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3)
마법을 품다 (13)
그날부터 로딘은 하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수업 중에는 엉덩이를 들고, 하체를 단련했다.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 때, ‘5분만 더’를 되뇌며 버텼다.
걸어 다닐 때는 뒤꿈치를 살짝 들어서 종아리에 부하를 줬다. 몇 분만 걸어도 종아리가 터질 것처럼 당겼지만, ‘아프지 않다’라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걸었다.
식사 중에도 수업받을 때처럼 엉덩이를 살짝 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수저를 쓰기도 힘들었지만, 억지로 참아 냈다.
도서관에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책을 읽는 내내 멈추지 않았다. 다리가 아파서 못 움직일 것 같을 때도 앉지 않고 서서 다리를 풀었다.
무더워진 여름 기온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흘렀다. 그런데 운동까지 하고 있으니, 현기증이 난 적도 여러 번이었다.
로딘은 더위를 버티고 근육을 기르기 위해 식사량을 늘렸다. 스테이크도 두 덩이씩 먹었다. 랜트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양이었다.
“301호는 거지들만 모였나?”
지나가던 아이 1명이 작게 중얼거렸다. 조용히 식사하던 이들 귀에 선명하게 들리는 목소리였다.
“아놔! 저 새끼가.”
“참아.”
헤들러가 수저를 놓고 일어나려는 걸 로딘이 제지했다. 헤들러는 씩씩거리며 비아냥거리며 지나간 아이를 노려봤다.
301호 내무실은 여러모로 견제받고 있었다.
대륙 공용어 시험에서 내무실 인원 전원이 통과한 유일한 곳이면서, 예법 시험에서도 떨어진 아이가 없는 곳.
즉, 지금까지 모든 시험에서 단 1명도 탈락하지 않은 내무실이 301호였다.
경쟁심을 가지는 건 나쁘지 않았다. 로딘도 거기까진 이해했다.
하지만 경쟁심보다 적대감을 가진 아이가 더 많다는 게 문제였다.
걷다가 툭툭 부딪쳐서 시비를 거는 건 흔한 일이었다.
때때로 식판을 일부러 건드려서 음식을 쏟게 만들고, 아침 구보 중에 발을 걸기도 했다.
특히 코리와 로딘이 공격 대상이었다.
덩치가 작아 만만하게 본 것이다.
“아놔. 교관님은 뭐 하는 거야? 저런 놈은 잡아다가 혼쭐을 내 줘야지.”
“교관님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할 거야.”
“아니, 왜?”
“특수군 양성소는 전우애, 협동심 같은 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수십 명에서 수천 명이 동작을 맞춰 움직이는 일반 병사라면 협동심이 중요하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동작을 취할 때, 집단의 무서움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육성하는 특수군은 집단으로 움직일 일이 없었다. 적게는 1명, 많아 봐야 10여 명이 팀으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하는 게 특수군.
특수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소수의 강한 병사가 특수군인 셈이다.
그래서 교관들도 협동보단 경쟁을 부추기고, 전우애보다 향상심을 우선했다.
“군인이 뭐 이래?”
“이런 곳이야. 그냥 적응해야지.”
헤들러는 이런 상황이 답답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주먹 몇 번 휘두르고 해결하는 게 속 편하지, 슬쩍슬쩍 간 보듯 건드리니 짜증을 참기가 힘들었다.
“헤들러, 너하고 랜트는 그래도 괜찮잖아. 주로 당하는 건 우린데.”
더 만만한 사람은 로딘인데, 실제로 괴롭힘은 코리가 더 많이 당했다.
로딘은 도서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저녁 식사가 끝나면 도서관에 콕 박혀서 나오질 않았다. 얼굴을 보기조차 힘드니, 괴롭힐 시간도 없었다.
반면 코리는 다른 아이들과 동선이 많이 겹쳤다.
내무실 안에만 있는 걸 답답해하는 성격이라, 돌아다니기도 많이 돌아다녔다. 눈에 자주 띄니 괴롭힐 순간도 많을 수밖에.
3일 후, 다시 기마 수업에 참여했다. 아직 다리가 제대로 단련되지 않아 힘들었다.
3시간짜리 기마 수업을 하는 동안 10번 넘게 낙마했다. 온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었고, 몸은 항상 먼지투성이였다.
하도 말 위에서 떨어졌더니, 본의 아니게 낙법만 늘었다. 다치지 않고 떨어지려고 애쓰다 보니, 저절로 몸을 굴리는 법을 터득했다.
1개월.
서서히 효과가 나타났다.
낙마하는 횟수가 줄기 시작했다.
10번이 9번이 되고, 곧 8번이 됐다. 기마 시험을 열흘 앞둔 날부터는 더 이상 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베크샤인처럼 타는구나.”
로딘이 말 타는 모습을 보고, 나이 지긋한 교관이 한 말이었다.
로딘은 ‘베크샤’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봤던 나라의 이름이었다.
베크샤 왕국은 수백 년 전에 멸망한 동대륙의 국가였다. 건국 시기부터 멸망할 때까지 끊임없이 켄타우루스와 싸운 왕국이기도 했다.
