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24)
마법을 품다 (24)
로딘은 마력 재능을 측정할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절반 이상의 시간을 허비했는데도 마력 재능 58점을 받았다. 순수 마력 재능만으로도 155번보단 자신이 위였다.
그런데 마법은 마력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었다. 캐스팅의 3요소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필요한 많은 요소가 있었다.
로딘의 진짜 장점은 그런 부분에 있었다. 압도적인 계산 능력, 완벽히 외운 룬어, 거기에 남들에게 숨기고 있는 수인법까지.
155번이 따라잡기엔 차이가 너무 컸다. 무엇보다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었다.
‘1서클이 완전히 자리 잡았군. 저 정도면 대략 반년인가?’
155번이 2서클 마법사가 될 시기를 가늠해 봤다. 내년에 6기 훈련생이 들어올 즈음이면 서클이 추가될 듯했다.
자신은 이미 3서클 마법사였다. 공개만 하면 바로 정식 마법사로 대우받을 수 있었다.
“흥! 두고 보자.”
“여긴 정령 계약자만 올 수 있는 곳이야. 다음에 또 여기 나타나면 교관님 부른다.”
“흥. 일러바치고 싶으면 일러바쳐. 난 최고의 마력 재능의 소유자다. 교관이 과연 날 처벌할 것 같아?”
“할 것 같은데.”
자신이 봐 온 교관이라면 당연히 처벌할 거다.
노예 인장은 그냥 찍어 둔 게 아니었다. 아무리 재능이 충만해도 교관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쳇.”
자기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155번이 빠르게 멀어졌다. 달려가면서 연신 주변을 살피기까지 했다.
“5기 훈련생이 많긴 많은가 보네.”
100명이 넘는 5기 훈련생 때문에 교관들과 조교들 대부분이 동원되었다. 여기저기 경계가 꽤 허술해졌다.
155번은 허술해진 길을 통해서 이곳으로 넘어온 것이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까?”
3서클 마법사가 되면서 서클을 숨길 수 있게 되었다. 1개의 서클만 드러내고 2개의 서클을 숨길 수도, 아예 다 숨겨서 마법사가 아닌 척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숨김은 완벽하지 않았다. 더 높은 서클의 마법사가 측정기를 들이대면 숨겨진 서클도 그대로 드러난다.
“같은 경지의 마법사는 속일 수 있는데, 그러자면 5서클 마법사가 되어야 해. 후우.”
특수군 양성소의 최고 마법사는 6서클 마법사인 크레이트 위원장이었다. 대마법사 바로 아래의 경지로, 어딜 가도 인정받는 위치였다.
하지만 크레이트 위원장이 양성소에 머무는 날은 거의 없었다. 신입 훈련생의 입소식 전후로 며칠, 전공이 결정되는 시기에 며칠. 이 정도가 전부였다.
며칠 머물지도 않는 크레이트 위원장이 서클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훈련생들을 하나하나 검사하고 다닐 리는 없었다.
결국 측정기를 들고 다닐 확률이 높은 사람은 위원회 소속의 5서클 마법사와 교관 정도였다.
“5서클, 4서클. 이들의 눈을 피하려면 최대한 빨리 5서클 마법사가 되는 수밖에 없는데.”
다행이라면 서클 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일이 잘 없다는 점이었다. 자주 만나는 세리온 교관한테는 한 번도 못 봤고, 수학을 가르치는 크루퍼 교관이 가끔 들고 다녔다.
“어차피 크루퍼 교관은 만날 일이 없으니.”
크루퍼 교관이 서클 측정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멀리서 본 게 전부였다. 자신은 수학 수업을 안 듣기 때문에 어지간해선 직접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이제는 만나도 상관없기도 하고.”
크루퍼 교관은 3서클 마법사. 자신도 이미 그 위치에 올랐다. 크루퍼 교관이 서클 측정기를 자신에게 쓰더라도 숨겨 둔 1개의 서클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도 빨리 건너뛰어야 하는데.”
실력을 온전히 공개하고 싶진 않았다. 서클은 공개하더라도 시기는 늦추고 싶었다.
“방법이 없다면 만들어야지.”
그날부터 로딘은 서클을 숨기는 마법 ‘하이드 마력 서클’의 개량 작업에 들어갔다. 이미 다 외운 룬어를 다시 점검하면서, ‘하이드 마력 서클’을 샅샅이 분해했다.
* * *
몇 달에 걸쳐서 ‘하이드 마력 서클’을 개조했다. 아니, 개조란 말로는 부족했다.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 뼈대부터 다시 세우고 살을 붙여 나갔다.
“이게 제대로 된 건지 알 수가 없네.”
