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6)
마법을 품다 (126)
괴물의 파괴력은 압도적이었다. 일단 맞기만 하면 마스터 경지의 카리스와 제나도 어딘가 한 군데씩 부러졌다.
게다가 생각보다 민첩했다. 웅크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데, 순간 이동인가 싶을 정도로 빨랐다. 카리스와 제나가 제대로 반응조차 못 할 때도 있었다.
쾅! 쾅!
‘단단해.’
마법에는 그럭저럭 타격을 입는데, 카리스와 제나의 공격은 묘하게 잘 안 통했다. 상처가 생기긴 하는데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근접한 공격에 유독 강한 놈이었다.
‘독 때문이구나.’
큐어 포이즌으로 독을 치료하고 레지스트 포이즌으로 독 저항력을 올려 줘도 그때뿐이었다. 독은 금세 카리스와 제나의 몸에 스며들었다.
저 독에 카리스와 제나의 힘이 약해졌다. 감각에도 문제가 생긴 듯, 움직임도 묘하게 느려졌다.
‘진짜 사람도 아니고. 전투 인형인데도 이런 영향이라니. 접근하면 약해진다. 이게 문제야.’
지금 카리스와 제나가 할 수 있는 건 놈을 묶어 두는 정도였다. 독이 놈 주변에 계속 머무는 한은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내가 처리해야 한다. 내가.’
더 강한 마법이 필요했다.
단순히 마력을 더 넣은 6서클 마법으로는 놈을 처리할 수 없었다. 과거에 사용해 큰 위력에 보였던 베쿰 익스플로젼과 플레임 스트라이크의 조합 마법으로도 놈에게 치명상을 주지 못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방법을.’
머릿속으로 수많은 마법이 스치고 지나갔다. 프루발 환영을 통해 배운 룬어도 떠올렸다.
“제나! 피해!”
“이익!”
바닥에 넘어진 제나 위로 마수가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대로 내려찍으면 제나의 목숨이 위험했다.
“피릭션 제로!”
로딘이 마법을 시전했다. 서클 6개가 맹렬히 회전해 마법 하나를 만들었다.
피릭션 제로. 그리스의 상위 마법으로 마찰 계수를 낮추는 마법이었다.
벌러덩! 쿠웅!
놈이 바닥에서 크게 미끄러져 넘어졌다. 위험한 고비에 있던 제나가 몸을 굴려 위험을 벗어났다.
“파이어 블레스트.”
쾅! 쾅! 콰콰쾅! 쾅!
로딘의 마법이 연이어 펼쳐졌다. 이번에도 6서클 마법으로 일정 범위 전체에 불의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이었다.
마수의 주변이 연이어 터져 나갔다. 뒤이어 땅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솟아오른 불꽃은 마수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범위 마법인 만큼 위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타오르는 불꽃이 주변을 채우고 있던 독기를 태웠다. 확연하게 줄어든 독기 덕에 카리스와 제나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마냥 쉬고 있을 순 없었다.
마법사와 기사가 함께 싸울 때, 기사의 역할은 마법사를 지키는 것이다. 마법사가 마음껏 마법을 쓸 수 있게 한다면, 기사는 자기 역할을 다한 셈이었다.
카리스와 제나가 로딘과 마수 사이에 자리 잡았다.
마수도 상황을 눈치챘다. 성가시고 재빠른 건 눈앞의 둘이지만, 진짜 위험한 인간은 저 멀리 떨어진 놈이었다.
“세상을 정화하는 땅, 퓨리피케이션 필드!”
로딘이 연이어 사용한 마법은 일정 범위 전체를 정화하는 개량 마법이었다.
범위를 지정하기 위해서 5서클 라이트닝 필드의 룬어와 조합식을 가져왔다. 거기에 6서클 마법인 퓨리피케이션을 섞었다. 즉석에서 만든 마법이었다.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6서클 마법이지만, 6서클 같지 않을 정도로 많은 마력이 소모되었다.
“피릭센 제로!”
쿠캉!
놈이 일어나려고 하기에, 로딘은 다시 마찰 계수를 줄였다. 막 상체를 일으켰던 마수가 다시 넘어졌다.
하지만 이전처럼 완전히 나자빠진 건 아니었다. 양팔은 바닥을 짚은 상태였다.
“강림하는 지옥의 화염, 인페르노 플레임!”
놈이 넘어진 틈에 로딘이 긴 룬어를 영창했다. 양 손가락으로 수인도 맺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법 인페르노 플레임.
6개의 서클이 무섭게 돌았다. 그걸로 부족하다는 듯, 마력은 몸을 탐욕스럽게 뒤지기 시작했다.
“아!”
실수였다. 무턱대고 마법을 만들다가, 감당할 수 없는 마법을 써 버렸다.
‘7서클이구나.’
급하게 마법을 조합하고 만드느라, 몇 개의 서클이 필요한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 6서클 마법사인데, 실수로 7서클 마법을 써 버렸다.
6개의 마력 서클로 부족하니, 마법은 육체를 탐했다. 기력을 노리고, 생명력을 갈취하려 했다.
