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06)
마법을 품다 (106)
사면에 모두 마법진을 새길 필요는 없었다. 로딘에겐 이미지 저장과 인쇄 마법이 있었다. 한 면만 완벽하게 새기고 이미지를 저장한 후, 다른 면에 인쇄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그 한 면을 새기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창고에 공간 확장 마법을 새길 때도 꼬박 이틀이 걸렸다.
5서클인 공간 확장 마법도 힘들었는데, 하물며 7서클 상태 보존 마법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여러 마법을 복합적으로 새길 생각이었다. 난이도는 당연히 몇 배로 뛰어올랐다.
“후우, 힘들다. 힘들어.”
로딘은 이마에 땀을 닦으며 마법진을 죽 돌아봤다. 며칠 동안 공들인 흔적이 벽면에 가득했다.
한 면을 다 새기는 시간만 딱 11일이 걸렸다. 재료 문제로 재시도가 어려운 만큼 검토에도 3일이라는 시간을 썼다.
정확히 14일 만에 상태 보존 마법진과 공간 확장 마법진, 거기에 마나 집적 마법진과 마나 저장 마법진까지.
복합적인 모든 마법진을 완성했다. 마나의 유동을 일으킬 상급 마나석 10개도 중앙에 쌓아 놓았다.
“제발. 제발. 액티베이션.”
공들여 새긴 마법진을 가동했다. 벽면 전체에 희미한 빛이 어렸다.
공간 확장 마법진이 가동되면서 앞뒤와 상하좌우가 동시에 멀어졌다. 전보다 더 넓어졌다. 이전에는 2배의 확장이었는데, 지금은 4배 이상으로 공간이 확장되었다.
마나 집적 마법진이 주변 마나를 끌어모았다. 마법진에 이끌린 마나는 마나 저장 마법진의 영향을 받아 고였고, 고인 마나는 창고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보존했다.
“됐다.”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 같았다. 하지만 진짜 성공인지 아닌지는 물건을 보관해 봐야 알 수 있었다.
“마가……, 아니다. 이런 일은 직접 해야지.”
로딘은 먼저 창고의 모든 물건을 바깥으로 빼냈다. 그리고 옆에 붙은 식재료 창고를 열어서, 식재료를 새로 개조한 창고로 옮겼다.
식재료를 새로 살 때가 된 건지, 남은 식재료가 그리 많지 않았다. 1시간도 안 되어서 모든 식재료를 새로운 창고로 옮길 수 있었다.
“마……, 어? 넌 여기서 뭐 하냐?”
“로딘 오빠 구경하러 왔는데. 다 끝났네?”
“응. 다 끝났어.”
“오빠. 근데 뭐 한 거야? 창고는 왜 다 열어 놨어?”
비앙카가 두 창고를 들락거리며 벽면을 쓰다듬었다. 손끝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해?”
“오빠. 창고를 아티팩트로 만든 거 아냐? 근데 왜 마법진이 없지?”
“후후후, 나만의 비전이지.”
비앙카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마나를 느끼지 못했다. 마나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사방에 가득한데, 비앙카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잉. 멋이 안 나잖아.”
“멋?”
“응. 마법진이 막 요렇게 복잡하게 보여야 멋있지.”
“마법진이 보이지 않을 때 이점도 있어. 남들이……, 아니다. 넌 그렇게 생각해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실제로 비앙카처럼 마법진의 모양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았다.
일반인은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마법사들도 상당수는 마법진을 더 복잡하고 멋지게 그리려고 노력한다. 마법진의 모습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여기는 것이다.
“오빠. 나도 배우면 안 돼?”
“뭘?”
“아티팩트 제작하는 거. 나도 해 보고 싶어.”
“구체적으로 어떤 아티팩트? 네가 배울 수 있는 거라면 가르쳐 줄게.”
비앙카의 룬어 습득 수준은 평범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수준이었다.
게다가 마법의 경지는 아직 1서클. 어차피 만들 수 있는 아티팩트는 한정되어 있었다.
“포션을 만들고 싶어.”
“포션……, 상처 치유 포션은 힘들어. 그건 2서클 마법사는 되어야 시작할 수 있어.”
“난 병 고치는 거. 그거 배울래. 그래서 마가렛 할머니 낫게 해 줄 거야.”
“응? 마가렛이 아파?”
로딘은 마가렛이 아픈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오늘 아침 식사도 여전히 맛있어서, 환자라는 생각은 전혀 못 했다.
“응. 어제 몸에 열이 막 났어. 손이 뜨거웠어. 그래서 내가 물을 만들어서 수건을 적셔 줬어.”
“그래? 아침 식사는?”
“매튜 아저씨가 했어. 매튜 아저씨도 요리 잘해. 근데 마가렛 할머니가 더 잘해.”
“매튜가 했구나. 난 몰랐네. 똑같이 맛있어서.”
로딘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치고는 미각이 예민한 편은 아니었다. 일정 수준 이상이면 다 맛있게 느꼈다.
“오빠, 가르쳐 줄 거야?”
“그래. 질병 치유 포션은 1서클 때 배울 수 있으니까 가르쳐 줄게.”
