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20)
마법을 품다 (20)
오늘부로 재능 측정과 면담이 모두 끝났다. 면담과 함께 3기 훈련생들의 전공도 모두 결정되었다.
이에 관한 얘기를 나누기 위해 위원회 소속 6인이 모였다.
“합산한 결과지가 나왔나요?”
“한창 정리하고 있더군요. 10분 내로 마무리해서 가지고 올 겁니다.”
위원장 크레이트의 물음에 하비뇽 위원이 대답했다. 크레이트 위원장은 6서클 마법사, 하비뇽은 5데나급의 상급 기사였다.
“대강 듣긴 했는데.”
“그래요? 올해는 마법사가 몇 명인가요?”
마법사, 정령사, 환수 소환사. 이 셋을 양성소 내에서는 특수 직군으로 분류하는데, 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검사 전력이 상수의 역할을 한다면, 특수 직군이 변수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리온 교관을 만나서 얼핏 들었는데. 하아, 3기 중에서 마법 전공자는 1명이라고 합니다.”
“아!”
“흐음.”
마법사가 1명뿐이라는 말에 모두가 탄식을 흘렸다. ‘3기는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모두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세리온 교관의 표정이 밝더군요.”
“그래요? 재능이 특출한가 보죠?”
“나중에 종합 결과지를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아! 정령사도 1명 있다고 했습니다.”
“오호.”
“오! 정령사. 그건 정말 다행이군요.”
정령사 얘기가 나오자 위원들 전부의 표정이 밝아졌다.
1기 훈련생 중에는 아예 정령사가 나오지 않았다. 2기에도 정령사는 고작 1명. 워낙 귀한 재능이다 보니, 새로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다.
“환수사는 없죠?”
“뭐, 환수사가 나올 거라고 기대한 분들도 없잖아요.”
“그냥 좀…… 1명쯤 나오면 좋겠다 싶었던 거죠.”
사실 환수는 희귀한 것에 비해서 귀한 대접은 못 받았다. 환수의 전투 능력에 단점이 많기 때문이다.
환수 소환사 100명보다 같은 등급의 정령사 100명이 훨씬 강했다. 전투 지속력 측면에서도 정령사가 위였다.
“뭐, 전투는 정령사가 낫잖아요.”
“쓰임새도 정령이 더 많죠.”
“그건 그런데. 뭐, 죽기 전에 환수 한번 봤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한 말입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정령은 큰 타격을 받아 역소환되더라도 하루 이틀이면 재소환이 가능했다. 정말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도 재소환까지 5일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반면 환수가 큰 타격을 입고 역소환되면 재소환까지 수십 일이 걸린다.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입었을 때는 반년 이상이 지나야 재소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령사가 많아지면 병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데.”
“우리 13국 연합이 잉그렘 제국보다 병력이 적은 건 아니죠.”
“그거야 13국 연합이 전력을 동원했을 때의 얘기고요. 과연 아스란 왕국이나 란데르트 왕국이 자기가 가진 전력을 다 동원하겠습니까?”
정령은 물리적인 공격에 타격을 입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오러나 마력을 못 쓰는 일반 병사를 상대로 정령은 거의 무적이었다. 일방적으로 팰 수 있으니까.
반면 환수는 실체가 있는 존재. 병사의 칼에도 베이고, 마법사의 마법에도 타격을 입는다. 아무리 환수가 강해도 숫자로 밀어붙이면 답이 없었다.
“그런데 결국 3기 52명 중에서 마법사와 정령사가 고작 1명씩이라는 뜻 아닙니까?”
“아! 그렇죠.”
“이거. 3기는 진짜 망했는데요. 이렇게 특수 직군이 없어서야.”
똑똑.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하비뇽 위원이 문을 열자, 교관 중 1명이 서류철을 들고 서 있었다.
“3기 종합 결과표입니다.”
“전공도 모두 정했고요?”
“예, 따로 표기해 뒀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교관이 준비한 종합 결과표는 모두 6장. 위원회 소속 위원의 숫자에 맞춰서 준비해 왔다.
하비뇽 의원이 종합 결과표를 받아 제자리로 돌아왔다. 위원들이 자연스럽게 종합 결과표를 1장씩 가져갔다.
“음?”
“어?”
“이, 이거…….”
“맙소사. 이게 사실입니까?”
교관들은 3기 중에서 주목할 부분을 위쪽에 먼저 배치했다. 위원회 위원들도 가장 먼저 첫 줄부터 살폈다.
종합 결과표의 최상단에 자리한 번호는 108번. 그 옆에 적힌 마력 재능 58이라는 숫자가 다른 숫자보다 훨씬 굵게 박혀 있었다.
“놀랍군요. 마력 재능이 58이라니.”
“이 정도면 어느 마탑을 가더라도 환영받을 만한 재능 아닙니까?”
“그 이상이죠. 어지간한 마탑의 탑주들보다 마력 재능 점수가 높아요.”
