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36)
마법을 품다 (36)
그날 밤, 1기 전원이 임무를 받아 특수군 양성소를 떠났다.
22명이 조용히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고, 위원회가 자리를 가졌다.
“잘할 수 있겠죠?”
“켈라인 위원은 경험이 많은 백전노장입니다. 잘 인솔할 겁니다.”
1기 22명의 인솔을 위해 켈라인 위원이 함께 움직였다. 경험이 많은 검술 교관 2명도 따라갔다.
“전황이 안 좋아요. 이거야, 원.”
“7사단은 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겁니까?”
북부군은 13개 사단으로 이뤄져 있었다. 리아즈 왕국 최고, 최대의 군 조직인 셈이다.
그중에 잉그렘 제국과 직접 맞닿은 국경을 지키는 곳은 9개 사단이었다. 나머지 사단은 최전방 사단을 뒤에서 받치는 역할이었다.
잉그렘 제국이 기습적으로 공격했지만, 북부군 소속 사단의 피해는 크지 않았다.
비록 원래 머물던 곳에서 상당히 후퇴했지만, 이는 고지대에 방어선을 만들기 위한 전술이었다.
실제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물러서기로 진즉 결정되어 있었다. 이미 계획했던 일인 만큼 피해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곳. 7사단은 달랐다. 거의 궤멸적인 타격을 입어서 회생 불가 상태였다.
“사단장, 천인장 다 자리를 비웠으니 이런 일이 벌어지지요.”
“도대체 왜 자리를 비웠답니까? 전쟁이 코앞이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자기 말로는 순찰 중이었다고 하는데. 다들 아시잖습니까? 순찰이 아니라는 거.”
잉그렘 제국이 공격했던 그날 밤, 7사단의 사단장과 열 명의 천인대장은 자리에 없었다. 후방에 있는 도시의 술집에서 여자를 끼고 놀고 있었다.
7사단은 1명의 사단장과 10명의 천인장, 100명의 백인장으로 이뤄진 부대였다. 병력 숫자도 10,000명을 꽉 채워서, 북부군 내에선 가장 지원을 잘 받은 축에 속했다.
그런데 사단장을 포함한 명령권자 전원이 자리를 비웠다.
남은 백인장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어떻게든 병력을 수습했지만,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통일되지 않은 명령이 문제였다.
어떤 백인장은 지원을 요청하자고 주장했다. 또 어떤 백인장은 맞서 싸우자고 우겼고, 또 누군가는 후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령이 갈리니, 십인장과 그 이하의 병사들도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부는 남고 일부는 싸우고. 제멋대로였다.
“피해는 어떻답니까?”
“그래도 제대로 된 백인장이 몇 명 있었던 모양입니다. 절반 정도는 건진 것 같더군요. 부상자는 좀 많지만요.”
후방까지 무사히 물러난 병력이 고작 4,600여 명이었다. 절반 이상의 병력이 단 하룻밤 사이에 목숨을 잃었다.
“하아, 1만 병력 중 중 절반이라. 게다가 생존자 중에 부상자까지 많다니. 그 사단장이 대체 누굽니까?”
“로레알 공작이랍니다.”
“아!”
“젠장.”
“어떻게 그럴 수가.”
원래 리아즈 왕국에는 6데나급의 기사가 4명, 6서클 마법사가 1명이었다. 13국 연합 사이에서도 평균은 되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유일한 6서클 마법사인 크레이트 위원장이 죽었다. 비슷한 시기에 6데나급의 기사도 1명이 죽으면서 전력이 급감했다.
지금 리아즈 왕국의 최고 실력자는 6데나급의 기사 3명뿐. 로레알 공작이 거기에 속했다.
대략 30년 전에 6데나급에 오른 노장이라 나이도 가장 많았다.
“그 나이 먹고 잘하는 짓이다.”
“나이를 헛먹은 거지요.”
“커험.”
“크흠.”
마법사인 엘로브 위원과 크세르 위원은 대놓고 로레알 공작을 욕했다. 거침없는 말투였다.
하지만 기사 출신인 하비뇽 위원과 알브레이트 위원은 차마 로레알 공작을 욕할 수 없었다.
같은 기사이면서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있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본국은 어떻게 한답니까?”
“일단은 방어선을 굳힐 생각인 것 같습니다.”
“원래 최전방은 내줄 생각을 했으니까. 문제는 저들의 마법사 전력입니다. 아스란 왕국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마법사 수백 명이 부대 하나를 날려 버리고 사라졌다더군요. 아무래도 화력을 모아서 각개 격파를 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허어, 방어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겠군요.”
“그래서 1기를 보내지 않았습니까?”
1기의 목적은 마법 부대의 위치와 향후 목표를 알아내는 것이다. 일찍 발견한다면 13국 연합의 정예를 모아서 중간에 요격할 계획이었다.
