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35)
마법을 품다 (135)
로딘은 응접실을 나와서 카운터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카리스와 제나의 신분 보증인이 자신임을 밝혔다.
“백금패 로딘 님이 이분들의 신분을 보증한다고요?”
“예. 문제가 있나요?”
“없습니다. 백금패 소지자라면 뭐든 가능하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서류 하나를 작성하더니, 카리스와 제나의 신분 보증인으로 로딘이라는 이름을 적었다.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카리스, 제나. 두 용병 지망생의 신분 보증인이 백금패 소지자 로딘이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카리스, 제나 두 분은 용병이 되면…….”
카리스와 제나는 용병이 됐을 때 하면 안 되는 일에 대해 한참 동안 설명을 들어야 했다.
백금패라고 하더라도 조건은 같았다. 카리스와 제나가 앞으로 3년 안에 사고를 치면, 신분 보증인으로 등록한 로딘이 책임져야 했다.
“로딘 마법사님. 신분 보증인 등록이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로딘은 먼저 용병 길드를 나와서 마차에서 기다렸다. 10여 분이 흐르자, 비앙카가 마차로 돌아왔다.
“오빠! 나도 용병 심사 보기로 했어.”
“용병 되려고?”
“몰라. 그래도 나만 빠지긴 싫어.”
“그래. 용병패를 받아 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용병패는 심사에도 돈이 들고, 용병패를 받을 때도 용병패값을 내야 한다. 돈이 없다면 용병도 될 수 없는 게 중앙 대륙이었다.
로딘은 백금패를 무료로 발급받았지만, 그건 백금패이기 때문이다. 로딘도 분실했을 때 재발급받으려면 값을 치러야 했다.
“응. 꼭 용병이 될 거야. 용병 마법사가 엄청 희귀하대.”
“희귀하지. 심사는 언제야?”
“내일 오전 9시. 난 심사 번호 2번이래.”
“2번? 아! 특수 직군은 먼저 받는 건가?”
용병 심사가 내일이라면, 이미 많은 지원자가 이미 용병 심사를 신청했을 것이다. 용병 길드의 규모를 생각하면 숫자도 적지 않을 터.
그런데도 비앙카는 심사 번호 2번을 받았다. 특수 직군만 따로 먼저 심사하는 게 분명했다.
“응. 내가 마법사 지망 2번째라고 했어.”
“내일 아침 먹고 가면 되겠네.”
“응.”
서대륙과 중앙 대륙은 용병 심사 방식이 여러모로 달랐다.
서대륙은 용병의 대우도 안 좋고, 용병 자체도 얼마 없는 곳. 당연히 용병이 되려는 사람도 보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정기 심사 없이 지원자가 나올 때마다 임의로 용병 심사를 진행해도 충분했다.
로딘 역시 임의로 심사를 받아, 그날 바로 용병이 됐다. 용병패를 받는 건 며칠 걸렸지만, 용병이 된 건 그날이었다.
하지만 중앙 대륙은 용병의 대우가 좋고, 용병이 되려는 사람도 많았다.
무역 도시 아시르는 용병이 되겠다고 몰려오는 사람이 매달 수백 명이었다. 리치몬드 후작령은 아시르보다 몇 배는 많았다.
많은 이들을 심사하기 위해서 정기 심사를 진행했다. 정기 심사 전에는 최소한의 자격 테스트도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라이트 보여 달래서 보여 줬어.”
“아하.”
마법사의 경우 라이트 마법이 최소한의 자격 테스트였다. 마법사 직군의 심사를 보는데 라이트 마법조차 못 하면, 정기 심사를 볼 필요조차 없다는 의미였다.
“래리도 최소 조건이 있겠네.”
“최소 조건?”
“네가 라이트 마법 보여 준 것처럼.”
“아항. 그렇구나. 뭘까?”
카리스는 대략 10분 후에 돌아왔다. 제나와 래리는 다시 10분 정도가 더 흐른 후에야 모습을 보였다.
“심사는 내일이지?”
“예, 형. 전 오후 2시부터래요. 그런데 심사 번호가 뒤쪽이라, 아마 오후 4시 넘어야 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카리스와 제나도 비슷했다. 검사 직군의 심사 신청자가 많아서 어쩔 수 없었다.
“사전 테스트 같은 거 있었다며?”
“별것 아니었습니다. 허수아비를 베는 건데. 시험 자체는 간단했습니다.”
“맞아, 형. 테스트는 쉬웠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오래 기다렸어요.”
“모두 고생했어. 여관부터 찾아가자.”
허수아비를 1번에 자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오러를 익힌 이들에겐 그랬다.
하지만 오러 없이 검만 휘둘러 온 사람에게는 허수아비를 베는 일도 쉽지 않았다. 한참을 집중하고, 힘을 한 번에 쏟아 낼 수 있어야 허수아비를 1번에 벨 수 있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허수아비를 베지 못하는 신청자도 부지기수였다.