새로 만든 ‘하이드 마력 서클’로 서클 1개를 숨겼다. 예전보다 꽁꽁 잘 숨긴 것 같기는 한데,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교관들을 찾아가서, ‘제가 서클을 숨겼는데 서클 측정 장치 한번 써 보세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이래서 마법사들이 마탑에 모이는 건가?”
마법을 만들어도 확인해 줄 사람이 없으니 답답했다.
믿을 수 있는 마법사 1명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마법사가 없으니 혼자서 끙끙 앓아야 했다.
“결국 답은 도서관에 있지 싶은데.”
도서관의 심화 서고로 들어가면서 독서의 속도가 확 떨어졌다.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깊이가 너무 깊어서, 예전처럼 단순히 외우기만 하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아직 못 본 책이 수두룩했다. 하나하나 읽다 보면, 지금 가진 의문도 풀 수 있지 않을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연공실에 너무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밖으로 나오니 사방이 어둑어둑했다.
“늦겠다.”
로딘은 급하게 발을 놀려 식당으로 갔다. 아슬아슬하게 식당이 문을 닫기 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음?”
자신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식당 안에는 자신 외에도 훈련생이 10여 명 더 있었다. 모두 4기 훈련생이었다.
‘쟤들은 뭐 하느라고 늦었지?’
늦은 식사를 하는 4기 훈련생 중에는 몇 달 전에 시비를 걸었던 155번도 있었다.
로딘은 다른 이들을 무시하고, 식사부터 담아 왔다.
막판이라 수프가 거의 비었다. 국자로 바닥을 긁었는데도 나오는 양이 부족했다. 빵도 한 덩이밖에 없었다.
“쩝.”
어쩔 수 없이 고기를 한 덩이 더 받았다. 이렇게라도 부족한 양을 채울 생각이었다.
식사 중인데 뒤통수가 뜨거웠다. 뒤에서 155번이 노려보고 있다는 걸 체육복 형태의 지토가 알려 줬다.
‘단순 경쟁심인지 아니면 적대감인지. 애매하네.’
경쟁심이라면 괜찮았다. 그냥 무시하면 되니까.
하지만 적대감이면 곤란했다. 자신은 적을 뒤에 두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직접 싸우긴 좀 그렇고.’
수십, 수백 명이 모여서 지내는데 모두 사이가 좋을 순 없었다. 꼴 보기 싫은 사람도 있고 확 쥐어박고 싶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실제로 몇 달 전에 동기들끼리 크게 싸운 적이 있었다. 처음은 둘의 싸움이었는데, 점점 커지더니 결국 내무실끼리의 패싸움으로 이어졌다.
싸움에 참여한 8명 전원 교관 단 1명에게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다. 사지가 다 부러졌고,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망가졌다.
맞은 이들은 치료사와 치유 마법사가 치료조차 안 해 줘서, 무려 30일 이상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이것도 죄다 오러를 가진 이들이라 빨리 나은 편이었다. 일반인이었다면 꼼짝없이 반년은 누워 있어야 할 정도의 큰 부상이었다.
그날 이후, 싫은 사람이 있어도 뒷담화로 시작해서 뒷담화로 끝난다.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하지도 않고, 직접 손찌검을 하는 경우도 싹 사라졌다.
로딘 역시 처벌받을 만한 일은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주먹을 쓸 필요는 없지. 마법사는 마법사의 방법이 있으니까.’
물론 아직은 아니었다. 155번은 선을 넘지 않았다. 그저 볼 때마다 노려보기만 하는데, 겨우 그 정도로 손을 쓸 수는 없었다.
* * *
다행히 몇 달 동안은 특별한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다. 수업을 듣는 시간이 달라서 얼굴을 마주치기도 힘들었고, 어쩌다 마주칠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낸다. 내일 실습이지?”
“예, 교관님.”
1기, 2기, 3기의 훈련생들이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로딘 역시 이 무리에 포함되어 있었다.
“내일 실습에는 4기도 함께 한다. 텃세 부리지 말고 잘 대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4기 훈련생 중에 마법 전공자가 무려 12명이었다. 1기, 2기 3기의 마법 전공자를 다 합친 숫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개중 1명이 얼마 전에 2서클 마법사가 되었다.
로딘이 2서클 마법사가 되었다고 공개한 시간과 1년 차이.
기수를 고려하면 비슷한 기간에 2서클 마법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1기와 2기 중에도 절반은 여전히 1서클이었다. 이젠 4기와 따로 분리해서 교육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1기와 2기의 문제는 분위기야.’
3기가 머무는 3층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치열하고 경쟁적인 분위기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누군가는 검을 휘두르고, 누군가는 운동장 한쪽에서 땀을 흘렸다. 검술을 주제로 토론하는 걸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누구 한 명이 노력해서 만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한 명, 한 명 지기 싫은 마음에 이를 갈다 보니, 저절로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지나오면서 매번 보게 되는 숙소 2층은 항상 고요했다. 누군가 노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끄럽게 떠들면서 놀지도 않았다.
