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19)
마법을 품다 (19)
4대 속성과의 계약이 모두 끝났다. 다른 속성의 정령도 있지만, 그것까지 특수군 양성소에서 기대하긴 어려웠다.
계약을 마치고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2시. 점심때가 한참 지나 있었다.
로딘과 코리는 늦은 점심을 먹고 내무실로 올라갔다.
“뭐 하다가 이제 와?”
“정령하고 계약했어. 흐흐흐. 근데 아직 면담 안 끝났어?”
“우린 진즉에 끝났고. 다른 녀석들은 아직. 이제 절반 정도 했나? 저녁 시간은 되어야 끝날 것 같은데.”
“나 나간다.”
로딘과 코리의 오늘 일과는 끝났다. 면담도 다 했으니, 남은 건 그냥 멍하니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로딘은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마침 알아보고 싶은 것도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도서관?”
“응,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올게.”
“그래.”
이젠 또 가냐고 묻지도 않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으로 갔더니, 이젠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도서관에는 항상 보던 조교가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멍하게 있느니, 앉아서 책이라도 볼 법한데 조교가 책을 읽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로딘은 입구에서 조교에게 파란색 패를 보여 줬다.
어제 마력 재능 측정을 마친 후, 마력 연공실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를 받았다. 파란색으로 된 사각형의 신분패인데, 이걸 이용해서 도서관의 심화 서고 이용도 가능했다.
“저쪽 이용하게?”
“예, 가능하죠?”
“응, 가능하지. 따라와.”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공간이었다. 저 문 너머에는 얼마나 소중한 지식이 잠자고 있을까.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지금껏 닫혀 있던 통로로 들어갔다. 항상 눈으로만 봤던 곳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앞으로도 여기 올 때마다 조교님이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물론이지. 이 안에 있는 자료들은 귀하거든. 아마도.”
통로는 어두웠다. 조교가 문 건너편 벽을 더듬거려서 마력등을 켰다.
화악!
주변이 밝아져서 내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통로 좌우에 문이 하나씩 있었다. 왼쪽 문의 위에는 황금색으로 ‘심화 1 서고’, 오른쪽 문의 위에는 파란색으로 ‘심화 2 서고’라고 적혀 있었다.
“저는 오른쪽 문으로만 들어갈 수 있는 거죠?”
“맞아. 왼쪽은 황금색 패를 가진 훈련생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지.”
열쇠의 색깔에 따라서 출입할 수 있는 곳을 제한해 뒀다.
로딘은 왼쪽, 오른쪽 모두 가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됐다. 특수군 양성소의 방침을 어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오른쪽 문을 빤히 쳐다봤다. 계속 설명을 해 달라는 의미였다.
“네가 쥐고 있는 열쇠를 문에 있는 구멍에 넣으면 문이 열릴 거야. 마력등은…… 뭐라고 했더라?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아무튼 들어가서 손만 뻗으면 마력등이 있다고 하니까, 켜면 될 거다.”
“들어간 적이 없나요?”
“응, 없어. 조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야. 왼쪽, 오른쪽. 둘 다.”
조교는 심화 서고에 들어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심화 서고의 내부를 살펴보는 것조차 금지였다. 그래서 로딘이 오른쪽 문 앞으로 가자, 조교는 급하게 몸을 돌려야 했다.
“감사합니다.”
“응. 도서관 문 닫기 전에 나와. 안 나오면 부르기가 좀 까다로워.”
“예, 늦지 않게 나올게요.”
신분패를 문, 손잡이 아래의 틈에 넣었다. 철컥 소리를 내며 문이 저절로 열렸다.
‘마법이구나.’
문이 열릴 때,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문과 문틀에 어떤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이것도 아티팩트로 봐야겠지?’
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손을 뻗었다. 벽을 더듬어 봤지만, 딱히 잡히는 게 없었다.
반대로 왼손을 옆으로 뻗었다. 벽 옆에 둥근 구슬 같은 게 와 닿았다.
화악!
마력을 정말 조금 흘려 넣었다. 애초에 가진 마력 양이 많지 않아서, 많이 주입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사방이 갑자기 환해졌다. 천장에 박힌 8개의 마력등이 내부를 다 비출 정도로 밝은 빛을 내뿜었다.
“너무 밝은데.”
너무 밝은 빛은 오히려 독서에 방해가 된다.
적당히 밝은 빛이 좋다. 어딘가에 부딪혔다가 돌아온 간접적인 빛이 눈도 부시지 않고 책 읽기에 적당했다.
“어쩔 수 없지.”
내부에는 20개 정도 되는 책장이 가지런히 세워져 있었다. 책장에는 두툼한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는데, 바깥에서 본 책들보다 두꺼운 책이 많았다.
‘환수가 어디 있지?’
오늘 급하게 들어온 이유는 환수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이틀 전에 계약한 지토가 대체 어떤 환수인지,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여기다.’