아쉬움에 매달리기도 하지만, 어림없었다. 아쉽지만 그들은 다음 심사를 기다려야 했다.
* * *
밤 10시 무렵.
로딘은 손에 쥐고 있던 회백색의 돌멩이를 바닥에 내려놨다. 반질반질 광택이 나는 외형이었다.
“드디어 완성했다.”
로딘의 평소보다 훨씬 얼굴은 밝았다. 드디어 마정석 제작에 성공한 것이다.
사실 마정석을 처음 완성한 건 5일 전이었다. 야영지에서 저녁 식사 후에 집중해서 마정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라는 게 문제였다. 이미 포션 제작 때 경험했던 일인데, 장시간 마력을 쏟아부어야 제작할 수 있는 건 불편한 게 많았다.
마정석은 포션만큼 긴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3일 이상은 직접 손을 대야 했다. 너무 불편하고 시간이 아까웠다.
그래서 손쉽게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다가 미스릴 판을 사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특별한 가공을 한 미스릴에는 엄청나게 많은 마력을 담아 둘 수 있었다. 이 성질을 이용해서, 마력을 아예 잔뜩 주입해 놓고 일정한 양의 마력을 계속 배출하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배출되는 마력을 1차 가공한 마나석에 주입하면, 3일에 하나씩의 마정석이 만들어진다. 미스릴 판을 크게 만들면 한꺼번에 많은 마정석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핵심은 미스릴 가공이지.”
현시대의 사람들은 미스릴을 금속의 강도를 높이는 용도로만 쓴다. 미스릴을 마력의 성질에 맞는 형태로 가공하는 법을 몰라서였다.
로딘은 마도 제국의 서적을 통해 미스릴에 3가지 속성을 부여할 방법을 알아냈다.
마력 흡수, 마력 저장, 마력 변형.
마력 흡수는 로딘이 주입한 마력을 받아들이는 성질이고, 마력 저장은 주입받은 마력을 장시간 보관하는 성질이었다. 마정석 제작 장치에는 이 2가지 성질이 쓰였다.
마력 변형은 마력을 특별한 형태로 주입했을 때, 형체가 흐물흐물해지는 성질이었다. 이 성질을 잘만 이용하면 대장장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검이나 방패 같은 장비로 바꿀 수 있었다.
“미스릴을 좀 사긴 해야겠는데.”
지금 가진 미스릴 판은 너무 작았다. 좀 더 큰 마정석 제작용 미스릴 판을 만들어야 했다.
도시 헤덴스에 큰 주괴가 없어서, 작은 미스릴 주괴만 2개 샀다. 그걸 가공해서 마정석 제작 판을 만든 탓에 1번에 만들 수 있는 마정석도 고작 하나였다.
작은 주괴의 크기는 고작 엄지손가락 하나 정도였다. 2개를 합쳐 봐야 양이 얼마 안 됐다.
“미스릴은 리치몬드 후작령으로 가서 해결하고. 남은 건 텔레포트구나.”
공간과 관련된 룬어는 얼추 모아서 정리해 뒀다. 이제 여기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합을 해 봐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티팩트 제작은 실패해도 제작자에게 피해가 없지만, 마법을 실패하면 시전자가 타격을 입는다. 잘못하면 서클이 망가질 수도 있다.
“공격 마법은 조합하기 쉬운데.”
로딘은 천상 전투 마법사였다. 특수군 양성소에서 배운 마법도 모두 전투 마법이었다. 그래서 전투 관련 마법을 조합하는 게 훨씬 쉽고 익숙했다.
전투 마법 이외의 마법은 도서관의 심화 서고에서 배웠는데, 모두 크레이트 위원장이 남긴 마법이었다. 그분이 마탑 출신이라, 의외로 유용한 마법이 많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6서클 마법사라 7서클 마법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출신 마탑 역시 텔레포트 마법은 모르는 중소 규모의 마탑이었다.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아니니까.”
공간 마법 자체는 로딘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공간 확장을 새긴 아티팩트도 만들어 봤고, 아공간 팔찌 역시 가지고 있었다. 또 서대륙에서 죽었던 한 상인이 사용했던 공간 이동 유물도 있었다. 비록 기능을 잃은 아티팩트였지만, 내부의 마법진마저 지워진 건 아니었다.
“일단 수업부터.”
지금부터 자정까지는 프루발 환영 수업을 들을 시간이었다.
로딘은 마정석을 포함해 꺼내 놓은 모든 물건을 아공간 팔찌로 수납했다. 주변을 깨끗하게 만든 후, 프루발 환영을 소환했다.
* * *
아침이 밝았다. 열린 창문을 통해 찬 바람이 훅 하고 들어왔다.
비앙카는 잠결에 이불을 몸에 감았다.
