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12)
마법을 품다 (112)
로딘은 이번 여정에 카리스와 제나를 대동하기로 했다. 함께 다니면서 둘은 세상을 배울 수 있고, 래리와 비앙카는 둘을 보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봤다.
물론 전투 인형이라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알려지면 출처를 캐물을 텐데, 마땅한 변명거리가 없었다.
“진짜 로딘 오빠 호위예요?”
“맞아.”
“매튜! 맞아요?”
“아까 로딘 사장님 왔다 가셨어.”
왔다가 그냥 갔다는 말은 적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제야 래리가 긴장을 풀었다. 비앙카는 히죽 웃으며 제나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언니.”
“무슨 용건일까? 꼬마 아가씨.”
“꼬마 빼요.”
“싫은데. 나중에 키가 나만큼 크면 그때는 아가씨 취급해 줄게.”
제나가 불가능한 조건을 걸었다.
제나는 여성형이지만, 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신장도 카리스와 큰 차이가 안 나는 185cm였다. 어지간한 남자도 이만큼 크기는 어려웠다.
“쳇. 근데 언니.”
“말해 보렴. 꼬마 아가씨.”
“왜 마차가 2대예요?”
“글쎄다. 그건 공자님한테 여쭤봐야지.”
마차를 나눈 건 카리스와 제나의 몸무게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둘 다 덩치가 크진 않았다. 적당히 탄력 있는 몸매라, 80kg 이하로만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둘의 몸무게는 엄청나게 무거웠다. 몸을 이루는 재질 때문인데, 제나의 실제 몸무게는 150kg이 넘었다. 카리스는 그보다 2kg 정도 더 무거웠다.
둘을 한 마차에 두면 몸무게만 300kg이었다. 거기에 로딘, 매튜, 래리, 비앙카까지 더하면 500kg이 넘는 엄청난 무게가 된다.
이들을 한 마차에 두면, 말이 너무 힘들어진다. 하루도 가지 않아서 죄다 지쳐 버리고 말 터. 마차 2대를 끌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비앙카, 아마 로딘 형은 사람이 6명이라서 2대를 준비했을 거야.”
“그런가?”
“무슨 대화들을 그렇게 즐겁게 하고 있어?”
멀리서 남은 짐을 다 정리한 로딘이 천천히 걸어왔다. 여전히 로브를 입고 후드를 푹 눌러쓴 복장이었다.
“로딘 오빠! 이 사람들 누구야?”
“나하고 인연이 닿은 분들이야. 인사해. 이쪽은 카리스, 이쪽은 제나.”
“인사는 이미 했어. 근데 로딘 오빠.”
비앙카가 쪼르르 달려와 로딘의 팔을 잡았다. 궁금한 게 있는 얼굴이었다.
“눈빛이 부담스러운데. 뭐가 궁금한데?”
“오빠, 귀족이었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귀족이 아닌데 호위가 왜 있어? 그리고 아까 저 언니가 그랬단 말이야. 공자님을 모시고 있다고. 그건 로딘 오빠가 귀족이라는 뜻 아냐?”
로딘은 래리와 비앙카, 매튜가 이런 의심을 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특히 호기심 강한 비앙카가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이에 대해 로딘이 준비해 둔 대답은 없었다. 그냥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얼버무리기로 했다.
“그게 중요해? 내 신분이 달라지면, 너희들 태도가 달라져? 혹시 귀족이면 불편해서 떠날 생각이야?”
“어……, 그건 아니지만.”
“그럼 상관없잖아. 타라.”
“어느 마차로 타?”
역시나 비앙카는 귀족이냐 아니냐에 대한 관심을 금세 끊었다. 로딘의 말마따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비앙카의 머릿속에는 마법과 앞으로 할 여행밖에 없었다.
“매튜 있는 마차.”
“어? 왜? 나눠서 타야 하는 거 아냐?”
“마차에 마법진 새길 거야. 저쪽 마차는 일단 비워 둬.”
“응.”
제나가 모는 마차에 매튜, 래리, 비앙카가 탔다. 로딘은 카리스가 탄 마차에 들어가, 장비를 꺼냈다.
* * *
고대를 쫓는 단체인 슬라본은 로딘이 도망친 후에도 지하 유적지를 떠나지 않았다. 처음 파견된 마법사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유적지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아직 조사할 것이 남았다. 지하 공간의 벽에 새겨진 룬어와 룬어를 조합해 마법진을 만든 방식은 슬라본에게도 중요한 자료였다.
새로운 마법을 만들거나, 실전된 마법을 복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룬어를 알아내는 일이었다.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는 룬어를 하나라도 더 알아야, 그 룬어를 사용해 마법 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슬라본은 고대의 흔적을 찾고, 고대의 마법을 되살리려는 이들의 모임. 그들에게 새로운 룬어가 잔뜩 새겨진 장소는 보물과 다름없었다.
“어때? 좀 알겠어?”
“아니. 여전히 막혔어.”
“답답하네. 이렇게 모르는 룬어가 많이 튀어나오다니.”