‘안 돼.’
로딘은 급하게 주변 마나를 끌어모았다. 지금은 이 방법뿐이었다.
지하 유적지의 문을 여는 조건은 특별한 마력 파장과 7개의 서클이었다. 6서클 마법사인 로딘은 마나를 이용해 가짜 서클을 만들어서 문에 새겨진 마법진을 속였다.
그때와 같은 일을 다시 시도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
마력은 룬어에 즉각 반응하지만, 마나는 달랐다. 첫 움직임을 유도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그때 필요한 에너지의 양도 많았다.
그래서 마나를 이용한 마법진을 아티팩트에는 썼지만, 전투 마법에는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든 서클 하나를 대신할 뭔가를 당장 만들어야 했다.
‘제발.’
마나를 어르고 달래, 간신히 몸 안으로 끌어 들였다. 급하게 서클 형태로 빚었다.
서클 모양이 만들어지기 무섭게, 인페르노 플레임의 마법이 마나를 뽑아 갔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마나 서클을 보며, 로딘은 다시 마나를 흡수했다. 그리고 서클로 빚고, 다시 마법에 쓰기를 반복했다.
‘하아, 됐다.’
간신히 인페르노 플레임이 바라는 에너지의 양을 만족시켰다.
마법이 완성되었다. 시커먼 빛깔의 불꽃이었다. 마치 검은 연기로 만든 듯한 불은 마수의 몸 전체를 덮었다.
쿠아아아아!
지금까지 사용했던 화계 마법과는 비교도 안 되는 열기였다. 어마어마한 열기에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나무들까지 바싹 말라 갔다.
마수가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바닥에 구르고, 흙을 한 움큼 쥐어 몸에 비볐다.
하지만 불은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똑같은 위력의 마법이 그대로 유지되며 몸을 계속해서 태웠다.
쿠아아아아! 쿠아!
비명을 질러도 소용없었다. 놈의 몸은 쉬지 않고 타는 중이었다.
그와 함께 로딘 역시 점차 몸에서 힘이 빠졌다.
간신히 마나로 마법을 만들었지만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마력이 미친 듯이 들끓어서, 몸이 터질 것 같았다.
“뒤를…… 부탁.”
로딘은 아공간을 뒤져 고대 비전으로 만든 포션 여러 병을 꺼내서 늘어놓았다. 그중 1병을 마시고 바로 앉아서 연공에 들어갔다.
로딘이 마신 포션은 고대 비전으로 만든 것. 상처 치유 포션이지만, 들끓는 마력을 다스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카리스와 제나에게 뒤를 맡겼지만 막상 둘은 할 일이 없었다. 로딘 근처를 지키며, 마수가 죽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게 전부였다.
마수의 몸부림이 점차 줄어들었다. 몸은 이미 새까맣게 탄 상태였다.
“오래 버티는군.”
“그러게. 7서클 마법이었지?”
“응. 전대 마스터가 비슷한 마법을 쓴 적이 있어. 그런데 현재의 마스터가 쓴 마법이 훨씬 위력적이군.”
“맞아. 같은 생각이야.”
로딘 앞을 지키며 카리스와 제나가 대화를 나눴다.
전투는 이미 끝난 것과 같았다. 둘은 꼴이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모두가 살아남았다. 그거면 된 거다.
로딘은 모르고 있었지만, 모우드 황무지의 유적지 입구에 새겨진 마법이 인페르노 플레임이었다.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할 때 발동되어, 침입자를 공격하도록 새겨진 마법이었다.
실제로 인페르노 플레임 마법에 당한 슬라본의 장로가 꽤 오랫동안 후유증으로 고생했다.
“마스터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
“맞아. 나이도 어리지. 그런데 저 포션은 우리 마시라고 꺼내 놓은 건가?”
“그런 모양이야. 흐음, 우린 포션을 마시지 않는데.”
카리스와 제나는 전투 인형이다. 몸이 부서지면 치료가 아니라 수리를 받아야 했다.
지금 그들을 수리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로딘이 착용한 목걸이 안의 수납 장소였다. 목걸이에 새겨진 수복 마법이면 어지간히 망가져도 다 수리할 수 있었다.
“마스터는 종종 우릴 인간처럼 대하지.”
“맞아.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인간처럼 대하는 것 같더군.”
“음?”
“어?”
로딘의 몸에 엄청난 기세가 몰아쳤다. 유형화된 기세에 주변의 나무가 휩쓸리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각성이다.”
“각성이군.”
둘이 동시에 말했다.
이들이 말하는 각성은 서클이 올라가는 순간을 뜻했다. 6서클 마법사가 7서클로 오르고, 7서클 마법사가 8서클로 오르는 것. 모두 과거 제국 시절에 ‘각성’이라고 불렀다.
“아직 15살인데.”
“흐음.”
“전대 마스터보다 더 빨라.”
“제국의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빠르지.”
로딘은 해가 바뀌어야 16살이 된다. 전대 마스터 엘라네리엔 황녀보다 2년 빠른 7서클이었다.
