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40)
마법을 품다 (40)
클리프 부단장은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 적당한 속도로 이동하고, 충분히 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3일을 움직여서 목적지인 도시 햄튼이 보이는 언덕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국경을 통과해 잉그렘 제국 영내로 들어온 상태였다. 미친 듯이 달리는 것보단 용병처럼 움직이는 게 의심을 덜 살 거라 판단했다.
“곧 안으로 들어간다. 명심해라. 너희들은 용병이다. 나는 용병 대장이고. 잊지 마라.”
“예.”
근위 기사단의 기사들은 리아즈 왕국의 왕도에서 출발할 때, 풀 플레이트 메일이 아니라 가죽 갑옷을 입었다.
특수군 소속인 헤들러와 랜트는 애초에 보급받은 장비가 가죽 갑옷이었다.
마법사인 대런이 로브를 걸쳤지만, 튀는 외형은 아니었다.
긴 여정에 모두의 옷에 먼지가 가득했다. 머리도 너저분해서 기사라는 분위기는 풍기지 않았다.
“용병패 다 소지했지?”
“예. 여기 있습니다.”
“들어간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움직여. 우리하고 제국은 억양이 다르니, 어지간하면 말도 최소한으로 해라.”
“예.”
긴 줄에 서서 기다린 끝에 도시 햄튼으로 들어섰다.
성문의 경비병은 용병패를 확인하고는 짐도 뒤지지 않고 통과시켰다.
‘휴우.’
클리프 부단장은 남모르게 안도하며 일행을 돌아봤다. 바짝 굳은 부하 기사 둘과 도시 구경에 신난 촌놈 셋이 보였다.
‘저놈들이 더 자연스럽네.’
부하 기사들은 지나치게 굳어 있었다. 이마 옆으로 땀도 흘렸다. 큰일을 치르러 가는 얼치기 티가 너무 났다.
반면에 특수군이라는 셋은 긴장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천진난만하게 건물들과 사람을 구경하는데, 누가 봐도 초짜 용병이었다.
“부…… 아니, 대장님.”
“왜? 무슨 일이지?”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 겁니까?”
“목표가 도시를 나갈 때까지다. 예상하기로는 대략 닷새에서 열흘 사이. 며칠 더 걸릴 수도,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
바하스 백작은 잉그렘 제국 선봉 기사단의 단장이고, 6서클 마법사 와이드먼은 선봉 기사단의 종군 마법사였다.
그들은 보급품 문제로 도시 햄튼에 들렀지만, 결국 자기 기사단이 머무는 오르퍼스로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그들이 돌아가는 길에 몇 명이나 대동하고 움직이는지 파악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예상대로라면 다행인데, 재수 없이 더 많은 인원을 대동하면 모든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했다.
“그때까지 좀 돌아다녀도 됩니까?”
“우선 숙소부터 잡고.”
“알겠습니다.”
클리프 부단장은 성문과 가까운 여관에 묵었다. 여유롭게 10일을 묵기로 하고, 선금을 치렀다.
“이제 나가도 돼요?”
“오늘 단 하루만 허락한다. 잊지 마라. 우린 임무를 위해 이곳으로 온 거다.”
“예. 대장님.”
헤들러가 신난 얼굴로 여관을 나갔다. 랜트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대런도 나가려고 했는데, 클리프 부단장이 막았다.
“넌 본대와의 통신 담당이다. 내 옆에 딱 붙어 있어라. 알겠나?”
“예.”
대런은 시무룩했다.
이곳까지 올 때도 도시와 마을을 무조건 피해서 움직였다. 민간인만 보여도 한참을 우회한 탓에 시간적인 손해도 많이 봤다.
그런데 목적지에 도착해서까지 여관 안에 갇혀 있어야 한다니. 세상에 이런 불합리한 일이 어디 있는가.
헤들러와 랜트는 여관을 나와 번화한 곳으로 이동했다. 가게가 차츰 많아지고, 덩달아 용병들과 병사들의 숫자도 늘어났다.
