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34)
마법을 품다 (34)
로딘은 포션을 제작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었다. 동시에 마력 연공실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러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2기가 현장에서 군 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떠났고, 1년 동안 군 생활을 경험한 1기가 돌아왔다.
특수군 양성소로 돌아온 1기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눈빛은 매서웠고, 꽉 다문 입에선 고집이 느껴졌다.
1기가 복귀하고 5일 후, 1기 훈련생들의 수료식이 열렸다.
“첫 수료식이네.”
“그러게. 그런데 수료식 끝나면 1기는 어쩐대? 다시 부대로 돌아가나?”
“아니, 양성소에 남는다더라.”
1기는 1년 동안 군 생활을 했지만, 그건 군대의 현실을 경험케 하려는 의도일 뿐이다. 위원회는 특수군 양성소 출신을 여러 부대로 흩트려 놓을 생각이 없었다.
양성소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차출해서 부리기로 이미 얘기가 되었다.
특수군 양성소의 훈련생 전부를 하나의 조직으로 묶어 놔야 군 전체에 발언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특수군 양성소가 하나의 군대가 되거든.”
“군대?”
“1기를 다른 부대에 퍼트려 놓으면, 다른 부대의 부속품이 될 뿐이잖아. 그런데 여기에 모아 놓으면 위원회의 명령을 받는 군대가 되는 거지. 마치 사병처럼.”
로딘은 1기가 수료식 이후에도 남아서 훈련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위원회의 속내를 파악했다. 힘들게 키운 훈련생들을 보내기 아까운 거다.
위원회의 이런 결정에 왕실은 당연히 반발했다. 북부군을 포함한 군부에서도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특수군 양성소는 자기주장을 밀고 나갈 힘이 있었다. 아니, 생겼다.
로딘이 만든 포션 덕분에 위원회는 막대한 돈을 벌고 있었다. 더는 왕실의 지원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고 왕실이나 군부에서 특수군 양성소를 제재하기도 힘들었다.
전쟁만 아니면 군대를 동원하겠지만, 지금은 잉그렘 제국과의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 내부 단속을 위해 군대를 따로 빼기 어려웠다.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일단은 좋은 거지. 최소한 화살받이로 쓰이진 않을 테니까.”
헤들러와 랜트가 로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코리도 아닌 척 정령과 놀면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일단이면 좋다는 거야? 안 좋다는 거야?”
“당장은 좋아. 전쟁이 유리하게 진행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하지만 전쟁 양상이 안 좋아서, 여기저기 패배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선 안 좋지.”
“왜?”
“전쟁은 부대와 부대가 1 대 1로 싸우는 놀이가 아니잖아. 싸우다 보면 다른 곳에 지원 요청할 일도 많을 텐데. 과연 누가 우릴 도우러 올까?”
수료식에는 다른 이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저 넓은 연병장에 고작 1기 22명만 모여서 수료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안 오나?”
“여유가 넘쳐흐를 정도면 보내겠지. 그게 아니면 안 올 테고. 혹은 지원을 오더라도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면서 늦게 올 수도 있고. 그래서 말했잖아. 전쟁이 유리하게 진행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런데 로딘. 오늘은 안 가?”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휴식.”
어제 심화 3 서고에서 경계 근무를 서던 조교 중 1명이 포션 제조법을 몰래 훔쳐보다 걸렸다. 그 조교의 숙소에서는 포션 제조 과정의 앞부분을 적은 자료도 발견되었다.
상황을 파악한 크세르 위원은 바로 움직였다.
해당 조교는 잡아서 가뒀고, 지난 6개월 동안 호수 옆 서고에서 근무를 섰던 모든 조교를 조사하는 중이었다.
조교 1명의 일탈로 로딘에겐 하루 휴식이 주어졌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휴일이었다.
“수료식 끝났네.”
“난 수업받으러 간다.”
“나도.”
“흐흐흐. 오랜만의 휴식인데, 로딘 혼자 남네. 나도 간다. 저녁에 보자.”
다 떠나고 로딘 혼자 남았다.
로딘은 내무실에서 눈을 감고, 그동안 얻은 지식을 정리했다. 특히 요즘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부분은 마나를 모으는 마법진이었다.
‘연공실과는 원리가 달라.’
마나 집적 마법진.
만들기만 하면 연공실을 이용하는 것보다 나았다. 적어도 감각이 예민한 자신에게는 연공실보다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마나석이 필요한데. 그냥 달라면 안 줄 테고.’
마나석을 얻으려면 마나석을 사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아티팩트 연구도 좀 해 봐야겠어. 마나석이 필요한 걸로.’
