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28)
마법을 품다 (128)
로딘은 입도 열지 않았다. 그저 어깨를 살짝 움직였을 뿐이다.
퍼억!
“커억!”
캔드릭 장로는 뭔가 맞아서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워낙 창졸간에 당한 공격이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사이에 카리스와 제나는 래리와 비앙카를 구해 매튜가 갇혀 있던 수레로 이동했다.
채캉!
매튜의 팔다리를 묶은 쇠로 된 구속 장치는 제나가 양손으로 뜯어서 끊어 버렸다.
“래리, 비앙카.”
매튜가 다가오려는 걸 제나가 제지했다.
지금 래리와 비앙카를 섣부르게 건드리는 건 위험했다. 부러진 뼈가 너무 많아서, 잘못하면 불구가 될 수도 있었다.
“카리스, 잡아 줘.”
“응.”
카리스는 먼저 래리를 조심스럽게 눕히고 입을 벌렸다.
벌린 입안으로 제나가 로딘이 준 포션을 흘려 넣었다. 뒤이어 비앙카에게도 포션을 먹였다.
“후우, 안 좋은데.”
“비켜 봐.”
어느새 로딘이 근처로 다가왔다. 캔드릭 장로는 뭔가에 붙들린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를 구하기 위해 세드리아 마탑의 마법사들이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손을 대려고 하면 할수록 캔드릭 장로는 점점 더 위로 올라가기만 했다.
로딘이 벌인 일이었다.
“이놈! 이거 놓지 못하겠느냐!”
“어허허, 이게 무슨 일인지.”
그때 장내에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70세가 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설마 란……데스 마탑?”
허공에 매달려 있던 캔드릭 장로는 란데스 마탑 특유의 푸른 로브를 알아봤다.
애초에 이곳까지 온 이유가 란데스 마탑에서 내린 명령 때문이었다. 그러니 란데스 마탑의 로브를 몰라보는 건 말이 안 되었다.
“흐음, 그대는 세드리아 마탑의 로브를 입고 있구먼. 누군가?”
“캔, 캔드릭 장로라고 합니다. 이, 이것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저 흉악한 놈들이 기습으로…….”
“흐음.”
프란시스 탑주는 보이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막 7서클에 오른 초인이 미친 듯이 이곳으로 날아왔고, 세드리아 마탑의 장로를 마법으로 구속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프란시스 탑주의 고개가 로딘을 포함한 3명에게 향했다.
검사로 보이는 여자가 새로이 초인이 된 마법사와 자신 사이에 끼어들었다. 호위들이 보일 법한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탑, 탑주님.”
“자네는 내 얼굴을 아는 모양이군.”
“그……, 예전에 먼발치에서 본…… 적이 있습……. 탑주님. 이것 좀 먼저 풀어 주십시오.”
캔드릭 장로는 몸을 구속하고 있는 마법을 풀려고 온갖 짓을 다 해 봤다. 플라이 마법도 써 봤고, 마력을 직접 움직여 몸을 묶고 있는 뭔가를 끊으려고도 시도해 봤다.
어떤 것도 통하지 않았다. 마치 뭔가가 자신의 힘만 약하게 만든 것처럼 무력하기만 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네.”
“말……씀하십시오. 이것 좀 풀……어 주시고.”
“자네는 어쩌다 초인과 다투게 된 건가?”
“초……인이요?”
캔드릭 장로는 프란시스 탑주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초인이라면 7서클 마법사와 마스터에 이른 검사를 뜻하는 건데, 이 자리에서 그에 들어맞는 사람은 프란시스 탑주뿐이었다.
“몰랐는가?”
“제……가 탑주님의 신……경을 거슬렀습니…까?”
“아직도 모르고 있구먼. 내가 아니라 저기 저 마법사가 초인이라는 말일세. 7서클에 이른 대마법사지.”
“예? 말도 안……, 허업!”
안간힘을 쓰느라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캔드릭 장로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프란시스 탑주와 로딘을 번갈아 보는 동공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놀란 사람은 캔드릭 장로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서 프란시스 탑주의 눈치만 보고 있던 세드리아 마탑의 마법사들도 충격에 몸이 굳어 버렸다.
그사이에 로딘은 래리와 비앙카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하아.”
몸이 너무 많이 상했다. 알고 있는 6서클 치유 마법으로는 완치가 힘들었다.
‘7서클 치유 마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 모든 룬어를 떠올렸다. 프루발 환영 수업을 통해 배운 룬어와 룬어의 조합식도 머릿속에 담았다.
“파라비트 하스토 라비파오…….”
로딘은 알고 있던 룬어와 조합 방식을 이용해 치유 마법을 만들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입으로 뱉어 본 적이 없는 룬어가 많았다. 생소한 발음이라 마법 영창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순수한 치유의 힘. 절대적 치료!”
