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32)
마법을 품다 (32)
더 많은 룬어를 알고 싶다는 욕망은 1년 차일 때부터 가졌다. 사전에 적힌 7,816자의 룬어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다. 더 많은 룬어가 간절히, 정말 간절히 필요했다.
특히 중급 이상의 연공법을 만들려면 다른 의미가 담긴 룬어가 필수였다.
그런 와중에 대략 50자 정도의 새로운 룬어를 찾아냈다.
겨우 50자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더해 나가면 된다. 그러면 언젠가는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룬어를 습득하고, 계속 정체 모를 책들을 읽었다. 훼손된 부분은 훼손된 대로 내용을 짐작하면서 읽었다.
‘고대어로 적힌 책이 너무 많네.’
고대어는 어느 한 나라의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마왕이 강림해 대륙 전체를 피로 물들였던 약 1,000년 전보다 더 과거에 사용된 모든 언어를 통칭하는 단어였다.
그래서 고대어 분류에 들어가는 언어도 엄청나게 많았다. 훼손된 책에 등장한 고대어만 60개가 넘었다. 도서관의 심화 코너에서도 30개가 넘는 고대어를 경험했다.
‘조각조각 나뉜 단어라서…… 고대어를 배웠다고 하기도 뭐하고. 아예 모른다고 하기도 그렇고.’
책을 통해 배운 지식이 일관되지 않았다. 뒤죽박죽 섞여서 제대로 써먹기가 힘들었다.
대략 2개월이 지났다.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제목이 없는 책을 읽고 있었다.
“어?”
무의식중에 입 밖으로 소리를 내 버렸다. 책에 나온 내용 때문이었다.
‘포션인데?’
2개월 전에 복원한 상처 치유 포션이 적힌 책이었다. 그런데 포션의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달랐다.
‘이게 더 싼가?’
약초가 바뀌긴 했는데, 로딘은 현재 약초의 가격을 몰랐다.
도서관에서 본 책 중에 지금의 약초 가격이 얼만지를 적어 놓은 책은 없었다.
‘제작 방법은 훨씬 간단해. 효과는 직접 만들어서 비교해 봐야 할 테고. 약초 가격이 문젠데.’
로딘은 일단 기억만 해 두고 넘겼다.
나중에 조교를 통해서든 위원회를 통해서든 가격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 * *
심화 3 서고의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갔다. 어느새 원래 포션 제작법을 알려 주기로 마음먹은 6개월이 흘렀다.
‘일단 먼저 복원했던 방법만 알려 주자.’
조교를 통해 위원회의 위원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크세르 위원은 이틀이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날 만나자고 했다지?”
“예, 포션 제작 방법을 어느 정도 복원했습니다.”
“어느 정도? 난 완성하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크세르 위원이 씹어뱉듯 말하고 로딘을 노려봤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론적으로는 어느 정도 완성했지만, 실제로 만들어 봐야 정확하게 제작법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완성했다? 진행률이 어떻게 되지?”
“대략 70%는 완성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재료의 선별과 배합의 미세한 비율을 정하는 정돕니다.”
“그래서 실험이 필요하다라.”
크세르 위원의 기분이 좋든 나쁘든 로딘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가치가 남아 있는 한, 크세르 위원은 절대 자신을 해코지할 수 없었다.
도저히 진척이 없거나, 혹은 더 나은 인재를 찾을 때까지는 당당하게 할 말은 해도 되었다.
“여기 그 재룝니다.”
미리 적어 둔 약초 목록을 건넸다. 크세르 위원은 수십 개의 약초 목록을 힐끗 보고는 바로 덮어 버렸다.
“어디…… 흐음, 재료가 너무 많은데?”
“일부는 겹치는 재룝니다. 제가 약초 가격을 몰라서요. 그래서 말인데…… 약초를 보낼 때, 무게와 가격을 함께 적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복원한 상처 치유 포션의 재료와 최근 책을 통해서 얻은 고대의 상처 치유 포션 재료를 모두 적어 놨다.
직접 제작해서, 비싸고 효과가 떨어지는 포션 제작법을 공개할 생각이었다.
“겹친다는 건 무슨 말이지?”
“어떤 약초를 써도 무방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기왕이면 싼 약초가 낫지 않겠습니까?”
“흐음, 내가 약초 가격은 잘 모르지만 대충 봐도 수천 골드는 되어 보이는군. 겹치는 약초 몇 개를 빼더라도 너무 비싸.”
크세르 위원이 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로딘은 포션이라는 걸 바로 알아봤다.
“그게 포션이군요.”
“잘 아는군. 이 한 병이 10골드다. 그런데 재룟값만 수천 골드인 포션을 만들어야 하나?”
“아! 오해의 여지가 있었군요. 적힌 약초로 만들 수 있는 포션은 10리터입니다. 이 포션이 음…… 25ml 정도 되나요? 그러면 400병 정도 나올 겁니다.”
