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37)
마법을 품다 (137)
로딘은 주변을 천천히 산책했다. 카리스와 제나가 따라오려고 해서 손으로 만류했다.
‘여기가 좋겠네.’
테스트 성격이 짙은 마력 연공법이었다. 그래서 마나 농도의 좀 옅은 곳으로 일부러 찾아왔다. 그걸로도 부족해서, 의지를 일으켜 마나를 사방으로 흩어 놓았다.
지금 앉은 자리 주변은 평상시 마나 농도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설마 문제가 생기더라도 통제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프루발의 환영을 통해 배운 마력 연공법을 시작했다.
‘괜찮은데?’
룬어의 인도에 따라 들어온 마나가 육체의 구석구석을 질주했다. 속도가 조금 빠르지만, 통제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예상 못 한 구석구석까지 마나가 돌아다녀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곳에도 길이 있어?’ 싶을 정도로 몰랐던 마나 로드를 많이 알게 됐다.
로딘은 오래전부터 마력 연공법을 연구해 왔다. 특수군 양성소에서 중급 마력 연공법을 배운 시기부터이니, 마법을 배운 경력과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하지만 큰 성과를 얻진 못했다.
초창기에는 아는 룬어가 부족해서 포기했다. 룬어를 어느 정도 알게 된 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연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처음 그대로는 아니었다.
지금 사용하는 마력 연공법은 특수군 양성소에서 배운 중급 마력 연공법과는 차이가 있었다. 아주 조금씩 필요한 부분만 개량해서, 중급 수준은 넘어선 지 오래였다.
‘좀 더 개량할 여지가 있구나.’
마나는 몸 곳곳으로 돌아다니면서 패턴을 만든다. 어떤 곳을 얼마나 돌아다니느냐에 따라서 마력 패턴이 결정된다.
지하 유적지의 문이 바라는 마력 패턴은 마도 제국 황실의 마력 연공법을 배워야 만들 수 있었다.
로딘은 지하 유적지로 들어가기 위해 억지로 패턴을 만들어 냈지만, 그건 편법이었다. 강제로 그려 낸 마력 패턴을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좀 더 손을 보면 비앙카의 성장도 빨라지겠지.’
비앙카는 로딘과 같은 마력 연공법을 배웠다. 로딘이 약간씩 개량할 때마다, 비앙카 역시 연공법을 조금씩 바꿔 왔다.
그래서 둘의 마력 패턴은 같았다. 양과 농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면 으윽!’
몸의 구석구석을 돌던 마나가 서클로 변환되기 위해 심장을 파고들었다. 그때, 로딘은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
‘이게 뭐야?’
아주 약간 만들어 냈던 마력의 구조가 너무 이질적이었다. 도저히 인간이 다룰 수 없는 형태의 마력이었다.
‘죽을 뻔했다.’
순간적으로 마나의 움직임을 통제하고, 몸 전체로 흩었다. 다행히 더는 마나가 마력으로 변환되지 않았다.
‘하아.’
일단 끌어 들인 마나를 그냥 흩어 버릴 수는 없는 일.
로딘은 원래 알고 있던 마력 연공법을 사용해 마나를 마력으로 갈무리했다. 그렇게 1사이클을 돌리고, 천천히 눈을 떴다.
“후우. 위험했네.”
가슴을 쓸어내리고, 야영지로 돌아왔다. 불침번을 서던 카리스와 제나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산책하셨어요?”
“응. 머리 좀 식혔어.”
로딘은 위험한 연공법을 시도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괜한 소리로 일행들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밤이 늦었습니다.”
“음? 벌써 이렇게 됐네. 좀 잘게.”
“예. 아침에 뵙겠습니다.”
막상 잠자리에 누워서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만 프루발의 마력 연공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냥 포기하기엔 아까워.’
몸 구석구석을 충실하게 도는 연공법이었다. 이런 연공법으로 마력을 모을 수 있다면 마력을 통제하기 훨씬 쉬워진다. 또 서클의 마력 밀도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마나가 마력으로 변환될 때 문제가 생겼다. 인간의 것이 아닌 방법을 그대로 쓰는 건 너무 위험했다.
마지막 단계만 기존의 방법을 사용한다? 구석구석 마나를 돌린 의미가 사라진다. 연공 시간만 오래 걸리니 오히려 손해였다.
‘하아.’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지나다 보니 어느새 새벽이었다. 아무래도 잠을 자기는 그른 것 같아서 로딘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좀 더 주무시지요?”
“맞습니다. 공자님. 너무 늦게 주무셨습니다.”
“괜찮아. 잠도 안 오고.”
평소와 같은 일과를 이어 갔다.
먼저 지토를 하늘로 보내서 주변을 가볍게 정찰하고, 마력 연공법을 2사이클 행했다. 물론 프루발의 방식이 아닌 원래 알고 있던 방식이었다.