“작정하고 숨은 그들을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우리만 움직이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동맹국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잉그렘 제국의 마법 부대는 13국 연합이 운영하는 마법 병단보다 숫자도 많고 질적인 면에서도 우월했다.
상위의 마법사 다수가 주변을 경계하면 가까이 가기도 전에 들킬 수밖에 없었다.
“찾아도 문젭니다. 그들을 상대로 이기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쉽진 않을 겁니다. 마법사 숫자가 너무 많아요. 얼추 500명의 마법사가 모여 있으니, 그들을 지키는 기사 숫자도 비슷하겠죠.”
“하아, 500명의 마법사라니. 잉그렘 제국이 시작부터 초강수를 두는군요.”
“위원장님이 살아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
크레이트 위원장이 죽으면서 리아즈 왕국은 마법 전력이 크게 떨어졌다. 13국 연합 전체에서도 마법 전력은 명백히 약세였다.
“자, 자. 어차피 1기가 할 일은 국경 지역을 열심히 뒤지는 것뿐입니다. 그 이후에 벌어질 일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맞습니다. 우린 우리 할 일만 하면 되죠.”
“아, 참. 2기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냥 두기는 너무 아까운데.”
“어쩔 수 없지요. 소환 명령을 내려 봐야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곱게 보내 주지 않을 겁니다.”
2기는 위원회의 손에서 벗어났다. 억지로 부를 수도 없으니, 알아서 살아남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포션을 더 만들 순 없겠지요?”
“108번 혼자서 만드는 거라. 한계라고 봅니다. 그래도 포션값이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까?”
“예. 얼마 전에는 20골드를 부르더군요. 시일이 더 지나면 30골드까진 오를 듯합니다.”
“말년에 돈복이 크게 터졌네요. 하하하하.”
웃고 있지만, 위원들의 눈은 진지했다.
병사들과 달리 위원들은 각국의 정보까지 주기적으로 받고 있었다. 그래서 현재의 전황뿐 아니라 전쟁의 향방도 좋지 않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잉그렘 제국의 강함은 예상했던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마법사를 잔뜩 모아서 각개 격파할 줄은 몰랐지만, 감당하지 못할 전력은 아니었다.
문제는 13국 연합 내부에 있었다.
단합이 심각하게 안 됐다. 이미 전쟁이 벌어진 와중에서 서로 견제하느라 힘을 모으지 못했다.
정보 공유도 안 되어서, 마법 병단의 소식을 비공식적인 경로로 들어야 했다.
* * *
4개월이 흘렀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산발적으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패배가 훨씬 많았다. 1번을 이기면 3번을 패했다.
전투의 교환비도 안 좋았다. 제국군이 1,000명의 사상자가 나올 때, 13국 연합은 5,000명씩 죽어 나갔다.
원래 13국 연합의 병력이 잉그렘 제국의 병력보다 숫자로만 보면 월등히 많았다.
잉그렘 제국이 이번 전쟁에 동원한 병력이 70만 명이지만, 13국 연합의 병력은 100만이 넘었다.
여차하면 징집으로 병력을 늘릴 수도 있었다.
얼추 비슷한 비율로만 교환되어도 13국 연합은 절대 패하지 않을 텐데, 아쉽게도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가 누적되면서 전선은 계속 밀렸다. 이젠 교관들과 위원들도 특수군 양성소의 훈련생들을 속이기 힘들었다.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이대로 있겠지.”
“교육은? 수료식은 제때 할 수 있나?”
헤들러뿐 아니라 3기의 다른 훈련생들도 자신들의 거취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속 시원하게 말이라도 해 주면 좋겠는데, 교관들은 ‘때 되면 알려 줄 거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위원들은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원래라면 군 생활을 경험한다는 취지로 여러 부대로 배속되어야 하는 시기였다.
3기의 차례였는데, 윗선에선 말이 없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조교가 헤들러와 랜트만 콕 집었다.
“호출이다. 제1 상담실로.”
“우리 둘만요?”
“응. 자세한 이유는 나도 모르니까 묻지 말고.”
조교는 금세 사라졌다.
헤들러와 랜트는 옷을 차려입고 중앙 건물에 있는 상담실로 갔다.
상담실로 가는 길에 같은 기수의 드록과 토리를 만났다. 60번과 90번이었다. 둘 다 조교의 호출을 받아 상담실로 가는 길이었다.
“어?”
상담실 바로 앞에서 3기가 아닌 4기 훈련생도 만났다. 155번이었다.
“요, 너도 호출이냐?”
“예. 호출받고 왔습니다. 선배님들도 호출받으셨습니까?”
“응. 그래서 오긴 했는데. 조합이 뭐 이래? 검술 전공 4명에 4기 마법 전공 1명이라니. 뭘 시키려고 그러는 거지?”
