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13)
마법을 품다 (113)
높이 피어오른 연기를 등 뒤로 하고, 로딘 일행이 탄 마차는 서쪽으로 향했다.
로딘은 이틀에 걸쳐서 마차 1대에 오러 연공실 제작을 끝냈다. 몸을 세울 수 없는 곳에서 작업을 했더니 허리가 뻐근했다.
“으차. 하나 완성하고 나니까 뿌듯하네.”
평범한 오러 연공실은 아니었다. 마나를 오러로 변환하는 마법진과 마나를 모으는 마나 집적 마법진을 합쳤다.
거기에 온도 유지 마법과 약한 질병 치료,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마법까지.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새기고 활성화해 뒀다.
“저쪽 마차부터 손을 볼까? 바깥에 마법진을 좀 더 새길까?”
아직 작업이 끝난 건 아니었다. 이제 겨우 마차 내부에 필요한 마법을 다 새겼을 뿐이다.
마차 외부에도 화살 정도는 거뜬히 막을 수 있는 방어 마법과 강화 마법을 새길 생각이었다. 가능하다면 굴절 마법과 복원 마법도 새기고 싶지만, 이건 안 될 확률이 높았다.
“마나석이 문제가 아니라, 마차가 문제야.”
마차의 재질은 평범한 나무가 아니었다. 마력을 잘 머금는다고 알려진 오스프레 나무를 썼다.
하지만 아로바인 같은 나무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했다. 고작 이런 재질의 나무에 5서클 마법에 속하는 복원 마법을 새기는 건 쉽지 않았다.
“연공실부터 마저 만들자.”
카리스가 모는 마차를 오러 연공실로 만들었으니, 이제 제나가 모는 마차를 마력 연공실로 만들 차례였다. 이 역시 대략 이틀 정도 걸릴 예정이었다.
“그나저나 하늘이 어두컴컴하네.”
“공자님, 점심시간입니다.”
“점심시간. 확실해?”
“예. 어둡지만, 시간으로는 점심을 먹을 때입니다.”
화산이 뿜어낸 분진이 하늘을 뒤덮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 재가 주변 일대를 어둡게 만들었다.
어제부터 해가 떠도 뜬 것 같지 않았다. 계속 저녁과 밤만 반복되는 느낌이었다.
“제나한테 말해.”
“예. 공자님.”
잠시 후, 마차가 길옆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터에 멈췄다. 마차는 일렬로 세워서, 여차하면 방어벽으로 삼을 수 있게 했다.
“로딘 오빠! 식사 시간이야?”
“응. 여기서 점심 먹고 움직이자.”
매튜는 자연스럽게 마차에서 조리 도구부터 내렸다. 일행의 식사 당번임을 행동으로 보여 줬다.
“공자님.”
“왜?”
“마수의 흔적입니다.”
“마수?”
중앙 대륙은 서대륙보다 마수를 보기 쉽다고 들었다. 그래서 용병들이 활동하기 좋은 곳이라는 얘기도 브론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로딘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수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마수 사체도 본 적이 없었다.
“이쪽입니다.”
“흐음, 발자국인가?”
카리스가 가리킨 땅에 인간과 다른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크기는 거의 40cm는 됐고, 형태도 인간의 발과 달랐다.
“트롤 같습니다.”
“트롤……. 말로만 들었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리치몬드 후작령 정도 되는 도시에 마수가 나타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보통은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토벌되고, 설사 근처까지 오더라도 성벽 위의 병사들과 기사를 넘는 건 불가능했다.
그런데 로딘은 영지를 나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니, 집조차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마수가 없는 안전한 곳에서만 지냈으니, 마수를 못 본 게 당연했다.
“어떻게 할까요? 수색할까요?”
“아니. 그냥 둬. 가까이 오면 그때 처리하자.”
“알겠습니다.”
로딘이 카리스와 잠깐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비앙카가 모닥불을 피웠다. 발화 마법의 마력 유동이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로딘 오빠, 어디 갔다 왔어?”
“마수 흔적이 있다고 해서 확인하고 왔어.”
“와앗! 마수. 나 마수 보고 싶어.”
마수를 우습게 여기는 비앙카의 태도에 매튜가 씁쓸하게 웃었다.
매튜는 마수를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마수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았다.
“비앙카, 마수는 무서운 놈들이야. 로딘 사장님이 계시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항상 경계해야 해.”
“매튜 아저씨는 많이 봤어요?”
“응. 채광하러 산에 가면서 여러 번 만났지.”
광부는 배운 것 없는 놈이 큰돈을 벌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자리 중 하나였다.