마법을 완성했다. 손끝에서 피어난 새하얀 빛이 래리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뿌두득! 드득!
부러졌던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갔다. 찢어졌던 살이 아물고 끊어진 힘줄이 다시 이어졌다.
제나가 먹인 포션의 힘이 절대적 치료의 기운을 도왔다.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빠르게 래리를 정상으로 되돌렸다.
“후우.”
이제 겨우 1명을 치료했을 뿐이다. 아직 2명을 더 치료해야 했다.
래리보다 낫지만, 비앙카의 상처도 가볍지 않았다. 꽤 많이 맞은 듯한 매튜의 부상도 있었다.
다행히 마력에는 여유가 있었다. 처음 사용해 보는 생소한 조합의 룬어로 마법을 만들었지만, 소모된 마력은 채 5%도 되지 않았다.
“파라비트 하스토……, 절대적 치료.”
다시 룬어를 영창했다. 전보다 조금 빠르게 마법이 완성되었다. 7서클 절대적 치료 마법이 비앙카의 몸도 치료했다.
“리커버리.”
“감사합니다. 사장님.”
비앙카를 치료하고 나서, 매튜에겐 5서클 리커버리만 사용했다.
매튜는 래리나 비앙카만큼 부상이 심하지 않았다.
이미 먹인 포션만으로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상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거기에 5서클 치유 마법을 더했으니, 상처는 순식간에 아물었다.
“후우. 이 개 같은 늙은이가.”
로딘이 고개를 홱 돌리고, 캔드릭 장로를 노려봤다. 눈에서 살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막 로딘이 초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캔드릭 장로는 로딘의 시선을 마주 보지 못했다. 몸을 웅크리더니, 어떻게든 시선을 피하려고 안간힘이었다.
“세드리아 마탑. 다 죽여 버릴…….”
“그러지 말게나.”
로딘의 말을 끊고 프란시스 탑주가 끼어들었다.
기분이 확 나빠진 로딘이 프란시스 탑주도 노려봤다.
계속 방해하면 프란시스 탑주와 싸울 생각도 있었다. 란데스 마탑이 막는다면 마탑 전체와 싸울 각오도 했다.
“막는 이유가 타당해야 할 겁니다. 제가 좀 화가 많이 났습니다.”
“우선 잘잘못은 나중에 따지겠네. 연유를 파악하는 것도 나중으로 미루세. 내가 자네를 막은 이유는 저기 꼴사납게 묶여 있는 캔드릭 장로 때문이 아닐세. 자네의 성격과 미래를 위해 말린 거라네.”
로딘은 일단 화를 억눌렀다.
캔드릭 장로는 어차피 묶여 있는 상태였다. 그에 대한 처분은 프란시스 탑주의 말을 다 들어 본 후에 내려도 늦지 않았다.
“설명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이 얘기는 7서클이 아닌 이들이 들어 봐야 도움이 안 되지. 사일런트.”
프란시스가 로딘과 자신을 둘러싼 막을 만들었다. 안에서 밖으로, 또 밖에서 안으로 소리가 통하지 않도록 하는 마법이었다.
“전 들을 준비가 됐습니다.”
“얘기를 계속하겠네. 자네는 막 7서클에 올랐지. 초인이 되었네. 초인은 이름처럼 인간을 초월한 뭔가가 아닐세. 여전히 인간이지.”
“그건 압니다.”
로딘은 막 7서클에 올랐지만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처가 생기면 피를 흘리고 피곤하면 잠을 자야 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하지만 이전의 나와 다르기도 하네. 새로 태어난 인간이라고 할까.”
“새로 태어난 인간. 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라는 건 몹시 추상적이었다.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설명하기조차 어려웠다.
로딘은 7서클에 올랐을 때, 그런 난해한 느낌을 받았다. 남한테 어떤 느낌이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이전과 다른 ‘내’가 된 특이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막 초인이 된 직후의 행동이 자네의 성격과 성향, 미래를 결정하게 되네. 어린아이들의 성격이 어릴 때 결정되는 것과 같다네.”
“저 늙은이를 죽이면 제 성격이 이상해진다는 겁니까?”
“초인이 되자마자 피를 본 자들은 하나같이 괴팍해지더군.”
“음.”
로딘도 책을 읽으면서 7서클 대마법사에 관한 일화를 많이 봤다. 평범하다 싶은 7서클 대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미쳤다. 괴팍하다. 종잡을 수 없다.
이런 표현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7서클 대마법사였다.
“자네는 좀 정상적이고 평범한 대마법사가 되길 바라서 막은 걸세. 이상한 성격을 감수하고 저자를 죽이겠다면, 내 말리진 않겠네.”
