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1)
마법을 품다 (121)
카리스와 제나가 좌우로 흩어져서 길 밖으로 사라졌다. 곧 마수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그사이 래리는 마차 밖으로 나와서 전투를 준비했다. 검을 들고, 방패를 왼팔에 찼다.
퍽! 퍼억!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카리스와 제나가 돌아왔다. 제나는 빈손이었고 카리스는 2마리의 마수를 끌고 나타났다.
마수 이름은 오크.
고블린하고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마수였다. 힘, 속도, 투지까지. 모든 면에서 고블린은 비교도 안 되었다.
“싸워라!”
“예.”
카리스가 던져둔 오크 중 1마리는 온전했지만, 1마리는 팔이 잘린 상태였다. 1마리는 래리에게 너무 쉽고 2마리는 좀 힘들 듯해서 힘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일류젼.”
오크 2마리가 래리 앞에 떨어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로딘이 마법을 사용했다.
로딘의 환상 마법이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지웠다. 지금 오크들의 눈에는 오직 래리만 보이는 상태였다.
―치이익!
―취익!
래리 앞에 선 오크는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보이는 건 동족 1마리와 맛있는 어린 인간 하나뿐이었다.
그제야 오크가 안도하며 투지를 일으켰다.
끔찍하게 강한 인간에게 동족 전부를 잃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지만, 끔찍했던 그 인간이 사라졌다. 싸워 볼 만한 상황이었다.
오크가 먼저 공격해 왔다. 카리스에게 당한 분풀이라도 하려는 듯, 흉흉한 기세였다.
“하압!”
투웅!
래리는 자세를 잡고 오크의 공격을 방어했다. 단단하게 버티는 것. 지금 래리가 할 일이었다.
래리가 전투를 시작하자, 로딘은 마차를 옆으로 살짝 뺐다. 그러자 비앙카와 매튜까지 나와서 래리와 오크의 싸움을 구경했다.
“검술에는 익숙해진 것 같은데.”
“맞습니다. 막고, 흘리기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밀치는 것과 회피는 여전히 어색합니다.”
“아직 어리잖아. 나아지겠지.”
“공자님하고 나이 차이가 2년도 안 납니다.”
래리하고 나이 차이는 정확하게 1년하고 8개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2살 차이일 때도 있고, 한 살 차이일 때도 있었다.
“날 기준으로 삼는 건 좀 그렇지.”
“하지만 보통 천재들은 자신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배움을 보면 답답해하죠.”
“난 내가 이상한 놈이라는 걸 알고 있거든.”
래리의 전투를 슬쩍 보다가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높고 푸른 하늘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날이 조금씩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응. 가을 끝 무렵으로 봐야겠네.”
래리는 거의 20분 동안 오크와 드잡이질을 했다. 여기저기 긁히고 찢겨서 상처도 많이 생겼다.
그래도 기어이 승리를 쟁취했다.
래리는 직접 죽인 오크 2마리 옆에서 숨을 헐떡였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고생했다. 오늘은 마법 말고 포션을 쓰는 게 좋겠다.”
“고마워요, 형.”
로딘이 포션 1병을 던졌다. 오래전 고대 비전으로 만들어 둔 포션이었다.
“운다인, 쟤 좀 씻겨. 래리, 넌 일단 타. 가자.”
“예.”
―히히히.
운다인이 래리의 몸에 묻은 피를 싹 닦아 냈다.
래리는 자기 몸이 깨끗해진 걸 확인한 후에야 마차에 올랐다. 자기 때문에 마차가 더럽혀지는 걸 피하기 위함이었다.
* * *
여정은 순조로웠다. 마수가 유독 자주 나타났지만, 래리의 훈련 상대가 될 뿐이었다.
파앙!
“크윽!”
카리스의 발길질에 래리가 뒤로 나자빠졌다. 숨은 거칠었고, 온몸이 먼지투성이였다.
“허억, 허억.”
“그만하겠느냐?”
“아……직 아니에요.”
“그럼, 일어나라.”
저녁마다 래리는 카리스와 대련을 빙자한 가르침을 받고 있었다. 훈련 시간은 대략 30분. 그 시간 내내 래리는 얻어터지고 굴러다니기 바빴다.
“칫! 오세요!”
간신히 몸을 일으킨 래리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카리스는 망설임 없이 덤벼들었다.
카리스가 창을 휘둘렀다. 창의 궤적에 맞게 래리가 방패의 각도를 조절했다.
하지만 카리스는 방패와 닿기 직전에 창의 궤적을 살짝 틀었다. 방패는 아래로 크게 출렁였고, 상체가 훤히 드러났다.