그래서 매튜도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광부가 됐다.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를 쉬게 해 주고 싶어서였다.
광부가 일하는 산은 당연히 영지 바깥에 있었다. 며칠에 한 번씩 채굴을 위해 이동하는데, 마수를 만나는 일도 있었다.
“그렇게 무서워요?”
“무섭지. 마수를 만나면 동료고 뭐고 없다. 무조건 도망만이 살길이었거든.”
“맞서 싸우지 않고요?”
겨우 1서클 마법사가 내뱉기에는 과한 말이었다.
어지간한 마수는 1서클 마법사보다 강했다. 즉, 마수를 만난다면 열에 아홉은 비앙카가 이겨 낼 수 없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나 같은 광부들은 싸울 힘이 없었거든. 다행히 마수 중에는 우리보다 느린 놈들도 많아서 도망칠 수 있었지. 반응이 늦어서 죽은 동료들도 많았지만.”
“아! 미안해요, 매튜. 제가 말을 함부로 한 것 같아요.”
“아니다. 넌 마수를 본 적이 없으니까. 아무튼 마수는 조심해야 한다.”
매튜는 영지의 성벽을 나설 때마다 마수를 만나지 않게 해 달라고 빌었다. 매튜만이 아니라 성벽 밖으로 나서는 모두가 그랬다.
지금은 죽은 마가렛도 마수가 나타났다는 얘기가 들리면 손을 벌벌 떨곤 했다. 혹시나 아들이 다치진 않았을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다.
“그래서 용병이 필요한 거군요.”
“그런데 광부가 용병을 고용할 돈이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럴 돈이 있으면 채광 같은 걸 하지도 않았지.”
마수는 중앙 대륙 전체의 문제였다. 마수 때문에 가족을 잃은 사람은 중앙 대륙의 어느 나라, 어느 영지를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히잉. 그냥 해 본 말인데.”
“비앙카, 네가 너무 철없는 말을 떠든 거야. 매튜 아저씨한테 사과하고 점심 먹을 준비해.”
“응. 매튜 아저씨. 사과할게요.”
“아니다. 어리니까 충분히 할 수 있는 생각이야. 슬슬 점심이나 먹자. 사장님, 준비 끝났습니다.”
“먹죠.”
잠깐 가라앉았던 분위기는 식사를 하면서 금세 풀렸다. 평소의 모습 그대로였다.
비앙카는 예전처럼 조잘조잘 떠들었고, 래리는 가만히 있다가 한마디씩 거들었다. 매튜도 평소처럼 래리와 비앙카를 살뜰하게 챙겼다.
그리고 카리스와 제나도 음식을 먹었다. 정확히는 몸의 한 공간에 저장해 놓았다.
나중에 버리더라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사람처럼 먹기로 이미 로딘과 얘기가 되어 있었다.
“매튜 아저씨. 최고.”
“뭘 이렇게 묻히고 먹냐?”
매튜가 비앙카의 입을 닦아 주자, 비앙카가 배시시 웃었다. 이럴 때 보면 사이좋은 부녀지간 같았다.
식사가 끝났다. 래리는 곧바로 검을 들고 일어났다. 바로 훈련을 시작할 태세였다.
“다음에는 모두 저쪽 마차 타. 매튜도요.”
“오빠 왜?”
“저쪽에도 새길 마법이 있어서. 아, 참. 래리. 이쪽 마차를 오러 연공실로 만들었어. 앞으로 연공 거르지 말고.”
“오러 연공실을 만들었다고요? 전에는 못 만들어서 카르도스 검관에 요청하지 않았어요?”
리치몬드 후작령의 집 오러 연공실은 카르도스 검관에 요청해서 만들었다. 이를 위해 상당히 큰 지출을 했었다.
하지만 오러 연공실이든 마력 연공실이든, 둘 다 마법사가 만드는 아티팩트의 일종이었다. 마법진에 정통한 로딘이 오러 연공실을 만드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처음에는 오러 연공실에 어떤 마법을 새기는지 로딘도 몰랐다.
특수군 양성소에서는 오러 재능 측정할 때, 딱 한 번 오러 연공실을 사용한 게 전부였다. 그것도 겨우 1시간이라, 마법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큰돈을 주고 집에 오러 연공실을 만들었다. 마법진을 마음껏 살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연히 오러 연공실에 사용되는 마법진은 진즉에 파악해 뒀다.
“그땐 그때고. 이젠 만들 수 있어. 효과는 쓸 만할 거야.”
“그런데 연공실은……, 그러니까, 개인 공간이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
“방해받으면 안 되니까 그렇지. 연공할 때 사람들 내보내. 그럼 되지.”
