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36)
마법을 품다 (136)
용병패 수령을 위해 용병 길드로 왔다. 로딘의 등장에 카운터의 직원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백…….”
쉿!
로딘은 급히 입에 검지를 대고, 카운터 직원에게 주의를 주었다. 카운터 직원은 헛바람을 들이켜더니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아저씨. 용병패 받으러 왔어요.”
비앙카가 먼저 나서서 용건을 말했다. 귀염성 느껴지는 말투에 주변에 있던 용병들이 미소를 머금었다.
“심사에 통과하셨나 보군요. 신입 용병께선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성함? 아, 이름이요? 비앙카예요.”
“비앙카. 여기 있군요. 와우, 마법사 용병이네요. 환영합니다. 앞으로 많은 의뢰를 해결하셔서, 금패 용병이 되시길 바랍니다.”
“금패라니요! 저는 백금패 용병이 될 거예요.”
“예. 예. 힘내세요.”
비앙카를 시작으로, 래리와 카리스, 제나도 용병패를 수령했다.
“형. 의뢰 찾아봐요.”
“의뢰?”
“혹시 모르잖아요. 리치몬드 후작령으로 바로 출발하는 의뢰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 찾아보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지.”
용병 의뢰는 로딘도 경험이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해 본 의뢰라곤 포션을 공급했던 단 1번이 전부였다.
400개가 넘는 상처 치유 포션을 1번에 납품해서 동패 4회에 해당하는 의뢰 점수를 받았었다.
“리치몬드로 가는 상행이 많아요.”
“둘 다 대도시니까.”
리치몬드 후작령은 레녹스 왕국 내륙에선 최대의 도시였다. 이곳 아시르 역시 국경과 인접한 꽤 큰 무역 도시. 두 도시 사이를 오가는 상행은 많은 게 당연했다.
“그런데 출발 날짜가 너무 많이 남았네요.”
“여기가 국경 근처잖아. 물품을 충분히 모아서 1번에 출발할 거야. 그러니 시간을 맞추기 어렵지.”
“어? 형, 이 의뢰 어때요?”
“음? 물품 수송?”
상단 호위가 아니라 물품 수송 의뢰가 적혀 있었다. 의뢰를 받는 용병이 직접 물품을 목적지까지 수송해야 하는 의뢰였다.
“목적지가 리치몬드 후작가예요.”
“괜찮네. 오늘 바로 출발해도 되고.”
의뢰 기간이 30일이었다. 이곳에서 느긋하게 출발해 느릿하게 움직여도 15일이면 리치몬드 후작령에 도착하고 남는다.
혹 변수가 생겨서 시간을 좀 잡아먹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로딘이 혼자서 작정하고 속도를 올리면 3일 안에 리치몬드 후작령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의뢰 대상은 철패, 목패. 하급 용병에게 일을 맡기는 걸 보면 비싼 물건도 아니었다.
“그러면 이걸로 할게요.”
“그래라.”
래리가 직접 의뢰를 신청했다. 카운터의 직원은 로딘을 힐금 보더니, 두말하지 않고 의뢰인에게 연락하기로 했다.
고작 철패, 목패가 대상인 의뢰에 대마법사가 끼어들었다. 이건 실패하려야 실패할 수가 없는 의뢰였다.
그날 바로, 의뢰인이라는 사람이 여관으로 찾아왔다. 그들은 카리스, 제나, 래리, 비앙카를 확인하고는 바로 의뢰를 맡기기로 했다.
철패, 목패는 용병 등급에서 최하위에 속한다. 이들이 의뢰 대상이라는 말은 어지간하면 의뢰를 맡긴다는 의미였다.
용병 길드에 들러서 의뢰 계약서를 쓰자, 의뢰 물품은 바로 받을 수 있었다. 꽤 커다란 나무 상자였다.
“이걸 리치몬드 후작가로 보내면 됩니까?”
“예. 수송 의룁니다. 비싼 물품은 아니지만, 지금 리치몬드 후작가에는 꼭 필요한 물건입니다. 그러니까 최대한 서둘러서 옮겨 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의뢰인은 상자와 수령인이 적힌 주소와 이름만 주고 사라졌다.
물품의 직접 수령인은 현 리치몬드 후작이었다. 몇 달 전에 죽은 전대 후작의 뒤를 이어서 후작위에 올랐는데, 6급 검사로 알려져 있었다.
“형. 바로 출발할까요?”
“그럴까?”
“예. 시간 끌 필요 없잖아요. 의뢰가 리치몬드 후작에게는 중요하다고 하니까, 최대한 빨리 전해 주죠.”
“그러지, 뭐.”
점심시간이 이제 막 지났다. 해가 아직도 중천에 걸려 있었다.