지하 유적지의 벽을 이루는 마법진은 마력이 아니라 마나로 이뤄졌다.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 유적지를 만든 사람은 친절하게 벽에 룬어를 ‘볼 수 있게’ 새겨 놨다. 마치 숨겨진 마법진이 뭔지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슬라본에서 파견된 마법사들은 친절하게 새겨 놓은 룬어를 눈으로 보고 연구하는 중이었다.
“아는 룬어가 반의반도 안 돼. 이거야, 원.”
“다 알아내기만 하면 우리 마법이 크게 진보할 거야.”
“다 알아내면 그렇겠지. 그런데 그게 되겠어? 난 아무리 봐도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벽에 새겨진 마법진 중 하나가 굴절 마법이라는 건 알아냈잖아.”
처음 지하 유적지에 왔을 때, 알아낸 마법진은 ‘방어’ 마법이었다. 그로부터 대략 반년이 더 지난 후에는 ‘강화’ 마법이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리고 5일 전에 알아낸 마법 효과 중 하나가 굴절이었다.
굴절은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오는 자극에 반응하도록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즉, 외부에서 어떤 강한 공격이 들어오면 비껴가게 만들어서 충격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기능이었다.
“더 있겠지?”
“더 있겠지. 그나저나 좀 더워지지 않았어?”
“여긴 원래 덥잖아. 계절도 마침 여름이고.”
“왠지 더 더워진 것 같은데.”
슬라본은 벽 너머에 용암이 가득하다는 걸 아직 몰랐다. 가끔 벽에 진동이 오긴 하지만, 그것도 가벼운 지진 정도라고 생각했다.
“옷이라도 좀 가볍게 입으면 나을 텐데.”
“알잖아. 우리 규칙.”
슬라본에 속한 마법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절대 로브를 벗을 수 없었다. 대외적으로 내세운 신분인 에크로트 마탑의 표식이 새겨진 로브를 반드시 입어야 했다.
여겼을 때의 패널티는 꽤 센 편이었다. 자칫하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처분될 수도 있었다.
“탑주님 오신다는 얘기 들었어?”
“응. 오늘 중으로 오실 거라고 하더라.”
약 10년 전 테비아 왕국의 북쪽에 있는 덴 왕국에서 유적지 하나가 발견되었다. 상당한 크기의 유적지였는데, 마도 제국에서나 쓰일 법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슬라본의 모든 연구 전력이 덴 왕국에 집중되었다. 탑주인 베이너스도 마찬가지로 덴 왕국에 거의 살다시피 했다.
모우드 황무지의 유적지는 이미 열렸고, 내부가 비어 있다는 게 알려진 상황이었다.
반면 덴 왕국에서 발견된 유적지는 아직 입구도 열리지 않았다. 마도 제국의 후손으로 알려진 베이너스 탑주가 직접 마력을 주입했음에도 유적지의 입구는 요지부동이었다.
슬라본의 연구 전력은 여전히 덴 왕국에 집중된 상태였다. 베이너스 탑주 역시 아직도 대부분의 시간을 덴 왕국에서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8일 전, 베이너스 탑주로부터 이곳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침입자가 발생했던 그날 잠깐 살펴본 후, 거의 9개월 만의 일이었다.
“탑주님이 오시면 연구 속도가 좀 빨…….”
쿠우우우우.
그때, 벽면이 거세게 진동했다. 평소와 달리, 진동이 상당히 강하고 오래 지속되었다.
“어, 어…….”
“이, 이거 왜 이래?”
“전부 엎드려!”
“옆에 붙잡아.”
지하 유적지에 있던 마법사 30여 명이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주변에 딱히 잡을 만한 게 없어서, 죄다 바닥에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아! 가라앉았다.”
“후우, 이번 진동은 꽤 컸다.”
“그러게. 다음에는 좀……, 어? 어…… 이상한데.”
바닥에 배를 대고 있던 마법사 1명이 가슴을 만져 봤다. 로브의 가슴팍이 평소보다 훨씬 뜨거워진 상태였다.
“왜? 무슨 일인데?”
“가슴이…… 잠깐만.”
의문이 생긴 마법사가 바닥에 손을 댔다.
상당히 뜨거웠다. 여름이라 더운 것과는 달랐다. 이건 그냥 뜨거운 거였다.
“바닥이 뜨거워.”
“뭐?”
“바닥이 뜨겁다고. 이거 아무래도 지진이 아니라…… 화산인 거 아냐?”
슬라본의 마법사들이 유적지의 흔들림을 지진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이유는 탑주인 베이너스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베이너스 탑주가 처음부터 화산이라고 말했다면 슬라본의 마법사들도 당연히 화산이라고 여겼을 터였다.
베이너스 탑주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만든 실수였다.
“설마?”
“야! 직접 만져 봐. 이상하다니까.”
“그래도 탑주님이 지진이라…….”
쿠우우우웅!
전보다 더 강한 진동이 지하 유적지를 흔들었다.