낯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위험했겠지만, 이곳엔 전부 믿을 만한 사람들뿐이었다. 연공실을 이용하는데 벌컥 들어가서 방해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로딘은 마차의 문에 간단한 잠금장치도 달아 놨다. 안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릴 정도로는 충분했다.
“로딘 오빠, 마력 연공실은 안 만들어?”
“만들 거야. 그러니까 이쪽 마차로 전부 옮겨 타라고 했잖아.”
“아항. 그렇구나. 얼마나 걸려?”
리치몬드 후작령을 떠난 후, 래리와 비앙카는 연공실의 도움 없이 연공을 해 왔다. 당연히 효율이 떨어졌고, 그건 당사자가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이 즐거운 것과 별개로 연공할 때마다 아쉬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씻을 수 있게 됐다.
“이틀? 대충 그 정도. 이틀 후, 저녁에는 이용할 수 있을 거야.”
“이힝. 기다려진다.”
“고작 이틀 됐는데, 연공실이 그리워?”
“조금. 로딘 오빠! 힘내.”
설거지를 마쳤고, 조리 도구도 정리했다. 매튜가 열심히 움직여서, 점심 식사의 뒤처리가 끝났다.
일행 전부가 마차를 옮겨 탔다. 로딘은 제나가 모는 마차로, 다른 이들은 카리스가 모는 마차에 탔다.
“와!”
래리는 마차를 타자마자, 내부 공간이 특별하다는 걸 알아챘다. 연공을 안 했는데도, 몸속의 오러가 자극받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래리 오빠. 표정이 이상해.”
“흐흐흐.”
“매튜 아저씨. 래리 오빠가 미쳤나 봐요.”
“훈련에 도움이 되는 뭔가가 있나 보지.”
매튜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매튜는 원래 검술, 오러, 훈련 이런 쪽에 미쳐 있는 아이였다. 한두 번 본 일이 아니라, 그러려니 했다.
* * *
대로를 따라 이동하는 여정이라, 순탄하게 이어졌다.
날은 더웠지만, 마차 안은 쾌적했다. 이 역시 로딘이 손을 써 둔 온도 유지 마법 덕분이었다.
로딘은 제나가 모는 마차 안에서 열심히 마법진을 새기고 있었다. 제나는 마차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몰며 로딘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휙!
그러던 로딘이 작업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마차가 나가야 할 방향에서 작게 마력이 부딪치는 느낌을 받았다.
“제나.”
“예, 공자님.”
“앞에 싸움이 벌어진 것 같아. 속도 좀 늦추자. 카리스한테도 말하고.”
“알겠습니다. 공자님.”
카리스와 제나는 마법진과 마나로 만들어진 가짜 마스터였다. 그래서 전투 능력만큼은 어지간한 마스터 이상인데, 그 외의 부분에서 부족함을 드러냈다.
방금의 감각도 그랬다. 진짜 마스터였다면 적어도 로딘보다 느리지는 않게 앞에서 벌어진 소란을 포착했을 것이다.
“으음.”
마차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래도 마차는 소란이 벌어진 곳과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병장기 소리가 들렸다. 크게 흔들리는 마력도 느껴졌다. 검사와 마법사가 모두 전투에 참여한 듯했다.
“진동이 느껴집니다.”
“마법이 터졌어. 파이어 볼 같아.”
마차는 언덕을 돌아서 완만하게 휘어진 길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자 멀리 앞쪽에서 싸우는 모습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었다.
“로딘 오빠! 무슨 일이야?”
“앞에 싸움이 벌어졌어.”
“우린 마차 안에 있을까?”
“편할 대로 해.”
혼자였다면 아이들을 단속했을 것이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게 나으니까.
하지만 이 자리에는 카리스와 제나가 있었다. 순수 전투 능력으로는 로딘보다 윗줄인 둘이 있는 이상, 래리와 비앙카, 매튜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공자님. 마수입니다.”
“고전하고 있네.”
마수의 숫자는 5마리였다. 그와 맞서는 이들은 용병 40명에 마법사가 1명, 거기다 정식 기사 수준인 3급 검사도 2명이나 있었다.
그런데도 밀렸다.
마수 하나하나가 너무 강했다. 3급 검사 둘이 마수를 1마리씩 담당하고 있는데, 간신히 버티는 수준이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우르르 무너질 게 뻔히 보였다.
“어떻게 할까요?”
“저기 왼쪽에 있는 놈 하나만 데려와. 죽이진 말고, 적당히 상처만 입혀서.”
“알겠습니다.”
제나가 마부석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긴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카리스도 제나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제나의 실력이면 마수에게 당할 리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