어머니인 마가렛이 외출할 때는 항상 따라나서는 효자였다.
“마가렛! 매튜! 무슨 일 있어요?”
“아! 사장님.”
“그게……, 그…….”
“무슨 일인데요? 얼굴을 보니까 심각한 일 같은데.”
“리치몬드 후작님이 돌아가셨답니다.”
“예?”
리치몬드 후작은 무려 7급 검사, 즉 마스터였다. 올해 나이는 무려 77세. 적은 나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마스터가 되는 과정에서 신체 재구성을 거쳤을 테니 수명도 엄청나게 늘어났을 것이다. 최소 20년, 몸 관리를 잘한다면 40년은 더 살 수 있었다.
“전쟁 중에 돌아가셨대요.”
“전쟁이면 서대륙 전쟁이겠죠? 흐음, 잉그렘 제국에 7급 검사를 죽일 만한 강자가…… 있긴 있겠네요.”
잉그렘 제국에는 원래 마스터에 이른 검사가 없었다. 6데나급 검사는 많지만, 단 한 발짝이 부족해서 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페리오스 백작이라는 사람이 마스터에 올랐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스터가 된 후, 작위가 올라서 후작위에 올랐다고 했다.
로딘은 함레스 협곡에서 함정으로 죽일 뻔했던 상대가 페리오스 백작이라는 걸 짐작조차 못 하고 있었다.
당시에 페리오스 백작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치유 마법사들도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릴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가족들이 임종을 보기 위해 의식이 없는 페리오스 백작을 찾아왔을 즈음, 느닷없이 페리오스 백작의 몸이 빠르게 붕괴하더니 다시 회복되기 시작했다.
마스터라면 모두가 겪는다는 신체 재구성이었다.
“예. 그 페…… 뭐라는 사람하고 다른 검사들의 함정에 빠졌대요.”
“흐음. 소문이 꽤 구체적으로 도네요.”
“시장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리치몬드 후작이 죽은 건 사실 꽤 오래된 얘기였다. 벌써 1개월이나 지났고, 후작령에 알려진 시기도 10일 전이었다.
하지만 워낙 큰일이라 쉬쉬했었는데, 어쩌다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이 친한 사람에게 퍼트렸다. 그 한 사람은 또 아는 사람에게 퍼트렸고,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다.
아는 사람이 3명만 되어도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닌 법.
지금은 리치몬드 후작의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퍼져 나간 상태였다.
“흐음.”
“아, 참. 이럴 때가 아니지. 매튜, 좀 도와라. 식재료부터 바로 옮겨야겠어.”
“예.”
마가렛과 매튜가 식재료를 옮겼다. 로딘도 마법으로 둘을 도왔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리치몬드 후작의 죽음이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
‘아들도 6급 검사라고 했지. 당장 큰일이 생기진 않을 거야. 하지만.’
로딘의 시선은 어느새 동쪽으로 향했다. 엄청난 양의 책을 가져온 지하 유적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곧 화산이 터질 텐데.’
마나를 흡수하기 위해 유적의 벽에 새겨져 있던 마나 저장 마법진을 지웠다. 지금은 마나를 흡수하는 족족 외부의 용암을 막는 데 쓰고 있을 테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버틸 수는 없었다.
‘길어야 반년인데.’
식재료 정리를 끝내고 로딘은 다시 연공실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프루발의 보물이 들어 있던 상자를 꺼내 꼼꼼히 살펴봤다.
“내가 구현해 낼 수 있을까?”
로딘이 아티팩트에 담으려는 마법은 상태 보존. 프루발의 보물을 담은 상자의 기능이기도 했고, 지하 유적지의 사방 벽에도 같은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낯선 마법은 아니었지만, 쉽게 구현할 수도 없었다. 상태를 보존하는 마법이 무려 7서클이었기 때문이다.
“잘하면 될 것도 같은데.”