이론상 하급 마나석 1개만 있어도 6개월 정도는 마나 집적진을 작동할 수 있었다. 아티팩트 제작에 필요하다며 6개월에 하급 마나석 1개만 빼돌릴 수 있으면 되었다.
‘마력등은 만들어 봐야 거들떠보지도 않겠지.’
마력등은 이미 만드는 곳이 너무 많고, 가격도 너무 싸졌다. 위원회가 돈도 안 되는 일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다.
‘포션보다 더 이득이어야 관심을 가질 텐데.’
그러자면 남은 건 하나. 발동형 마법뿐이었다.
파이어 볼 아티팩트라도 만들면 위원회는 눈이 벌게져서 필요한 건 다 제공할 것이다.
‘파이어 볼은 좀 무린가?’
파이어 볼은 무려 3서클 마법이다. 1서클 마법이 담긴 발동형 아티팩트도 몇 안 되는 판국에 3서클 마법이라니.
‘1서클이나 2서클 중에서 찾아봐야겠어.’
3서클 마법이 담긴 아티팩트를 만들 수만 있다면 초대박이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험난했다.
얼마나 오래 연구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다. 애초에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뭐가 좋을까?’
심화 3 서고에서 봤던 모든 책들을 검토했다. 도서관 심화 서고에서 봤던 책들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결국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는 건데.’
굳이 전투가 아니어도 됐다. 돈을 주고 살 만큼 가치가 있는 아티팩트면 충분했다.
‘알람 아니면 윈드 실드. 둘 중 하나면 위원회도 관심을 가질 것 같은데.’
머릿속으로 알람 마법과 윈드 실드의 룬어를 떠올렸다.
하나하나 분해해서 잘 조합하면 아티팩트 제작이 가능할 것도 같았다.
‘남은 건 마나석인데.’
하급 마나석 10개를 받아서 9개의 아티팩트만 만들면 당연히 1개로 뭘 했냐는 소리를 들을 거다. 마나석 10개를 사용하면 결과물도 10개여야 한다.
‘그렇게 해서는 마나석을 빼돌리지 못해.’
남은 건 마나석을 그대로 쓰지 않고 가공하는 방법뿐이다.
‘가루로 내서 어떻게 한다고 보긴 했는데.’
책에서 ‘마나석을 가루로 만들어서 가공해서 사용했다.’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었다. 한데 어떻게 가공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그게 마정석이겠지. 지금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해. 한 100년쯤 연구하면 모를까.’
마정석을 만드는 방법은 이미 오래전에 실전되었다. 4대 마탑을 포함한 많은 곳에서 수백 년 전부터 연구했지만, 성공했다는 곳은 나오지 않았다.
* * *
전쟁의 시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는 건 일선의 병사들이 가장 먼저 느꼈다.
마치 등 뒤에 칼을 쥔 누군가가 서 있는 듯, 바짝 긴장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단순히 전쟁이 확정적이었던 때와 달랐다. 전쟁 준비를 양측이 모두 마친 상태였다.
누가 먼저 칼을 뽑느냐만 남았다.
남부의 시골 마을에서 올라온 톰도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
군인이 된 지 3년. 탁월한 운동 능력과 판단력으로 십인장이 되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왜 하필 지금 군대로 온 건지. 왜 하필 이 나라에서 태어난 건지.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가. 세상이 자신을 싫어하는 느낌이었다.
전쟁을 모두가 느끼는 만큼 병사들은 어지간해선 근무 중에 졸지 않았다. 추워도, 피곤해도 어떻게든 눈에 힘을 주고 버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인력으로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톰은 인접 십인대의 망할 귀족 때문에 오늘만 2번째 근무 중이었다. 귀족의 횡포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리아즈 왕국은 원래 귀족의 나라였다. 귀족 앞에서 평민은 가축과 다를 바 없었다.
귀족 나리께서 한마디 하면 아무리 불합리해도 꾹 참아야 했다.
연속된 근무에 톰은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슬슬 한계였다. 눈꺼풀에 커다란 추라도 달아 놓은 건지, 자꾸 아래로 내려오기만 했다.
땡! 땡! 땡! 땡! 땡! 땡!
갑자기 들린 경계 종 소리.
꾸벅꾸벅 졸던 톰이 간신히 눈을 떴다. 여전히 머리가 멍했지만, 졸음은 서서히 물러나고 있었다.
‘적인가?’
톰과 다르게 근무를 제대로 서던 병사가 있었다. 저 멀리서 들린 시끄러운 소리는 새벽을 매섭게 깨웠다.
“으으으. 골이야.”
톰은 멍하니 앞을 보며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을 썼다.
사방에서 들린 시끄러운 소리에 눈동자도 점점 선명해졌다. 멍했던 시야가 이내 정상을 되찾았다.