그즈음 래리가 일어났다.
래리와 함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식사 준비에 들어갔다.
“최악이네.”
“형! 이거 뭐예요?”
“어제 요리가 싱거운 것 같아서 소금을 좀 더 뿌렸는데 이런 참사가 일어나네.”
매튜가 마가렛의 고향에 남으면서 식사의 수준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아무래도 뭔가 방법을 생각해 내야 할 듯했다.
“형은 ‘적당히’가 없네요.”
“맞아. 로딘 오빠 요리, 진짜 이상해.”
“앞으로 너희들이 직접 요리해라. 난 모르겠다.”
요리엔 재능이 없나 보다. 떡갈나무 마을에서부터 이곳까지 매일 세 끼씩 빠짐없이 요리했는데, 당최 실력이 늘질 않았다.
“형! 그런 게 어딨어요?”
“맞아요. 로딘 오빠! 식사는 오빠가 책임지겠다고 했잖아요.”
“그럼 투정이나 하지 말든가.”
사실 로딘은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긴 해도, 맛없는 걸 못 먹는 건 아니었다. 배를 채울 수 있다면 그냥저냥 참고 먹을 수 있었다.
문제는 래리와 비앙카였다.
얘들은 그간 너무 맛있는 요리만 먹어서 입이 아주 고급이 되어 버렸다. 어지간히 맛있지 않으면 음식을 삼키지도 못했다.
“차라리 카리스 아저씨나 제나 언니한테 해 보라고 하는 건 어때요?”
“안 돼. 안 그래도 불침번 서느라 피곤한데.”
카리스와 제나에겐 미각과 후각이 없었다. 시각과 청각만 있어서, 어떤 ‘맛’이 맛있는 ‘맛’인지를 몰랐다.
“그럼 어떡해요?”
“아무래도 맛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좀 쟁여 놔야겠다.”
“쟁여 놔요? 어떻게요?”
“내 아공간 팔찌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공간이잖아. 맛있는 음식을 한 500인분 정도 채워 놓고 끼니마다 빼 먹자. 그게 낫겠다.”
당장은 이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책이 든 공간에 음식을 넣는 게 껄끄럽지만, 다른 해결책이 생길 때까지는 참기로 했다.
“아하. 그러면 되겠구나.”
“정리나 해. 슬슬 출발해야지.”
“예.”
요리가 로딘 담당이라면, 설거지를 포함한 뒷정리는 해리와 비앙카 몫이었다.
요리사의 조각상에서 나온 조리 도구만 썼다면 설거짓거리는 안 나올 텐데. 아쉽게 요리사의 조각상에서 나온 조리 도구는 최대 2인분 정도까지만 요리할 수 있었다.
카리스와 제나를 포함한 5명의 요리를 위해서는 상점에서 산 평범한 조리 도구도 사용해야 했다.
정리를 마치고, 마차에 올랐다.
비앙카가 오랜만에 래리가 탄 카리스의 마차로 넘어갔다. 제나가 모는 마차에는 로딘 혼자였다.
“출발하자.”
“예.”
마차가 출발했다. 식사 시간은 소란스러웠지만, 어찌어찌 여정은 평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공자님.”
“응. 왜? 할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저와 카리스에게 다른 동료 인형이 있습니다.”
카리스와 제나의 전대 마스터인 엘라네리엔 황녀가 원래 100기의 전투 인형을 만들었다는 건 로딘도 알고 있었다. 지하 유적지에 남겨진 책에서 그에 관한 내용을 봤다.
“인형이라는 말은 좀 그렇다. 그냥 동료라고 하자.”
“알겠습니다. 동료들을 포함해 100기 중에 저와 카리스가 있습니다.”
“흐음. 100‘기’라는 것도 좀 그래. 그냥 100‘명’으로 부르자. 너무 무생물 같아서 껄끄러워.”
“훗, 공자님은 역시 전대 마스터와 다르시네요.”
로딘은 전투 인형을 만드는 법도 책을 통해 배웠다. 다만 9서클 마법사가 아니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수준이라, 지금은 그저 머리로 기억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왜?”
“100명 중에서 요리 담당도 있습니다.”
“어? 요리를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고?”
눈이 번쩍 뜨이는 얘기였다. 당장 하던 모든 일을 제쳐 두고 찾으러 가고 싶었다.
“황실의 요리사가 직접 아는 모든 요리를 시연해서 가르쳐 줬습니다. 아는 요리가 10,950가지라고 들었습니다.”
“오! 10,950가지라니. 끼니마다 다른 요리를 10년 동안 먹을 수 있는 거잖아.”
끼니마다 다른 요리를 먹으면 1년에 1,095가지의 요리가 필요했다. 요리사 전투 인형이 아는 요리는 딱 그 10배였다.
