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
마법을 품다 (12)
시험 결과가 나오면서 아이들의 처벌도 시작되었다.
탈락자들은 허벅지를 흠씬 두들겨 맞았고, 저녁 식사 후에는 따로 공부를 해야 했다.
어찌 됐든 대륙 공용어 시험이 완전히 끝나면서 한고비를 넘겼다. 말 그대로 ‘한’ 고비. 다음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다음 2개월 일정이 이어졌다.
오전 수업은 ‘예법’.
로딘에게는 정말 재미없는 수업이었다.
그런데 희한하게 아이들은 예법 수업을 좋아했다. 엄청나게 재미있어하면서, 수업이 끝난 후에도 배운 내용을 따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법 수업은 이론과 실습이 결합한 형태였다. 왕족, 귀족, 상급자들과 함께 있을 때 해야 하는 말들, 선택할 단어, 인사법, 식사법 등이 주를 이루었다.
오후 수업은 수학이 끝나고 전술 교육으로 바뀌었는데, 실제로는 역사 수업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벌어졌던 수많은 전투를 사례로 들고, 어떤 이유로 승리 혹은 패배했는지를 분석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만약에’라는 가정을 많이 사용했다.
원래는 곧바로 진격했지만, ‘만약에’ 병력을 후방으로 돌렸다면?
원래는 화공을 사용했는데, ‘만약에’ 양쪽으로 나눠서 공격했다면?
병력을 산 위로 올리는 방법을 택했는데, ‘만약에’ 물길을 옆에 두고 병력을 배치했다면?
이런 식의 수없이 많은 ‘만약에’를 가정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로딘은 이런 수업이 꽤 흥미로웠다.
로딘은 도서관에서 이미 많은 역사책을 봤다. 전쟁, 전투의 역사도 많았다. 하지만 내용을 통째로 머리에 넣기만 했지, ‘만약’을 가정하고 역사를 공부하진 않았다.
‘재미있다.’
지금까지 해 본 수업 중 가장 재미있었다.
도서관에 있는 시간보다 전술 수업이 더 기다려질 정도였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르는 법.
오전은 괴롭고 오후는 즐거운 2개월이 끝났다. 로딘에게는 시원, 섭섭한 시간이었다.
전술 수업은 딱히 시험이 없지만, 예술 수업은 시험이 있었다. 다행히 시험은 어렵지 않았다. 3기의 아이들도 대부분 통과했다.
“또 떨어진 애들이 몇 명이야?”
“5명.”
대륙 공용어 시험이 끝나고 한 달 후, 대륙 공용어 재시험이 치러졌다. 45명이 시험을 쳤고, 19명이 통과 점수를 넘겼다.
한 달 후, 예법 시험을 치른 다음 날 대륙 공용어 시험이 다시 치러졌다. 재시험도 아니고 재재시험이라고 할까. 여기서 21명이 추가로 통과 통보를 받았다.
“많이 맞았대?”
“응. 허벅지, 엉덩이, 종아리. 멍이 안 든 데가 없더라. 쯧쯧, 그러게 적당히 놀고 공부 좀 할 것이지.”
“둘 다 떨어진 애도 있어?”
“둘 다? 아! 예법 시험? 없어. 다른 애들이야.”
재재재시험 예정자가 5명인데, 예법 시험에 떨어진 아이도 5명이었다. 다행이라면 떨어진 이들이 겹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음 수업은 확인했어?”
“응. 기마하고 군 생활이더라. 기마가 말 타는 거 맞지?”
“아마도.”
오전에 진행하는 기마 수업은 이름만 들어도 뭔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오후에 진행하는 군 생활이라는 수업은 통 감이 안 잡혔다.
“흐흐흐, 말이라니. 내가 말이라니. 완전 기사잖아.”
“쯧쯧, 기마가 그리 쉬운 줄 알아?”
“넌 탈 줄 알아?”
“모르지. 나도 15살만 됐으면 말 타는 것도 배웠을 텐데. 쳇.”
헤들러도 나이가 어려서 말을 탄 적이 없었다. 마차만 몇 번 타 봤을 뿐이다.
“근데 힘든 걸 어떻게 알아?”
“많이 봤으니까. 떨어지고 밟히고, 아주 난리다. 말에 치여서 죽는 사람도 봤다니까.”
아이들을 겁주고, 헤들러가 슬쩍 눈치를 살폈다.
거짓말이었다. 말 타는 건 많이 봤지만, 기마를 배우는 장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당연히 말에 치이거나 떨어지는 장면도 볼 기회가 없었다.
“근데 오늘도 밤새 울겠지?”
“아! 맞네. 애들 맞았으니까.”
