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5)
마법을 품다 (125)
거대 마수의 형상은 기괴했다.
오래전 지토의 눈으로 봤을 땐 미노타우로스의 모습이었다. 크기만 컸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팔의 길이가 달랐다. 오른쪽 팔은 유독 길어서, 왼쪽 팔의 2배가량 됐다.
얼굴은 엄청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바늘로 푹 찌르면 바람이 빠져서 쪼그라들 것처럼 생겼다.
거기에 몸 전체에 기포가 엄청나게 많았다. 뭔가 큰 병이라도 걸린 듯한 외형이었다.
“끔찍하게 생겼습니다.”
“마스터, 저 토할 것 같아요.”
끔찍하게 생기긴 했다. 로딘도 구역질이 날 것처럼 속이 안 좋았다.
“놈이 왔다. 독 조심해.”
“걱정하지 마세요. 우린 숨을 안 쉬니까.”
접촉식 독이라, 호흡과는 상관없었다. 그래도 내장을 상할 일이 없으니, 다른 기사들보다 덜 위험하긴 했다.
“시작한다. 플레임 스트라이크, 베쿰 익스플로젼!”
놈이 나무를 헤치고 나오자마자, 로딘이 마법을 날렸다. 모우드 황무지의 지하 유적지에서 탈출하면서 사용한 적이 있는 마법 조합이었다.
쿠우우웅! 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음과 함께 주변 일대가 초토화되었다. 거대 미노타우로스 역시 엄청난 충격에 뒤로 한참 나자빠졌다.
크아아아아아!
“하압!”
단 한 방으로 꽤 큰 타격을 줬다. 진공 폭탄과 불꽃 폭발의 시너지가 상당했다.
발라당 자빠진 괴물을 향해 카리스가 달려들었다. 제나는 카리스와 로딘 사이에 위치했다. 로딘을 보호하기 위한 진영이었다.
“제나! 나 신경 쓰지 말고 싸워.”
“예, 마스터.”
제나도 앞으로 달려갔다.
로딘은 옆으로 이동해 제나와 카리스와 다른 방향에 섰다. 괴물을 세 방향에서 포위하는 형태였다.
쿠아아아아!
거대 마수가 포효하며, 로딘을 노려봤다. 창과 검을 휘두르는 카리스와 제나보다 자신을 아프게 한 로딘을 먼저 노릴 심산이었다.
“흥. 블랙 썬더 볼트.”
블랙 썬더 볼트를 연속해서 날렸다.
블랙 썬더 볼트는 5서클 마법이지만, 개량을 통해 6서클 위력을 냈던 마법이었다. 거기에 6서클만큼의 마력까지 담았다.
파츠츠츠츠!
쿠아아!
허공에서 생성된 검은 번개가 연속으로 괴물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괴물이 머리를 양팔로 감싸더니, 무턱대고 로딘에게 달려들었다.
“하압!”
“마스터한테는 못 가지.”
이 자리에는 로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카리스와 제나가 다른 방향에서 괴물의 다리를 썰었다. 오러가 진하게 뭉쳐진 검이 괴물의 다리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크앙!
그때 놈의 주변에서 보랏빛의 안개가 뿜어졌다. 전보다 더 지독해진 독기가 사방을 뿌옇게 만들었다.
“큐어 포이즌! 레지스트 포이즌!”
로딘은 반사적으로 카리스와 제나에게 해독 마법을 사용했다. 잠깐 주춤했던 둘의 공격이 재개되었다.
“하압!”
서걱! 푸욱!
카리스와 제나의 공격은 빠르고 강했다. 괴물은 속수무책이었다. 몸에 계속 상처가 늘어나는데, 오락가락하기만 했다.
‘할 만한가?’
그렇게 막 마음을 놓을 찰나, 카리스가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갔다. 당연히 자의로 날아간 건 아니었다.
퍼억!
“카리스!”
“괜……찮습니다.”
거대 마수의 꼬리 공격이었다. 마치 빗자루로 쓸 듯이 휘두른 꼬리에 카리스가 걸렸다.
제나는 다행히 무릎을 타고 오르려고 애쓰는 중이라 공격을 피했다.
“플라이! 베쿰 익스풀로젼! 플레임 스트라이크! 언리미티드 실드!”
콰아아앙! 벌러덩!
수인을 사용해서 연속으로 마법을 전개했다.
먼저 몸을 띄워 놈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6서클 마법 2가지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거대 마수가 큰 충격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폭발이 터진 가슴 부위에 깊은 상처가 만들어졌다.
근접해서 싸워야 하는 제나에게는 방어 마법을 걸었다. 만일을 대비한 조치였다.
“이익!”
“하앗!”
“마스터! 저는 괜찮습니다.”
다행히 카리스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부러진 왼팔이 덜렁거렸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인리미티드 실드. 헬 레이저!”