“미, 미친!”
전방에 수천 개의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죄다 잉그렘 제국군이 손에 든 횃불이었다.
“적이다! 적이다!”
톰은 뒤늦게 소리를 지르며,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병사들이 이제야 눈에 보였다.
“이젠 뭐 하지? 뭘 해야 돼?”
잉그렘 제국 쪽을 보며 경계를 서라. 적이 오면 종을 치고 소리를 질러라.
톰이 배운 건 그게 전부였다. 적이 쳐들어왔을 때, 뭘 해야 할지를 들은 적이 없었다.
“톰! 이리 와!”
“레프?”
“빨리 와! 서둘러!”
“응, 응.”
친구이자 부하인 레프의 외침에 톰이 급하게 달려갔다.
레프를 볼 때마다 ‘십인장은 레프가 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실제로 십인장 자리를 레프한테 양보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레프는 십인대 내에서 머리가 가장 좋고 눈치가 빨랐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는데, 동네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항상 해결책을 내놓는 친구가 레프였다.
“이제 어떻게 해야 돼?”
“따라와. 백인장 찾아가야지.”
“아! 백인장.”
“가자.”
톰은 레프를 따라가며 뒤를 힐끔 쳐다봤다.
멀리서 잉그렘 제국군이 든 횃불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대로면 1시간 이내로 첫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경계 중인 병사들이 가장 피곤한 시간을 골라서 잉그렘 제국군이 공격을 개시했다.
“전쟁이라니.”
“이미 벌어진 거야. 정신 차려. 넌 십인장이야. 우리 십인대 다 살려야지.”
“맞아. 난 십인장이지.”
둘이 움직이자, 같은 십인대 소속 병사들 몇이 붙었다. 둘의 행동에 다른 십인대도 끼리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10분 정도를 달려 백인대장의 막사에 도착했다.
마침 소란을 들은 반스 백인대장이 막사에서 나오고 있었다.
“적군인가?”
“예. 잉그렘 제국군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왔습니다. 일단 보이는 숫자만 대략 1만 명입니다.”
“흐음.”
반스 백인대장이 근처로 다가온 이들을 빠르게 셌다. 대략 40여 명 정도였다.
“톰, 하스, 콜, 브랜, 애드워드. 돌아다니면서 백인대 전원 6번 깃발 아래로 집합시켜!”
“예, 알겠습니다.”
“말스는 당장 천인대장님 막사로 뛰어가서 여기 상황 보고하고.”
“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다행히 백인대장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진 않았다.
꽤 정확한 명령이 내려오자, 급하게 달려온 병사들도 마음을 놓았다.
“시간이 없다. 움직여!”
“예.”
병사들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반스는 쥐고 있던 지팡이를 꽉 쥐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 핏줄이 도드라졌다.
특수군 양성소 1기에 7번과 8번이라는 기대주가 있었다면, 2기에도 5명의 쓸 만한 인재가 있었다. 4명의 검술 전공자와 1명의 마법 전공자였다.
반스는 그중 마법 전공자인 31번이었다.
마법 실습 때마다 괴물 같은 로딘이 있어서 형편없어 보였지만, 반스도 재능이 나쁜 편은 아니었다. 4대 마탑은 무리여도 중소 규모의 마탑에는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재능이 있고, 기대를 받은 만큼 반스는 8년 차가 끝나갈 즈음 3서클에 올랐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년 6개월 전에 정식 마법사가 된 것이다.
“레비테이션.”
긴 주문으로 만든 마법을 사용했다. 반스의 몸이 서서히 떠오르더니, 곧 주변 천막보다 한참 높은 곳에 다다랐다.
레비테이션은 방향을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3서클 마법이냐 4서클 마법이냐가 정해진다.
당연히 3서클 마법사인 반스는 방향을 조금도 틀 수 없는 레비테이션을 사용했다.
“많구나.”
1만 명이라는 보고는 꽤 정확했다. 이 정도면 잉그렘 제국이 전쟁을 개시했다고 봐도 되었다.
“추수는 끝나고 시작할 줄 알았는데. 후우.”
전쟁에 대한 대비로 만들어진 특수군 양성소였지만, 전쟁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반스 역시 자신의 군 생활 중에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 양성소 복귀까지 고작 5개월 남겨 놓고 전쟁이 터졌다. 이젠 꼼짝없이 죽고 죽이는 싸움에 발을 담가야 했다.
“해가 떠오를 즈음 부딪치겠군.”
마법을 사용해 다시 아래로 서서히 내려갔다. 지상에 닿을 즈음 부유 마법을 취소했다.
“긴 하루가 되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