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6)
마법을 품다 (16)
실망한 코리가 뒤로 물러나고, 로딘이 세리온 교관 앞에 섰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세리온 교관은 3기 중에서 가장 키가 작은 108번 훈련생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108번은 교관들 사이에 유명했다. 아니, 위원회와 조교들 사이에서도 가장 화제였다.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을 이용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1기부터 이번의 3기까지. 3년째 특수군 양성소를 운영하면서 처음 벌어진 일이니, 눈이 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3기 훈련생 중 가장 어린 나이.
그런데도 지금까지 치른 대부분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가르치는 교관으로서는 이렇게 기특할 수가 없었다.
“흠, 흠. 바로 서도록.”
“예.”
세리온 교관이 측정기를 로딘의 가슴에 갖다 댔다. 그리고 이전처럼 눈을 감고 어떤 마법을 사용했다.
측정은 금방 끝났다. 고작 몇 초 만에 결과가 나왔고, 곧 세리온 교관의 눈이 부릅떠졌다.
“흐음, 다시 측정해야겠구나.”
“예? 아, 예.”
측정은 한 번 더 진행되었다. 이번에도 결과는 금방 나왔다.
세리온 교관은 두 번째 측정한 기록이 표시된 미세 측정 구슬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불신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하아, 이거 참.”
꿀꺽!
발표를 기다리며 코리가 침을 삼켰다.
로딘보다 코리가 더 긴장했다. 친구인 로딘이 마력 재능이 뛰어났으면 하는 마음이 반, 자신보다 낮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반이었다.
“아까 내가 20점 이상이면 ‘뛰어난’ 재능이라고 말했지? 50점 이상은 ‘천재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범인이 아닌 천재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그 정도 되면 어느 마탑을 가든 장로들이나 탑주가 제자로 삼겠다고 매달리는 수준이지.”
세리온 교관은 측정값을 공개해도 될지 확신이 안 섰다. 자칫 자만해서 수련을 게을리할 수도 있어서였다.
다른 훈련생들의 질시로 시달릴 것도 걱정이었다.
‘어쩔 수 없지.’
측정값 공개는 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이었다. 교관인 자신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네 점수는 58점이다. 마력에 있어서만큼은 천재적인 재능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와! 미…….”
뒤에서 코리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당사자인 로딘에게도 58점이라는 측정값은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어떻게 58점이 나왔지?’
마력 재능 측정을 위한 마력 연공법은 워낙 간단해서 1사이클이 몹시 짧았다.
로딘의 경우는 대략 5분 5초에서 10초 정도면 1사이클이 끝났다. 1시간이면 11회의 사이클을 돌릴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로딘은 딱 5회의 사이클만 돌리고 연공을 끝냈다. 절반도 안 되는 횟수였다.
‘내가 마력에는 재능이 있구나.’
좀 놀라긴 했는데, 금세 가라앉혔다.
세리온 교관이 말했듯, 마력 재능이 곧 마법 재능인 건 아니었다. 마법에는 마력 외에도 필요한 요소가 많았다.
진짜 마법사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직접 마법을 익혀 봐야 알 수 있었다.
“제자리로.”
“예.”
로딘이 코리 옆으로 가서 섰다.
세리온 교관이 품에서 파란색의 카드 2장을 꺼냈다. 손으로 쓰다듬으며 감격에 젖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이 카드를 주는구나. 너희들도 내무실로 돌아가면 알게 되겠지만, 오늘 측정 결과는 최악이었다.”
카드는 두 종류가 있었다. 마력 연공실 열쇠인 파란색 카드와 오러 연공실 열쇠인 황금색 카드.
한데 오늘 파란색 카드를 받아 간 3기 훈련생이 단 1명도 없었다. 코리와 로딘이 파란색 카드를 받는 유이한 훈련생이었다.
“받아라. 앞으로 마력 연공실을 이용할 때 사용하는 열쇠다. 아! 108번은 도서관에 자주 가지? 이 열쇠가 있어야 전문적인 서적이 있는 심화 서고를 이용할 수 있다.”
“감사합니다.”
“이제 내무실로 돌아갑니까?”
“아니, 너희 둘은 따로 할 일이 더 있다. 따라오도록.”
세리온 교관의 인솔을 받아, 마력 연공실 뒤쪽으로 넘어갔다.
탁 트인 전망에 싱그러운 풀이 가득한 숲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
“보시다시피 숲이다. 계속 따라오도록.”
“이런 얘긴 못 들었는데.”
“지금 가는 곳은 정령술과 환수 소환술 재능을 측정하기 위해 준비해 둔 장소다. 앞서 마력 측정을 받은 훈련생들? 마력 재능이 없으니, 여기까지 올 일도 없었던 거다.”
