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57)
마법을 품다 157화(157/158)
마법을 품다 (157)
아라미아 백작령은 리자드맨으로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기사들도 보내 봤다. 마탑에 요청해 본 적도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리자드맨의 완전 박멸은 불가능했다.
북쪽의 올베나 왕국부터 한참 남쪽의 레인 왕국까지. 온갖 곳에서 물길을 따라 넘어오니, 대규모 토벌대를 만들어 싹 쓸어 봐야 그때뿐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방치할 수는 없었다. 리자드맨들이 밤마다 한 번씩 나타나서 민가를 습격하기 때문이다.
리자드맨들은 영악했다. 상대의 숫자가 적을 때, 혹은 방심하고 있을 때만 공격해 왔다.
많은 수를 동원하지도 않았다. 어떨 땐 1마리가, 많아도 5마리 이하로 움직이면서 사람을 죽이고, 살점이 많은 부분만 뜯어서 사라졌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내린 의뢰가 리자드맨 퇴치였다.
목패 용병을 기준으로 1마리를 잡으면 의뢰 점수가 1점, 철패는 2마리, 동패는 4마리를 잡으면 1점이었다.
은패부터는 리자드맨을 잡아서 꼬리를 가져와도 의뢰 점수를 주지 않았다.
아라미아 백작령의 이름으로 용병 길드에 의뢰하긴 했지만, 목패 용병이 리자드맨을 잡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철패 용병도 혼자는 쉽지 않아서, 보통 팀을 이뤄서 사냥했다.
“오늘은 통 안 보이네요.”
“오늘은 공칠 것 같네. 래리, 어쩔 거야?”
“제나 누나는 어쩌고 싶은데요?”
“아직 해 질 때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좀 더 기다려 봐.”
리자드맨 퇴치의 1번째 난관은 리자드맨의 강함이었다. 리자드맨은 은패 용병 정도 되지 않으면 혼자서 잡기 힘들 정도로 강한 놈이었다.
리자드맨 퇴치의 2번째 난관은 발견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었다.
리자드맨은 영악해서, 상대가 강하다 싶으면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숫자가 많아도 마찬가지였다.
놈은 약한 상대가 소수로 있을 때만 늪 속에서 슬금슬금 나타나서 기습하곤 했다.
처음 래리가 나타났을 때만 하더라도 리자드맨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리자드맨들이 래리를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래서 늪지대에 도착만 하면 어디선가 리자드맨이 나타나곤 했다. 심지어 한 번에 5마리가 나타나서, 카리스가 4마리를 처리한 적도 있었다.
10일 정도가 지난 후부터는 리자드맨 찾기가 힘들어졌다. 래리의 손에 매일 1마리 이상의 동족들이 죽으니, 리자드맨들도 래리를 만만찮은 적으로 여긴 것이다.
“동패까지 몇 마리 남았어?”
“12마리요.”
“차라리 비앙카하고 같이 나오는 건 어때? 비앙카도 동패 용병이 되고 싶어 하던데.”
“지금도 리자드맨들이 안 나타나는데, 비앙카하고 같이 나오면 잡기 더 힘들지 않을까요?”
래리는 5일 전에 철패 용병이 됐다. 비슷한 시기에 카리스와 제나도 철패 용병으로 승급했다.
래리는 매일 목숨 걸고 싸워서 간신히 리자드맨의 꼬리 9개를 구했다. 리자드맨의 기괴한 창술에 적응이 안 되어서, 정말 위험했던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카리스와 제나는 주변을 쭉 훑어보더니 순식간에 꼬리만 잘라 돌아왔다. 채 30분도 안 걸렸다.
아무튼, 그 덕에 지금 로딘 일행은 전부 철패 용병이었다.
“비앙카를 리자드맨들은 모르잖아.”
“그런가?”
“아니면 공자님한테 부탁해 봐. 방법을 찾아 주실 거야.”
“또 형한테 부탁하라고요? 에혀, 형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비앙카는 작은 일도 로딘의 도움을 받으려고 적극적으로 부탁했다. 그게 비앙카만의 친해지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래리는 로딘에게 작은 부탁을 할 때도 이것저것 따졌다. 목숨 빚을 졌다는 생각 때문에 더 조심하는 것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투도 달랐다. 비앙카는 로딘을 진짜 오빠처럼 편하게 대하지만, 래리는 항상 말을 조심했다.
“왼쪽 막아!”
“두 마리야!”
“내가 1마리 잡고 있을게.”
저 옆에서 사냥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철패로 이루어진 용병대였다.
“저들은 같은 철패 용병인데도 리자드맨이 잘 붙는데. 흐음, 혹시 리자드맨이 안 오는 게 나 때문 아닐까?”
“제나 누나 때문이요?”
“응. 혹시 카리스가 있을 때도 리자드맨이 안 왔어?”
“예. 며칠 전부터 통 안 오더라고요.”
“정확히 언제부터?”
“한 4일 됐나? 대충 그 정도 된 거 같은데요.”