* * *
마차는 아시르를 빠져나와 동쪽으로 달렸다. 평소보다 마차를 조금 빠르게 몰았다.
아무리 쉬운 의뢰라도 어찌 됐든 의뢰를 받은 상태였다. 충분히 여유가 있지만, 좀 더 여유를 만들기 위해 속도를 냈다.
“형, 수송 물품이 뭐예요?”
“포션 같은데?”
“그래요?”
로딘은 의뢰받은 수송 물품을 아공간 팔찌에 넣지 않았다. 마차에 그대로 실어 둔 채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물품 수송은 로딘이 아니라 래리와 비앙카를 위한 의뢰였다. 용병이 하는 일을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 일반적인 용병이 할 수 없는 일은 배제하기로 했다.
“리치몬드 후작령에도 포션은 팔잖아요. 근데 왜 이렇게 먼 곳에서 사는 걸까요?”
“글쎄다. 트루 아이.”
로딘도 궁금증이 생겨서 마법을 사용했다. 내부를 투시해 상자의 물품을 확인했다.
“포션 맞아요?”
“응. 해독 포션이네.”
“해독이요? 누가 중독됐어요?”
“그건 모르지. 해독 포션이면 멀리서 사 오는 것도 말이 돼.”
해독 포션은 포션 중에선 가장이 가장 싼 편이었다. 재료비도 대부분 싼데, 수요도 많지 않았다.
해독 포션이라는 게 중독된 상태가 아니면 쓸모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살면서 중독될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수요가 거의 없으니, 잘 만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큰 도시인데도 해독 포션을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리치몬드 후작령에는 안 팔아요?”
“잘 안 만들거든. 그래서 어떤 날은 싸게 구할 수 있지만, 어떤 날은 아무리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고.”
“아! 돈이 안 되니까, 안 들여놓는 거네요.”
“맞아. 그나저나 1~2병도 아니고. 100병 전부가 해독 포션이네.”
로딘은 리치몬드 후작령에 전염병이 돈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리치몬드 후작가는 전염병이 독(毒)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판단한 듯했다.
“중독된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그렇게 판단한 모양인데…… 이번 의뢰, 좀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기분 나쁜 찝찝함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부린 수작질에 휘둘리는 듯한 불쾌감을 지울 수 없었다.
“형, 왜요?”
“리치몬드 후작령에 지금 전염병이 돌고 있는데, 리치몬드 후작가는 그게 독 때문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야.”
“아하, 그래서 해독 포션을 사는 거군요. 그런데 왜요?”
로딘이 래리와 대화하는 사이에 비앙카도 이쪽 마차로 건너왔다. 마차 2대를 바싹 붙여서 움직이고 있어서, 대화 소리가 옆으로 다 들렸다.
“로딘 오빠! 리치몬드 후작령에 전염병 돈 지 오래됐어?”
“좀 됐어. 벌써 두 달이 넘었거든. 우리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염병이 돈 것 같아.”
“그럼, 형! 지금까지 전염병 사태가 진정이 안 된 거예요?”
비앙카는 리치몬드 후작령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거의 집에서만 머물러서, 누굴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래리는 상업 지구에 아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들이 혹시나 전염병으로 잘못되지 않았나 걱정하고 있었다.
“그게 문제지. 두 달 동안 리치몬드 후작가에서 해독 포션 구하려고 안 해봤을까?”
“해 봤……겠죠.”
“그런데 우리한테도 이 의뢰가 들어왔다는 게 무슨 뜻이겠어?”
“해독 포션으로 전염병을 치료할 수 없거나 아니면 해독 포션을 구하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 아닐까요?”
아는 사람이 피해를 본 듯하자, 래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덩달아 비앙카도 귀를 쫑긋 세우고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런데 전자라면 우리한테 해독 포션을 구해 달라고 할 이유가 없잖아. 어차피 전염병 치료가 안 되는데.”
“그럼, 지금까지 해독 포션을 못 구했다는 거네요.”
못 구했거나 부족하거나. 뭐가 됐든 포션 공급에 문제가 있는 건 확실했다.
그러니 철패와 목패로 이뤄진 초짜 용병에게 이런 의뢰가 들어왔지. 그게 아니면 상단을 통해서 포션을 구하려고 했을 것이다.
“왜?”
“예?”
“왜 못 구했을까? 수요가 많지는 않지만, 마음먹고 구하면 한 달 안에 수백 병씩 구할 수 있는 포션이야. 그런데 왜 못 구했을까?”
“아! 훼방 놓는 사람이 있군요.”
이게 본론이었다. 누군가가 포션이 리치몬드 후작가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 누군가는 포션을 수송 중인 이쪽도 공격할 확률이 높았다.