제목이 ‘환수 도감’이었다. 두께가 거의 한 뼘이었는데, 책은 6권이었다. 하급이 3권, 중급이 2권인데, 상급과 최상급은 1권에 묶여 있었다.
로딘은 맨 왼쪽에 있는 ‘하급 환수 도감’부터 꺼내서 차근차근 읽었다.
‘하급은 동물 같네.’
시골에서 많이 봤던 동물들이 환수라는 형태로 존재했다. 심지어 옆집의 똥개와 비슷하게 생긴 환수도 있었다.
‘전투형은 거의 없구나.’
탈것에 걸맞은 환수가 가장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적어도 하급 환수 중에는 일꾼용 환수가 제일 많았다.
일꾼용 환수는 적당히 강한 힘, 뛰어난 체력, 느린 속도라는 특징을 가졌다. 전투에 사용하기에는 너무 느렸고, 타고 다니기 적합한 형태도 아니었다.
‘하급에는 지토가 없네.’
하급 환수 도감에 기록된 3권의 책을 다 확인했다. 지토와 비슷하게 생긴 녀석도 보이지 않았다.
‘아쉽군.’
중급 환수 도감을 보기 전에 저녁을 먹고 왔다. 중간에 독서 흐름이 끊겨서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중급 환수 도감을 찬찬히 읽었다. 여기서도 지토를 찾지 못했다.
‘지토는 기록이 안 된 환수인가?’
모든 환수가 기록된 책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인류의 역사가 수천, 수만 년을 더 이어지더라도 인간의 부름에 응하지 않는 환수는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그래도 인간이 역사를 이어 오며 알게 된 대부분의 환수가 이 책에 기록되어 있었다. 지토를 이곳에서 찾을 수 없다면, 그건 정말 정말 희귀한 환수라는 증거였다.
‘환수가 많긴 참 많네.’
환수 소환사를 보통 환수사라고 부르는데, 아주 오래전에는 환수사가 엄청나게 많았다고 한다.
전 대륙의 인구 절반 이상이 환수와 계약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농사꾼도 환수를 일꾼으로 데리고 다니고, 상인이 환수를 짐꾼으로 부리는 게 당연한 시대였다.
한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환수 소환이 힘들어졌다.
누군가는 과거의 뛰어난 환수 소환 주문을 잃어버려서라고 했다. 수없이 많은 전쟁을 치르며 비전이 실전되었다는 주장이었다.
환계의 환수들이 인간에게 실망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인간이 환수를 막 대해서 생긴 일이라는 의미였다.
‘과거에 환수가 하던 일을 리아즈 왕국에선 노예가 하는 식이군.’
대륙 전체적으로 노예제를 폐지하는 분위기였다. 13국 연합 중에도 노예제를 이미 폐지한 나라가 많았고, 북쪽의 잉그렘 제국은 이미 100년 전부터 노예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 나라 리아즈 왕국은 노예제가 여전히 합법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성황 중이었다.
13국 연합의 나머지 12개국 노예를 다 합해야 간신히 리아즈 왕국의 노예 숫자와 비슷할 정도였다.
‘상급 환수에는 있으려나?’
마지막 중급 환수 도감을 제자리에 꽂고, 상급·최상급 환수 도감을 꺼냈다.
앞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대략 2/3 지점. 최상급 환수로 넘어가기 직전에 지토와 비슷한 외형의 환수를 찾았다.
‘이건 상급이라는 뜻이야? 최상급이라는 뜻이야?’
책이 적힌 등급표에 ‘상급/최상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류가 애매했는데, 로딘은 속 편하게 ‘상급’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엘리프?’
지토와 똑같이 생긴 환수를 ‘엘리프’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물론 이 이름은 환수의 진짜 이름이 아니라, 인간이 붙인 이름일 뿐이었다.
네 발로 달리고 멍멍 짖는 동물을 사람들은 ‘개’라고 부른다. 인간이 그렇게 이름 붙인 것이다.
개는 자기들 종의 이름이 고양이든 개든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튼 지토와 같은 환수를 과거의 사람들은 ‘엘리프’라고 이름 붙였다.
‘능력이 하나가 아니었네.’
예상했던 것처럼 정찰용으로 쓸 수 있는 건 맞았다. 시야나 청각을 공유해서, 환수가 보고 듣는 걸 환수 소환사도 똑같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감에 엘리프라 표기된 지토는 변신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것도 다른 동물이 아니라, 사물로 변하는 능력이었다.
‘옷으로 변신했다라…… 재미있네.’
엘리프를 소환했던 과거의 환수 소환사는 자기 환수를 항상 입고 다녔다. 옷으로 변신시켜서.
‘방어력이 상당한가 보네.’
갑옷 대신 엘리프를 입고 다녔다는 내용이 있었다. 설명이 두루뭉술한 면이 있지만, 천으로 만든 평범한 옷보다 나은 건 분명했다.
‘마저 봐야겠지.’
지토는 찾았지만, 상급·최상급 환수 도감의 내용은 아직 남았다. 로딘은 남은 부분을 마저 읽고 책을 덮었다.