날짜를 들으니, 제나는 감이 잡혔다.
5일 전에 카리스와 함께 강 근처를 뒤져서 리자드맨을 사냥했다. 래리가 철패가 됐으니, 그들도 철패로 승급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리자드맨 중에서 카리스와 자신을 본 녀석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놈들 때문에 카리스와 자신은 절대 공격하면 안 되는 대상으로 낙인찍힌 것이다.
“네가 아니라 나하고 카리스가 문제였던 게 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네가 아니라 우리가 공자님께 부탁해 봐야겠어.”
“아! 그렇게 되…….”
“피햇!”
제나가 급히 몸을 날려, 래리를 덮쳤다. 넘어진 그들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거대한 뭔가가 지나갔다.
“뭐, 뭐예요?”
“저놈!”
제나의 시선을 따라, 래리가 고개를 올렸다. 막 땅 근처까지 왔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전에 그놈이죠? 거대 와이번?”
“맞아, 저놈. 아직 안 죽고 살아 있었네.”
“저를 노렸네요.”
“혼자 멍하게 있었잖아. 이쪽이 숫자도 적고.”
근처에 사냥하는 다른 파티도 많지만, 그들은 최소 6인이었다. 10인이 넘는 파티도 있었다.
반면 이쪽은 겨우 2명. 거기다 둘 다 무기조차 빼 들지 않은 상태였다. 거대 와이번이 보기엔 만만한 먹잇감으로 보였을 것이다.
“어떻게 하죠?”
“일단 돌아가자.”
“다른 사람들은요?”
“저쪽도 대비하고 있잖아. 어차피 마법사 없으면 비행 마수는 잡기 힘들어.”
거대 와이번은 래리 쪽을 덮쳤지만, 다른 사람들도 그 모습을 다 봤다. 워낙 거대한 녀석이라, 눈을 감고 있는 게 아닌 이상은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네요. 가죠.”
“응. 위쪽 조심해.”
“예.”
래리와 제나는 아라미스 백작령 쪽으로 향했다. 시선은 계속 위를 향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상대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지, 거대 와이번은 더 이상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 * *
며칠간의 연구에 성과가 있었다. 공간 이동 마법에 거의 성공할 뻔했다.
로딘은 아슬아슬하게 발동되지 않은 공간 이동 마법의 주문을 다시 하나하나 확인했다.
“이동이 아니라 건넌다는 의미를 담아 볼까? 아니야. 나타난다는 룬어가 어울리겠어.”
기존에 사용한 주문에서 몇 가지만 수정하고 다시 머릿속에 담았다. 몇 번 입으로 읊조려 보니 금방 입에 붙었다.
“도착 좌표는 안방으로 하고.”
로딘은 응접실 소파에 앉아서 새로 바꾼 주문을 영창했다. 도착 좌표까지 떠올리고 이미지를 그렸다.
마지막으로 주문을 완성해 시동어를 외쳤다.
“텔레포트.”
마력이 다된 라이트 아티팩트가 꺼지듯, 몸이 픽 하고 사라졌다. 로딘의 시야도 갑자기 확 바뀌었다.
“됐다.”
주변을 획 돌아보니, 안방이었다. 도착 좌표로 지정한 곳으로 무사히 이동했다.
“드디어 만들었구나.”
아직 완성이라고 하긴 어려웠다. 공간을 넘긴 했지만, 여전히 군더더기가 많았다.
그래도 일단 마법을 발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계속 마법을 사용하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가다듬는 최적화 작업만 남았다.
“룬어보다 조합식이 더 중요하구나.”
텔레포트 마법에 사용된 룬어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이미 특수군 양성소에서 다 배운 것들이었다. 즉, 초창기에 배운 8,000여 자의 룬어만으로도 어지간한 마법은 다 만들 수 있었다.
물론 과거로 돌아간다고 텔레포트 마법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룬어는 마법을 이루는 재료였고, 그 재료로 요리를 만들기 위해선 레시피가 필요했다.
프루발 환영 수업으로 로딘은 레시피라고 할 수 있는 룬어의 조합 공식을 배웠다. 수천 가지의 룬어 조합 방식을 배우다 보니, 새로운 마법을 만들 때도 가능성 있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좌표는 어딜 가든지 한 번씩 확인해야겠네.”
텔레포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사용할 좌표가 늘어났다.
이전에는 ‘나’를 0, 0, 0으로 하는 상대적 좌표만 알면 됐다. 직선으로 날아가는 마법이든, 허공에서 떨어지는 마법이든. 언제나 시전자의 위치를 뜻하는 0, 0, 0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7서클 마법사가 되고, 공간 이동을 사용하게 되면서 절대 좌표가 필요해졌다.
시전자가 어디로 움직이든 변하지 않는 좌표가 있어야 특정 좌표로 공간 이동할 수 있었다.
로딘은 일단 지금 이 여관의 별채 앞 공터를 좌표 0, 0, 0으로 지정했다.
