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2)
마법을 품다 (122)
로딘은 래리를 위한 장비를 만들면서 크게 고생하진 않았다.
프루발의 환영 수업, 마도 제국 서적 읽기, 마정석에 관한 연구, 마법 수련, 비앙카의 마법을 봐주는 것까지.
원래 일과를 그대로 따르면서 자투리 시간을 사용하는 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딱 한 부분이 골치였는데, 바로 시간을 지정하는 부분이었다.
마법에도 지연 발동이 있긴 했다. 그건 마법사가 마력의 조합 속도를 늦춰서, 시전은 끝내도 정작 발동은 늦게 되도록 만드는 기법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정확한 시간 동안 지연되는지는 순전히 마법사의 역량과 감에 달려 있었다.
물론 로딘은 초 단위로 마법의 지연 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티팩트는 일단 만든 후에는 마법사가 개입할 수 없었다. 아티팩트 자체적으로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로딘은 원통형 아티팩트에 1초, 10초, 0.5초의 개념을 입력하느라, 꽤 머리를 싸맸다. 마력이 시간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파악하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어쩔 수 없이 마도 제국의 서적을 뒤져서, 시간과 관련된 내용을 따로 공부했다.
아쉽게 별 소득이 없었다.
마도 제국 시절에도 아티팩트에 시간의 개념을 정확히 입력하지 못했다.
지속되는 마법을 담은 경우, 아티팩트의 마력이 다 소진될 때까지 마법이 계속됐다. 아니면 아티팩트의 소유자가 직접 마법을 취소하거나.
그러다 찾은 게 프루발의 보물을 담은 상자였다. 그 상자에는 1년 단위로 카운트되는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초 단위가 아닌 건 아쉬웠다. 그래도 시간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적용된 유일한 아티팩트였다.
로딘은 상자를 다시 연구하고, 결국 시간을 나누는 데 성공했다.
1년을 365개로 나눠 하루 단위를 만들었다. 그걸 다시 24개로 나눠서 시간 개념을 아티팩트에 담았다.
그 후부터는 단순 작업이었다.
60개로 1번 더 나눠서 분 단위를, 또 60개를 나눠서 초 단위를 결정했다.
그걸 다시 반으로 나눠서 마력이 인식하는 최소 단위를 0.5초로 정할 수 있었다.
“많은 걸 배웠어.”
고작 10일간의 연구였지만, 로딘은 깨달은 게 많았다.
시간이라는 개념에 관해서 새로이 정립할 수 있게 됐다. 특히나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과 마력이 인식하는 시간의 차이를 알게 된 건 정말 컸다.
“미래라는 게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지.”
과거처럼 미래도 이미 존재한다. 미래는 과거와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해서,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마음에 안 들어.”
미래가 이미 존재한다. 그 말은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아니야. 이미 결정된 것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어.”
미래가 정해져 있다고 믿고 싶지 않았다. 발버둥 쳐도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싫었다.
인간은, 적어도 자신은 노력으로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 * *
로딘은 마법사 베트너와 대화하면서, 마력석이 고대 유적지에서 유출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어떤 악한 조직이 개입했을 가능성보다 고대의 어떤 왕국의 유적지에서 흘러나온 물건이 원인일 확률이 더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은 로딘과 다른 생각이었다.
그들은 거대 괴물 사태를 고대 유적지와 연관 짓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재 어떤 악한 집단의 음모로 만들어진 괴물이라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그만한 물건을 만들 지식이 이 시대에는 없다는 걸 이곳에 모인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에 관해 얘기하기 위해 무려 4대 마탑 전체의 수장들이 회의를 열었다.
물론 거리상의 문제 때문에 직접 만나진 못했다. 마법 통신을 이용한 회의였다.
이 회의에는 거대 괴물이 현재 머무는 장소와 가까운 마탑 2곳의 탑주도 참석했다. 각각 세드리아 마탑과 코미안 마탑이었다.
또 당장 피해를 보고 있는 테비아 왕국의 국왕과 이미 막대한 피해를 본 레녹스 왕국의 국왕, 거기에 거대 괴물이 언제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인근의 3개국 국왕도 참석했다.
“정말 나타났단 말입니까?”
“가능성일 뿐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마왕이라니요. 어찌 그런.”
4대 마탑의 주인들이 괴물 사태에 관해 보고받은 건 약 50일 전.
4대 마탑의 탑주들은 ‘거대’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과거의 문헌을 살폈다. 마왕이 강림했던 초창기에 관해 적힌 기록물이었다.