1개월 전과 2개월 전. 시험에 떨어져서 아이들이 흠씬 두들겨 맞은 날 밤, 내무실은 울음바다였다.
맞은 이들은 아프고 서러워서 울고, 두들겨 맞는 장면을 본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었다.
“문단속 잘해라. 전처럼 밤새 뒤척이고 싶진 않다고.”
“남 시키지 말고 네가 문단속해. 맨날 제일 늦게 자는 게 너잖아.”
역시나 그날 밤은 내무실 전역이 울음바다였다. 심지어 모두 통과한 방의 아이들도 다른 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따라 울었다.
밤새 ‘엄마!’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헤들러와 코리는 몇 번씩이나 자다 깨기를 반복해야 했다.
이 와중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잘 자는 아이들도 있었다. 301호 내무실의 로딘과 랜트가 그랬다.
로딘은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잠들어서,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밤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모르는 듯, 생기발랄한 얼굴이었다.
랜트는 밤에 잠깐 뒤척이더니, 밤 11시쯤부터 죽은 듯이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될 때까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 * *
다음 날부터 기마와 군 생활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후에 진행하는 군 생활 수업은 군대에서 생활하는 동안 필요한 모든 것들을 배웠다.
무기와 방패, 갑옷을 손질하는 법.
산지와 야지에 천막을 치고 걷는 법.
불을 피우는 법.
말과 마구를 관리하는 법.
말이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으면 안 되는 풀을 가리는 법.
현지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요리하는 법.
외상의 응급 치료법.
분야는 정말 많았는데, 깊이는 얕았다. 대부분 3일~5일 정도의 교육으로 한 분야씩 끝냈다.
문제는 오전에 진행된 기마 수업이었다.
“돌겠네.”
“너 그러다 떨어지는 거 아냐?”
말 위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로딘을 보며 헤들러가 걱정스레 물었다.
로딘은 지금까지 어떤 수업을 하듯,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대륙 공용어, 수학, 예법, 전술. 최근에 배우기 시작한 군 생활 수업까지.
좋아하고 아니고를 떠나서, 로딘이 못하는 과목은 없었다.
그런 로딘이 큰 벽을 만났다. 기마 수업은 머리 좋고 운동 신경이 상위권인 로딘도 해결법이 없었다.
“야! 얀마! 살살 움직여라. 좀.”
로딘이 탄 말만 유독 사납다거나, 통제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이미 교관들을 통해 충분히 훈련된 말이라, 누가 타든 말은 잘 들었다.
그런데 로딘의 작은 몸집이 문제였다.
나이가 어려서 몸이 작다 보니, 말의 진동에 몸 전체가 사방으로 흔들렸다.
“야, 조, 조심.”
“어, 어어.”
살짝 속도를 높인 말 때문에 진동이 커졌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말의 흔들림에 로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퍼억!
“크윽!”
“로딘!”
“108번!”
교관 1명이 달려오더니, 재빠르게 고삐를 잡고 멀어졌다. 자칫 말의 발굽에 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른 교관이 로딘에게 다가와 몸을 살폈다.
“아픈 곳은?”
“팔, 팔이…….”
“쯧. 치료사! 여기 부상자.”
“예.”
끔찍한 통증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기절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로딘은 자기 팔이 부러졌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떨어지는 순간에 머리를 막기 위해 팔을 들었고, 체중에 눌러 팔이 꺾였다.
“108번.”
“으으으, 예.”
“이 악물어라. 혀 깨문다.”
“예? 무슨…… 크윽!”
로딘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치료사가 팔을 비틀었다. 부러진 뼈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마법사님.”
“이제 제가 하죠. 샤트리오나 하비라 아칸스…….”
뒤에 있던 사람 중 1명이 다가와 로딘의 팔에 치유 마법을 사용했다.
트린이라는 이름으로, 교관이 아니라 치유만 전담하는 2서클 마법사였다.
“크으.”
“아프냐?”
“괜……찮습니다.”
“쯧, 사흘은 말을 타지 않는 게 좋겠다.”
치료사가 뼈를 맞추고, 치유 마법사가 부러진 뼈를 붙였다. 전투 중이었다면 이 정도만 치료해도 다시 실전에 투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전장이 아니었다.
아직 완치가 아닌 만큼 쉴 때는 쉬어야 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괜찮은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한다. 앞으로 사흘 동안 기마 수업은 참관만 한다.”
“예, 알겠습니다.”
로딘이 자신을 떨어뜨린 말 놈을 매섭게 노려봤다. 하지만 이내 눈을 풀고는 한숨을 쉬었다.
‘네가 무슨 잘못이겠냐? 몸집이 작은 내 잘못이지.’