“하아.”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만약 저자가 정말 죄를 지었다면, 내가 대신 벌을 내리겠네.”
“왜 어르신이 그런 수고까지 하시려는 겁니까?”
“자네가 직접 손을 쓰면 저자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세드리아 마탑의 마법사들 전부가 죽겠지.”
프란시스 탑주의 생각과 달리 로딘은 다 죽일 생각은 아니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이성을 잃진 않았다. 죄를 지은 자는 벌할 생각이지만 그저 휩쓸린 이들까지 묶어서 처리할 생각은 없었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만.”
“허허허, 그런가? 아무튼 난 세드리아 마탑의 탑주하곤 작은 인연이 있다네. 최악은 막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일세.”
프란시스 탑주는 최소한의 피를 보고 이 일을 봉합하고 싶었다. 그래야 안면이 있는 세드리아 마탑의 탑주 훌리안을 볼 면목이 서지 싶었다.
물론 그 전에 어쩌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지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털썩!
로딘은 프란시스의 설득에 넘어갔다. 캔드릭 장로를 구속하던 마법을 풀었다.
바닥에 쓰러진 캔드릭 장로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일어났다. 그리고 로딘을 잠깐 노려보더니, 프란시스 탑주를 간절하게 바라봤다.
“탑주님, 전 억울합니다. 가만히 있는데, 무턱대고 와서는 저를 공격했습니다.”
“저 아이들은? 왜 저렇게 된 거지?”
“그……, 어……, 도둑이었습니다. 제 물건을 훔치려고 해서 작은 벌을 준 것뿐입니다.”
“흐음, 캔드릭 장로라고 했던가? 자네는 대마법사가 어떤 존재이며, 뭘 할 수 있는지 잘 생각하고 대답해야 할 걸세. 대마법사는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거든.”
프란시스 탑주의 말에 캔드릭 장로가 입을 다물었다.
7서클 대마법사가 뭘 할 수 있는지는 캔드릭 장로도 아는 게 없었다.
그가 속한 세드리아 마탑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7서클 마법사를 배출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6서클 마법사도 수백 년 역사에서 고작 2명뿐이었다.
그래서 프란시스 탑주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마법사라고 해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진실을 듣기 위해 엄포를 놓은 것뿐이었다.
“그……, 어…….”
“갑자기 말문이 막힌 건가? 묻겠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지? 자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저기 뒤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네.”
꿀꺽!
캔드릭 장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변명조차 내뱉지 못하고, 침만 삼켰다.
“쯧, 자세한 상황은 모르지만, 자네가 잘못한 거라는 건 알겠군.”
“그게 아니라……, 그…….”
“대답할 게 아니라면, 자네는 입 다물고.”
프란시스 탑주는 다른 마법사들을 1명씩 불렀다. 그들에게 상황을 묻고, 7서클 대마법사의 기세로 압박했다.
압박에 눌린 마법사들은 자기가 보고 들은 장면을 순순히 털어놨다. 누구도 거짓을 입에 담거나 침묵을 지키지 못했다.
“하아, 아직도 이유를 모르겠군. 캔드릭 장로, 대체 저 마법사는 왜 만나려고 한 건가?”
“그……, 어…….”
“자네는 갑자기 벙어리가 됐군.”
“그 대답은 제가 해 드리죠.”
로딘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로딘은 래리와 비앙카에게 7서클 마법 절대적 치료를 한 번 더 사용하고, 포션 역시 1병씩 더 먹였다.
그 덕에 래리와 비앙카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매튜는 거의 완치되어서, 겉으로는 다친 티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몇 달 전, 제가 리치몬드 후작령에 살 때였습니다. 갑자기 저들이…….”
로딘은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굳이 더하거나 뺄 것도 없이, 진실을 전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캔드릭 장로, 그러니까 마법 주문을 탐내고 아티팩트 제작을 그만두게 할 목적으로 아이들을 납치한 건가?”
“그러니까 꼭 그렇다기보다는…….”
“세드리아 마탑이 언제부터 도둑놈 소굴이 된 건가! 내가 훌리안을 잘못 본 것인가? 아니면 자네의 독단적인 판단인가?”
“죄송합니다, 탑주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게 저희 마탑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여 욕심을 부렸습니다. 절대 저희 마탑의 탑주께서 지시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변명하려던 캔드릭 장로도 결국 뜻을 꺾었다.
변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 이젠 비굴하더라도 목숨을 구걸해야 할 때였다.
다행히 최악은 아니었다. 지금은 자신이 나쁜 놈이 되긴 했지만, 마탑에 대한 과잉 충성 때문에 벌어진 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