그러다 1,000여 년 전, 마왕이 나타나기 전에 거대 마수가 먼저 대륙을 휘저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 당시에 나타난 거대 마수는 4마리였다.
“기록에 거대 마수의 존재가 적혀 있습니다.”
“저는 마왕이 거대 마수와 함께 다녔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마왕이 나타나기 전에 거대 마수가 먼저 나타났습니다. 숫자는 많지 않았죠. 금방 토벌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거대 마수가 마왕과 관계가 있음은 확실합니다.”
마법 통신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누구 하나 섣부르게 입을 열지 못했다.
“방법은? 방법은 있습니까?”
한참의 침묵 끝에 말을 꺼낸 사람은 테비아 왕국의 국왕이었다.
당장 거대 마수가 자국 영토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마왕? 그건 나중 문제였다.
지금은 거대 마수를 자기 땅에서 내보내거나,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할 방법이 필요했다.
“마탑에서 도움을 드릴 생각인데…….”
모두의 시선이 란데스 마탑의 탑주 프란시스에게 향했다.
중앙 대륙의 서쪽에서 활동하는 란데스 마탑이 테비아 왕국에선 가장 가까웠다. 소규모의 고위 마법사를 파견한다면 10일 안에 거대 마수와 만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준비하라고 일러뒀습니다. 내일 중으로 출발할 겁니다.”
“하아! 감사합니다. 란데스 마탑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은 거대 마수를 처리한 후에 논의할 일입니다.”
마탑은 세상이 어지러울 때 나서는 구원자 같은 포지션이었다. 국가 간, 영지 간 전쟁에는 참전하지 않지만, 세상이 어지러울 땐 반드시 나서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마탑의 움직임에 절대 공짜는 없었다. 누군가가 도움을 받았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꼭 챙겼다.
“제발 우리 왕국이 더 피해를 입기 전에 도와주십시오. 프란시스 탑주님.”
“허허, 서두르고 있으니 너무 보채지 마시오.”
“테비아 왕국이 입은 피해는 별로 없잖소. 우리 왕국하고 비교하면…… 하아.”
푸념을 늘어놓은 사람은 레녹스 왕국의 국왕이었다.
거대 마수가 대략 한 달간 분탕질을 친 레녹스 왕국의 서부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였다.
죽은 사람의 숫자만 12,000명이 넘었다. 피해를 본 마을은 6곳이었고, 재산상의 피해는 계산할 수조차 없었다.
반면 테비아 왕국이 직접 입은 피해는 크지 않았다. 레녹스 왕국이 망가지는 사이에 거대 마수를 어떻게 상대할지 파악했기 때문이다.
테비아 왕국은 거대 마수가 넘어오자마자, 1차 토벌에 들어갔다.
하지만 처절하게 실패했고 그 후부터는 거대 마수를 유인만 했다. 사람이 없는 곳, 망가질 건물이 적은 곳으로만 거대 마수를 끌고 다녔다.
그 과정에서 기사단과 마법 병단의 사상자가 나오긴 했다.
어제까지 대략 9명의 기사와 2명의 마법사가 죽었다. 민간인 피해도 20명 정도 나왔다.
하지만 레녹스 왕국은 100명이 넘는 기사와 20명이 넘는 마법사가 죽거나 다쳤다. 민간인의 피해는 이미 만 단위였다.
그에 비하면 테비아 왕국이 입은 피해는 크다고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아까 얘기로 돌아가서. 마왕이 나타나기 전의 전조라면, 결국 마왕이 나타난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 란데스에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헤리어스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크로노아도요.”
“저희도 그렇습니다.”
란데스 마탑, 헤리어스 마탑, 크로노아 마탑, 넬라 마탑.
이들을 통상 대륙의 4대 마탑이라고 부른다. 다른 마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오랜 전통을 가진 곳이었다.
이 4곳 중에서 넬라 마탑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의 탑주는 7서클의 대마법사였다. 현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마스터로 있는 곳인 만큼 각각의 전력도 최고였다.
“그런데 마왕은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제가 역사 수업을 열심히 들은 편은 아닙니다만, 마왕은 죽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아니요. 잘못 알려진 겁니다. 우린 마왕이 죽었는지 어떤지 모릅니다.”
“결사대에 의해서 죽었다는 건 잘못 퍼진 소문입니까?”