포션을 아티팩트로 보느냐 마느냐는 의견이 분분했다.
마법사가 아니면 마력을 주입할 수 없으니, 아티팩트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특수군 양성소에서 포션을 아티팩트로 봤고, 대부분의 마탑도 포션을 아티팩트의 한 종류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진을 새기지 않으니, 아티팩트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만만찮게 많았다. 4대 마탑 전부가 포션을 연금술의 한 갈래로 볼 뿐, 아티팩트는 아니라고 여겼다.
로딘은 그게 뭐가 중요하냐는 쪽이었다. 아티팩트로 분류하든 말든, 어차피 달라질 게 없었다.
“진짜? 가르쳐 줄 거지?”
“응. 가르쳐 줄게. 일단 가자.”
“어딜?”
“마가렛 만나러. 아프다면서?”
로딘은 성큼성큼 걸어서 마가렛과 매튜가 사는 별채로 걸어갔다.
비앙카가 거의 뛸 듯이 따라오더니, 소매를 잡았다.
“오빠, 왜 이렇게 빨라? 래리 오빠하고 검술 훈련하더니, 더 빨라졌어.”
“그래? 좀 천천히 갈게. 그나저나 래리는?”
“칼 고치러 대장간에 간댔어. 곧 올 거야.”
“그래.”
걷다 보니, 어느새 마가렛이 있는 별채였다.
매튜가 고기 수프를 끓여서 들어가다, 입구에서 로딘과 마주쳤다.
“사장님이 여긴 어쩐 일로?”
“마가렛이 아프다면서요? 좀 보러 왔어요. 고칠 수 있으면 고치고요.”
“그……, 감기 같은 건데. 마법으로 치료가 됩니까?”
“아마도 될걸요. 설사 치료가 안 되더라도 증상은 약하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어둡던 매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급하게 문을 여는 매튜의 손놀림이 바빴다.
매튜가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니, 마가렛이 이마에 수건을 올린 채 자고 있었다.
“감기라고요?”
“예. 아닙니까? 감기 같은데요. 요즘 영지 전체에 감기가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로딘은 마가렛의 몸에서 희미하게 저주의 기운이 담긴 흑마력을 느꼈다. 상당히 은밀해서, 로딘 정도가 아니면 바로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였다.
“으음. 좀 살펴볼게요.”
“예. 사장님.”
“트루 아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몸속부터 확인했다. 특별히 몸에 뭔가 이물질이 들어가진 않았다.
대신 체온이 상당히 높았다. 이 정도면 비앙카가 뜨겁다고 느낄 만했다.
“으음.”
“왜요? 심각한 병입니까?”
“조금만 더 살펴볼게요.”
로딘은 이번에는 마력을 넣어서, 몸에 걸린 저주를 분석했다.
공격성은 약했다. 질기긴 했지만, 이 정도는 개인이 가진 자연 치유 능력으로 충분히 회복될 수 있었다.
‘노인이나 아이가 문젠데.’
마가렛은 나이가 적지 않지만 자연 치유 능력이 이 정도 저주를 못 이길 만큼은 아니었다. 건강한 상태였다면 저절로 이겨 냈을 터였다.
한데 운 나쁘게 진짜로 감기에 걸려서 저항력이 떨어졌을 때, 저주에 당했다. 일단 저주로 몸이 약해지니, 저주가 더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사장님?”
“병이 아니라…… 저주 같은데요. 당장은 고열 정도지만, 시간이 흐르면 탈진, 무력감을 느낄 거예요. 최종적으로는 몸이 말라 가며 죽을 테고.”
“예? 저주라고요? 엄마가 저주에 걸렸다고요?”
“치료는 쉬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퓨리피케이션.”
로딘은 룬어를 짧게 영창하고 수인까지 사용해서 6서클 퓨리피케이션을 펼쳤다.
로딘의 손에서 시작된 정화의 기운이 마가렛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단 몇 초 만에 저주가 깨끗하게 사라졌다.
마가렛의 몸에 있는 저주 정도라면, 3서클의 클린 업 마법으로도 충분했다. 털고 일어나는 데 3~4시간 걸리겠지만, 치료 자체는 쉬웠다.
하지만 마가렛은 이 집안에서 중요한 사람이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래리와 비앙카를 정신적으로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6서클 마법을 썼다. 몸에 작은 후유증도 남지 않게 조치했으니, 1시간 안에 털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끄으으…….”
정화로 저주를 씻어 내자마자, 마가렛이 눈을 떴다. 여전히 멍한 듯 초점이 흐릿했다.
“한숨 더 자요, 마가렛. 슬립.”
막 깨어났던 마가렛이 다시 눈을 감았다.
매튜가 잠깐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나쁜 상황이 아님을 알고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런데 이런 환자가 많다고요?”
“예. 이 근처에만 감기 환자가 5~6명은 됩니다. 영지 전체로 보면 더 많고요.”
“흐음. 좀 알아봐야겠네요.”
밖으로 바로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저주 문제보다 지금은 원래 하려던 일을 하는 게 우선이었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매튜, 잠깐만 저하고 좀 어딜 가죠.”