카리스에게 방어 마법을 걸어 주고, 바로 괴물을 공격했다. 압축된 불이 직선으로 날아가 놈을 맞혔다.
‘안 뚫리네.’
5서클 헬 레이저는 상대를 뚫는 마법인데, 피부에 상처만 만들고 끝났다. 마법 저항력이 상당한 녀석이었다.
‘6서클 마법이 아니면 안 돼.’
로딘은 다시 마법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6서클 썬더 스톰이었다.
긴 소매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였다. 입으로는 낭랑한 룬어가 흘러나왔다.
쿠어어어!
“가라! 썬더 스톰!”
거대한 번개 폭풍이 놈을 집어삼켰다. 수인법이 돕고 마력을 추가로 투입해 위력을 극도로 끌어 올린 마법이었다.
놈은 몸을 웅크린 채로 버텼다. 그리고 뒷다리를 슬쩍 빼는 게 보였다.
“제나! 조심! 블링크!”
놈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제나를 쳐 냈다. 로딘이 걸어 준 리미티트 실드는 놈을 단 1초도 막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 * *
거대 괴물의 처리는 4대 마탑 중 1곳인 란데스 마탑에게 넘겨졌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어쩌면 이번 전투로 많은 동료 마법사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란데스 마탑은 주변 마탑에 지원을 요청했다. 거대 괴물과 가까이 있는 세드리아 마탑과 코미안 마탑이 그들이었다.
코미안 마탑은 원래부터 거대 괴물과 싸울 생각이었다. 거대 괴물이 있는 장소에 이미 마법사까지 파견해 둔 상태였다.
세드리아 마탑은 아니었다.
그들은 애초에 거대 괴물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이제 막 규모를 키워 나가고 있는 세드리아 마탑에게 이런 위험한 전투는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란데스 마탑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가진 무력도 무섭지만, 중앙 대륙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거대했다.
4대 마탑 중 1곳인 란데스 마탑은 중앙 대륙의 서부에서 가장 강하면서 영향력도 가장 큰 단체였다.
왕국 몇 개를 합친 것과 비슷한 그들과 척을 졌다가는 중앙 대륙 서부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세드리아 마탑은 마법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인솔자는 리치몬드 후작령에서 돌아와서 쉬고 있던 캔드릭 장로였다. 그 휘하에 마탑의 마법사 50명을 배정했다.
“빌어먹을.”
캔드릭 장로는 테비아 왕국에 들어선 후부터 계속 기분이 언짢았다. 억지로 끌려가는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인솔자의 기분이 더러우니 그 아래의 마법사들은 눈치 보기에 바빴다. 혹여나 캔드릭 장로의 심기를 거스를까, 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다.
“빌어먹을.”
캔드릭 장로가 또다시 욕을 하며 투덜댔다. 뭐라고 중얼중얼하지만, 가까이 있던 마법사들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음?”
그때 앞쪽에서 먼지구름이 일어났다. 자세히 보니 누군가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이글 아이.”
캔드릭 장로가 2서클 마법으로 시력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전방을 보니, 어린아이와 평범한 옷을 입은 30대 남자가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막아라.”
“예. 장로님.”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았는데 잘됐다. 화풀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휘하 마법사들을 부렸다.
마법사 몇 명이 앞으로 나서며 마법을 사용했다. 소리를 크게 키우는 1서클 샤우트가 전방으로 날아갔다.
“멈춰라!”
히이이잉!
큰 소리가 들리자, 말을 달리던 이들이 고삐를 잡아챘다. 곧 말이 속도를 늦추더니 마법사들과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다.
“사람이 다니는 길에서 말을 전력으로 달리다니. 누군가 치이면 어찌하려고 이런 짓을 저지른 건가?”
“죄송합니다. 마음이 급하여 실례를 범했습……, 어?”
반사적으로 사과를 한 남자가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마법사들의 면면을 살피고는 굳어 버렸다.
뒤의 말에 타고 있던 어린아이도 굳은 얼굴이었다.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며 도망칠 곳을 찾지만 여의찮았다.
“이게 누구야? 그때 그 버르장머리 없는 놈하고 같이 있던 놈이잖아.”
“장로님. 제가 봤던 그놈들이 맞습니다.”
말을 타고 나타난 사람은 매튜와 래리, 비앙카였다.
로딘의 말을 듣고 미친 듯이 달렸는데, 뒤쪽에서 굉음과 함께 땅이 마구 흔들렸다. 마수와 로딘의 싸움이 만든 여파가 도망치는 래리 일행에게도 전해졌다.
래리는 더 미친 듯이 말을 달렸다. 매튜도 겁에 질린 상태로 말에 채찍질을 더했다.
그렇게 도망치는 래리 일행 앞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구원 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싶었는데, 하필이면 세드리아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됐다. 일단 끌고 와.”
“예. 장로님.”
마법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일부는 살기등등했지만, 일부는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캔드릭 장로가 이끌고 온 마법사의 숫자는 50명. 이 중에는 로딘과 언쟁을 벌였던 장소에 있었던 마법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마법사들이 훨씬 많았다.