이번에는 단순히 흔들림으로 끝나지 않았다. 충격을 버티지 못한 벽에 세로로 긴 균열이 생겼고, 그 틈으로 시뻘건 뭔가가 비쳤다.
“젠장! 도망쳐!”
“화산이다!”
“용암이다. 용암이 들어온다!”
슬라본 소속의 마법사들이 대탈출을 시도했다. 저마다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지하 유적지를 벗어났다.
“앞에 막지 마!”
“길 열라고!”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가고 뭐 해!”
지하 유적지의 통로는 좁아도 너무 좁았다. 많은 마법사가 좁은 곳에 몰리자, 금세 병목 현상이 벌어졌다.
서로 먼저 나가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속도를 못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위로! 위로!”
“계단이다. 빨리 올라가!”
간신히 통로 끝까지 가더라도 난관은 남았다. 통로에서 갱도로 이어지는 계단이 나선형이라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것.
“플라이!”
“레비테이션.”
그나마 5서클 마법사는 괜찮았다. 플라이 마법으로 휙 날아오르면 그만이었다.
4서클 마법사만 되어도 레비테이션(부유) 마법으로 어찌어찌 갱도까지 떠오를 수 있었다.
“우리도 데려가! 우리는?”
“살려 줘!”
“크아악!”
“으아! 살……려 줘.”
문제는 그보다 낮은 경지의 마법사들이었다. 통로에 갇히고, 계단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꽉 막혀 꼼짝 못 하는 그들의 뒤를 시뻘건 용암이 덮쳤다. 고온의 액체는 마법사로 떵떵거리며 살았던 이들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젠장! 갱도.”
“망할.”
간신히 갱도로 올라온 4서클 이상의 마법사들을 반긴 건 또다시 밖으로 이어지는 긴 땅굴이었다. 여기서 한참을 더 가야 바깥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위로 올라온 덕에 시간을 벌었다는 것. 그리고 살아서 올라온 마법사들이 10여 명에 불과하다는 점이었다.
숫자가 적으니, 더 이상 몸싸움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갱도를 달려, 바깥으로 나갔다.
지하 유적지의 생존자들이 막 바깥 해를 봤을 때, 슬라본의 탑주도 때마침 갱도 입구에 도착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인가?”
“화산입니다. 용암이…… 용암이…….”
“용암이라니. 이곳은 화산 활동이 멈춘 지 천 년이 넘은 곳일세. 그런데 무슨 화산이란 말인가?”
슬라본의 탑주인 베이너스가 이곳의 지진 지대로 단정 지은 데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었다.
소리엔 산이 포함된 리엔 산맥은 수백 년 전부터 계속 지진 활동이 있었다. 멀쩡하던 산에 거대한 균열이 생기고, 지진으로 산사태가 일어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리엔 산맥 인근의 마을들도 최근 수십 년 내에 지진으로 한두 번쯤 곤란을 겪은 곳이었다. 잦은 지진 때문에 건축 방식까지 바뀔 정도였다.
그래서 리엔 산맥과 가까운 모우드 황무지도 당연히 지진의 영향권이라고 생각했다. 화산 활동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용암이 맞습니다. 지하의 벽을 깨고 들어온 용암에 동료들이 죽었습니다.”
“통로에도 용암이 덮쳐서…….”
“자네들이 잘 못 본……, 이, 이런. 당장 이곳을 떠날 채비를 해라.”
베이너스 탑주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시커먼 갱도를 통해서 시뻘건 용암이 꾸물꾸물 흘러나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벗어난다. 당장 준비해!”
“움직여!”
“하아.”
베이너스 탑주는 용암을 보며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명백히 자신의 실책이었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유적지 주변을 더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부하들을 허무하게 잃지 않았을 것이다.
* * *
로딘은 카리스가 모는 마차의 안쪽 벽에 마법진을 빼곡하게 새겼다. 복합적인 마법을 새길 예정이라, 마법진의 위치와 룬어의 조합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해야 했다.
“이쪽은 마나 집적 마법진이 들어가야 할 자린데, 좀 좁은가?”
손으로 거리를 계산했다. 아슬아슬하게 마법진을 넣을 수 있을 듯했다.
“오러 변환율을 좀 더 끌어 올리고 싶은데.”
로딘은 2대의 마차를 각각 오러 연공실과 마력 연공실로 만들 예정이었다. 누군가가 연공을 행하면 연공실이고, 아니면 그냥 마차인 공간이었다.
쿠우우웅!
그때 바닥에 미세한 진동이 일었다. 마법진을 새기던 로딘은 곧바로 작업을 멈추고 마부석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카리스, 진동이 있었는데?”
“동쪽 하늘을 보십시오. 공자님.”
“흐음. 아! 화산이 드디어 터졌구나.”
동쪽 하늘 먼 곳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리엔 산과 리엔 산맥의 화산 활동이 재개된 것이다.
“예상하셨습니까?”
“응. 내 예상보다 오래 버텼어. 난 몇 달 전에 터질 줄 알았거든.”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