매튜를 이끌고 이번에 새로 만든 창고로 향했다. 비앙카도 쪼르르 따라와 옆에 붙었다.
“창고를 좀 개량했어요.”
“어떤 식으로요?”
“안으로 들어가 보세요. 왼쪽 말고 오른쪽이요.”
“예. 사장님.”
매튜가 원래 온갖 것들을 다 보관하던 오른쪽 창고를 열었다. 정면과 좌우에 가지런히 세워진 선반과 그 위에 놓인 식재료가 보였다.
“와! 엄청나게 넓어졌네요. 그런데 식재료를 왜 이곳으로 옮긴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여기에 마법을 더했어요. 상태 보존 마법이라는 건데, 쉽게 말하면 식재료가 상하지 않는 마법이에요.”
“로딘 오빠. 와! 이런 걸 만들고 있었어?”
“사장님. 그런 마법이 진짜로 있습니까?”
비앙카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매튜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태 보존 마법.
모두가 바라는 마법이었다. 집에서 살림하는 사람뿐 아니라, 상단의 주인이나 식료품점의 상인들도 이런 마법이 있다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살 게 분명했다.
“여기 외에 또 만들긴 어려워요. 이젠 재료가 없어서. 아무튼, 앞으로는 이곳을 식재료 창고로 사용하세요. 상태 보존 마법은 문이 열렸을 때, 안에 사람이 있을 때는 멈춥니다. 그러니까 문을 열어 놓는 시간과 안에 머무는 시간을 최소화하면 쉽게 상하는 재료도 수십 년은 너끈히 보관할 수 있을 겁니다.”
“아! 그런데 우린 식재료를 많이 안 삽니다. 닷새에 한 번씩 식재료를 사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보관할 일이 없습니다. 사장님.”
“안 그래도 그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식재료를 최대한 사세요. 돈은 제가 드릴 테니까. 여기를 꽉 채운다는 생각으로 마구 사들이세요.”
“이 넓은 창고를 전부요?”
몇천 골드 수준으로는 이 넓은 창고를 다 채울 수 없었다. 적어도 수만, 어쩌면 수십만 골드가 들어갈지도 몰랐다.
“예. 최대한 많이요.”
“여길 다 채우면 수십 년은 먹고살 수 있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많나? 으음, 그건 좀 과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우리 5명이 대략 5년을 먹고산다고 생각하고 식재료를 채우세요.”
“5년이면…… 알겠습니다.”
처음에 로딘은 한 달 식사비로 마가렛에게 매달 100골드를 주기로 했다. 그 정도면 네 식구가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데, 너무 과했다.
마가렛은 첫 달에 50골드도 다 쓰지 못하고 돌려줬다. 두 번째 달에도 비슷했다. 항상 절반을 남기고, 월말에 반납했다.
매달 50골드. 이걸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5년 치 식재료는 대략 3,000골드였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좀 빨리 채워 주세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으음, 식재료가 귀해질 것 같아서요.”
“예? 어…… 리치몬드 후작령은……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채우겠습니다.”
매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남쪽과 서쪽의 넓은 평야 때문에 어지간해선 곡식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말할 생각이었겠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매튜의 생각이 맞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화산의 시작 부분은 지하 유적지가 아니라, 소리엔 산이었다. 오래전 화산 활동이 멈춘 곳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계속 용암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만 소리엔 산에서 흐른 용암을 지하 유적지가 버티고 식힌 덕에 아직 화산이 터지지 않은 것이다.
만약 지하 유적이 결국 무너진다면. 소리엔 산은 거대한 불길과 시커먼 연기를 내뿜게 된다.
그때부터 농사는 흉작이 될 게 뻔했다. 화산이 다시 잠잠해지고 연기가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 이 근처에서 제대로 된 수확은 어렵다고 봐야 했다.
“여기 돈이요.”
“어……, 이렇게 큰돈을.”
로딘은 넉넉하게 5,000골드를 매튜에게 건넸다.
매튜는 돈을 받고 몸이 굳어 버렸다.
살면서 처음 만져 보는 단위의 큰돈이었다. 매월 받는 급여를 모으고는 있지만, 겨우 200골드를 모았을 뿐이었다.
이걸 가지고 도망치면 어쩌려고 자신에게 주는 걸까? 그런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믿어 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매튜를 믿어요.”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미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여기서 더 하면 탈 나요.”
“예. 사장님.”
매튜가 밖에 놓여 있는 마차를 몰고 나갔다. 품에 5,000골드를 꼭 껴안은 채였다.
* * *
저주에 관해 알아보려는 생각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조사를 해 보기도 전에 근처의 마탑에서 조사단이 도착한 것이다.
리치몬드 후작령은 로딘보다 먼저 영지 내에서 생긴 변고를 알아챘다.
리치몬드 후작의 장례식에 수많은 외지인이 참석했는데, 그들 중 일부의 마법사들이 리치몬드 후작령에서 저주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당연히 그 소식은 아직 후작위를 물려받지 않은 큰아들에게 보고가 들어갔다. 큰아들인 베이크 리치몬드는 곧바로 인근의 마탑에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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