정령이나 환수를 부리는 데 마력은 필수였다. 마력이 없으면 운 좋게 계약에 성공하더라도 소환이 불가능했다.
그러니 마력 재능이 떨어지는 이들은 굳이 정령 소환과 환수 소환을 시도해 볼 필요도 없었다.
“우리뿐이에요?”
“맞다. 너희 3기 훈련생 중에서 마력 재능이 10점 이상은 너희 둘이 끝이다.”
“아하.”
“너희들은 숲 중앙에서 정령 소환과 환수 소환을 시도한다. 먼저 정령 소환부터 진행한다. 107번.”
“넵.”
코리가 힘차게 대답하고 자리에 앉았다.
마력 재능이 고작 ‘괜찮은’ 수준이라 우울했는데, 단 2명뿐이라고 하니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뭔가 선택받은 사람이 된 듯했다.
“오호.”
코리가 집중하고 대략 10여 분. 코리의 눈앞에 검은색 점이 생겨났다. 어제 로딘이 만들어 낸 검은색 점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코리는 정령술에 재능이 있네.’
코리는 이마에 땀이 흥건한데도, 어떻게든 통로를 넓히려고 애쓰고 있었다. 집중하고 있는 코리가 새삼 대견했다.
세리온 교관은 코리 앞으로 다가와 검은색 점의 크기를 쟀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꽤 뛰어난 재능인 듯싶었다.
“으으, 허억, 허억.”
“누워. 누워서 숨 돌리고, 쉬어라.”
“저, 저…… 재능은요? 정령술에 재능이 없나요?”
코리는 계속 눈을 감고 집중하느라, 검은색 점의 크기를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쉬면서 들어. 네 정령술 재능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42점이다.”
“와앗! 됐다!”
코리가 누운 채로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갓 잡은 생선처럼 두 다리도 파닥거렸다.
“107번은 쉬고. 다음은 108번. 시작해.”
“예.”
로딘도 코리처럼 정령을 소환하는 통로를 심상과 이었다. 역시나 코리보다 훨씬 작은 크기가 만들어졌다.
“정령술 재능은 애매하네. 재능 점수 11점이다.”
“감사합니다.”
“11점이면 정령과 계약은 할 수 있다. 다만 정령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지.”
“그 정도면 만족합니다.”
로딘은 부족한 정령술 재능에도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사람이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는 법이다. 잘하는 게 있으면 못하는 것도 있는 게 당연했다.
자신에게는 마법이 있었다. 다른 재능은 그저 곁다리에 불과했다.
“한 시간 휴식. 쉬어라.”
“질문해도 되나요?”
“뭐지?”
“저…… 로딘, 그러니까 108번의 정령술 재능이 11점이었잖아요. 그러면 정령술을 아예 포기해야 되는 건가요?”
세리온 교관은 질문을 던진 107번을 빤히 쳐다봤다.
왜 저런 질문을 했을까? 자기 재능이 높다는 걸 자랑하려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07번의 얼굴에 담긴 감정은 순수한 궁금증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알고 싶어서 물은 게 분명했다.
“글쎄다. 한 50년쯤 정령술을 파고들면 중급 정령까진 키울 수 있겠지.”
“아! 가능하긴 하군요.”
그 질문을 끝으로, 대화가 사라졌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으면서 한 시간이 흘렀다.
“다시 107번. 환수 소환 시작해.”
“예.”
코리는 환수 소환 통로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 아예 작은 점조차 찍히지 않은 상태로 끝났다.
다음은 로딘 차례.
로딘은 일부러 환수 소환 통로를 만들지 않았다. 눈을 감고 집중하는 척만 했을 뿐, 머릿속으로는 딴생각만 했다.
“역시. 환수는 안 되는군. 그만 돌아간다.”
“예.”
환수 소환 통로를 누구도 만들지 못했지만, 세리온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환수 소환의 재능은 희귀했다. 이곳에서 환수 소환사가 나오지 않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다음 날은 오러 재능을 측정했다. 오러 연공실은 충분히 준비되어 있어서, 시간이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오전 시간에 한꺼번에 입장해서 한꺼번에 퇴장하는 걸로 연공실 사용이 끝났다.
남은 건 재능을 측정하는 것.
57번인 헤들러부터 번호순대로 오러 재능을 측정했다. 다른 훈련생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귀를 기울였다.
특수군 양성소는 재능 점수를 딱히 비밀로 하지 않았다. 큰 소리로 떠들진 않았지만, 가까이 있는 훈련생들 귀에는 충분히 들릴 정도였다.