로딘이 크세르 위원이 내놓은 포션을 손바닥에 올렸다.
피보다는 좀 옅은 붉은 색깔의 액체가 유리병 안에서 찰랑거렸다. 잘 밀봉이 되어 있는데도 왠지 청량한 냄새가 나는 듯했다.
“오호, 한꺼번에 대량으로 만든다고?”
“그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일일이 한 병씩 만드는 건 너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400병이면 4천 골드인데. 재료비가 그보다 싸야 쓸모가 있다. 비싸면 포션을 만들 이유가 없어.”
“싼 재료를 최대한 선별해 보겠습니다.”
로딘은 최대한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판매 가격보다 싸다는 걸 확신이라도 한 듯, 조금의 불안함도 보이지 않았다.
“좋다. 제작법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필요하지?”
“약초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두 달 정도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 빨리는 안 되나?”
재촉하는 크세르 위원의 꼴을 보고 있으니, 슬슬 배알이 꼴렸다.
생각 같아서는 확 들이받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나중에 두고 보자.’라는 상투적인 생각을 되뇌며, 화를 억눌렀다.
“포션을 실수 없이 제작하는 시간만 한 달입니다. 시행착오도 각오해야 하니, 두 달보다 더 빨리는 안 됩니다.”
“두 달이라……. 최대한 빨리 약초를 준비해 주지. 더 할 말 있나?”
“없습니다.”
“반드시 완성해야 할 거다. 만약 나를 속인 거라면, 네놈을 평생 고통 속에서 지내게 해 주마.”
크세르 위원이 휙 하고 사라졌다. 하여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사람이었다.
* * *
모든 약초가 다 준비되는 데 4일이 걸렸다. 로딘은 크세르 위원이 건네준 명세표를 살폈다.
‘2천 4백 골드. 하지만 겹치는 것도 많으니, 대략 2,000골드 정도인가?’
마탑에서 얼마의 가격으로 포션을 제작하는지는 모른다. 그래도 자신이 만든 제작법과 큰 차이가 나진 않을 것이다.
‘가격 차이가 크네. 하나는 2,000골드인데, 이쪽은 4백 골드도 안 들어.’
지금까지 알아낸 상처 치유 포션의 제작법은 2가지였다.
자신이 직접 복원한 방법과 고대에 어느 왕국에서 사용했다는 방법.
그런데 자신이 직접 복원한 포션 제작법의 재료가 훨씬 비쌌다. 거의 5배 정도 차이였다. 약초의 가격 때문이다.
‘당연한 건가?’
자신이 복원한 방법은 마탑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재료가 거의 유사할 것이다.
재료가 같으니 여러 마탑이 같은 재료를 필요로 하고 그건 수요의 증가로 이어진다. 재룟값이 오르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
반면 고대에 사용했다는 방법은 마탑에서 사용하는 방법과 완전히 다른 형식이었다. 당연히 재료도 달랐다.
현시대에 거의 쓰이지 않는 재료들이 대부분이니 가격이 엄청나게 쌌다.
‘핵심 약초가 지금은 잡초 취급이니. 제작비가 쌀 수밖에.’
제작 준비만 해 놓고 손을 놓았다.
크세르 위원에게는 순수하게 포션 제작에만 한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달은 시행착오 기간이라 합쳐서 두 달의 말미를 얻었다.
하지만 포션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20일이면 된다. 나머지는 시행착오를 가정하고 추가로 얻은 시간이었다.
‘어차피 시행착오는 무시해도 돼.’
시행착오라는 건 실패하거나 실수할 수 있다는 의미였는데, 로딘은 한 번에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시간이 남았다.
한 달 정도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겼다. 크세르 위원에게 약속한 날까지 대략 한 달 정도를 남기고 포션을 제작했다.
우선 2가지 방법을 사용해 포션을 모두 제작했다.
10리터 제작비가 2,000골드 정도 되는 제작법으로 10리터를 꽉 채워서 제작했다. 그리고 10리터 제작비가 400골드 정도인 제작법으로 1리터 정도의 포션을 만들었다.
‘색깔이 미묘하게 다른데.’
자신이 복원한 방법으로 만든 상처 치유 포션은 크세르 위원이 보여 줬던 포션과 비슷한 색깔이었다. 약간 더 붉은색이지만, 나란히 놓지 않으면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데 고대에 사용한 방법으로 만든 포션은 피처럼 붉은색에 보랏빛이 감돌았다.
색 자체가 원래의 포션과 다르니, 눈에 확 들어왔다. 뭔가 오묘한 색상이었다.
서걱.
왼 손바닥을 살짝 베었다. 오른 손바닥도 칼로 그어서 상처를 냈다. 양쪽 손에 두 종류의 포션을 각각 발랐다.
‘으음, 비슷한데?’
고대의 포션이 아주 조금 더 빨리 치료되는 듯 보였지만, 큰 차이는 아니었다. 이 정도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었다.
