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5)
마법을 품다 (15)
아침에 진행하는 구보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은 원래 조교가 인솔한다. 적을 때는 조교 1명이 나오기도 하고, 많을 때도 3명 정도만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교관이 모습을 보였다. 조교 20여 명을 대동한 교관이 근엄한 얼굴로 앞에 서 있었다.
3기 훈련생들은 교관을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4열 종대로 섰다. 매일 해 오던 구보 대형이라, 가장 익숙한 대형이었다.
“모두 모였나?”
“예!”
3기생의 앳된 목소리가 운동장을 울렸다.
입소식을 치르고 벌써 6개월이 지나갔다. 아이들도 이젠 교관 앞에서 떠들거나 장난쳐선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번호순대로 5명. 조교를 따라 이동한다. 나머지는 내무실에서 대기.”
“어?”
헤들러, 랜트를 포함해서 5명만 조교와 움직였다. 나머지는 나오자마자 다시 내무실로 들어가야 했다.
내무실로 들어가니 조교가 와서 오늘 일과를 설명해 줬다.
“이 방은 2명만 남은 거야?”
“예. 앞 번호가 2명이라서.”
“그렇군. 오늘 일정을 말해 줄게. 연공실은 마력 연공실과 오러 연공실. 두 곳이 있어. 오러 연공실은 많아서 부족하지 않은데, 마력 연공실은 아쉽게도 5곳뿐이야.”
마력 재능을 먼저 측정하는데, 연공실이 5곳뿐이었다. 앞 번호 5명만 데려간 이유였다.
“연공실 사용 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한 번에 한 시간. 어…… 네가 107번이네. 맨 끝이니까. 점심 식사 이후에나 사용할 수 있겠네.”
“그때까지는 자유 시간인가요?”
“맞아. 둘 다 뒤 번호니까 자유롭게 쉬다가 점심 먹고 앞으로 나오면 돼.”
로딘으로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어제는 내무실 밖으로 나갈 수 없어서 도서관에도 못 갔는데, 오늘은 그 정도로 심하게 통제하진 않았다.
“우리 위 기수에는 마법사가 몇 명이에요?”
“마법사 숫자는 나도 모르지만, 마력 연공실 이용자는 5명이야.”
“그러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요? 우리 중에도 마법사가 1명은 나올 텐데.”
“걱정할 필요 없어. 사용할 수 있는 시간대를 나누면 되니까. 당연히 수업도 조정될 거야. 너희가 오후에 수업받고 오전에 연공실을 이용한다면, 너희 위 기수는 반대로 하는 거지.”
“아하, 그렇구나.”
코리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지만, 로딘은 조교의 설명에서 다른 의미를 찾아냈다. 오전, 오후로 나눈다는 것.
“저기, 조교님.”
“응, 108번. 편하게 말해.”
“오전이나 오후에 연공실을 이용한다는 건, 수업 시간이 줄어든다는 뜻인가요?”
“맞아. 너희들 전공이 정해지면 수업은 오전이나 오후 한 번만 받게 될 거야. 나머지 시간에는 연공실을 이용하는 거지.”
“와앗! 수업이 준다! 수업이 줄어든다고! 로딘! 들었어? 수업이 줄어든다니까.”
대륙 공용어를 배우고 싶었다며 학구열을 불태우던 코리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부를 지지리 싫어하는 멍충이 코리만 남았다.
“그게 그렇게 좋아?”
“당연하지. 수업 시간만 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고.”
“너희들. 더 궁금한 거 있어?”
조교가 로딘과 코리의 말을 끊었다.
여기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지만, 조교는 바쁜 사람이었다. 해 줄 설명을 빨리 끝마치고 위 기수들의 수업을 도우러 가야 했다.
“마력 연공실이 다섯 곳뿐이잖아요. 위 기수에서도 마력 연공실을 사용하는 선임들이 5명이고. 그러면 오늘은…….”
“오늘은 못 쓰는 거지. 아, 참. 오러 연공실 이용은 내일이다. 오러 연공실은 엄청나게 많으니까 한 번에 들어가게 될 거야.”
“아!”
“또 궁금한 거 있어? 없지?”
“예, 지금은 없어요.”
“그럼 쉬어.”
조교가 내무실을 나갔다. 코리가 피식피식 웃더니, 침대에 몸을 던졌다.
“뭐가 그렇게 좋아?”
“수업이 줄어든다잖아.”
“그러다 마법사 쪽으로 재능이 열리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닐 거야. 설마.”
코리는 공부가 싫었다. 원래는 아니었는데, 몇 번 고생을 한 후부터 공부가 끔찍하게 싫어졌다.
“슬슬 나가자. 아침 식사 시간이다.”
“흐흐흐, 가자.”
* * *
아침을 먹고 로딘은 도서관에 틀어박혔다. 코리가 심심하다고, 가지 말라고 붙잡았지만 외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다가 점심시간에 맞춰서 배를 채웠다.