“헤들러, 어디 가는 거야?”
“마나석, 포션.”
“아!”
나온 김에 포션을 팔아서 돈을 마련할 생각이었다.
로딘이 부탁한 하급 마나석도 살 수 있으면 좋고. 햄튼이라는 도시의 분위기도 파악할 목적이었다.
“활기차네. 사람도 많고. 전쟁이 벌어졌는데, 걱정하는 사람이 안 보여.”
“용병이 많다.”
“그러게. 너무 많은데. 설마 전부 전쟁 용병인가?”
“전쟁 용병은 위험하다.”
로딘에게 들은 말이었다.
용병들이 갈 데까지 갔다가 마지막에 선택하는 곳이 전장이라고. 그래서 전쟁 용병은 보통 두 종류에 속했다.
실력이 너무 없어서 정상적인 의뢰를 못 받는 놈.
사고를 너무 많이 쳐서 정상적인 의뢰를 못 받는 놈.
“막장이 너무 많아. 조심해야겠어.”
“내가 있다. 믿어라, 헤들러.”
“하긴.”
18살이 된 랜트는 어마어마한 거구였다. 키만 큰 게 아니라 어깨가 넓고, 몸 전체가 근육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정말 자기 실력에 자신이 있는 게 아닌 이상은 랜트 같은 사람에게 시비를 걸 리가 없었다.
“저쪽.”
“음? 오호. 쉽게 풀리네.”
커다란 잡화점이었다. 이곳에서 포션 무한 매입이라는 글자를 잡화점 입구에 적어 놨다.
잉그렘 제국과 13국 연합의 전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었다. 부상자도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이런 시기의 포션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팔자.”
“그러자. 몇 개나 팔지?”
“마나석 가격만큼.”
“좀 더 팔아야지. 따라와.”
헤들러가 랜트를 데리고 잡화점으로 갔다. 거기서 먼저 하급 마나석의 가격부터 확인했다.
“하급 마나석이 10골드. 흐음.”
헤들러는 고민하는 척하며 포션의 가격과 비교해 봤다.
입구에 적힌 상처 치유 포션의 가격은 무려 34골드. 하급 마나석 3개를 사고도 남을 정도로 비쌌다.
“어떻게 하지?”
“하나만 팔면 된다.”
가격을 생각하면 포션을 하나 팔고, 하급 마나석 하나를 사면 된다. 나머지는 돈으로 받고.
“그렇지. 이거 팔게요. 하급 마나석 하나 주고, 나머지 돈은 금화, 은화 절반씩 섞어서 주세요.”
“오호, 포션이군요. 성능 확인해 봐도 되죠?”
“물론이죠.”
로딘의 실력을 믿었다. 로딘의 성격상 어설프게 만들었을 리가 없었다.
상점 주인이 포션 마개를 열더니, 작은 바늘을 넣었다. 바늘 끝에 살짝 묻은 포션을 은색 동판에 두드렸다. 동판 위에 빨간색 액체가 맺혔다.
빨간색 액체가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은은한 빛이 풍겼다. 동판이 마치 마력등이 된 것 같았다.
“품질이 정말 좋군요. 마샬 마탑에서 만든 건가요?”
“살 겁니까?”
“그러죠. 더 없습니까?”
“후우, 저희도 목숨값이라 생각하고 파는 겁니다.”
상인에게 하급 마나석과 돈을 받아 나왔다.
몇몇이 시선을 던졌지만, 금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랜트의 덩치를 보고 시비를 걸 생각을 접은 것이다.
* * *
첫날 이후로 헤들러와 랜트는 여관을 나가지 않았다. 클리프 부단장을 포함한 6명 전원이 여관 안에서 시간만 죽였다.
그렇게 6일.
교대로 밖을 살피던 랜트가 급히 클리프 부단장을 불렀다. 맥주를 마시고 있던 클리프 부단장이 급히 창가로 다가왔다.