기세의 폭풍은 점점 강해졌다. 주변의 기운은 로딘의 몸을 빙빙 돌더니, 마치 공격하듯 몸을 파고들었다.
“으음, 기세가 너무 강한데?”
“맞아. 너무 강해. 이러다 잘못되는 건 아니겠지?”
엘라네리엔 황녀가 전투 인형을 제작했을 때는 이미 9서클 마법사였다. 그래서 카리스와 제나도 엘라네리엔 황녀의 각성은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엘라네리엔 황녀와 다니며, 다른 이들이 각성하는 장면은 많이 봤다. 특히 6서클 마법사가 7서클로 오르는 장면은 본 횟수는 수십 번이었다.
제국 시절에는 7서클 마법사가 지금처럼 희귀하지 않았다. 재능 있는 마법사가 근처에 있으면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 정도면 8서클 수준이잖아.”
“기운의 강함만 보면 8서클 이상이지만 서클은 7개야. 마스터는 원래 마력이 많은 편이었잖아.”
다행히 엄청난 기세의 폭풍은 금세 가라앉았다. 대신 로딘의 몸이 반죽처럼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신체 재구성을 또 한다.”
“그러게. 전에 한 번 했는데.”
신체의 재구성 과정이 불편했던 걸까.
옷 형태로 있던 지토가 본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하늘 위로 날아가 버렸다.
어깨에 있던 운다인도 로딘과 거리를 벌렸다. 신체 재구성 시에 뜨거워지는 육체가 불편해서였다.
카리스와 제나가 로딘을 지켜보는 사이에 마수를 태우던 불길은 꺼졌다. 거대했던 마수는 새까맣게 타서 숯덩이가 되어 있었다.
“저긴 끝났네.”
“그러게.”
로딘의 변화는 오래 지속되었다. 1시간, 또 1시간이 흘렀는데도, 신체 재구성은 끝나지 않았다.
“오래 걸리는군. 예전에 봤던 7서클 마법사들하곤 뭔가 달라.”
“원래 마스터는 평범함하고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뭐, 충분히 그럴…… 음? 누군가 온다.”
“카리스, 왼쪽. 내가 오른쪽.”
둘은 로딘의 좌우를 지키며 낯선 사람이 다가오는 방향을 노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100명 정도의 무리가 다가왔다. 모두 로브를 입고 후드를 쓴 자들이었다.
“마법사다.”
“응.”
로브의 색깔이 전부 파란색이었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집단에 소속된 마법사들이었다.
“허어, 이런 외딴 곳에서 대마법사가 탄생하는가. 허허허.”
마법사 무리 중 1명이 앞으로 나섰다. 이에 카리스와 제나가 자연스럽게 로딘의 앞을 막아섰다.
“멈추시지요. 우리 공자님께서 중요한 고비에 있습니다.”
“알고 있네. 이 이상 가까이 갈 생각은 없으니 마음 놓으시게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카리스와 제나는 로딘의 곁을 지켰다. 근처에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는 한, 근처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사이 나타난 마법사들은 주변을 살폈다.
숲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근처의 나무 대부분이 쓰러졌고, 땅은 온통 파헤쳐진 상태였다.
그런 난장판 한가운데 놓인 거대하고 시커먼 덩어리가 보였다. 정체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자네들이 저렇게 만든 건가?”
“예. 공자님의 마법이 컸습니다.”
제나는 공을 로딘에게 돌렸다.
실제로도 카리스와 제나는 마수의 움직임을 막는 데 치중했다. 검과 창으로 몇 번 베었지만, 치명상을 만들지 못했다.
마수에게 제대로 피해를 준 사람은 로딘이었다. 최후의 일격 역시 로딘이 무리해서 만들어 낸 7서클 마법이었다.
“흐음, 대륙에 위험이 되는 마수를 처치해 줘서 고맙네. 내가 대륙의 대표는 아니나, 이 자리에 있으니 대신 감사를 전하겠네.”
“공자님이 깨어나시면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 우리 소개를 안 했구먼. 란데스 마탑의 탑주 프란시스라고 하네.”
란데스 마탑이라는 말에 카리스와 제나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들도 이 세상에 눈을 뜬 후, 4대 마탑에 대해서는 들었다. 로딘이 들은 걸 목걸이의 보관소 내에서 전해 들은 거지만, 어찌 됐든 란데스 마탑이라면 현시대에 가장 강한 4개의 단체 중 하나임을 알고 있었다.
만만찮은 전력이라 생각하니, 둘의 긴장도가 더 올라갔다.
“제나라고 합니다. 공자님 호위입니다.”
제나는 자기를 소개했지만, 카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언제든 창을 뽑을 수 있게 잡은 채로, 상대를 살피기만 했다.
“허허, 긴장하라는 뜻은 아니었는데. 우린 조금 더 거리를 두고 쉬고 있겠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우린 이대로 좀 물러나세.”
란데스 마탑의 마법사들이 조심스럽게 거리를 뒀다.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진 후에야 카리스와 제나의 긴장도가 조금 내려갔다.
“후우.”
“다행이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