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28)
마법을 품다 (28)
좌표 1개를 해결했고, 이제 2개가 남았다. 문제는 2개의 좌표를 계산하는 것도 155번에게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좌표를 더 줄일 필요가 있었다. 계산이 정말 간단하도록.
“자, 이제 세 번째 좌표도 건드려 보자. 내가 여기 있는 의자 위로 올라갈게. 넌 세 번째 좌표를 어떻게 뽑을래?”
“어, 의자의 높이를 계산하고 파동값을 대입해서…….”
155번이 한참 뭔가를 계산했다.
좌표 하나만 계산하는 거라, 어렵진 않았다. 155번도 공식은 제대로 대입했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계산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지. 내가 위로 올라갔어. 그러면 너는 상체를 뒤로 살짝 젖히면 높낮이 좌표는 0으로 변해.”
“예?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높이가 다른데요?”
“세 번째 좌표는 절대적인 높이를 의미하는 좌표가 아니야. 네 몸을 축으로 세우고, 이렇게 선을 그어서 평면으로 인식한단 말이야. 그러니까 네가 몸을 뒤로 슬쩍 젖히면 이런 선으로 좌푯값 0이 되는 거야.”
“아! 그게 됩니까?”
155번은 로딘의 말을 이해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게 돼?’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좌표에 표시되는 방향, 거리, 높이는 절댓값이 아니야. 네가 가진 마력이 이해하는 좌표란 말이야. 세상이 아니라 네가 기준이지. 네 정면이 방향 좌표 0이 되고, 네 몸과 수직이 되면 높이 좌표 0이 돼.”
“마력이 이해하는 좌표라는 겁니까?”
“맞아.”
155번은 새로운 방식의 좌표 계산에 충격을 받았다. 신세계를 접한 155번의 눈에는 존경심이 가득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헛소리 말고.”
“다른 교관님들도 이런 방법을 압니까?”
“으음, 크루퍼 교관님과 세리온 교관님은 마법을 사용하는 방식이 달라. 크루퍼 교관님은 수학자답게 정교하게 계산해서 마법을 사용하지. 만약 목의 이 부분을 맞히겠다고 결정하면, 정확히 여기에 맞는 방향과 높이를 계산하는 거야.”
로딘이 155번의 목 중앙 부분을 툭 건드렸다. 정확히 이 부분을 노린다는 의미가 담긴 몸짓이었다.
“세리온 교관님은 다릅니까?”
“네가 방금 배운 방식하고 비슷해. 방향과 높이를 0으로 만들어서 최대한 간단하게 만드는 거지.”
“그러면 거리 계산만 하면 되니까요.”
“그렇지.”
로딘이 보기에 세리온 교관은 거리 계산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경험에 미루어 ‘이 정도 거리면 좌표는 대강 이 정도.’ 식으로 기억하는 대로 마법을 사용하는 듯했다.
“어떤 게 더 낫습니까?”
“장단점이 있어. 크루퍼 교관님은 정확하게 상대를 맞히지만, 마법 시전에 시간이 꽤 오래 걸려. 너도 많이 봤을 텐데?”
“예, 세리온 교관님이 쉽게 쉽게 쓰는 것과 달랐습니다.”
실제로 크루퍼 교관과 세리온 교관의 마법 시전 시간은 차이가 꽤 컸다.
세리온 교관이 더 고위의 마법사인 이유도 있지만, 크루퍼 교관의 계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더 컸다.
“너무 정밀하게 계산하려다 보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거야.”
“그냥 좀 간략하게 사용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못 고쳐. 강박증이거든. 수학을 공부하다 보면 그런 문제가 생겨. ‘대충 몇’ 같은 모호한 답을 내놓는 게 죽기만큼 싫어지거든.”
로딘도 크루퍼 교관과 같은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정교하게 계산해서 원하는 지점에 정확히 맞아야 직성이 풀렸다.
크루퍼 교관과의 차이는 계산 속도조차 월등히 빠르다는 것. 그래서 정교하게 계산하면서도 캐스팅 속도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그러면 세리온 교관님 방식이 더 좋은 거 아닙니까?”
“그것도 단점이 있지. 세리온 교관님 방식은 경험이 몹시 중요해. 거리를 눈대중으로 파악하는 것도 경험 없이는 힘들고, 본능적으로 몸을 기울여서 높이 좌표를 맞히는 것도 경험이 없으면 쉽지 않아. 게다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건 언제든 마법이 빗나갈 수 있다는 거잖아. 기껏 공들여서 마법을 사용했는데 빗맞았어. 그러면 마력은 낭비되고, 상대에게는 공격 기회를 넘겨주게 되지.”
