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33)
마법을 품다 (33)
몸은 쉬고 있는데 머리는 끊임없이 뭔가를 궁리하고 있었다.
포션이 아닌 다른 아티팩트 지식이 머릿속을 바쁘게 오갔다.
제대로 된 방법은 하나도 없었다. 뭔가 한두 군데씩 구멍이 뚫려 있어서, 직접 룬어를 대입해 가며 연구해야 했다.
하루 이틀에 될 일은 아니었다.
포션을 연구한 것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결과물을 볼 수 있을 터였다.
‘6서클 마법사가 되긴 해야 하는데.’
연공실을 못 쓰지만, 크게 아쉽지 않았다. 연공실은 빠른 성장을 돕는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명확했다.
코리도 그렇고, 헤들러나 랜트도 연공실을 ‘마나를 모아 주는 곳’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실리온 교관조차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아 성장을 빠르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공실은 마나가 모이는 곳이 아니었다.
성장 속도를 올리기 위해 마나를 모아 둔 곳이라면 오러 연공실과 마력 연공실을 따로 둘 필요가 없었다. 오러든 마력이든 둘 다 마나에서 시작된 것이니까.
‘연공을 도울 뭔가가 필요하긴 한데.’
연공실이 하는 일은 ‘변환율’을 높이는 것이다. 즉, 같은 양의 마나를 마력이나 오러로 더 많이 변화되게 만든다.
자연 상태에서 10의 마나를 이용하면 1 정도의 마력으로 바뀐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10의 마나를 이용해서 2 정도의 마력으로 바꿀 수 있다. 로딘이 그런 사람이었다.
반면 연공실을 이용하면 10의 마나를 끌어모아 3~4의 마력을 몸에 쌓을 수 있다. 변환 효율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빠른 성장도 가능해진다.
단점은 마력이 불규칙하게 튄다는 것이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 마력을 얻은 게 아니라서인지, 마력이 말을 잘 안 듣는 상태가 된다.
‘마나와 마력은 다르니까.’
마나는 본능만 남아 자아로 성장하지 못한 존재다. 자극을 주면 그에 맞는 반응을 보이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뭔가를 하진 않는다.
마력은 호불호가 분명한 자아를 가지고 있었다. 말을 못 한다뿐이지,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까지 한다. 덜 자란 아이와 비슷했다.
온전히 혼자 힘으로 마력을 쌓으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된다. 교육열도 뛰어나서, 마법을 몇 번만 반복하면 비슷한 행동에 바로 반응한다.
룬어를 이제 막 읊기 시작했는데, 마력은 이미 발동할 준비를 끝내 놓고 기다리는 상태가 된다.
룬어 영창과 수식 연산, 마법 연상이 끝날 때까지 마력은 차분하게 서클을 안정시킨다.
반면 연공실의 도움을 받아 쌓은 마력은 말 뒈지게 안 듣는 아이와 비슷하다. 공부하는 것 또한 싫어해서 마법을 수십, 수백 번 반복해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른다.
룬어 영창, 수식 연산, 마법 연상이 다 끝나면 그제야 다급하게 움직인다.
급하게 움직이는 만큼 서클은 항상 불안정하게 유지된다.
‘자연 상태처럼 혼자의 힘으로 마력을 쌓으면서 연공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 필요해.’
제일 좋은 건 아이러니하게도 마나 농도를 높이는 거였다. 주변보다 수십 배 높은 마나를 주변에 모으면 변환율이 낮아도 연공실 이상으로 빠르게 마력을 쌓을 수 있었다.
‘10이 아니라 100을 가지고 시작하면 되는 거지.’
마력이나 오러가 아니라 마나 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장소적 특성 말고는 없는 것 같은데.’
마나 농도가 다른 곳보다 높은 장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양성소 주변만 봐도 마나 농도가 10%~20% 정도 더 높은 장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가 이곳 심화 3 서고는 아니었다. 이곳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이니, 이 안에서 마나 농도를 높일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람들은 마나 농도를 못 느껴. 적어도 교관들과 위원들은 못 느끼는 게 분명해.’
죽은 크레이트 위원장도 마력 농도만 느꼈지, 마나의 농도는 느끼지 못했다. 다른 교관이나 크세르 위원도 마나 농도의 변화에 별다른 반응을 보여 주지 않았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조교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위원회 호출이다.”
“아, 바로 나갈게요.”
옷을 점검하고 포션 10리터 중 1리터 정도만 통에 담았다. 작은 유리병으로 따로 소분하진 않았다.
밖으로 나왔다. 조교는 손으로 중앙 건물이 있는 방향을 가리키기만 했다.
‘하긴 여기서 안내를 받는 건 이상하지.’
매일 오가는 곳이었다. 작년까지는 바람을 쐴 목적으로 이곳에 오기도 했다. 익숙한 곳이니, 굳이 조교가 안내할 필요는 없었다.