‘지토는 하늘에 있나?’
소환사는 환수가 있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영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늘을 아무리 올려다봐도 지토를 찾을 수 없었다. 너무 높이 날아서인지 구름 속에 숨었는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지토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지토가 어떤 종류의 환수인지, 등급이 뭔지, 전투형인지 어떤지,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도서관에도 환수에 관해 세세하게 기록한 책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간 보인 모습으로 대강은 짐작하고 있었다.
크기나 비행 속도로 보면 전투형은 아니었다. 아마 정보 습득에 적합한 정찰용이 아닐까 싶었다.
“로딘! 언제 도착했어?”
코리가 뒤에서 나타나 어깨에 매달렸다. 로딘은 어깨를 떨어서 코리를 떨구고 몸을 돌렸다.
“왔어?”
“응, 흐흐흐. 기대된다. 너도 기대되지?”
“당연하지. 아! 헤들러하고 랜튼은 어때? 만나 봤어?”
“응, 둘 다 마력 쪽은 재능이 없다더라. 교관님이 마력 재능 점수가 1점이라고 했다네.”
재능 점수로 보면, 헤들러와 랜튼은 마법사가 될 팔자는 아니었다.
“그래? 아쉽네.”
“헤들러하고 랜트는 좋아하던데?”
“왜?”
“마법사 되면 공부해야 하잖아.”
“어휴, 너하고 똑같네.”
잠시 기다리자, 교관이 조교들을 데리고 도착했다. 교관은 딱 2명뿐인 잔여 인력을 확인하고 바로 몸을 돌렸다.
“조교. 인솔해.”
“예, 교관님.”
조교를 따라서 건물 뒤로 이동했다. 가로로 넓은 단층 건물이 나왔다. 지금까지 지냈던 내무실과 도서관, 수업을 받았던 중앙 건물에서는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저기가 연공실이구나. 저기로 들어가는 건가?’
로딘의 예상과 달리, 조교는 계속 이동했다.
연공실로 보이는 건물 옆으로 돌아서 뒤쪽으로 가자 새로운 건물이 보였다. 역시나 낮은 단층 건물이었는데, 크기가 훨씬 작았다.
‘아, 먼저 본 건물은 오러 연공실이었구나. 여기가 마력 연공실이고.’
“제자리에 서!”
명령에 따라 로딘과 코리가 자리에 섰다.
교관이 손으로 앞에 있는 건물을 가리켰다.
“너희들의 눈앞에 있는 건물은 마력 연공실이다. 뒤에 있는 큰 건물은 오러 연공실이고. 왜 오러 연공실이 아닌 이곳으로 먼저 왔을까?”
교관이 질문을 던지고 로딘과 코리를 바라봤다.
‘마법사가 적으니까.’
로딘은 답을 알지만, 굳이 입을 열진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교관만 쳐다봤다.
“마력에 재능 있는 사람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 그래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이곳으로 먼저 온 거다.”
“아, 맞다.”
코리도 기사보다 마법사가 훨씬 적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차분하게 생각했다면 교관이 던진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교관 앞에 있으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다 아는 건데도 도통 생각이 안 났다.
“어제 각 내무실로 나눠 준 종이에는 너희들의 재능을 검사하는 방법이 적혀 있다. 모두 외웠지?”
“예!”
평소에 공부를 죽도록 싫어하던 이들도 어제만큼은 머리가 빠지도록 연공법을 외우고 또 외웠다. 기사, 혹은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신비한 주문이라도 되는 양, 잠까지 설쳐 가며 미치도록 공부했다.
코리도 그 부류에 속했다. 밤을 새워 가며 싫어하는 공부를 하더니, 결국 꽤 복잡한 글자들을 다 외우는 데 성공했다.
“조교. 인솔해.”
“예, 교관님.”
조교의 인솔하에 로딘과 코리가 연공실로 안내되었다.
‘다섯 곳뿐이라고 하더니, 작긴 진짜 작구나.’
마력을 주로 사용하는 직업군은 마법사, 정령사, 환수 소환사인데 셋을 다 합해도 기사 숫자의 반의반도 안 되었다. 마력 연공실을 굳이 많이 만들 필요가 없었다.
“개인에게 주어진 연공 시간은 한 시간이다. 입장해.”
“예.”
연공실은 사방이 막힌 밀폐된 공간이었다. 천장에 마력등이 박혀 있어서 어둡진 않았지만, 약간 답답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어른이 누우면 딱 적당할 정도로 작은 연공실에 로딘이 눈을 감고 앉았다.
‘한 시간이라고 했지?’
눈은 감았지만, 마력 연공은 하지 않았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마력을 모으는 척만 했다.
30분이 조금 지날 때까지, 딴생각만 했다. 얼추 시간이 절반 이하로 남았다 싶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마력 연공을 시작했다.