정답은 없다는 뜻으로 설명했는데, 155번은 수긍을 못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자신이 배운, 세리온 교관의 방식이 더 나아 보였다.
“그래도 세리온 교관님처럼 마법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경험이 쌓이면 계산도 금방 끝날 테고. 남들이 마법을 한 번 쓸 때, 서너 번은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바본가? 캐스팅의 3요소는 까먹었어? 계산만 끝난다고 마법이 날아가? 룬어 영창이 끝나고, 마법 연상까지 완료해야 마법이 나가잖아. 계산 속도라는 것도 결국 룬어를 영창하는 시간 안에만 끝내면 되는 거야.”
“아!”
오늘 좌표 계산 얘기만 하다 보니, 룬어 영창을 잠깐 잊었다.
좌표 계산이 끝나더라도 룬어 영창이 끝나지 않으면 마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 결국 빠른 캐스팅을 위해서는 다 빨라야 했다.
“너 룬어 영창은 잘한다며? 좌표 계산이 빨라지면 시간이 좀 남을 거야. 그 시간에 구현할 마법 이미지를 그리면 돼.”
“감사합니다.”
“그러면 나가 봐. 연습은 혼자 하고. 아! 다른 데서 보더라도 아는 척하지 마라. 알았지?”
“예, 선배님. 아, 참. 제 이름은 대런입니다.”
4기 155번 대런이 나가고, 드디어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 좋다. 도서관은 이래야지.”
* * *
그리 높지 않은 하만 산과 베탄 산에서 발원한 물이 아래로 흐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흘러간 맑은 물이 지상에서 만나 작은 호수를 이룬다.
레이아 호수.
본래 마을 사람들이 버린 분변이 쌓여 더럽고 악취가 가득했던 곳이었다. 야생 동물들조차 발길을 들이지 않았던 곳을 언젠가부터 왕국이 청소하기 시작했다.
인부를 동원해 오물을 처리하고, 마법사를 동원해 정화 마법을 퍼부었다. 왕국에서 유명한 정원사들을 모아, 정교한 계획하게 나무와 풀을 심었다.
그렇게 몇 달, 악취는 완전히 사라졌고 야생 동물들이 찾아오는 깨끗한 호수로 바뀌었다.
리아즈 왕국은 레이아 호수 근처에 있던 작은 마을 5곳의 주민들을 모두 모아서 다른 도시로 옮겼다. 그리고 레이아 호수 근처에 은밀하게 훈련 기관을 만드니, 그곳이 리아즈 왕국의 특수군 양성소였다.
“창백하네.”
밤새 내린 눈으로 레이아 호수는 온통 하얀색이었다. 찬 기운에 물은 얼어붙었고, 풀과 나무는 진즉에 옷을 벗어 앙상함을 드러냈다.
로딘이 레이아 호숫가에 앉아, 얼어붙은 호수를 멍하니 바라봤다.
“평화롭기도 하고.”
따뜻한 날에는 다른 사람들이 호수로 찾아오는 일이 종종 있었다. 교관이나 위원회의 위원, 그리고 코리. 어느 날 불쑥 나타나 웃고 떠들곤 했다.
하지만 겨울의 호수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다. 어지간해선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이 넓은 호수를 독차지하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155번을 떼어 내니, 이렇게 좋은 것을.”
방법을 가르치느라 주저리주저리 떠든 건 좀 귀찮았다.
301호 내무실 동기들이라면 모를까. 친하지도 않은 사람과 대화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설명을 마치고 나니, 평화가 찾아왔다. 도서관도 다시 조용해졌고, 오늘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었다.
“연공법은 당장 진도가…… 음?”
옷으로 변해 있는 지토에게 신호가 왔다. 뒤쪽 멀리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 겨울에 사람이?’
지토의 시야를 잠깐 공유했다. 지토의 시력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왜?’
로딘은 누군가의 접근을 모르는 듯, 호수만 멍하니 바라봤다. 등 뒤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굳이 알릴 필요는 없었다.
“크흠.”
뒤에서 들린 헛기침 소리에 그제야 로딘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리고 놀랐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어? 위원장님?”
“훈련생이었군. 어디…… 오호, 3기 108번이군. 반갑네.”
“예, 위원장님. 3기 108번 훈련생입니다.”
로딘이 위원장 크레이트를 보는 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3년 전의 입소식 때였다.
“너무 예의 차릴 것 없네. 편하게 앉게. 나도 옆에 앉을 테니.”
“예,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양성소 최고 책임자와 나란히 앉게 됐다. 로딘은 호수만 멍하니 바라봤는데, 크레이트 위원장은 반대로 로딘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자네에 대해 보고받은 적이 있네. 2서클 마법사라고…… 흐음, 그런데 아니군.”
“예?”