‘당장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일반적인 상황에선 차이가 없어.’
서걱!
로딘은 다 치료된 양 손바닥에 다시 상처를 냈다. 전보다 훨씬 깊고 긴 상처였다.
거기에 두 종류의 포션을 다시 발랐다. 바르는 양도 차이가 없도록 최대한 신경 썼다.
상처가 완벽하게 치료되지 않았다. 절반쯤 치료되다 말았다. 상처의 크기에 비해 사용한 포션의 약이 부족해서였다.
‘속도 차이는 미세하게 나지만, 결과는 비슷해.’
이번에도 고대의 상처 치유 포션이 아주 약간 치료가 빨랐다. 양손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미세한 차이였다.
하지만 같은 양의 포션 액체로 치유된 최종적인 상처의 모습은 같았다.
효능에서는 두 종류의 포션이 차이가 없었다.
포션을 조금 더 사용해서, 상처를 완벽하게 치료했다.
손바닥을 다시 칼로 그었다. 이전과 비슷한 크기의 상처였다.
양손에 상처를 내고 치료하기를 4번.
갑자기 포션의 치료 효과에서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한쪽은 치료 효과가 점점 떨어진 데 반해 한쪽은 예전과 비슷한 속도 비슷한 효과로 손바닥이 치료되었다.
‘내성이 없다고?’
상처 치유 포션은 이름대로 상처에 사용하지만,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반복해서 사용하면 포션의 효과가 떨어지는데, 이를 포션 내성이라고 불렀다.
포션 내성은 상처 치유 포션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독을 치료하는 포션, 내상을 치료하는 포션, 병을 치료하는 포션 전부가 포션 내성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내성을 없애는 방법은 포션을 사용하지 않고 긴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 짧게는 10일, 때에 따라서 몇 달 동안 포션을 멀리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고대에 사용된 제작법으로 만든 포션은 내성이 아예 안 생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10회 정도 더 상처를 내고 포션을 발라 봤는데, 포션 효과는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가격은 더 싼데 내성까지 없다라…… 좋네.’
이제 한 가지 테스트가 더 남았다.
로딘은 포션 내성을 풀기 위해서 5일을 쉬었다. 이 시간에는 포션을 만들지도 않고, 먹지도 않았다. 책만 읽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양은 이 정도면 충분하고.’
두 개의 양동이에 두 종류의 포션을 충분히 담았다. 그리고 양손에 상처를 만든 후, 포션이 가득한 양동이에 담갔다.
상처를 아예 포션에 담그는 행위를 ‘급속 치료’라고 부른다. 치료 속도까지 빨라지기 때문이다.
‘차이가 크네.’
딱 5분이 지났는데 양쪽의 치료 속도에서 차이가 발생했다. 오른손이 확연하게 빨랐다.
10분이 흐르자, 오른손은 완치되었다. 왼손은 간신히 살이 붙어서 출혈이 멈췄을 뿐, 완치까진 멀었다.
20분 정도가 흐르니, 그제야 왼손도 완치되었다.
‘원래 다 치료되는 데 30분 정도 걸렸는데. 왼손은 조금 빨라졌고, 오른손은 확연하게 차이가 나네.’
급속 치료는 포션 낭비가 심한 방법이었다.
돈 많은 상인이나 귀족조차도 죽기 직전이 아닌 이상은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치료 끝.’
고대에서 제작된 방법으로 만든 포션은 급속 치료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모든 면에서 고대의 제작법이 우수했다.
‘내가 부족하다는 거지.’
자신이 복원한 포션이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자신의 실력이 고대의 포션 제작자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
‘일단 정리부터 하고.’
고대의 제작법은 머릿속으로만 기억하기로 했다. 위원회에 알려 주기에는 아까운 방법이었다.
직접 복원한 포션 제작법은 바로 정리해서, 따로 기록했다. 10리터에 달하는 포션도 양이 아주 조금 줄어든 채로 남았다.
‘이건 어쩐다?’
고대의 방법으로 만든 포션이 800ml 정도 남았다. 버리긴 아깝고, 위원회에 보여 줄 수도 없었다.
‘일단 따로 보관하자.’
유리병에 하나하나 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32병의 고대 포션을 코르크 마개로 단단하게 밀봉했다.
‘이건 따로 쓰고.’
책장 한 곳에 안 보이도록 보관했다. 이제 눈앞에는 10리터에 달하는 포션액만 남았다.
똑똑!
문을 두드려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조교들을 불렀다. 조교가 문 위에 달린 자그마한 창만 열었다.
“108번. 무슨 일이야?”
“위원회에 완성품이 나왔다고 전해 주세요.”
“그렇게만 말하면 돼?”
“예. 그대로 전해 주면 지시를 하든, 찾아오든. 할 겁니다.”
“알았다.”
일 하나가 끝났다.
약간 생긴 여유. 로딘은 의자에 늘어져서 휴식을 취했다.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안 하고 좀 쉬고 싶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