로딘은 아공간 팔찌에서 스태프 하나를 꺼냈다. 작년, 엘로브 위원을 죽이고 그의 집 지하에서 찾은 스태프였다.
머리에 달린 구슬. 오브는 잉그렘 제국의 추격대를 처리할 함정에 썼다. 지금은 몸체를 이루는 나무만 남았는데, 그간은 쓸 곳이 없어서 방치하고 있었다.
스태프와 함께 있던 요리사 조각상은 야영 때마다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나 설거지가 필요 없는 조리 도구는 여행 중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어서 정말 쓸 만했다.
하지만 스태프는 정말로 애물단지였다. 아공간 팔찌가 생긴 후에는 좀 낫지만, 그전에는 항상 배낭에 꽂혀서 길쭉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아로바인은 마력을 잘 받지. 아슬아슬한 수준이니까, 넘길 수도 있을 거야.”
로딘은 6서클의 극에 다다른 상태였다. 7서클까지는 그야말로 딱 한 걸음 남았다고 볼 수 있었다.
반면 상태 보존 마법은 7서클 마법 중에서는 기초에 속하는 마법이었다. 지금의 로딘에겐 닿을 듯 말 듯 한 마법인 셈이다.
“될 것도 같은데.”
스태프의 몸체를 이루는 아로바인은 마력을 유독 잘 받는 파란 색깔의 나무. 내구성이 약해서 원래부터 스태프의 몸체로는 어울리지 않았다.
고대의 서적에도 아로바인은 움직이지 않고, 충격받을 일 없는 아티팩트에 주로 쓰였지, 내구성이 중요한 아티팩트를 제작할 때는 쓰이지 않았다.
“어떤 게 나을까?”
같은 상태 보존 마법이지만, 프루발의 아티팩트에 새겨진 마법진과 지하 유적지에 새겨진 마법진은 달랐다.
훨씬 효율적이고 세련된 방식은 프루발의 상자. 하지만 이건 너무 수준이 높아서 오히려 따라 하기 어려웠다.
“결국 지하 유적지에 있는 마법진을 흉내 내야 하는데. 되려나?”
지하 유적지의 벽에 새겨진 마법진은 마나가 기반이었다. 특별한 체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아예 볼 수 없는 만큼 들키지 않고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대신 단점도 명확했다. 초반에 마나의 움직임을 유도하려면 상당히 많은 마나석이 필요했다. 마력 기반의 마법진보다 족히 2배의 마나석은 준비해야 가능성이 있었다.
“실패도 하면 안 되는 도전이네.”
스태프의 몸체였던 아로바인 나무는 다른 곳에서 구하기 어려웠다. 오직 마수림의 깊숙한 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희귀 재료라, 마수림과 인접한 서대륙에서도 보기 힘들었다.
로딘은 사람을 쓰지 않고, 직접 상업 지구로 나갔다. 그리고 마법 물품 상점에 들러서, 상급 이상의 마나석과 마나 전도성이 뛰어난 마력 실을 싹 긁어 왔다.
“오랜만에 떨리네.”
로딘의 집에는 창고가 2곳 있었다. 마가렛과 매튜가 식재료 보관용으로 쓰는 창고와 그 외의 모든 물건을 모아 둔 창고였다. 마차 역시 ‘모든 물건’에 포함되었다.
로딘이 식재료가 아닌 ‘모든 물건’이 보관된 창고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안이 훨씬 넓었다. 예전에 공간 확장 마법을 새겨 뒀기 때문이다.
로딘은 마차를 포함해서 큼직한 것들을 창고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 벽을 돌면서 예전에 만든 확장 마법을 깡그리 지워 버렸다.
확장 마법이 풀리자, 창고의 공간이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큼직한 물건들을 미리 빼놓아서, 물건끼리 부딪치고 망가지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작해 볼까?”
이미 상태 보존 마법의 설계도는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그 외에 복합적으로 새길 마법진도 이미 구상해 놓았다.
로딘은 전체적인 구도에 맞게 마법진을 하나하나 새기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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