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45)
마법을 품다 (45)
오늘은 여기까지만 살펴보기로 하고 중앙 건물을 나왔다.
로딘은 해제했던 마법적인 잠금장치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순간적으로 더 나은 마법 잠금이 몇 가지가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애써 지웠다.
내부에는 못 들어갔지만, 마법적인 잠금장치는 이미 풀어 봤다. 물리적인 잠금장치도 이미 운디네가 확인했다.
‘내일은 들어가 볼 수 있겠어.’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며칠 동안은 검사인 하비뇽 위원이 야밤에 중앙 건물을 지킬 터. 중앙 건물 지하에 있는 비밀 공간으로 들어갈 시간은 많았다.
경계 근무 중인 조교들을 뒤로하고 동편으로 걸어갔다. 내무실과는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조금 그늘이 진 곳에는 ‘특수군 양성소 대장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장비를 수리하는 장소였다.
검술 훈련생들이 있는 만큼 특수군 양성소에는 당연히 대장간도 있었다. 훈련생의 숫자가 500명이 넘는 만큼 규모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장비를 제작하진 않았다. 그 정도로 뛰어난 장인도 없었다.
이 커다란 대장간에서는 이가 나가거나 간단한 파손 정도만 수리했다. 부러지거나 좀 큰 파손이 있는 장비는 그냥 버렸다.
비싼 돈 들여 만든 대장간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실력 없는 얼치기들만 있으니, 파손 정도가 조금만 커도 수리가 불가능했다. 그냥 버리고 새로 사는 수밖에.
‘좀 많이 챙겨야지. 매직 핸드.’
마법의 손을 이용해 외진 곳에 버려둔 철을 잔뜩 챙겼다. 너끈하게 풀 플레이트 메일과 검, 방패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로딘은 호숫가의 심화 3 서고도 들렀다. 이곳 역시 조교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지만, 누구도 로딘을 알아채지 못했다.
‘슬립.’
간단한 마법으로 경계를 서던 조교 둘을 재웠다. 쓰러지는 조교들을 받아서 벽에 기대어 놓았다.
‘매직 핸드.’
잠에서 깼을 때 서 있는 자세라면 ‘잠깐 졸았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야간 근무 중에 조는 경우는 흔했다.
반대로 쓰러져 있다면 ‘혹시 마법?’하고 의심할 수 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중심을 잃는 순간에는 잠이 깨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로딘은 조교들을 재우고 매직 핸드로 잡아 뒀다. 나중에 깨더라도 잠시 졸았다고 생각하도록.
심화 3 서고 안에 대장간에서 가져온 철을 넣어 놨다. 책상과 의자로 살짝 가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돌아가자.’
심화 3 서고를 나왔다. 적당히 떨어진 곳에서 슬립과 매직 핸드를 동시에 풀었다.
비틀.
잠이 들었던 조교들이 순간 정신을 차리며 중심을 잡았다.
둘이 동시에 비틀거린 건 드문 일이었지만, 조교들은 그 정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잠깐 졸았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경계에 집중했다.
‘돌아가야지. 너무 오래 비웠어.’
조교들이 각 내무실을 돌 시간이었다.
마법과 베개를 이용해 어느 정도 손을 써뒀지만, 기왕이면 조교가 돌기 전에 내무실로 들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 * *
다음 날, 똑같은 일과가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서 구보를 뛰고 아침 식사까지 마쳤다. 그리고 태연한 얼굴로 호숫가의 심화 3 서고로 향했다.
“수고하십니다.”
“108번 왔구나. 아침은 뭐야?”
“뭐, 똑같죠. 스테이크, 샐러드, 빵, 수프. 아! 오늘 고기는 좀 질겨요. 공급처가 바뀐 모양이에요.”
“하아, 점점 나빠지는구나.”
포션 가격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덩달아 위원회에서 벌어들이는 수입도 많아졌다.
하지만 식량값도 만만찮게 올랐다. 특히 오래 보관할 수 없는 육류는 2년 전 대비 거의 5배로 뛰었다.
“차차 나아지겠죠.”
“그랬으면 좋겠다. 들어가라. 오늘도 고생하고.”
“예. 수고하세요.”
평소와 다름없이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심화 3 서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의 진짜 일과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일단 마나 집적 마법진부터. 인쇄.’
바닥에 마법진을 미리 만들었다. 주변의 마나를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 두는 게 나았다.
마법진의 중앙에 하급 마나석을 끼웠다. 마법진이 작동하며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운디네. 어제 열쇠 구멍에 들어갔을 때 네 모습을 그대로 재연해 봐.’
끄덕!
운디네가 몸의 형태를 바꾸더니, 열쇠 비슷한 모양으로 변했다. 어제 열쇠 구멍 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자기 모습이었다.
‘똑같이 만들면 열쇠지. 으음, 옆에 있는 것들은 아니고.’
운디네는 자물쇠의 틈까지 모두 재연했다.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부분이라, 로딘이 손으로 툭툭 쳐 냈다.