“저기……, 장로님. 무슨 일인지?”
“저놈들하고 관련 있는 놈이 나와 우리 마탑을 모욕했다.”
“그렇습니까?”
“좋게 타일러 보려고 했는데 버르장머리 없이 대꾸하더군. 어쩌겠나? 내가 그 어린놈한테 어른을 공경하는 법을 가르쳐야지. 그래야 놈이 알고 있는 것들을 뱉을 테니까.”
물론 예의를 가르치기 위해 래리와 비앙카를 잡으려는 건 아니었다. 놈의 보호자였던 어린 마법사 놈에게 비전을 듣는 게 진짜 목표였다.
저주 얘기를 듣고 마탑을 나설 때, 탑주에게 발동형 아티팩트를 만드는 사람이 있으니 만나 보라는 말을 들었다. 캔드릭 장로는 그 말을 ‘만들지 못하게 해.’라고 이해했다.
그런데 놈과 언쟁을 벌이고 돌아온 후 뒷조사를 해 보니, 놈의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세드리아 마탑에서도 매직 애로우 아티팩트만 만드는데, 그 어린놈이 만든 발동형 아티팩트는 훨씬 다양했다. 심지어 현장에서 사용해 본 용병들의 평가도 그 어린놈이 만든 아티팩트 쪽이 더 좋았다.
언쟁을 벌일 때는 몰랐던 사실이었다.
‘저주를 치료하는 클린 업 마법의 룬어를 실토하게 하고, 놈이 만든 아티팩트의 비전을 뺏자.’
슬그머니 탐욕이 고개를 쳐들었다.
상대는 마탑 소속도 아니니 협박 좀 하면 될 것 같았다. 원래 좋은 건 나누는 법이니까.
“알고 있는 거라면?”
“아니다. 됐다. 너희들은 그냥 저 어린놈들을 잡아 오기만 하면 된다. 그 옆에 있는 놈은 아마 하인일 거다.”
“알겠습니다.”
마법사 중 몇 명이 래리와 비앙카를 잡기 위해 나섰다.
정확한 사정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캔드릭 장로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세드리아 마탑은 탑주조차 겨우 5서클 마법사였다. 마탑 내에서 단 3명뿐인 5서클 마법사 캔드릭 장로의 권한은 막강했다.
“비앙카! 내 뒤에 서!”
“응.”
매튜도 어느새 달려와 래리의 뒤에 섰다. 래리가 혼자서 둘을 지키는 진영이었다.
‘이길 수 없어.’
지금 래리가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은 기껏해야 3서클 마법사 1명 정도였다. 래리가 아직 1급 검사임을 고려하면 대단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상대의 전력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니었다. 지금의 래리로서는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전력의 차이가 컸다.
이번에 파견된 세드리아 마탑의 전력은 5서클 마법사가 1명, 4서클 마법사가 4명이었다. 래리가 간신히 상대할 수 있는 3서클 마법사는 무려 46명이었다.
“반항하지 말고. 이리 오거라.”
“웃기지 마!”
“귀찮게 하는구나. 파이어 볼!”
마법사 중 1명이 룬어를 읊더니, 마법을 날렸다. 3서클 마법사의 핵심 마법인 파이어 볼이었다.
래리는 방패를 비스듬하게 만들어, 파이어 볼이 날아오는 곳에 세웠다. 그리고 파이어 볼이 방패에 닿기 직전, 체중을 뒤로 옮겨 충격을 줄였다.
“스트렝스!”
그때 마법을 완성한 비앙카가 래리에게 힘을 올려 주는 마법을 사용했다. 약자를 상대하는 래리에게는 큰 의미가 없지만, 강자를 상대할 때의 래리에게는 꽤 도움이 되는 마법이었다.
“오호, 어린 녀석들이 제법이야. 그럼, 이것도 막을 수 있을까? 플레어!”
마법사는 전보다 더 길게 룬어를 영창했다. 그리고 완성된 마법의 불꽃이 래리의 코앞으로 날아갔다.
푸아앙! 챙그랑!
“크으윽!”
“래리 오빠!”
래리는 간신히 4서클 마법을 막아 냈다. 하지만 불꽃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방패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바닥에 떨어진 방패의 윗부분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좀 더 쥐고 있었다면 팔까지 타 버릴 뻔했다.
“쯧, 어린 녀석이 제법이다만. 어른이 부르면 재깍 움직여야 한다는 건 못 배운 모양이구나.”
“낯선 사람이 부르면 절대 따라가지 말라고 배웠다!”
“말대답하는 것도 그 녀석을 닮았군. 마음에 안 들어. 뭐 하냐? 빨리 제압해서 끌고 와.”
“예.”
이번에는 다수의 마법사들이 나섰다. 방패까지 잃은 래리로서는 막아 낼 방법이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