호흡에 맞춰서 룬어를 읊조렸다. 주변의 마나가 몸 주위를 맴돌더니, 관심을 가지듯 가까이 다가왔다. 몸 주변에 마나가 조금 뭉치는 듯했다.
밀도가 높아진 마나가 호흡을 통해 몸 내부로 들어왔다. 몸으로 들어온 마나는 복부 쪽으로 내려갔고, 룬어의 진동에 맞춰 조금씩 성질이 바뀌었다.
‘지금인가?’
마나였다가 마력이 된 녀석들이 순간 위로 치고 올라왔다. 명치 부위를 지나 심장까지 도달한 마력은 이내 심장 주변을 감쌌고, 거칠게 출렁였다.
‘통제가 잘 안 되네.’
억지로 마력을 진정시키려다가, 이내 멈칫했다.
자신도 통제하기 힘든 마력을 다른 훈련생들은 통제했을까? 그럴 리가 없었다. 아마, 다른 훈련생들도 통제되지 않아 흔들리는 상태로 연공을 끝냈을 게 분명했다.
‘그러면 나도 이대로 둬야겠구나.’
안정감이 떨어지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마력의 양이 워낙에 적기 때문이다.
하급 중의 하급의 마력 연공법. 거기다 연공법을 제대로 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력 양은 미미하다 못해 하찮은 수준이었다.
로딘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마력을 그냥 두고, 시간을 계산해 봤다. 대략 5분 정도 흘렀다.
‘처음에 허비한 시간은 30분 정도. 마력 연공은 5분.’
시간상 4회에서 5회 정도 마력 연공을 더 해도 된다.
마나를 끌어모아 마력에 안착시키는 1회의 연공을 보통 ‘사이클’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1사이클을 마친 셈이다.
1사이클에 걸리는 시간은 개인의 재능, 연공법의 종류, 연공실의 수준에 따라서 달라진다. 나중에 제대로 된 연공법을 배우면 1사이클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터였다.
‘또 하자.’
로딘은 눈을 감고 마력 연공을 4회 더 돌렸다. 여전히 마력을 안정시키지 않아서 출렁거리고 흔들렸지만, 그냥 내버려뒀다.
‘한 번 더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주어진 한 시간에서 남은 시간은 대략 2분이었다. 1회의 사이클을 더 돌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여기까지네.’
가만히 앉아서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한 시간에 딱 맞춰서 연공실이 열렸다. 조교가 아닌 교관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연공 중이 아니면 대답해라. 108번 훈련생.”
“예, 108번 훈련생. 방금 연공 끝났습니다.”
“딱 맞게 끝났군. 나와라. 시간 다 됐다.”
“예, 교관님.”
건물 밖으로 나왔다. 낯익은 교관 1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는 50대. 왼손에는 손가락 크기의 작은 구슬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저 구슬이 미세 마력 측정기였다.
“마지막 순번이니, 여긴 내 얼굴을 본 훈련생이 없겠지? 반갑다. 나는 4서클 마법사 세리온이다.”
로딘은 세리온 교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노예의 인장을 찍을 당시, 건물로 들어갈 때 마침 밖으로 나오고 있던 3명의 마법사 중 1명이었다.
“재능을 측정하겠다. 107번!”
“예, 107번 훈련생입니다.”
코리가 먼저 세리온 교관 앞으로 다가갔다.
세리온 교관이 손에 있던 미세 마력 측정기를 코리의 가슴에 댔다. 그리고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룬어를 읊조렸다.
“오호, 흐음.”
측정을 마친 세리온 교관이 묘한 소리를 내뱉었다. 좋은지 아닌지 애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코리의 눈에는 세리온 교관의 표정이 밝아진 것처럼 보였다. 왠지 재능 수치가 높게 나온 듯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잘 나왔습니까?”
“네 마력 재능은 17점이다.”
“높은 겁니까?”
“10점에서 20점 사이를 우리는 ‘괜찮은’ 재능이라고 부른다. 20점 이상이면 ‘뛰어난’ 재능이라고 부르지. 넌 괜찮은 재능이다.”
로딘은 세리온 교관의 말이 ‘넌 애매해.’로 들렸다. 굳이 ‘뛰어난’ 재능을 뒤에 덧붙인 것만 봐도 좋은 의미 같진 않았다.
코리도 마법사의 말투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밝았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마, 마법사가 될 수 없는 겁니까?”
“마법사라면 정식 마법사를 말하는 거겠지? 흐음, 다른 여건이 좋다면 마법사가 될 수는 있다.”
“다른 여건이요?”
“마력은 마법사에게 필요한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수식을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뛰어난 두뇌, 마법의 결과물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연상 능력도 좋아야 한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고 네가 죽도록 노력하면 괜찮은 마법사가 될 수 있겠지.”
“아!”
코리의 어깨가 눈에 띄게 내려갔다. 실망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다음, 108번.”
“예, 108번 훈련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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