‘이 모양이면 되겠네.’
어제 가져다 놓은 금속 중 부서진 칼 앞부분을 꺼냈다. 실습 중에 부러진 부분인데, 수리를 포기하고 버린 칼이었다.
‘후우, 오늘도 고생하겠구나. 발화, 성형.’
마력을 이용해 발화 마법을 사용했다. 주위가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로딘은 계속 마력을 투사하면서 손으로 수인을 그렸다. 룬어를 정확하게 하나하나 그리자 열기가 점점 강해졌다.
곧이어 칼 형태의 철이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이때 성형 마법이 액체가 되어 흐르는 철 물에 개입했다.
‘형태를 정확하게.’
보통 6서클 마법사는 되어야 철을 완전히 녹일 만한 화력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이 5서클 마법사가 철을 녹일 화력을 절대 만들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화력, 파괴력으로는 5서클 마법사도 철을 녹일 수 있었다.
대규모 전투가 끝나면 5서클 마법사의 불 계열 마법에 맞아 풀 플레이트 메일의 일부가 녹는 일은 흔했다. 화력 자체는 부족하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5서클 마법사는 철을 녹일 수 있는 화력을 지속해서 유지할 수 없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마력을 조절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였다.
로딘은 그 부분을 수인법으로 극복했다. 6서클 마법사보다 더 강한 화력을 투사하고, 미세한 조절로 열기를 유지했다.
“후우. 매직 핸드.”
열쇠 제작이 끝났다. 마법의 손으로 열쇠를 잡아 눈앞으로 가져왔다. 아직 열기가 가시지 않아, 로딘은 눈으로만 열쇠를 살폈다.
‘잘 만들어졌어.’
오늘 할 일은 열쇠 제작 외에도 있었다. 할 일을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아.”
로딘은 구석에 뜯어 놓은 바닥을 살짝 드러냈다. 안에는 노예 스틱 50개가 들어 있었다. 정확히는 노예 스틱과 모양이 똑같은 쇠막대였다.
대장간에서 버려진 철을 챙긴 건 어제가 처음이 아니었다. 3일 전부터 철을 가져왔고, 이곳에서 노예 스틱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두었다.
만들어 둔 노예 스틱에 적힌 숫자는 57부터 106번까지 딱 50개였다. 3기 훈련생 전원의 가짜 노예 스틱을 만든 것이다.
107번인 코리는 이미 노예 스틱을 회수해서 떠났다. 자신은 노예 인장의 제약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이제 4기? 아니면 1기?’
천만다행인 건 이름을 적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노예 스틱은 특수군 양성소의 방침대로 숫자만 적혀 있었다. 로딘 역시 가짜 노예 스틱에 숫자만 적으면 되었다.
‘일단 차례로 만들자.’
1기는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확인이 안 되었다. 위원회는 보고를 받았겠지만, 훈련생인 자신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1기는 포기하고, 현장 부대에 배속된 2기도 제외했다. 남은 건 4기부터 그 이후의 기수였다.
‘109번부터.’
구석에 둔 철을 조금씩 옮겨 왔다. 그리고 열쇠를 제작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열을 가해 녹이고, 성형 마법으로 막대 형태를 빚어냈다.
모양 자체가 간단해 열쇠보다는 만들기 편했다. 숫자를 차례로 새기고, 매직 핸드로 잡아 식혔다.
‘이것도 하다 보니까 느네.’
첫날에는 20개의 노예 스틱을 만드니 하루가 다 갔다. 두 번째 날은 30개의 노예 스틱을 만들었다.
오늘은 열쇠를 제작하느라 시간을 허비했는데도 35개의 가짜 노예 스틱이 완성되었다.
‘답답하네.’
특수군 양성소의 훈련생은 500명이 넘는다. 1기와 2기가 빠졌는데도 여전히 많았다.
이들의 노예 스틱을 전부 바꿔치기하려면 로딘도 500개가 넘는 노예 스틱을 만들어야 했다.
‘언제 다 만드냐?’
게다가 포션 제작을 마냥 미룰 순 없었다. 매달 정해진 납품일에 맞추려면 내일부터 포션 제작을 시작해야 했다.
‘슬슬 해가 지겠군.’
아침에 마법으로 ‘인쇄’한 마나 집적 마법진에 충분한 마나가 모였다. 로딘은 마법진 중앙에 앉아서 연공을 시작했다.
해가 질 때까지 2사이클을 돌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나 집적 마법진은 마법을 사용해, 바로 지워 버렸다.
밤이 되었다. 호숫가의 심화 3 서고로 이동해서 그동안 만들어 둔 가짜 노예 스틱을 챙겼다. 운디네의 모습을 보고 만든 열쇠도 호주머니에 넣었다.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하려나?’
심화 3 서고를 벗어나 중앙 건물로 향했다. 잠깐 재워 뒀던 조교들도 깨웠다.
지하로 향하는 창고의 입구.
마법으로 가려 놔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로딘은 어제처럼 정확하게 숨겨진 문을 찾았다.