“나왔어?”
“저 사람 같습니다.”
“으음, 맞군. 바하스 백작이야.”
드디어 목표를 찾아냈다. 몸이 힘들진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피곤했던 6일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급하게 움직이는군. 일단 떠날 채비를 최대한 빨리 끝내라고 전해.”
“예.”
일행이 전부 모였다. 원래부터 단출했던 짐이라, 떠나갈 때도 대부분 등짐 하나가 전부였다.
마법사인 대런만 본대와의 연락을 위한 통신구와 몇 가지 도구 때문에 짐이 좀 컸다.
“라슨, 로이, 헤들러. 마구간으로 가서 말 가져와. 나머진 여관 입구에서 대기한다.”
“예, 대장님.”
“서두르지 마라. 느긋하게. 여유를 보여라.”
“알겠습니다.”
클리프 부단장은 의식적으로 바하스 백작과 다른 방향을 바라봤다. 괜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곧 일행들이 말을 가져왔다. 모두 각자의 말에 탄 채, 천천히 성문을 벗어났다.
성문을 나가자, 바하스 백작 일행의 숫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예상보다 조금 많은 숫자였다.
“기사가 30명은 될 것 같은데요.”
“괜찮아. 그 정도는 예상한 범주 이내니까. 우린 여기서 오른쪽으로 빠진다.”
“계속 안 따라가고요?”
“의심을 피해야지. 마법사는 너희들 생각보다 훨씬 멀리까지 살필 수 있다.”
클리프 부단장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이들도 고삐를 틀어서 옆으로 비껴갔다.
방향이 바뀌면서 바하스 백작 일행과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하스 백작 일행이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어떻게 따라갑니까?”
“그 전에 대런, 본대에 통신 넣어. 숫자 말해 주고.”
“예. 알겠습니다.”
대런이 옆으로 빠져 커다란 바위를 등지고 섰다. 마법 통신을 위해 통신구를 꺼내고, 마법을 영창했다.
그사이에 클리프 부단장은 대런의 주변을 자연스럽게 감쌌다. 혹시나 이곳을 볼 자들의 시선에서 마법사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들리십니까? 대런입니다.”
―들린다. 확인했나?
“예. 오크가 움직였습니다. 숫자는 셋. 모두 초록색 피부를 가진 그린 오크입니다.”
―셋. 확인했다.
대런이 통신을 마치고, 장비를 자연스럽게 챙겼다.
이제 남은 일은 바하스 백작과 와이드먼을 따라가는 것뿐이었다.
“슬슬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까 말했지? 마법사는 네 생각보다 훨씬 멀리 본다고. 특히 6서클 마법사는 이동하면서도 일정 범위 안의 움직임을 다 파악할 수 있어. 대런, 어때?”
“예. 5서클 마법 중에 파밀리어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동물에게 마법을 걸어서, 그 동물이 보고 듣는 걸 마법사도 보고 들을 수 있는 마법입니다. 새에게 파밀리어 마법을 써 두면 이동하면서 주변 수 킬로미터는 계속 살펴볼 수 있을 겁니다.”
대런은 4서클 마법사라, 5서클과 6서클 마법에 관해서는 잘 몰랐다. 몇 가지 알고 있는 사실도 교관에게 들은 것이라 정확하진 않았다.
“하아, 그런 게 가능하다고? 마법사 놈들 골 때리네.”
“마법사라고 너무 무서워할 필요 없다. 기사에겐 기사만의 방법이 있는 법이다.”
“우린 어떻게 합니까?”
“20분 거리를 유지하고 쫓는다.”
걸어서가 20분이 아니라, 말을 타고 20분이었다. 전력으로 달리고 있진 않지만, 도보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빨랐다.
그런 상황에서의 20분이면 상당한 거리였다. 평지라면, 상대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는 되어야 20분이었다.
“슬슬 출발해도 되겠군.”
“예.”