혼자서 쫄래쫄래 걸어서 중앙 건물로 갔다. 이번에는 행정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원회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위원회실에는 5명의 위원 전부가 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얼굴에 기름기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전부 살이 피둥피둥 쪘구나.’
5데나급의 상급 기사라는 위원들도 뱃살이 두툼했다. 턱 아래에도 살이 접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검을 휘두른 게 언제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108번 훈련생입니다.”
“그 통에 든 게 포션이야?”
“예. 상처 치유 포션입니다.”
포션이 든 통을 통째로 책상에 올렸다.
크세르 위원이 뚜껑을 열더니, 컵에 일정량을 따랐다. 옆에 있던 엘로브 위원도 마시던 차를 마저 비우고 빈 잔에 포션을 약간 채웠다.
“확인은 해 봐야겠지요?”
“제가 해 보죠.”
상급 기사 출신인 켈라인이 허리의 칼을 뽑아 팔뚝을 길게 그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너무 크게 베지 않았습니까?”
“하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한창때는 수백 번의 칼을 맞은 적도 있습니다.”
켈라인 위원은 실제로 전장에서 꽤 오래 활약한 기사였다. 잉그렘 제국과의 전쟁에도 참전했고, 탈레흐 왕국을 통해 건너오는 마수와도 숱한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그건 모두 과거의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적의 피를 본 때가 20년 전이었다. 자기 피를 본 건 더 오래됐다.
“아무리 그래도 나이를 생각해야지요. 어서 치료부터 합시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피가 아깝긴 하네요.”
엘로브 위원이 컵에 담아 둔 포션을 켈라인 위원에게 건넸다.
켈라인 위원이 팔뚝의 상처 부위에 포션을 소량 떨어뜨리고, 손으로 잘 펴 발랐다.
상처는 바르는 순간부터 눈에 보일 정도로 치료되었다. 갈라진 살이 붙고, 내부에서 살이 자랐다.
대략 10분이 흐르자, 상처는 희미한 흉터만 남기고 치료되었다. 며칠이 흐르면 희미하게 남은 흉터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터였다.
“효과는 좋은데?”
“그러게요. 이 정도면 제가 써 본 포션 중에서 최상급입니다.”
“마샬 마탑에서 만든 포션하고 차이가 없는데요?”
마샬 마탑은 포션 제작으로는 최고로 꼽히는 곳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거기다 불량품이 없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마샬 마탑에서 만든 포션이 11골드였던가요?”
“요즘은 좀 올랐어요. 전쟁 때문에 13골드까지 거래되더군요.”
상품의 효과는 확인되었다. 가격도 얼추 나왔다. 남은 건 원가였다.
“포션 제조에 얼마나 들어가지?”
“여기 원가와 제작 기간을 적어 뒀습니다.”
크세르 위원이 먼저 로딘이 내민 포션 제조법을 살폈다. 재료와 가격부터 쭉 확인하더니, 이내 밝게 웃었다.
“2,000골드 미만이군.”
“응? 2,000골드? 그러면 손해잖아.”
“아! 이건 10리터 가격입니다. 포션 400병을 만들 수 있죠. 108번 맞지?”
“예, 맞습니다. 400병 제작 가격이고. 크세르 위원님이 준 약초 가격대로라면 정확하게 1,911골드입니다.”
400병을 각각 10골드에 팔아도 무려 4,000골드였다. 원가가 1,911골드라면 2,000골드 이상이 수익이었다.
“제작 기간은 어떻게 되지?”
“거기 적어 뒀습니다. 약 30일 걸립니다. 제가 하루에 10시간씩 붙어 있을 때의 기간입니다.”
실제로는 20일도 안 걸렸다. 경험이 더 쌓이면 10일 안에 완성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굳이 위원들에게 하진 않았다. 남는 시간은 여유 시간이면서 독서 시간으로 쓸 생각이었다.
“더 만들 수는 없나? 10리터. 좀 부족한데?”
“제작법에 적어 뒀습니다만, 제가 하루 10시간 이상 마력을 주입해야 합니다. 그 이상은 제 역량으로는 무립니다.”
“교관들을 투입하면? 더 만들 수 있나?”
돈벌이에 혈안이 된 모습이었다. 결국 저들도 속물에 불과했다.
“양에는 차이가 없지만,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습니다. 대략 4일에서 5일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고작 그거라고? 세리온 교관은 4서클 마법사다! 그런데 고작 4일?”
“마력의 질적인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엘로브 위원님이나 크세르 위원님이 도우면 제작 시간을 반으로 단축할…….”
“그만. 됐어. 우리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데.”
크세르 위원이 로딘의 말을 끊었다. 엘로브 위원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쩌다 한 번씩 거들어서 포션 제작 시간을 당길 수 있다면야, 기꺼이 손을 보탤 생각이었다. 매달 2,000골드의 수입이 생기는 일이니까.