흥미로운 환수가 정말 많았다. 특히 ‘기타’라고 분류된 환수들이 특히 재미있었다.
환수 소환사의 시력을 올려 주는 환수, 근력을 올려 주는 환수, 심지어 마력을 보충해 주는 환수까지. 별의별 환수가 다 있었다.
양성소에서 정해 둔 취침 시간까지 1시간.
로딘은 도서관에서 나와 내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정복을 벗고 샤워실로 직행했다.
‘역시 샤워실은 조용하네.’
정령 계약을 하느라 땅에 파묻히기도 했고, 물속에도 들어갔다. 최대한 먼지를 털어 낸 덕에 겉으로는 깨끗해 보이지만, 속은 흙먼지투성이였다.
물을 틀어서 개운하게 몸을 씻었다. 탈의실로 나와 수건으로 몸까지 닦으니, 그제야 기분이 좀 좋아졌다.
‘으음, 사람은 없지?’
체육복을 입고 탈의실 내부를 살폈다.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 번 더 확인했다.
‘지토.’
탈의실 창문을 열고 지토가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하늘 위에 있던 지토의 존재감이 지금은 북쪽에서 느껴졌다.
‘지토. 돌아와.’
다시 한 번 강하게 염원했다. 그러자 존재감이 무서운 속도로 가까워졌다.
파앗!
가까워진다 싶던 지토가 휙 하고 날아와 창틀에 앉았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여기로.’
지토를 어깨 위로 올렸다. 낮에는 물의 정령이 잠깐 앉았던 자리였다.
물의 정령은 호수에서 나오고 채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사라졌다. 정령을 유지할 마력이 부족해서였다.
‘너, 모습 바꿀 수 있다면서?’
―꾸엥.
귀로 들리는 소리는 그냥 ‘꾸엥’이지만, 로딘은 지토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방금 소리는 긍정의 의미였다.
‘내 마력은 안 쓰지?’
―꾸엥.
환수는 소환된 후부터 독립된 개체로 존재한다. 혼자서 비행을 하든, 전투를 하든 혹은 변신이 가능한 환수가 모습을 바꾸든. 소환사의 마력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시야나 청각을 공유하는 감각 공유는 환수가 아니라 소환사가 사용하는 것. 당연히 소환사의 마력이 필요했다.
마력이 거의 바닥인 로딘으로서는 쓸 수 없는 능력이었다.
‘내가 입고 있는 체육복 형태로 변신해 봐.’
―꾸엥.
‘아! 옷을 벗어야 되는구나.’
지토는 사물로 변신할 수 있지만, 변신 후에는 소환사와 붙어 있어야 했다. 자력으로 움직일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로딘이 상의를 벗었다. 그러자 지토가 몸을 쫙 펴서는 로딘의 상체에 달라붙었다. ‘철퍼덕’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은 동작이었다.
몸에 접촉한 지토의 몸이 순식간에 펴졌다. 그리고 색깔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더니, 금세 체육복 형태로 바뀌었다.
“하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좀 전까지 입고 있던 체육복과 차이가 전혀 없었다. 색깔이며 질감까지. 모든 게 그대로였다.
“너. 대단하구나.”
―꾸엥.
지토 특유의 소리는 여전했다. 원래도 육성으로 내뱉는 소리가 아니어서, 모습이 변했어도 차이가 없었다.
‘넌 어때? 안 불편해?’
―꾸에엥.
‘다행이네. 그런데 어…….’
가만히 보니, 목 아랫부분에 붉은 점 같은 게 있었다. 혹시나 해서 거울에 뒤를 비춰 보니, 체육복의 목 뒷부분에도 점 같은 걸 찾을 수 있었다.
‘이게 네 눈이구나.’
지토는 원래 몸집이 작았다. 어린 자신의 주먹과 비슷한 크기였다. 시골에서 봤던 참새보다 더 작았다. 당연히 빨간 루비 같은 눈도 작은 게 당연했다.
깨알 크기의 붉은 눈이 갈색 체육복에 박혀 있었다. 색깔이 비슷해서 자세히 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런데 앞뒤에 눈을 단 건 네 생각이야?’
―꾸엥.
‘머리 좋네.’
지토는 의도적으로 자기 눈을 앞과 뒤에 배치했다. 앞의 눈으로는 소환사인 로딘과 같은 곳을 보고, 뒤의 눈으로는 만약에 있을 기습에 대비한 것이다.
‘그러면 뒤는 맡길게.’
―꾸에엥. 꾸엥.
‘그래. 믿어. 든든하다.’
벗어 둔 체육복을 바구니에 담아 샤워실을 나왔다.
앞으로 어지간하면 지토와 함께할 생각이었다. 등 뒤를 봐 주는 것도 좋지만, 환수와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특히 좋았다.
‘마력도 빨리 쌓아야겠어.’
마력이 넉넉하면 정령하고도 항상 함께 다닐 수 있다. 환수와 정령. 든든한 두 친구와 함께할 미래가 기대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