‘상황이 비슷하긴 하네.’
켄타우루스는 반인반마의 마수.
하체가 말이라 기동력이 뛰어나고, 상체가 인간이라 무기까지 다루는 위험한 놈들이었다.
인간 사냥을 놀이의 일부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번 나타나면 마을 전체가 몰살되는 때도 많았다.
발이 빠른 켄타우루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기동력 확보가 필수였다.
이를 위해 베크샤 왕국은 전사의 핏줄을 이은 아이에게 일찍부터 말을 타게 했다. 대략 5세 전후. 지금의 로딘 나이부터 말 위에 올리고 기마를 가르친 것이다.
‘장점이 많아.’
하체의 힘으로 말 위에서 버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말이 움직이는 내내 하체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대신 장점도 확실했다.
고삐를 잡지 않고 말을 탈 수 있으니, 양손을 사용하기 편했다. 또 말과 최대한 붙어서 타는 방식이라, 내 몸처럼 부드럽게 말을 조종할 수 있었다.
며칠 후, 기마 시험이 치러졌다.
말을 타고 직선, 곡선, 장애물을 통과하는 시험이었는데, 시간제한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3기 52명은 전원 통과했다.
직접 기마 시험을 감독한 교관이 더 놀랄 정도였다.
“후우, 살았다.”
로딘도 기마 시험에 통과했다. 아마 전체 52명 중에서 순위를 매기면 50등이나 될까. 정말 아슬아슬했다.
아직 원하는 만큼 하체 힘이 붙지 않았다. 다리도 짧아서, 힘을 제대로 싣기도 힘들었다.
시험 내용 중에 급커브를 달리거나 급정지하는 내용이 있었다면 무조건 떨어졌을 것이다.
아무튼 또 한고비를 넘겼다.
입소식 이후 보낸 6개월 중 가장 힘든 하루였다.
* * *
기마 시험에 3기 전원이 통과했다. 당연히 매를 맞는 아이는 없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났다.
대륙 공용어 재재재재시험을 치렀다. 응시자는 단 1명. 시험이 끝나자마자 현장에서 직접 채점했는데,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드디어 대륙 공용어 시험에서 3기 전원이 통과한 것이다.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는 예법 시험이 치러졌다.
재재시험이었고, 응시자는 2명이었다. 그리고 이 시험 역시 2명 모두 통과했다. 왠지 1명은 봐준 느낌이 들긴 했는데, 어쨌든 교관이 통과를 선언했으니, 그걸로 끝이었다.
기마 시험은 전원 통과이니, 드디어 3기에서 낙오자가 완전히 사라졌다.
“내무실로 들어가라.”
“3기! 전원 내무실로.”
모든 일과가 끝나자, 조교가 3기생들을 내무실로 몰았다.
평소처럼 도서관으로 가려던 로딘도 오늘은 도서관 출입을 금지당했다.
“뭐지?”
“뭔가 있나 보다.”
3기생들이 우르르 내무실로 들어갔다.
301호 4인방도 내무실의 침대에 각각 앉아서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철컥!
문이 열리고, 조교가 들어왔다.
“읽고 외우도록.”
“이게 뭔데요?”
“설명은 내일 아침에 할 거다. 그냥 보고 외워.”
조교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남은 건 뭔가 글자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 한 장뿐이었다.
“어?”
종이는 4칸으로 나뉘어 있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러 연공’, ‘마력 연공’, ‘정령 소환’, ‘환수 소환’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이게 뭐지?”
“설마 연공법인가?”
“아! 이거.”
로딘은 적혀 있는 내용을 보고, 뭔지 파악했다. 도서관에서 이런 내용이 적힌 책을 본 적이 있었다.
“로딘. 이게 뭔지 알아?”
“코리 말대로 연공법이 맞아. 글자 그대로 오러를 쌓는 법, 마력을 쌓는 법, 정령을 소환하는 법, 환수를 소환하는 법이야.”
“맙소사. 이거 엄청 귀한 거 아냐? 이거 막 나눠 줘도 되는 거야?”
코리가 감탄했지만, 로딘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생각만큼 대단한 지식은 아니었다.
“그 정돈 아닌 거 같아. 아마 수도에 가면 조금 괜찮은 서점에서도 구할 수 있을걸? 그러니까 대외적으로 알려져도 아무 상관 없을 정도로 수준이 낮다는 뜻이지.”
“그래도 연공법은 연공법이잖아. 여기 있는 마력 연공법만 열심히 하면 마법사도 될 수 있는 거 아냐?”
“아니. 힘들어. 말했다시피 여긴 적힌 건 수준이 아주 낮거든. 평범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여기 적힌 연공법으로 수련을 백 년쯤 하면 1서클 마법 정도는 쓸 수 있으려나?”
그제야 다른 이들도 여기 적힌 연공법의 수준을 파악했다. 기사나 마법사가 되고 싶다면, 이보다 더 좋은 연공법이 필요하다는 의미였다.