“내 생각은 그래.”
“우리가 공격당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 그런데 말이지. 더 기분 나쁜 건 우리가 미끼 같다는 거야.”
로딘이 진짜 기분 나쁜 건 이 부분이었다.
겨우 철패, 목패로 이루어진 초짜 용병을 버리는 패로 사용했다는 점이었다.
그 피해자가 생판 모르는 사람이었어도 눈살이 찌푸려졌을 일인데, 생판 남이 아닌 동생들이 피해자였다.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미끼요?”
“의뢰를 받은 사람이 누군지 생각해 봐. 철패 용병 1명에 목패 용병 3명이잖아. 이런 사람에게 당장 필요한 포션 수송을 맡겼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 우리는 진짜가 아니군요.”
“이쪽이 공격받는 동안 진짜는 유유히 빠져나갈 생각이겠지.”
그제야 래리의 눈에 상황이 제대로 그려졌다. 비앙카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볼을 잔뜩 부풀렸다.
“나빴다. 비앙카를 속였어. 나쁜 아저씨.”
“우리가 멍청했네요.”
“아니. 앞으로 용병으로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일이야. 일찍 경험했다고 생각하자고. 어떤 상황이든 지금 너희들이 위험할 일은 없잖아.”
“그건…… 그렇죠.”
이쪽 일행에는 무려 대마법사가 끼어 있었다. 거기에 마스터에 이른 검사도 2명이었다.
한 나라가 작정하고 나서서 훼방을 놓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래리와 비앙카가 위험할 일은 없었다.
* * *
이틀이 흘렀다. 다행히 그동안은 아무런 사건 사고도 벌어지지 않았다.
‘으음.’
모두가 잠든 밤, 로딘은 프루발의 환영 수업을 들었다.
마도 제국의 서적은 주로 낮에 마차에서 읽었다. 여전히 마도 제국의 언어 중에는 모르는 게 많았는데, 그때마다 카리스나 제나의 도움을 받았다.
반면 밤은 프루발의 환영 수업을 듣는 시간이었다. 모두가 잠든, 특히 시끄럽고 말이 많은 비앙카가 잠든 시간이 수업을 듣기 좋았다.
“음?”
회중시계의 3시 수업이 끝나고, 4시 수업으로 넘어온 지 며칠 지났다. 오늘도 당연히 룬어 수업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연공법 수업으로 이어졌다.
수업이 너무 맥락 없이 이어진다 싶던 찰나, 프루발이 사용한다는 연공법을 가르쳤다.
‘아! 뭐가 이래?’
이유가 뭐가 됐든, 가르치니까 배우긴 했다. 아니, 배우기 싫어도 배울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듣는 건 책을 읽는 것과 달라서 몇 번씩 반복되었다. 수업을 듣는 학생을 완전히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반복해서 연공법을 알려 주니, 저절로 배우게 되었다.
‘이거 익혀도 되나?’
오늘 배운 연공법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지금까지 배운 그 어떤 연공법보다 상위가 분명했고, 어쩌면 마도 제국의 황실에서 사용했다던 연공법보다 뛰어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프루발은 인간이 아니었다. 과연 프루발의 연공법을 인간이 그대로 익혀도 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마도 제국 황실에서 사용했다는 그 연공법만 알면 이런 건 관심을 꺼도 될 텐데.’
지하 유적지에서 얻은 책 어디에도 연공법이 적혀 있진 않았다. 로딘은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하 유적지로 들어가는 문의 출입 조건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지하 갱도와 통하던 문의 조건은 7서클 대마법사일 것과 특정한 마력 패턴을 가지고 있을 것, 2가지였다.
특정한 마력 패턴은 특정한 마력 연공법을 익혔다는 의미였다. 즉, 다른 장소에서 연공법을 익히고 지하 유적지로 왔어야 했다.
‘지하 유적지는 이미 특정한 연공법을 익히고 대마법사에 이를 때까지 성장한 사람을 위한 장소야.’
그래서 지하 유적지에서 얻은 책에는 마력 연공법이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7서클 대마법사가 된 후, 마력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프루발이라……, 인간하고 얼마나 다를까?’
프루발의 앞모습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눈, 코, 입의 모양과 개수도 같고, 손가락과 발가락의 개수도 똑같이 5개씩이었다.
하지만 뒤를 보면 인간과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프루발은 길지 않은 꼬리가 달려 있고, 뒤통수부터 꼬리까지는 손바닥 크기의 골판이 빼곡하게 박힌 모습이었다.
‘연공법을 그대로는 못 쓸 것 같은데.’
왠지 불안했지만, 시도조차 안 해 보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