말은 고삐의 흔들림을 읽고, 그냥 뛰었을 뿐이었다. 그 진동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사실 10살, 9살인 다른 아이들도 말을 쉽게 타는 건 아니었다. 고삐를 쥐고, 온몸의 힘을 다 쥐어짜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로딘은 간신히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몇 년만 지나면 다른 아이들처럼 탈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기마 시험은 고작 2개월 후였다.
‘방법이 있을 거야.’
본의 아니게 열외가 된 상태.
말과 말을 타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를 얻었다.
‘상하 진동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야. 좌우 흔들림도 문제야.’
기마 시험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모르지만, 직진만 하진 않을 것이다. 코너도 돌고, 장애물 같은 것도 넘어야 할 터. 모든 걸 고려하면 좀 더 확실하게 몸을 고정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몸을 묶어 달라고 하면 욕먹겠지? 아니면 무게 추 같은 걸 매달고 탈까?’
불가능한 일이다. 교관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으니까.
‘자력으로 말에 몸을 고정해야 한다는 건데.’
머릿속으로 계속 궁리하면서, 동기들을 1명씩 살폈다.
헤들러와 랜트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둘 다 운동 신경이 좋고, 힘이 엄청나게 강했다.
몸집도 커서 자신처럼 말의 반동에 튕겨 나갈 걱정도 할 필요가 없었다.
‘랜트 쟤는 어디까지 크려는 거지?’
지난 4개월. 아이들 전부가 많이 성장했다. 키도 많이 컸고, 잘 먹은 덕분에 전부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그중에서 랜트가 단연 압권이었다.
헤들러가 가지고 있던 ‘최장신’ 타이틀을 오래전에 빼앗아 오더니, 지금은 둘이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게다가 살이 워낙 많이 붙어서, 누가 봐도 ‘거구’였다.
뒷모습만 보면 랜트는 키가 조금 작은 조교와 비슷했다.
오히려 몸집이 커서 조교보다 더 위압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저걸 누가 10살이라고 보겠어?’
지난달에 랜트와 코리는 생일이 지나면서 10살이 되었다. 다음 달이 지나면 헤들러도 10살이었다. 로딘과 다시 5년 차이로 벌어지는 것이다.
‘코리는 으음, 아슬아슬하네.’
코리도 지난 4개월 동안 많이 컸지만, 여전히 작은 키와 몸집이었다. 몸이 가벼워 말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거칠게 출렁였다.
‘그래도 걱정 안 해도 되겠어.’
기사 시험은 2개월 후. 그때쯤이면 코리도 지금보다 더 커질 테니, 그럭저럭 안정적으로 말을 탈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애들이 몸을 다 잘 쓰네.’
301호 내무실 동기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몸 쓰는 일은 다 잘하는 편이었다. 예법 시험에서 고작 5명만 떨어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대신 머리는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데.’
예법 시험에서 떨어진 5명 전부 이론 시험을 망쳤다. 실습에서 지적받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결국 나만 잘하면 되는 건가?’
기마는 이론 수업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2개월 후에 자신을 제외한 51명 전부가 통과할 수도 있었다.
‘하아, 아무런 도구도 쓰지 않고 내 몸을 말에 고정하는 방법이라. 없는 건 아닌데.’
아이들이 말 타는 모습을 보자마자 나름대로 방법을 생각해 냈다. 여건만 되면 확실히 기마 시험에서도 통과할 거다.
‘내 하체가 버틸 수 있느냐가 문제야.’
방법은 간단했다. 하체로 말을 감싸서 버티는 것. 꽉 조여서 버티면 다시 낙마하는 꼴은 피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달리는 말 위에서 몸을 지탱하려면 하체의 힘이 강해야 했다.
‘다리를 강화해야겠어.’
머릿속으로 하체를 강화할 방법을 우수수 떠올렸다. 그중에서 도구가 필요하거나, 방법이 복잡한 것들은 제외했다.
‘2개월 안. 시간 안에 할 수 있을까?’
궁리는 끝났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로딘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리를 살짝 굽혔다. 매일 아침 했던 구보와 운동 덕인지, 꽤 힘든 동작인데도 버틸 만했다.
‘평상시에도 해야겠다.’
시간이 없으니, 일상에 운동을 녹여 내는 수밖에 없었다.
수업 중에, 걸을 때, 식당에서 식사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도 하체에 무게감을 줘야 했다.
“로딘! 잘 보라고!”
신나게 말을 달리던 헤들러가 손을 흔들었다. 고삐를 한 손으로 잡고 참 잘 달렸다.
‘운동 신경은 타고났구나.’
랜트가 덩치와 힘을 타고 탄 괴력의 사나이라면, 헤들러는 만능이었다. 랜트와 비교해 힘이 크게 밀리지 않으면서, 몸놀림도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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