“하아, 그러니까 우리 이런 걸 배우는구나. 노예라서.”
“아니. 이건 배우려고 나눠 준 게 아니야.”
“그럼? 이런 걸 왜 외우라고 하는데?”
“보통은 재능을 파악하는 데 사용해. 수준이 낮긴 하지만 어찌 됐든 오러나 마력이 모이긴 모이거든. 시간을 정해 놓고 연공법을 하고, 오러나 마력이 얼마나 쌓였는지를 측정해서 재능을 파악하는 거야.”
로딘도 정확히 몇 시간 동안 연공법을 운용하고, 어떻게 측정하는지는 몰랐다. 다만 장시간의 경험으로 대략 ‘짐작’해서 재능을 판별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정령술하고 환수 소환술은?”
“그것도 간단해. 적혀 있는 방법으로 소환을 시도하면 정령계나 환계하고 통로가 열리거든. 그 통로의 크기로 재능의 크기를 재. 물론 재능이 없으면 아예 통로가 안 열리니까 깔끔하게 포기해야지.”
아마 대부분은 통로가 아예 안 열릴 거다.
1기와 2기에도 정령사와 환수 소환사는 없거나 한두 명뿐일 확률이 높았다.
정령사와 환수 소환사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극히 드물다.
정령사는 리아즈 왕국 내에 채 100명도 안 되고, 환수 소환사는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 100명 이하였다.
“이것도 도서관에서 본 거야?”
“자세한 건 안 적혀 있어. 그냥 이런 게 있다는 것만 나와 있지.”
“이걸로 재능을 파악하면? 다음은?”
“제대로 된 연공법을 알려 주겠지. 얼마나 좋은 연공법일지는 몰라도.”
기초 중의 기초라서, 연공법은 대체로 쉬웠다.
정령 소환과 환수 소환 역시 정말 간단해서, 외우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글자가 뭐 이래? 이건 대체 뭔 뜻이야?”
“룬어를 대륙 공용어 발음으로 쓴 것 같아.”
“룬어? 그게 뭔데?”
“세상의 언어. 진리의 언어. 뭐 그런 이름이 붙어 있더라. 어떤 책에는 룬어를 사용하면 세상 만물을 뜻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말도 하고.”
룬어를 그대로 써 놓은 게 아니라, 대륙 공용어 발음에 맞게 표기해 뒀다. 그래서 그냥 읽으면 무슨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이걸 대체 어떻게 외우지?”
“그냥 외워야지.”
말이 안 되는 글자의 나열이라 암기 난이도가 꽤 높았다. 몇 줄 안 되지만, 다 외우려면 몇 시간은 집중해야 했다.
‘딱히 할 게 없네.’
도서관 출입이 막혔다.
매일 도서관으로 있던 시간에 내무실에 있으려니, 뭔가 중요한 걸 빼먹은 느낌이었다.
“아휴, 모르겠다.”
여전히 책상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두께의 단어 사전을 들었다.
예전에는 혼자 못 들어서 헤들러나 랜트의 도움을 받았는데, 이젠 자세만 잘 잡으면 혼자 들 수 있었다. 지난 6개월 동안 육체적으로 많이 성장한 증거였다.
“하나.”
단어 사전을 들고 앉았다가 일어났다. 단어 사전이 워낙 무거워서, 일어설 때 다리가 후들거렸다.
“두울.”
움직이면서 자세를 조금 조정했더니, 조금 편해졌다.
“세엣.”
“뭐야? 로딘. 또 운동이야?”
“응. 할 것도 없고. 네엣.”
다시 앉았다가 일어났다. 벌써부터 등에 살짝 땀이 맺히는 느낌이었다.
“이거 안 외워?”
“너희들 먼저 봐. 난 나중에 보지, 뭐.”
“기마 시험도 다 끝났는데, 또 운동이야?”
“기마 수업을 또 할 수도 있잖아. 다섯!”
로딘은 운동을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동기들의 대화는 놓치지 않았다.
“징하다.”
“나 이거 한번 해 볼까?”
“뭐? 운동?”
“아니. 이거 말이야. 연공법. 한번 해 볼까?”
코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닥에 앉았다. 정자세를 하고 앉은 자세가 꽤 경건했다.
“다 외웠어?”
“아니, 보고 하면 되지.”
“아! 맞네.”
코리가 연공법이 적힌 종이를 앞에 내려놨다. 그리고 적힌 방법대로 호흡하면서, 룬어를 읊조렸다.
“하프리스크 나벨리 오……, 아!”
“왜?”
“눈 뜨고 하니까 집중이 잘 안 되네. 뭔가 그냥 멍한 느낌이야.”
코리는 좀 전에 와닿았던 감각을 되새겼다.
분명 변화가 있긴 있었다. 뭔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감각은 아니었고, 반대로 격렬하게 거부하는 듯한 감각이었다.
“다 외워야 하나?”
“잠깐만. 마력 연공법으로 해 볼게. 오러는 내 적성이 아닌가 봐.”
코리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 상태로 마력 연공법에 적힌 대로 호흡하면서 룬어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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