그런데 제조법에는 하루에 10시간씩 마력을 주입한다고 적혀 있었다.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좁은 곳에 갇혀서 생고생하고 싶진 않았다.
“네 말대로면 저서클 마법사는 포션을 못 만드나? 마탑에서도 포션 제조에 5서클 마법사를 쓴다고? 그게 말이 되나?”
“뒷장에 나와 있습니다. 3서클, 4서클 마법사도 포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간의 품질 하락은 감수해야 합니다.”
크세르 위원이 앞 장을 뒤로 넘겼다. 그리고 뒷장의 내용을 확인하며 혀를 끌끌 찼다.
“1년이나 걸리잖아.”
“너무 오래 걸리는데?”
“세리온 교관한테 시키면 할까?”
“글쎄요. 수익의 절반 이상을 내놓으라고 할 것 같은데요?”
로딘과는 상황이 달랐다. 로딘은 훈련생이면서 노예였다. 노예가 만드는 건 노예의 주인이 갖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세리온 교관은 고용된 마법사였다. 일을 시키면 당연히 대가를 줘야 했다.
좁은 곳에 갇혀서 하루 10시간 이상을 일하는 대가로 4서클 마법사에게 얼마를 줘야 할까?
적어도 수익의 절반은 줘야 했다. 이것도 최소한이었다.
게다가 포션을 만들다 보면 제조법도 당연히 알게 될 텐데. 세리온 교관이 적당한 이익으로 만족하겠는가. 차라리 독립해서 혼자 만드는 게 이득이었다.
“마샬 마탑은 마법사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지? 뭘 대가로 줘야 마법사들이 포션을 만드는 걸까?”
“거긴 마법사가 많지 않습니까. 혼자서 10시간씩 일할 필요가 없죠. 10명이 나눠서 일하면 어렵지도 않을 테고.”
“그렇군요. 마법사 숫자를 생각 못 했어요.”
“자, 정리하지요. 108번. 이게 네가 만든 포션 전부인가?”
“아닙니다. 모두 10리터를 만들었습니다. 남은 건 서고에 있으니, 언제든지 가져가십시오.”
로딘의 대답에 크세르 위원이 포션이 든 통을 흔들었다. 800ml 정도 남은 빨간색 포션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작은 물결을 만들었다.
“그건 우리가 나중에 챙겨 오면 되고. 으음, 앞으로 매달 여기 적힌 약초를 정해진 양만큼 제공하겠다. 넌 포션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요구 사항 있나?”
“포션을 25ml씩 나눠서 포션병으로 옮겨 담을 사람이 필요합니다.”
“마법사일 필요는 없겠지?”
“예. 단순 작업이니 조교를 써도 좋고, 근처의 민가에서 사람을 고용해도 됩니다.”
10리터 양을 25ml로 나눠서 포션병에 담는 단순 작업이었다. 매달 고작 400병만 나오는 포션이니, 한 달에 단 하루만 일할 사람이었다.
1명만 고용해도 충분했다.
“조교 1명을 배정해 주지.”
“알겠습니다.”
로딘은 꾸벅 인사를 마치고 나갔다.
로딘이 나가자, 위원들은 본격적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재료비를 제외하고 매달 2,000골드 이상의 수입이군요.”
“예. 1년이면 2만 4천 골드. 좋군요. 이 정도면 양성소 운영비로 쓰고 남습니다.”
“문제는 판매죠. 우리가 포션을 들고 다니면서 팔 순 없는 일 아닙니까?”
“판매라…… 우선 왕도로 연락을 넣어 보죠. 마법 병단 애들이 좀 많이 다칩니까? 9골드에만 팔아도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요즘 포션 값이 많이 올랐으니, 그 이상도 받을 수 있고요.”
잉그렘 제국과 13국 연합의 전쟁은 기정사실이었다. 아무도 양쪽의 평화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양측 합쳐서 무려 14개국이었다. 그들이 전쟁 준비에 들어가면서 덩달아 전쟁 물자의 가격도 치솟았다.
“매달 400개씩이나 살까요?”
“아니겠죠. 마법 병단 후배들 숫자라고 해 봐야 겨우 100명인데. 아마 300개 정도는 다른 곳에 팔아야 할 겁니다.”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차라리 적당한 상인을 수배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상급 기사인 하비뇽 위원이 나섰다.
하비뇽 위원의 가문은 원래 상단이었다. 사업 실패로 상단은 문을 닫았지만, 아직 상계 쪽의 인맥은 남아 있었다.
“좋네요. 하비뇽 위원이라면 믿을 수 있지요.”
“자, 그러면 마지막 문제만 남았군요.”
판매 문제는 결정되었지만, 아직 회의는 끝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수익의 배분 문제가 남았다.
그들은 2,000골드가 넘는 돈 전부를 양성소 운영비로 쓸 생각이 없었다. 개인이 300골드씩 챙기고, 대략 500골드 정도만 양성소 운영비로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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