퍼억!
드러난 상체에 카리스의 팔꿈치가 작렬했다. 래리는 간신히 고개를 틀어, 힘을 흘렸다.
카리스는 가진 힘의 극히 일부만 사용했다. 제대로 했다가는 래리가 일격도 버티지 못할 테니, 최대한 힘을 줄이고 또 줄였다.
그런데도 둘의 격차는 컸다. 힘, 속도, 거기에 기술까지. 래리가 나은 부분이 단 한 곳도 없었다.
“크윽!”
공격을 흘린다고 흘렸는데도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래리는 간신히 중심을 잡았지만, 눈에 초점이 없었다.
“여기까지 하지.”
“더 할 수 있습니다.”
“30분 지났다.”
“아!”
그제야 래리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전히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사물이 여러 개로 보였다.
“고생했다.”
“카리스 님, 제 문제가 뭘까요?”
“전부. 하지만 힘은 어차피 훈련을 병행하면서 나이를 먹으면 해결될 문제다. 속도와 기술도 마찬가지. 네가 익힌 검술 수준이 낮지 않으니, 언젠가는 경지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반응 속도가 느린 건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다.”
카리스는 래리의 단점을 지적할 때도 가차 없었다. 친절한 성격이 아닌 만큼 아픈 부분을 잔인하게 찔렀다.
“반응 속도요? 그냥 속도하고 다른가요?”
“팔다리의 속도는 나이를 먹으면 빨라질 수 있다. 하지만 반응 속도는 나이와 상관없어.”
휘익!
카리스가 순간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카리스의 손은 눈 깜짝할 사이에 래리의 머리에 닿았다.
“넌 반응도 못 했다.”
“이, 이건 너무 빠르잖아요.”
“아니. 공자님이라면 고개를 약간은 움직였을 거다. 다 피하든 아니든. 공격에 반응은 했을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넌 내가 머리에 손을 올리기 전까지 꼼짝도 못 했다.”
진짜 로딘이 반응할지 어떨지, 확인하긴 어려웠다. 카리스와 제나가 기습적으로 로딘을 공격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래리가 공격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카리스와 제나보다 한참 느리니, 당연히 로딘도 반응할 터였다.
“방법이 없을까요?”
“난 가르치는 방법은 모른다. 공자님에게 말해 보는 게 어떠냐?”
“형이요? 검사도 아닌데, 도움이 될까요?”
“공자님은 생각이 깊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분이다. 그분이라면 적절한 방법을 찾아낼지도 모른다.”
카리스의 조언에 래리는 침묵을 지켰다.
이미 로딘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의 삶 전부가 로딘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뭔가를 부탁하자니, 로딘 형에게 미안했다. 그런데도, 염치없는 걸 아는데도, 한 번 더 부탁하고 싶었다.
“말해 봐야겠어요.”
“공자님은 네 부탁을 귀찮게 여기지 않으실 거다.”
“그렇죠. 어지간한 부탁은 거절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서 더 미안해요. 차라리 거절이라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할 만하니까 하는 거다. 네가 한 부탁이라고 해 봐야 공자님에겐 크게 힘든 일도 아니었으니까.”
대륙에 7서클 마법사는 많지 않았다. 원래 4명이었는데, 2명이 죽고 1명의 7서클 마법사가 새로 등장했다.
단 3명뿐인 7서클 마법사. 그다음이 6서클 마법사 로딘이었다. 어지간한 일은 다 할 수 있는 경지였다. 왕국에 투신하면 당장 고위 귀족 작위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로딘에게 래리와 비앙카의 부탁은 대부분 소소하게 느껴졌다.
연공실을 만들고 검술을 가르치는 정도가 좀 큰일이었을 뿐. 다른 일은 약간의 수고만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래리가 로딘에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았다. 밤새워 고민한 듯, 눈이 빨갰다.
“반응 속도가 문제라고?”
“예.”
“반응 속도. 반응 속도. 확인 한번 해 보자.”
로딘은 아공간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래리의 눈 바로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동전을 놓을 거야. 잡아 봐.”
“그 정도는 쉽죠.”
“아래에서 잡지 말고. 옆으로 손을 휘둘러서, 이렇게 잡는 거야. 할 수 있지?”
“물론이죠. 저 검사예요.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 어엇!”
로딘이 기습적으로 동전을 놓았다. 래리가 급하게 손을 휘둘러, 아슬아슬하게 동전을 잡아 냈다.
“손 펴 봐.”
“봐요. 잡았죠?”