‘어제하고 달라진 게 없네.’
모든 모습이 어제 그대로였다. 들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로딘은 마력을 실처럼 뽑아내, 마법적인 잠금장치 3개를 순식간에 뚫었다. 그리고 남은 물리적인 잠금장치에 낮에 만들어 둔 열쇠를 넣었다.
철컥!
손을 힘을 주고 돌리자, 작은 소리와 함께 잠금장치가 풀렸다.
손잡이를 잡고 살짝 당겼다.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꾸준하게 관리하나 보네.’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사위가 어둠에 잠겼다.
‘라이트.’
빛의 공을 허공에 띄웠다. 빛이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어라?’
노예 스틱을 담은 작은 상자는 왼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상자의 겉면에 1~22, 23~56 같은 훈련생 번호가 적혀 있었다. 당연히 3기를 포함한 다른 기수의 노예 스틱이 담긴 상자도 보였다.
그런데 반대쪽에는 책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책이란 물건은 위원회나 교관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할 일부터 끝내자.’
57~108이라고 적힌 상자를 꺼냈다. 안에는 번호 상관없이, 노예 스틱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하여간 죄다 엉망진창이라니까.’
로딘은 108번이라고 적힌 노예 스틱만 제외하고, 모든 노예 스틱을 챙겼다. 빈 공간에 가지고 온 노예 스틱을 원래 모습처럼 마구잡이로 넣었다.
뒤이어 4기의 노예 스틱이 담긴 상자를 꺼냈다. 역시나 중구난방 어질러진 채였다.
‘돌겠네. 나 같으면 답답해서 이렇게 못 하겠다.’
로딘은 상자에 담긴 노예 스틱을 일일이 확인해서 109번부터 143번까지의 노예 스틱을 찾아냈다. 거의 10분은 걸렸다.
낮에 만든 가짜 노예 스틱과 교체하고 상자를 닫았다. 쓸데없는 데 시간을 써서 기분이 영 안 좋았다.
‘후우, 참자.’
어찌 됐든 이곳에 들어온 용건은 끝났다. 로딘의 시선이 반대쪽 책이 꽂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어?’
책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서류를 묶어 둔 서류 묶음이었다. 적힌 내용은 훈련생에 관한 개인적인 정보였다.
‘내 고향에 관한 내용도 있구나.’
본능적으로 108번부터 찾아보게 됐다.
고향의 이름과 부모의 직업, 들어올 때의 나이, 머리카락 색깔과 눈동자 색깔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건 파기해야겠네.’
자신의 개인 정보였다. 남겨 놓고 싶지 않았다.
로딘은 잠깐 고민하다가, 자신에 대한 정보만 일단 뜯어냈다. 낱장을 묶어 둔 거라, 빼내긴 쉬웠다.
‘너희들은 나중에 보자.’
동기들의 정보까지 파기하면 서류 묶음의 두께가 너무 얇아진다. 위원회 중 누군가 이곳에 들어왔다가 변화된 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나올 때는 들어갈 때의 역순이었다.
문을 열어서 밖으로 나간 후, 열쇠를 이용해서 문을 잠갔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 잠시 열어 뒀던 마법적인 잠금장치를 전부 복원했다.
중앙 건물을 나와서, 하만 산을 올랐다. 오르는 길에 보이는 우측의 커다란 바위틈 깊숙한 곳에 지하 창고에서 가져온 진짜 노예 스틱을 숨겼다.
지난 3일 동안 만든 가짜 노예 스틱을 진짜 노예 스틱과 바꿔치기했다.
적어도 3기 훈련생 전원과 4기 훈련생 일부가 위원회의 변덕에 죽어 나갈 일은 없었다.
‘이 짓을 얼마나 해야 하려나?’
답답했다. 생각 같아서는 노예 스틱 전부를 훔쳐서 어딘가에 숨겨 놓고 싶었다.
‘훈련생 전부가 위원회에 반기를 들게 할 수 있을까?’
모두가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노예 스틱을 잃어버린 위원회의 명령을 훈련생들이 따를 이유가 없었다. 사방으로 도망쳐도 되고, 위원회를 잡아서 복수를 해도 된다.
하지만 사람은 그리 이성적이지 않았다. 특히 어린 애들은 이성보단 감정에 휩쓸린다.
노예 스틱이 없어도 어린아이들은 관성적으로 교관과 위원회의 지시대로 움직일 것이다.
진짜 노예 스틱을 들고 ‘위원회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어!’라고 외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높은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물론 4기, 5기 정도로 머리가 굵어진 훈련생은 다를 거다. 그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줄 알았고,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지 알고 있었다.
‘4기, 5기를 살리겠다고 다른 애들을 다 죽일 순 없어.’
결국 지금 할 수 있는 건 가짜 노예 스틱을 만들어서 바꿔치기하는 것뿐이었다.
‘좋게 생각하자. 아직 여기서 할 일이 남았어.’
심화 3 서고의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이곳에서 빼먹을 게 남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