시간이 생겨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1기와 2기였다.
‘4기는 다른 모양이네.’
수업을 마치고, 저녁을 먹었다. 잠깐 쉬기 위해 내무반으로 올라갔다.
“로딘!”
“어? 랜트가 안 보이네?”
넷은 언제나처럼 식사를 함께 했다. 불과 5분 전까지 함께 식당에 있었고, 로딘은 화장실에 들렀다가 내무실로 올라왔다.
그런데 좀 전까지 함께 있던 랜트가 안 보였다. 헤들러와 코리만 내무실 바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랜트? 식사 마치자마자 연공실로 달려가더라. 오러에 목숨 걸었다니까.”
“잘 생각했네. 원래부터 좀 기형적이긴 했지.”
랜트의 육체는 괴물인데, 오러의 양은 3기 중에서도 하위권이었다. 40점에 달하는 오러 재능을 썩히고 있었다.
“요즘 랜트, 만만치 않아. 어휴.”
“그래도 네가 여전히 이긴다던데?”
“젖 먹던 힘까지 다 써서 간신히 이기고 있지.”
오러가 없는 랜트, 몸으로만 싸우는 랜트는 이제 없었다. 지금은 오러 연공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었다.
3기 훈련생 중에서 헤들러, 드록, 토리와 함께 4대장으로 꼽혔다.
하지만 4대장 중에서는 헤들러가 가장 강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벌어진 대련에선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래? 힘들어?”
“그놈의 힘이 문제야. 나도 힘은 어디 가서 안 빠진다고 생각하는데, 랜트 그놈은 진짜 괴물이라니까.”
4대장은 전부 2데나 검사가 된 지 오래였다. 이들을 제외하고도 2데나 검사가 된 3기생은 꽤 많았다.
“아, 참. 신입 들어왔더라.”
“응, 남쪽 건물이 어수선해. 어제도 자는데 애들 떠드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더라.”
해가 바뀌고, 6기 훈련생들이 특수군 양성소에 들어왔다. 신입 훈련생의 등장에 양성소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수선해졌다.
“애들 숫자는 좀 줄어든 모양이던데.”
“5기는 너무 많았지. 애들 수업받는 모습 보면 진짜 바글바글이야.”
“조교들만 고생이지.”
6기는 숫자가 확 줄어들었다. 100명이 넘었던 5기 훈련생들의 재능 측정 결과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아서였다.
결과가 가장 좋았던 건 52명을 뽑았던 3기와 55명을 뽑았던 4기.
그 정도가 최선이라 판단한 위원회에서 6기의 숫자도 50명 전후로 맞췄다.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서 왕국 전역에 사람을 풀어 노예를 사 오는 방식. 그래서 원하는 숫자를 정확히 사 오는 건 어려웠다.
6기를 뽑을 때, 위원회에서 50명 이상 60명 이하라고 결정했다. 노예 상인은 리아즈 왕국 전역으로 흩어져 조건에 맞는 이들을 데려왔고, 그렇게 모인 6기의 숫자가 56명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 우리가 여기 들어온 지 벌써 3년이야.”
“그렇게 됐네. 어이쿠. 우리 로딘 훈련생께서는 아직도 어리시구먼. 좋겠어.”
피식.
코리의 장난에 로딘은 그냥 웃고 말았다.
자신은 아직 7세였다. 5일이 지나야 8세가 된다. 아마 이번에 들어온 6기 훈련생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을 것이다.
“내년에는 로딘하고 같은 나이가 등장하겠네.”
“그렇겠네. 보통은 처음 들어올 때, 9살 아니면 10살이니까.”
로딘이 단어 사전을 들고, 하체를 살짝 굽혔다. 항상 했던 하체 운동을 위한 자세였다.
“넌 마법사냐? 검사냐? 나보다 운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마법사도 체력은 중요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걸.”
지기 싫었던 건지, 헤들러는 바닥에 엎드렸다. 그리고 팔 굽혀 펴기를 하면서 작게 숫자를 세었다.
이게 3기의 분위기였다. 301호가 유독 심하긴 하지만, 3층의 다른 3기 훈련생들 내무실도 운동에 진심인 곳이 많았다.
“열셋, 열넷.”
물론 여기서 동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코리는 침대에 비스듬하게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엎드렸다가. 자세만 바꿔 가면서 슬슬 취침을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음? 헤들러.”
로딘이 단어 사전을 다시 책상에 올려놨다. 그리고 팔 굽혀 펴기 중인 헤들러 옆에 쪼그리고 앉아, 헤들러의 뒤통수를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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