클리프 부단장은 5분 정도 더 머문 후에 출발했다. 서서히 전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대런.”
“예. 부단장님.”
“저쪽 6서클 마법사를 상대하려면 정보가 필요해. 혹시 6서클 마법사를 쉽게 상대할 방법이 있나?”
“예? 그런 방법이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6데나급 기사를 쉽게 상대할 방법은 있습니까?”
“없지. 내가 멍청한 질문을 한 거군. 그러면 네가 아는 마법에 관해서 말해 봐. 어떤 마법이 위력적인지. 어떤 걸 조심해야 하는지.”
클리프 부단장의 질문에 대런은 알고 있는 마법을 다 떠올려 봤다.
치명적인 마법, 치명적이진 않지만 불편한 마법, 거슬리는 마법 등.
많은 마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우선 기사라면 블링크가 가장 껄끄러울 겁니다.”
“블링크. 그거 공간 이동이지?”
“예. 짧은 거리 이동인데 4서클 마법입니다. 6서클 마법사라면 아마 시동어만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블링크 마법 덕분에 마법사는 기사가 접근하더라도 언제든지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가까이 붙어서 칼을 휘둘러야 하는 기사에게는 상당히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맞아. 그거 예전에 경험해 봤어. 까다롭지. 또?”
“아마, 범위 마법으로 기사들이 움직일 곳을 제한해 두고 하나씩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방법이 있나?”
“어……, 그냥 뚫고 들어가는 게 최곱니다. 피하겠다고 시간을 끄는 건 마법사에게 기회를 넘겨주는 거거든요.”
클리프 부단장은 머릿속으로 6서클 마법사 와이드먼과의 전투를 그려 봤다. 역시나 꽤 까다로웠다.
‘이기긴 이기는데.’
죽는 기사가 꼭 몇 명씩 나왔다. 머릿속으로 어떻게 전투를 그려도 피해 없이 이기는 수는 없었다.
‘아까운데.’
리아즈 왕국의 근위 기사는 이 나라와 왕실을 위해 큰일을 해야 할 기사들이었다. 마법사 하나 때문에 잃기는 너무 아까운 인재들이었다.
* * *
도시 햄튼과 오르퍼스 사이의 산길에 숨은 리아즈 왕국의 근위 기사단. 프레이즈 백작은 단원들이 숨은 모습을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확인했다.
“잘 숨었군. 모두 들어라. 통신이 들어왔다. 그들의 속도라면 내일 정오쯤 이곳을 지나게 될 거다. 우린 최대한 빠르게 적들을 모두 베고, 빠져나간다. 간단하지?”
“예.”
“누굴 상대할지 지금 말해 주겠다. 우선 바하스 백작은 내가 맡는다. 브론, 하렌…… 이상 40명은 6서클 마법사 와이드먼을 상대한다. 잭, 캑터스, 로만…… 이상 60명은 적 기사들 담당이다. 상대는 30명이니 둘씩 상대하면 어렵지 않을 거다. 나머지는 상황을 보고 적절히 개입한다. 질문 있나?”
바하스 백작의 호위가 조금 늘어났지만,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숫자에서 3배 이상이었다.
유일하게 변수가 될 수 있는 존재는 6서클 마법사 와이드먼뿐.
그래서 40명이라는 과한 숫자를 붙여 놨다. 종군 마법사인 보일도 있으니, 변수를 차단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도주로는 차단하지 않아도 됩니까?”
“바하스 백작과 와이드먼. 이 둘만 확실하게 처리하면 나머지는 상관없다. 도망치겠다면 도망치게 둬라.”
“알겠습니다.”
어차피 공격을 시작하는 순간 와이드먼은 마법으로 지원 요청부터 할 것이다. 뒤늦게 도망치는 호위들의 지원 요청은 의미가 없었다.
“지금부터 내일 정오까지 쉰다. 긴장은 풀되 과하게 풀어지지 않게 유의하도록.”
“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