“흠냐.”
“비앙카, 일어나야지.”
래리는 용병 심사가 오후라 여유가 있었지만, 비앙카는 아니었다. 아침을 먹고 미리 몸을 풀어 둬야 용병 심사에 늦지 않을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용병 심사 안 볼 거야?”
“볼 거야. 볼 건데…… 10분만 더 자도 안 늦어.”
“늦어. 일어나.”
로딘이 이불을 확 잡아챘다. 그제야 비앙카가 비칠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아침이 싫다.”
“아침도 너 싫어할 거야. 나와. 아침 식사는 해야지.”
“우웅.”
아침에 심사받는 사람은 비앙카인데, 오히려 비앙카가 제일 늦게 일어났다.
카리스와 제나는 애초에 잠을 잘 필요가 없는 전투 인형이었고, 래리는 새벽에 일어나 로딘과 함께 땀을 흘렸다. 평소와 같은 일과였다.
로딘은 용병 길드로 가지 않기로 했다.
백금패의 등장은 용병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특히 비앙카가 대마법사의 제자라는 게 알려지면 번거로운 일이 생길 게 뻔했다.
아침을 먹고, 비앙카는 역마차를 타고 용병 길드로 갔다. 제나는 호위를 겸해서 비앙카를 따라갔다.
둘은 용병 심사 시간에 맞춰서 출발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로딘 오빠!”
“벌써 끝났어?”
“응. 나 통과했어. 이제 용병이야.”
비앙카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턱을 치켜올렸다.
로딘은 시간을 확인해 보고 혀를 찼다.
고작 9시 40분이었다. 역마차를 타고 오는 데 20분은 걸렸을 테니, 심사 시간은 20분도 채 안 됐던 게 분명했다.
“마법사가 별로 없나 보네.”
“응. 내 앞에 승격 심사 보는 아저씨가 있었고 그다음이 나였어.”
“네 뒤는 없고?”
“응. 내가 끝.”
용병계에 마법사가 참 없긴 없었다. 아시르 정도면 나름 대도시에 속하는데도, 용병 마법사 보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대마법사가 백금패가 됐다며 용병 길드 지부장이 허겁지겁 달려온 게 이해가 됐다. 그들에겐 로딘이 신기한 상상 속 동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등급은? 동패?”
“아니. 철패.”
“흐음, 동대륙하고 서대륙이 다른 건가? 아니면 방침이 바뀐 건가?”
로딘은 비앙카가 마법사라서 동패로 시작할 줄 알았다.
특수 직군은 원래 좀 대우받는 경향이 있었다. 용병계라면 더더욱 그런 경향이 강했다.
그런데 비앙카가 받기로 한 용병 등급은 예상보다 낮은 철패였다. 그래도 검사의 시작 지점인 목패보다 높지만.
‘차라리 잘된 건가?’
등급이 2단계나 차이 나면 의뢰를 맞추기도 어려웠다. 같거나 비슷한 등급이어야 같은 의뢰를 진행하기 수월했다.
“용병패는 언제 받아?”
“3일 후에 오래.”
“그건 똑같네.”
오전 시간은 하루 종일 비앙카의 무용담을 들으며 보냈다. 고작 20분도 안 되는 심사를 받았는데, 무용담은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카리스, 제나, 래리가 용병 길드로 떠났다. 그리고 저녁 식사 시간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다.
“어떻게 됐어?”
“전원 통과했습니다. 공자님.”
“에휴, 전부 통과하긴 했어요. 근데 너무 힘드네요. 대기 시간이 왜 이렇게 긴지.”
래리는 진이 다 빠졌는지, 의자에 널브러졌다.
원래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게 힘든 법이다. 그것도 익숙지 않은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만히 있는 건 2배로 피곤하다.
그나마 카리스, 제나가 있었으니 대화라도 했지, 혼자였으면 몇 시간을 멍하게 보냈을 것이다.
“수고했어. 용병 등급은?”
“목패죠. 뭐.”
3명 다 목패 등급을 받았다. 특수 직군이거나 마스터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원래 검사는 목패부터 시작이었다.
“이힝. 나는 철패지롱!”
“넌 마법사잖아.”
마법사가 특별 취급받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다. 래리도 이미 많이 봤던 장면이라, 그러려니 했다.
“비앙카.”
“철패 용병 비앙카를 불렀나요?”
“풋, 그래. 철패 용병 비앙카. 요즘은 시 안 써?”
“어? 시……요? 저는 시인보다 백금패 용병이 더 어울리는 거 같아요.”
그새 시인이 되겠다는 꿈은 접었구나. 이미 예상하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잘 생각했다.”
“히히, 로딘 오빠 다음 대마법사는 나다!”
“그래. 열심히 노력해라.”
일행들의 용병패 수령 때문에 아시르에 3일을 더 머물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