“무려 천 년 전의 상황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마 일부러 그렇게 퍼트린 게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했으니까요.”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마왕의 출현은 대륙에 피바람을 몰고 왔다. 마왕 때문에 대륙의 인구가 반으로 줄었다고 말할 정도로 피해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그런 상황이니 사람들은 하루하루 불안에 떨며 살았을 것이다.
때마침 마왕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지도자들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법도 했다.
“마왕이 나타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대륙의 힘을 모아 봐야지요. 과거에 이겨 냈듯, 이번에도 이겨 낼 겁니다.”
“그때처럼 이상한 토목 공사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물론입니다. 한 번 했던 실패를 또 반복할 수는 없죠.”
마왕이 등장하기 전에는 지금의 중앙 대륙과 동대륙이 따로 나뉘어 있지 않았다. 파로마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지금처럼 서대륙이었지만, 파로마 산맥의 동쪽. 현재의 중앙 대륙과 동대륙 전부를 과거에는 동대륙으로 통칭해서 불렀다.
마왕이 나타난 곳은 동대륙의 동쪽 끝이었다. 거대 괴물도 그곳에서 나타났다.
마왕은 등장과 동시에 세상을 피로 물들였다.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왕 놈의 술수였습니다. 당시 중앙 대륙의 수뇌부뿐 아니라 모두가 그리 생각했을 겁니다.”
“어찌 됐든 마왕의 등장은…… 하아, 걱정되는군요.”
마왕은 특이하게도 물을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을 찾아 들어가서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다. 강이나 호수가 나오면 빙 돌아서 움직였다.
그렇다고 물에 약한 건 아니었다. 마법사들이 수계 마법을 수없이 사용했지만, 마왕은 아무렇지 않게 다 막아 냈다.
물에 피해를 보지는 않는데, 물을 싫어하는 특이한 성향을 보였다.
마치 인간이 배설물에 맞는다고 바로 문제가 되진 않지만, 더러워서 피하는 것처럼.
“이거다!”
당시 각 나라의 수뇌부는 이를 이용해서 마왕을 막자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 그리고 무려 300만 명이라는 인력을 동원해서 거대한 강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게 바로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길고 거대한 물줄기, 이코스 강이었다.
마왕이 도착하기 전에 강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가혹하게 부렸다.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만 수만 명이었다.
그래도 마왕이 도착하기 전에 이코스 강을 만드는 데에는 성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마왕은 막상 물이 앞을 막고 있으니, 무시하고 건너 버렸다. 그간 물을 싫어했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만약 마왕이 등장하면, 각 나라의 모든 분쟁은 멈춰야 할 겁니다.”
“그거야 당연하지요. 당장 다 죽게 생겼는데, 전쟁으로 땅 좀 더 얻는 게 의미가 있겠습니까?”
“오직 마왕 토벌만 생각해야 합니다. 사적인 감정이 담기는 순간 마왕 토벌은 실패할 겁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우리 왕국은 마왕 토벌에 최선을 다할 겁니다.”
“글쎄요. 과연 그런 마음이 언제까지 갈지.”
마탑에는 마왕과의 전쟁에 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었다. 왕국이 가진 자료보다 훨씬 많았다.
당시에 마수를 막기 위해 모은 200만 명의 병력 중 살아 돌아온 병력은 고작 10만 명. 마왕을 직접 타격하기 위한 1,000명의 결사대 중 살아 돌아온 이들은 고작 100여 명이었다.
그들 중 멀쩡한 몸으로 돌아온 이들은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목숨을 걸고 싸우다 돌아온 이들은 고국에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논공행상에서 제외된 건 물론이고, 마수와 싸우는 과정에서 입은 민간인의 피해를 그들이 전부 뒤집어써야 했다.
절반 이상이 감옥에 갇혔고, 일부는 교수형 당했다. 형을 피한 이들도 나중에 이런저런 죄목으로 잡혀서 죽어나 갇히거나 노역형을 살았다.
“아! 거대 마수는 또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내부를 각별하게 살피시길 바랍니다.”
“그거야, 뭐.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지요.”
마왕을 언급했음에도 왕들은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1,000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고,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숫자로만 보니 크게 와닿지 않았다.
회의는 곧 파했다.
그날 오후, 란데스 마탑의 마법사들이 테비아 왕국으로 출발했다.
거대 마수는 단순히 크기만 크고 힘만 강한 놈이 아니었다. 마법 저항력도 높아서, 하위 마법으로는 생채기 하나 내기 힘들었다.
그래서 란데스 마탑도 고위 마법사 위주로 토벌대를 꾸렸다. 7서클 마법사 프란시스도 빠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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