“브록스를 찾으면 요리 문제는 해결됩니다.”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
“예. 엘라네리엔 황녀는 저와 카리스를 따로 떼어 낸 후, 다른 전투 인형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 주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로딘도 알고 있었다.
엘라네리엔 황녀는 멸망을 대비해 5곳의 비밀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들러야 모든 장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안배했다.
전투 인형은 5곳의 비밀 공간에 나뉘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차례로 들러서 수습할 수 있게 엘라네리엔 황녀가 안배해 뒀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너희들이 있던 지하 유적지는 5번째는 절대 아니거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면 5번째로 갈 수 있는 단서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단 말이야.”
단서가 없었던 건지, 단서를 놓친 건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미 화산 활동으로 무너졌을 테니 지금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그런데 첫 번째 비밀 공간에 관한 단서가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아! 황도. 그런데 거기 가려면……, 하아.”
지하 유적지에서 얻은 서적에 첫 비밀 공간에 관한 언급이 조금 있긴 있었다. 황도의 은신처에 숨은 후인에게 남긴다는 편지 형식의 글이었다.
후인을 위한 비밀 공간이니, 첫 시작은 분명히 마도 제국 시절의 황도 안이거나 그 근처일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그 당시의 황도로 가려면 마수림으로 들어가거나 통과해야 했다. 7서클 마법사가 됐음에도 마수림은 여전히 두려운 장소였다.
“전대 마스터의 안배는 이미 깨졌습니다.”
“그렇지. 마수림이 생길 줄은 몰랐을 테니까.”
마수림의 등장은 마도 제국의 멸망과 시기가 겹쳤다. 즉, 마도 제국이 멀쩡했을 때는 마수림이 없었고 마도 제국이 멸망하면서 마수림이 생긴 것이다.
“공자님의 등장도 예상 못 했을 겁니다.”
“그건…… 그렇지.”
모우드 황무지의 지하 유적지는 1번째 비밀 공간이 아니었다. 2번째 혹은 3번째일 확률이 높았다. 어쩌면 4번째 비밀 공간일 수도 있었다.
원래라면 1번째 비밀 공간에서 마력 연공법을 익히는 게 먼저였다. 모우드 황무지는 7서클 마법사가 된 후에 들렀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로딘이 편법으로 지하 유적지로 들어가 버렸다. 엘라네리엔 황녀의 안배가 어이없이 뚫려 버린 것이다.
“마수림이라는 곳이 그렇게 위험한 곳입니까?”
“모르겠어. 나도 직접 가 본 적은 없거든. 그런데 잉그렘 제국의 50만 병력을 집어삼킨 곳이니까, 만만한 곳은 아니겠지.”
“그들은 다수였습니다. 공자님은 혼자죠.”
마수림 같은 곳은 압도적인 전력보다 소수 정예가 나을 수도 있다. 마수가 바글거리는 곳이라도, 소수가 움직이면 만나는 마수의 숫자는 한정적이다.
“그건 그렇지. 목적도 다르고.”
“예. 잉그렘 제국이란 곳은 토벌이 목적이었지만, 공자님은 무사히 통과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로딘도 잉그렘 제국의 토벌대보단 자신이 마수림에서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었다.
혼자서 조심조심 움직이다가 마수가 몰리면 카리스와 제나를 소환해서 마수를 처리하고, 전투가 끝나면 다시 목걸이로 보관한 후 혼자서 조용히 움직이는 방식.
이렇게 하면 잉그렘 제국의 토벌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험도가 낮아진다.
“뭐, 어차피 첫 번째 공간에는 전투 인형이 없을 거야. 있어도 소수일 테고. 너희들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우드 지하 유적지 다음 공간으로 가야 나올걸.”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 목걸이가 증거지. 모우드 황무지의 지하 유적지보다 먼저 들렀어야 하는 장소에 너희 같은 이들이 있었다면 목걸이도 거기서 나왔겠지.”
카리스와 제나는 목걸이 안에서 100기의 전투 인형 전부가 모여 있었던 과거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즉, 목걸이는 100기의 전투 인형 전부의 보금자리였다.
당연히 처음 만나게 되는 전투 인형과 집이자 회복 장소인 목걸이를 같은 장소에 보관하는 게 정상적이었다.
“아! 그렇군요. 그러면 다른 전투 인형들은 다음 비밀 장소에 있겠습니다.”
“아마도. 설사 그게 아니라도 당장 움직이긴 힘들어. 일단 래리하고 비앙카가 좀 더 클 때까지 기다려야지. 2급 검사, 2서클 마법사는 되어야 자기 몫을 하지 않겠어?”
“지금도 한 사람 몫…….”
“잠깐! 앞에 사람이다.”
로딘이 제나의 말을 끊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만, 아직 일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