등골이 서늘해졌다. 순간 머리도 멍해져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태어난 이후, 오늘처럼 당황한 적은 처음이었다. 대체 마력 서클 측정기도 없이 어떻게 자신의 경지를 알아챘는지.
‘6서클 마법사쯤 되면 이런 일도 가능한 건가?’
도서관에서 본 책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서클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측정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평범한 2서클은 아니야. 마력 농도가 마탑 못지않구먼.”
“아! 감사합니다.”
로딘은 남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크레이트 위원장은 자신이 3서클이라는 걸 알아챈 게 아니었다. 다른 이들보다 마력의 밀도가 훨씬 높다는 걸 파악한 거였다.
“체질인가? 아니면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가?”
“모르겠습니다. 룬어를 정확하게 발음하려 노력했습니다.”
“흐음, 그러면 자네도 알겠군. 룬어는 인간이 제대로 발음할 수 없는 언어라는걸.”
“예,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화가 끊겼다. 둘은 한동안 얼어붙은 호수만 멍하니 바라봤다.
적막함이 싫었을까. 크레이트 위원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겨울 호수가 좋은가? 아니면 여름 호수가 좋은가?”
“둘 다 좋아합니다. 겨울 호수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듯해서 좋고, 여름 호수는 활기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로딘도 이 호수로 자주 나오는 건 아니었다. 오늘도 거의 2개월 만의 방문이었다. 머릿속이 복잡할 때 찾는데, 이곳에만 오면 답답한 머릿속이 정리되곤 했다.
“이 호수를 만들 때, 가장 중점으로 둔 게 뭔지 아는가?”
“모르겠습니다. 어떤 걸 중점으로 뒀습니까?”
“사람의 발길을 막는 거였네. 사람은 이 세상에서 자연을 망가뜨리는 몇 안 되는 종족 중 하나거든.”
로딘은 크레이트 위원장의 말에 동의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 그렇습니까?”
“이 세상을 위해서는 인간부터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크레이프 위원장의 생각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이었다.
세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간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동일시한 것이다.
세상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세상은 그저 존재할 뿐이고, 그 위를 어떻게 가꿔 나갈지는 세상에 사는 이들의 몫이었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제 앞가림하기 바빠서요.”
“나중에 차분하게 생각해 보게. 깊이 있는 고민은 사고의 폭을 넓혀 준다네. 이런, 늦었군. 그만 가 보겠네.”
“예, 위원장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크레이트 위원장을 보내고 나니, 진이 다 빠졌다.
고작 20여 분을 함께 있었는데 하루 종일 달린 것보다 더 피곤했다.
* * *
며칠 후, 크레이트 위원장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도 호수에서였다. 전처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잡담을 나누고 헤어졌다.
그 후부터 호수에서 크레이트 위원장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얼음이 녹고 날이 풀릴 때, 봄이 끝나고 날이 더워지기 시작할 때,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그 외에도 몇 번을 더 만났다.
미리 약속하고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로딘은 언제나처럼 머리를 식히기 위해 호수로 갔을 뿐인데, 크레이트 위원장이 먼저 와 있거나 뒤늦게 찾아왔다.
“다시 겨울이군. 자네를 만난 지도 벌써 1년이야.”
“정확히는 4년이죠. 입소식 때도 뵈었습니다.”
“맞네. 나 역시 4년 전의 자네를 기억하네. 아주 조그마한 아이가 맨 끝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서 있었지.”
“지금도 작습니다. 3기 중에선 여전히 가장 작고. 이번에 들어온 7기 중에도 절반은 저보다 크더라고요.”
며칠 전에 7기 훈련생들이 입소식을 치렀다. 양성소가 본격적으로 가동된 지 벌써 6년이 흘렀다는 말이었다.
“자네도 왕국에서 양성소를 만든 이유를 알지?”
“잉그렘 제국과의 전쟁에 쓸 무기를 만들 목적이라고 들었습니다.”
“무기는 너무 삭막한 단어일세. 그보다 인재라는 좋은 표현이 있지 않은가?”
“예, 인재. 좋은 표현이네요.”
과하게 좋은 표현이었다.
모두가 말 잘 듣고 잘 드는 칼을 벼리는 과정임을 알고 있는데, 크레이트 위원장만 부정하고 있었다.
“잉그렘 제국과의 전쟁은 필연이지. 반드시 벌어질 일일세. 자네는 앞으로 벌어질 전쟁을 어찌 생각하나?”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허허, 그리 생각하는가? 13국 연합의 저력을 몰라서 하는 말일세. 객관적으로 잉그렘 제국과 13국 연합의 전력은 백중세일세. 누가 이길지는 붙어 봐야 알 수 있지.”
크레이트 위원장의 주장을 로딘은 절대 인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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