한두 명이 추가로 들으면 퍼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재능 점수가 퍼지면, 순위도 자연스럽게 정해지기 마련이다.
“57번. 오호, 좋은데? 46점이다.”
교관의 입에서 나온 오러 재능 점수가 가까이 있는 이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들은 옆 사람에게 점수를 알렸고, 그렇게 몇 번이나 전해졌다.
불과 1분도 되지 않아서, 헤들러의 오러 재능 점수를 모르는 훈련생이 없게 되었다.
“높은 건가요?”
“1기, 2기를 통틀어서 네가 최고다. 다른 녀석들도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는 네가 가장 높다.”
헤들러 다음은 58번인 랜트였다.
랜트의 오러 재능 점수는 40점. 이 역시 상당히 높은 점수였다.
교관도 연달아 나온 40점대 재능에 잔뜩 흥분한 기색이었다. 저절로 목소리도 커졌다.
“다음!”
52명이나 되는 3기생이었지만, 재능 점수 측정은 금방 끝났다. 애매하거나 낮은 재능은 점수만 불러 주고 끝내 버렸기 때문이다.
“107번. 2점.”
코리의 오러 재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훈련생 중에서 가장 낮았다.
“놀랍군. 나름 선별해서 데려온 애들이라, 어지간해선 5점은 나오는데 말이지.”
“괜찮습니다. 저는 대륙을 호령하는 위대한 정령사가 될 겁니다.”
“오호, 정령 쪽에 재능이 있었나? 기대가 되는군. 들어가 봐.”
“예, 교관님.”
마지막으로 108번 로딘만 남았다.
로딘은 담담한 얼굴로 교관 앞에 섰다.
오러 재능은 애초에 기대도 안 했다. 예민한 감각에도 오러 쪽은 제대로 잡히는 게 없었다.
“108번. 오러 재능 12점.”
“예?”
“왜? 못 들었나? 네 오러 재능은 12점이다.”
“아, 감사합니다.”
로딘은 생각보다 오러 재능이 높아서 의아했다. 코리하고 비슷하거나 낮을 줄 알았는데, 10점을 넘겼다는 게 신기했다.
“잠시 후, 내무반 1층 식당에서 개인 면담을 실시한다. 조교가 각 내무실로 찾아가 1명씩 호출할 테니, 자리를 비울 때는 조교에게 미리 말해 두도록. 이상.”
점심시간까지 한참이나 남았는데, 오전 일과가 끝났다.
이번에도 번호 순서대로 불릴 게 뻔하니, 오후 4시 이후에나 면담할 터. 몇 시간이 중간에 붕 떠 버렸다.
‘하아, 오늘도 도서관은 못 가나?’
조교의 인솔을 받아 내무실로 들어갔다. 막 침대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조교의 호출을 받았다.
“107번, 108번. 면담이다.”
“예? 우리부터요?”
“가자.”
“따라와.”
로딘과 코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다른 조교가 들어오더니 다시 번호를 불렀다.
“여기에 57번, 58번이 같이 있지?”
“예.”
“57번은 따라오고, 58번은 계단에서 대기.”
헤들러와 랜트가 불린 사이 로딘과 코리는 조교를 따라 내려갔다. 당연히 1층 식당에서 면담할 줄 알았는데, 조교는 둘을 중앙 건물로 데려갔다.
* * *
중앙 건물.
예전에 노예 인장을 새겼던 방이 이 건물에 있었다. 대륙 공용어와 수학을 포함한 여러 수업도 이 건물에서 진행되었다.
로딘과 코리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안에는 세리온 교관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교관님.”
“둘 다 앉아라.”
“옙!”
“예.”
세리온은 기분이 좋았다.
마력 재능 점수 58점을 받은 108번과 정령술 재능 점수 42점을 받은 107번.
이 둘만 생각하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면담을 시작하지. 107번이 아니고 108번부터 할까? 항상 번호대로 진행해서 108번이 마지막이었지?”
“예, 맞습니다.”
세리온 교관의 말마따나 로딘은 항상 마지막 순서였다. 뭘 하든 항상 최후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해 보자고. 108번. 마력 재능 58점, 정령술 재능 11점, 오러 재능 12점. 마법사, 정령사, 검사 모두 가능하지만, 너는 앞으로 마법을 전공한다.”
“알겠습니다.”
“내가 선택권이라도 줄 줄 알았나?”
“아닙니다.”
“뭐, 재능이 엇비슷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너는 마력 재능이 압도적이잖아.”
“예, 저는 불만 없습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불만이 없었다.
원래도 마법을 전공할 생각이었다. 다른 전공 수업 같이 들으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