대륙의 4대 마탑 정도 되면 마력 재능이 50을 넘는 이들도 몇 있었다. 이들은 마탑의 핵심 자원으로 분류되어 보호받으며 성장하고, 결국에는 마탑의 핵심으로 자리 잡는다. 장로나 탑주가 되는 이들도 많았다.
하물며 지방의 중소 규모의 마탑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력 재능 40만 되어도 장로가 뛰쳐나와서 제자로 삼고, 50이 되면 차기 탑주 확정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108번이라…… 기억나는군요. 시험 점수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은데.”
“맞습니다. 머리가 좋은 훈련생입니다. 마법하고 잘 맞을 거예요.”
“기대되는군요.”
“그 아래도 보시죠. 정령사. 재능이 무려 42점입니다.”
재능 42라는 말에 위원들의 눈이 일제히 108번 바로 아래로 향했다.
3기 107번 옆에 적힌 정령술 재능 42. 놀라운 재능이었다.
“허어, 이거야 원.”
“놀랍군요.”
“3기는 양이 아니라 질인가요? 고작 1명 나온 마법 전공자는 마력 재능이 58이고, 정령술 전공자는 정령 친화력이 42라니. 당황스러울 정도네요.”
“교관들이 재능을 잘못 파악했을 리는 없고. 그렇다고 우릴 속이려고 조작한 것도 아닐 테고. 하하하. 이거 참.”
108번과 107번은 특수군 양성소에서 배출한 최고의 재인이었다. 아니, 리아즈 왕국 전체로 보더라도 최고 수준일 게 분명했다.
전쟁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전쟁이 벌어진다면 이런 특출한 인재들이 공을 세우기 마련이다.
훈련생들의 신분은 노예였다. 노예가 세운 공은 당연히 주인의 것이다. 즉, 107번과 108번이 전쟁에서 활약하면 위원회가 공을 세운 게 된다.
“그런데 정령 친화력 42가 높은 건 맞습니까?”
“당연하죠. 40대면 당연히 높은 거죠.”
“정령사들은 자기 재능을 공개한 적이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42가 높은 재능인지 아닌지 어떻게 압니까?”
“공개한 적은 없지만, 제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은 있습니다. 마법사와 비슷해요. 마법사보다 숫자가 적으니 오히려 더 대단하다고 봐야죠.”
마법사와 검사는 그들끼리 모인 조직이 있었다. 마법사는 마탑과 왕국의 마법 병단, 검사는 기사단과 대대로 검을 익혀 온 검가가 그런 조직이었다.
조직은 소속된 마법사나 검사의 재능을 공개하는 편이다. 자기 조직의 대단함을 알리면서, 뛰어난 인재를 특별하게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반면 정령사나 환수 소환사는 그들만 소속된 조직이 없었다. 당연히 자기 재능을 공개하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왜 정령사나 환수 소환사는 조직이 없을까요?”
“그거야 재능이 대물림되지 않으니까.”
“숫자가 적은 것도 이유죠.”
뛰어난 마법사나 검사는 자식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재능은 윗세대에서 아래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령 친화력과 환수 친화력은 핏줄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대륙을 호령한 정령사 부부든 시골 농사꾼 부부든. 정령 친화력이 높은 자식을 낳을 확률은 차이가 없었다.
“오호, 아래도 계속 보시죠. 오러 재능도 다들 만만치 않습니다.”
“음? 오호, 그러네요.”
“이거 3기가 망했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네요. 재능이…… 하아, 대체로 놀라운 수준이군요.”
위원들의 눈이 검사들의 재능으로 내려갔다. 곧 눈이 휘둥그레졌다.
1기와 2기에는 단 1명도 없었던 40대의 오러 재능이 3기에는 무려 4명이나 있었다. 1기와 2기를 합쳐서 고작 3명이었던 30대의 오러 재능이 3기에는 무려 16명이나 나왔다.
“극과 극이군요.”
“예, 10대 초반의 오러 재능도 많아요. 심지어 10 이하의 오러 재능도 5명이나 있고요.”
“뭐, 데려온 애들 전부를 다 잘 키울 순 없겠죠. 전에도 말했지만 정식 기사 몇 명만 키우면 성공하는 겁니다.”
훈련병 10명 중 1명만 정식 기사. 즉, 3데나급 검사로 키우면 왕실에서도 불만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마법사와 정령사까지 키워 낸다면 극찬과 함께 포상도 받을 수 있었다.
“교육은 항상 하던 대로 하실 거죠?”
“아! 말 나온 김에 연공실 확장 공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연공실 확장이면 마력 연공실을 추가하자는 말입니까?”
마력 연공실 숫자가 빠듯하다는 건 위원들도 모르지 않았다. 마력 연공실을 추가로 건설하기 위해 따로 준비를 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건 언제나 돈이었다.