동전은 새끼손가락과 손바닥 사이의 공간에 아슬아슬하게 잡혀 있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으면 동전을 놓칠 뻔했다.
“잡긴 잡았네. 잠깐만. 비앙카!”
“저요?”
“너도 한 번 잡아 봐.”
“저도 똑같이요?”
“응. 내가 동전을 놓으면 너…….”
이번에도 로딘은 비앙카가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동전을 놓았다. 비앙카도 래리처럼 손을 휘둘러서, 동전을 잡아 냈다.
“이히히, 잡았다.”
“펴봐.”
“짠!”
비앙카 역시 동전을 놓치지 않았다. 동전은 중지와 손바닥 사이의 공간에 잘 잡혀 있었다.
“래리, 너하고 비앙카. 둘 다 동전을 잡긴 잡았지. 뭐가 다른지 봐.”
“어? 아!”
“잡은 위치가 달라. 왜 이럴까?”
질문을 던졌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래리도 그간 몰랐던 사실을 확인하고 좌절했다.
“제 반응 속도가 비앙카보다 느린 거예요?”
“응. 넌 반응 속도가 심각할 정도로 느리다.”
래리가 평균보다 좀 느린 건 사실이지만, 절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하죠?”
“다행히 근력이나 속도와 다르게 반응 속도는 극복할 방법이 있어.”
“어떻게요?”
“두 가지야. 반응 속도 자체를 올리는 방법이 있고, 예측을 통해서 미리 움직이는 방법이 있어.”
어느 하나를 선택할 필요는 없었다. 둘 다 해 보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대로 훈련하면 되었다.
* * *
그날부터 로딘은 마차 안에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도시에 들렀을 때는 이것저것 물건도 사들였다.
그렇게 10일.
로딘은 원통이 두 개 붙은 물건을 래리 앞에 내려놓았다. 크기는 두 뼘 정도로 그렇게 크진 않았다.
“형. 이게 뭐예요?”
“너도 아티팩트 가동할 줄은 알지?”
“그거야 오러 주입하면 되잖아요.”
“맞아. 여기에 오러를 주입하면 1초에서 10초 이내에 쇠구슬이 발사될 거야.”
로딘이 직접 원통에 미량의 마력을 넣었다. 대략 3초 후, 쇠구슬이 톡 하고 튀어나왔다.
원통에서 튀어나온 쇠구슬은 대략 2미터 정도 높이까지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슬의 속도는 빠르지 않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튀어나와서 반응하기가 힘들었다.
“구슬이 핵심이네요.”
“맞아. 오러를 주입하면 구슬이 튀어나오는데, 넌 그걸 잡거나 쳐 내면 돼.”
“간단하네요.”
“대신 조건이 있지. 구슬이 발사되기 전에 원통의 이 부분에서 빛이 점멸할 거야.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흰색 빛인데, 오직 흰색 빛이 나올 때만 구슬이 나와.”
색깔을 확인하고 구슬을 쳐 내야 했다. 다른 색깔의 빛이 들어왔을 때 손을 휘두르면, 그건 헛손질이었다.
“색깔을 구별해야 하네요.”
“응. 흰색 빛이 들어오면 0.5초 후에 구슬이 발사돼. 넌 헛손질하지 않고 구슬을 쳐 내는 걸 목표로 삼으면 돼.”
“헛손질을 안 해야 한다는 건, 0.5초 안에 색깔을 구별하고 손을 뻗을지 아닐지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죠?”
“맞아.”
잠깐 대화하는 사이에 다시 구슬이 발사되었다. 구슬이 발사되기 직전에 흰색 빛이 짧게 점멸하는 걸 래리도 볼 수 있었다.
“구슬이 발사되는 시간하고 색깔은 무작위야. 먼저 예상하는 건 의미 없고, 오직 색깔을 보고 손을 움직여야 해.”
“해 볼게요.”
“여기 구슬.”
로딘은 쇠구슬이 담긴 주머니를 건넸다. 모두 100개의 구슬이 들어 있는 주머니였다. 원통에 미리 넣어 둔 것까지 120개였다.
“아! 이건 새총에 쓰는 구슬이네요.”
“응. 마침 도시 갔을 때, 대장간에서 팔더라고.”
“원통에는 구슬이 20개 들어간다. 네가 알아서 채워 넣어. 구슬 다 쓰면 말하고.”
“아껴 쓸게요.”
래리가 원통에 오러를 살짝 부여했다. 그러자 원통의 쇠구슬 발사가 정지되었다.
“오러를 한 번 주입하면 가동, 한 번 더 주입하면 가동 중지야.”
“예.”
“고생해.”
“열심히 할게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