앞으로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면, 이곳에서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졌으며, 높이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도 한고비 넘기고 나니까 마음이 좀 놓이네.”
안방을 나와 다시 응접실 소파에 앉았다. 좀 쉴 생각으로 등을 기댔을 때,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마법 연습하겠다고 공터에 나가 있던 비앙카, 리자드맨 잡으러 나갔던 래리, 제나, 입구를 지키던 카리스.
일행이라고 할 수 있는 넷 전부였다.
“무슨 일이야? 전부.”
“형, 몰랐죠?”
“앞뒤 다 자르고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우리 여기 올 때 봤던 거대 와이번이요. 그놈이 아라미아 상공에 나타났어요.”
로딘은 래리의 말을 듣고 정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며, 거대 와이번을 찾았다.
“진짜네. 저놈 상처가 거의 다 나았어.”
“여기서 그놈이 보여요?”
“한참 높이 날고 있어. 당장 어디를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로딘의 눈으로는 당연히 놈을 볼 수 없었다. 워낙 높이 날고 있어서, 점이라 생각하고 찾아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로딘에겐 지토가 있었다. 지토의 눈인 붉은 보석을 위로 치켜들고 스윽 살피니, 공유된 시각에 거대 와이번이 들어왔다.
“제나 누나하고 리자드맨 잡으려고 했는데, 저놈이 우릴 공격했어요.”
“너하고 제나를?”
“예.”
로딘은 반사적으로 제나와 래리의 몸을 살폈다. 다행히 둘 다 다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왜 하필 너희를? 사냥하는 사람들이 너희들뿐이었어?”
“공자님, 그게 아니라 아마 우리가 제일 만만했던 것 같습니다. 리자드맨이 없어서 무기도 넣고 있었고 우린 2명뿐이니까요.”
로딘은 아라미아에 오고 3일째 되던 날, 래리가 리자드맨을 잡는 곳으로 가 봤다. 대충 어떤 곳인지 환경 파악만 할 생각으로 방문했고, 실제로도 환경을 파악한 후에는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때 래리 외에도 많은 용병 파티가 뿔뿔이 흩어져서 리자드맨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때 본 용병 파티의 규모는 작은 곳이 5~6명, 큰 곳은 13~14명으로 이뤄졌었다.
“둘뿐이라서 공격했다고? 혹시 다른 파티는 어땠어? 공격당한 파티가 또 있어?”
“아니요. 우리만 공격당했고 우리가 여기 올 때까지 공격당한 다른 파티는 없었어요.”
“그러면…… 저놈, 잡기 더 힘들어졌네. 전에는 그래도 저돌적인 맛이 있었는데, 이젠 어지간해선 붙잡기 어려울 거야.”
로딘은 놈의 성격이 변했음을 깨달았다. 마력석을 삼킨 놈이 보이는 저돌적인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왜요?”
“전에 거대 와이번 잡으려고 했던 사람들 기억하지? 그때 몇 명이나 모여 있었어?”
“어. 병사가 300명 정도 있었고. 기사가 50명이었죠.”
“마법사도 10명 있었지. 그때 저놈은 상대가 300명이 넘는데도 덤볐잖아, 자기 힘을 믿고. 그런데 이젠 사람 숫자가 조금만 많아도 싸움을 피하고 있어.”
거대 와이번을 잡을 거라면, 에크로트 마탑과 라르엔 백작가의 기사들이 있던 그때 확실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그때 실패하는 바람에 거대 와이번은 인간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무리 지은 인간이 무섭다는 걸 알게 됐고, 무기를 쥔 인간을 상대하는 법을 터득했다.
“아! 그때 호되게 당했나 보네요.”
“응. 그래서 잡긴 더 힘들어졌지. 5~6명만 모여도 공격을 안 할 테니까.”
거대 와이번은 지금 고민하고 있을 거다.
인간을 사냥할 것이냐, 아니면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것이냐.
거대 와이번이 배를 채울 수 있는 많은 먹잇감 중에 인간은 사냥하기 까다로운 종에 속한다.
인간은 거칠게 반항하고, 조직적으로 싸운다. 영리한 머리를 이용해, 함정을 파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옷이나 장비 때문에 막상 잡아도 먹기가 까다로웠다.
“어떻게 하죠?”
“글쎄다. 거대 와이번 정도면 아라미아 백작령이 발칵 뒤집어졌을 것 같은데.”
“맞아요. 여기로 오는데 엄청 소란스럽더라고요. 소식을 들었나 봐요.”
“그러면 우리가 할 건 없지. 일단은 아라미아 백작가에서 알아서 할 거다. 거대 와이번을 잡다가 실패했던 이들도 아라미아 백작령에 들어와 있을 테고.”
“아! 그들이 있네요.”
로딘은 설사 에크로트 마탑의 마법사들이 아라미아 백작령에 머물고 있다고 하더라도 거대 와이번은 못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붙어 줄 리가 없지.’
거대 와이번은 기사의 무서움을 알고, 마법의 화끈함도 경험했다. 무엇보다 지상에서의 싸움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