똑똑!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고, 헤들러가 문을 두드렸다. 곧 안에서 묵직한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철컥!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인물은 알브레이트 위원이었다. 창밖을 보고 있던 알브레이트 위원이 몸을 돌리며 팔짱을 꼈다.
“너희들에게 임무가 할당되었다.”
임무 얘기에도 3기 훈련생들은 놀라지 않았다.
어렴풋이 자신들에게 임무가 내려올 수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1기는 오래전에 떠나서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고, 2기는 현장 부대에 배속된 후 감감무소식이었다.
임무를 받는다면 그들 외에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4기인 155번이 포함된 건 의외였다. 4서클 마법사라곤 하지만, 그들보다 기수가 낮았다.
정말 고위 마법사가 필요했다면 로딘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전쟁입니까?”
“맞다. 너희들은 오늘 밤에 바로 이곳을 출발해 왕도로 간다. 왕도에서 왕궁 근위 기사단과 합류해서 임무를 진행한다.”
“아!”
왕궁 근위 기사단이 언급되자, 그들과 자신들의 공통점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왕궁 근위 기사단은 리아즈 왕국 최고의 기사단이었다. 자격 요건이 4데나급 검사로, 다른 기사단보다 수준이 높았다.
이곳에 모인 이들도 모두 4데나급 혹은 4서클 마법사였다. 왕궁 근위대와 함께 움직여도 발목을 잡지 않는 실력이었다.
“우리끼리 갑니까?”
“밤 10시. 마구간에서 집합한다. 인솔자는 나다. 장비 빼 먹지 말고.”
“아!”
“임무는 아직 비밀이다. 대신 최대 3개월이다. 기한이 끝났는데도 일이 끝나지 않는다면 알아서 복귀해라.”
“알겠습니다.”
용건은 간단하게 끝났다. 3기 4명과 4기 1명은 각자의 내무실로 흩어져 떠날 채비를 했다.
헤들러와 랜트는 내무실로 돌아와 포션을 챙겼다.
다쳤을 때 사용할 포션과 마나석을 사기 위해 팔 것까지 넉넉하게 챙기고, 내무실에 대기했다.
* * *
헤들러와 랜트는 정해진 시간보다 10분 먼저 약속 장소로 나갔다.
드록과 토리, 대런은 아직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 3명이 마구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 교관님?”
“57번. 왔으면 조용히 기다려.”
“교관님도 가십니까?”
3명 모두 검술 교관이었다. 전투 시의 위치 선정과 야전 생존을 가르친 교관들로 헤들러, 랜트와는 꽤 오래 본 사이였다.
“그래. 우리도 너희들과 함께 움직인다.”
“교관님이 안 계시면 수업은 어떻게 하고요?”
“교관이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하겠지.”
새로운 기수를 계속 받으면서 교관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 마법 교관은 기존의 2명에서 3명으로, 검술 교관은 9명에서 17명으로 늘어났다.
마법 교관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검술 교관은 여유가 있었다. 3명 정도 빠져도 수업 조정은 어렵지 않았다.
“아, 이 무책임한 말투. 역시 데이먼 교관님답습니다.”
“죽을래?”
“아닙니다. 교관님.”
그때 내무실 방향에서 실루엣이 나타났다. 멀리 보이던 실루엣이 차츰 커지더니, 얼굴이 드러났다. 드록, 토리, 대런이었다.
“어째 같이 오냐?”
“오다 만났어.”
“오호, 그게 스태프? 멋진데?”
검사들은 검술 수업 때 항상 장비를 착용했다. 실습이 아니어도 검과 갑옷은 필수였다.
오히려 장비를 빼 먹고 다니면 자기 생명을 두고 다닌다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하지만 마법사는 마법에 도움이 되는 어떤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실습 때도 스태프나 오브, 완드 같은 무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당연히 보급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헤들러와 랜트는 스태프를 보는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그나마 마법 전공자들은 교관들이 스태프를 가지고 다니는 걸 본 적이 있지만, 검술 전공자들은 볼 기회가 없었다.
“예. 마법 스태프입니다. 불 속성 마법의 위력을 조금 올려 준다고 합니다. 멋지죠?”
“언제 받은 거야?”
“좀 전에 조교님이 보내 주셨습니다. 위원회에서 지급하는 물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오호. 외부로 나가면 마법사도 무기를 받는구나. 그러고 보니까 옷도 달라졌네.”
대런은 특수군 양성소의 정복이 아니라 갈색 로브를 입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4기 155번 훈련생이 아니라 4서클 마법사 대런이었다.
“이것도 같이 받았습니다.”
“멋지네.”
검술 전공자들은 이미 가죽 갑옷과 검, 방패를 착용하고 있었다. 수업할 때의 기본 복장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