오러 연공실보다 마력 연공실을 건설하는 비용이 훨씬 비쌌다.
가격이 거의 10배 차이.
특수군 양성소를 운영하도록 지시한 왕실에게도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오러 연공실도요. 내년에 들어온 4기를 생각해야지요.”
“흐음, 그러면 슬슬 식당이나 운동 시설 확충도 준비해야겠군요.”
“그런데 왕실에서 지원이 나올지 걱정이네요.”
“이번에 마력 재능이 58인 훈련병이 있지 않습니까? 정령 친화력 42인 훈련생도 있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죠.”
지금까지 특수군 양성소는 뚜렷한 성과를 낸 게 없었다. 재능이 충만한 아이들은 많지만, 아직은 훈련생 신분. 공을 세우기에는 너무 어렸다.
가장 먼저 들어온 1기도 고작 12살 정도였다. 적어도 5년, 넉넉하게 7년은 있어야 군인으로서 자기 몫을 할 수 있을 터.
그때까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왕실에 지원을 부탁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왕실로 가 보겠네. 그게 내 역할이니.”
“항상 위원장님에게만 힘든 일을 부탁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내 역할이네. 이번에는 뛰어난 재능을 발굴했지 않은가. 이 정도면 왕실을 설득할 수 있을 걸세.”
마력 재능 58과 정령 친화력 42. 이 정도면 왕실을 설득할 수 있었다. 믿지 못하고 몇 번씩 확인하겠지만, 결국 왕실도 기꺼이 주머니를 열 거라고 믿었다.
* * *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로딘은 수업을 위해 중앙 건물로 왔다.
전공을 정하고 첫 수업은 룬어였다. 룬어는 마법 캐스팅의 핵심이면서 마력 연공의 기본이었다.
“또 보는군. 108번.”
“예, 반갑습니다. 교관님.”
룬어 수업은 세리온 교관이 담당이었다.
룬어 수업은 10일 단위의 수업 중에서 무려 4일. 수학과 함께 가장 많은 시간이 배정되어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108번 훈련생은 도서관에 자주 들른다던데?”
“예,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는 편입니다.”
로딘이 도서관 죽돌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교관과 조교들뿐 아니라 같은 3기 훈련생들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럼 혹시 마법 캐스팅의 3요소라고 들어봤나?”
“영창, 연산, 연상. 이렇게 3가지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다. 영창, 연산, 연상. 룬어는 이 중에서 영창에 필요한 지식이다. 그러면 영창이 뭐냐? 너도 마력 연공실에서 마력을 모을 때, 그리고 정령 계약 때 이미 해 본 거다. 바로 룬어를 입으로 내뱉는 행위. 그게 영창이다.”
3기 중에서 마법 전공은 단 1명. 그러다 보니, 수업 역시 세리온 교관과 일대일로 진행되었다. 딴짓을 할 수조차 없는 구성이었다.
그래서 로딘은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했다.
불필요한 설명이 많아 지루했지만, 티를 내지 않았다. 좋은 수업을 듣는다는 태도로, 귀를 기울이는 척했다.
‘같은 말을 또 하는 버릇이 있구나.’
세리온 교관은 뛰어난 마법사일지는 모르나, 로딘에게 좋은 선생은 아니었다. 설명이 지나치게 늘어졌고, 했던 말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었다.
물론 평범한 학생에게는 나쁘지 않은 가르침이었다. 한 번 듣고 이해를 못 할 테니까, 반복하는 가르침도 필요했다.
하지만 로딘은 한번 들은 걸 다 거의 다 기억하는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반복되는 설명은 시간 낭비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쩐다?’
계속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번 수업은 어쩔 수 없더라도, 다음 수업은 좀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었으면 했다.
그러자면 아는 건 안다고 말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세리온 교관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 터였다.
“마법의 위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어떤 게 있을까?”
“마력의 밀도, 마력의 양, 영창이라고 들었습니다.”
로딘은 대답하기 전에 잠깐 고민했다. 모른 척 입을 다물 것인가. 아는 걸 솔직하게 말할 것인가.
고민 끝에 그냥 말하기로 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도 반복된 설명에 괴로울 것 같았다.
“그러면 마력의 밀도를 높일 방법은 뭐가 있지?”
“뛰어난 연공법을 사용하는 겁니다.”
“흐음, 도서관에서 본 내용인가?”
“예.”
세리온 교관은 108번의 대답에 멈칫했다.
세리온 교관은 특수군 양성소에 만들어 둔 도서관에 거의 가 보지 않았다. 개관 초기에 두어 번 가 본 게 전부였다.
교관 업무에 바쁘다는 핑계를 댔지만, 실상은 그냥 도서관과 친하지 않았다.
세리온 교관이 유독 책을 싫어해서? 아니었다. 왕국에 소속된 마법사들의 공통적인 성향이었다.
‘도서관에 이런 내용도 있었나? 허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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