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49)
마법을 품다 (49)
드록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반쯤 포기한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죽었다.
“108번. 살……려 줘. 제발. 너……는, 너……는 할 수 있……잖아. 너는 다 할 수 있잖아. 제발.”
“상처 좀 보자.”
로딘은 옆에 서 있던 이들을 밀어내고 드록에게 다가갔다.
이불 밖으로 허벅지를 내놓고 있어서, 상처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쯧.”
허벅지가 시커멓게 썩고 있었다. 악취도 좀 나는 것 같았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뼈도 문제가 생긴 것 같은데.”
“뼈까지?”
“으음. 잠깐만. 트루 아이.”
로딘은 룬어 영창이나 수식 계산 없이 마법을 사용했다. 얼핏 들으면 저서클 마법 같지만, 사실 트루 아이는 4서클 마법이었다.
‘역시 되네.’
로딘은 5서클 마법사.
마법 연상 작업을 충실하게 했다는 전제하에 3서클 마법은 룬어 영창과 수식 계산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이에 비해 트루 아이는 4서클 마법. 본래는 6서클 마법사는 되어야 룬어 영창과 수식 계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로딘은 최근에 이 한계를 깼다.
마나 집적 마법진으로 모은 마력은 훨씬 영민하고 마법 습득 속도가 빨랐다. 1서클 차이가 나는 마법을 시동어만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해 줬다.
안타까운 건 모든 마법이 가능한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4서클 마법 중에서도 유독 복잡한 마법, 많이 사용하지 못해서 마법 연상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마법은 여전히 룬어 영창과 수식 계산이 필요했다.
‘너무 오래 방치했네. 심각해.’
사물을 투시하는 트루 아이로 부상 부위의 좀 더 싶은 부위를 살폈다. 예상대로 살과 근육, 힘줄뿐 아니라 뼈에도 문제가 많았다.
“로딘, 가능할까?”
“랜트, 이 녀석 샤워실로 옮겨. 가자.”
“그냥 들면 돼?”
“응. 그냥 들어. 상관없어. 다리만 어디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고.”
랜트가 침대에 누워 있던 드록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310호의 내무실 동기들이 랜트를 막아섰다.
“뭐 하는 짓이야?”
“샤워실로 옮길 생각이다.”
“그러니까 왜?”
“여기에 그냥 두면 무조건 다리는 잘라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너희들이 치료할래? 자신은 있고?”
대답을 못 한 훈련생들이 길을 열었다.
랜트는 드록을 짐짝처럼 들고 샤워실로 향했다.
그 뒤를 다른 훈련생들이 우르르 따라왔다. 그대로 두면 샤워실까지 따라올 기세였다.
“다른 사람은 따라오지 말고 랜트만 들어와. 헤들러하고 155번, 너희들은 입구 확실하게 막아.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 조교가 와도 마찬가지야.”
“선배님. 저는 155번이 아니라 대런입니다.”
“알아. 입구나 지켜.”
“넵. 선배님.”
드록을 샤워실 바닥에 눕혔다. 작은 진동에도 드록이 ‘끄응’ 하고 신음을 흘렸다.
로딘이 드록의 허벅지를 손으로 꾹 눌러 봤다.
“끄윽!”
살짝 힘을 줬을 뿐인데, 허벅지의 상처에서 진물이 나왔다. 손을 댄 부분에 손자국도 생겼다.
“랜트, 기절시켜라.”
“괜, 괜찮아. 참을 수 있어!”
드록이 발악하듯이 외쳤다.
눈을 감으면 불길한 생각만 들어서 싫었다. 다리를 자르든, 치료를 하든. 두 눈으로 지켜봐야 마음이 놓였다.
“버틸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다. 나는 드록이다.”
“뭐, 버텨 보든가.”
옆에 있던 수건을 말아서 드록의 입에 쑤셔 넣었다. 통증에 혀를 깨물지 못하게 하는 조치였다.
드록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윈드 나이프.”
2서클의 마법인 바람의 칼을 만들었다.
실물이 있는 칼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대신 소독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서걱!
“끄으으윽!”
“랜트, 발버둥 못 치게 잡아. 온몸으로 눌러도 돼.”
“알았다.”
로딘도 자신의 방법이 제대로 될지 확신이 안 섰다.
이 정도로 심각한 부상을 치료해 본 적은 당연히 없었고, 준비 시간도 부족했다.
“후우.”
로딘은 트루 아이를 유지한 채, 썩은 살 전부를 도려냈다. 드록은 용케도 기절하지 않고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그그극!
로딘은 윈드 나이프를 이용해 색이 변한 뼈를 긁었다. 동시에 드록이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기절했네. 발작할 수 있으니까 계속 잡고 있어.”
“응.”
로딘은 세심하게 썩은 모든 부분을 도려내고 긁어냈다. 그러면서 힘줄이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고 윈드 나이프를 없앴다. 기절한 드록뿐 아니라 로딘의 이마에도 땀이 흥건했다.
“로딘, 피곤하면 쉬었다가 해라.”
“아니, 아직은 괜찮아.”
포션을 꺼내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냥 부어서는 포션 효과를 제대로 보기 힘들었다. 치료사들과 치유 마법사들이 포기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자.’
우선 포션 1병을 드록의 입에 넣어서, 강제로 삼키게 했다. 고대 비전의 포션이었다.
고대 비전으로 만든 상처 치유 포션은 발라서도 효과가 있지만, 마셨을 때도 신체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 효과를 기대고, 일단 드록이 삼키도록 한 것이다.
또 1병을 꺼내 드록의 환부에 부었다. 그리고 마력을 움직여 포션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고, 동시에 포션을 방울방울로 나눠서 상처 곳곳에 스며들게 했다.
‘사람하고 금속은 다르지만.’
로딘은 금속을 녹여 성형했던 때를 떠올렸다.
방식은 같았다. 녹은 금속 대신 포션 액체를 움직이고, 형태를 성형했던 것과 다르게 허벅지 구석구석으로 포션을 주입해야 했다.
살과 뼈 사이의 틈, 힘줄과 뼈 사이, 힘줄과 살 사이. 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포션을 어떻게든 쑤셔 박았다.
어떤 곳은 한 방울, 어떤 곳은 두 방울. 액체가 들어갈 수 있는 모든 틈에 포션이 들어갔다.
뽁!
1병으로는 부족했다. 썩은 부위가 넓어서 2병을 사용했는데도 포션이 닿지 않은 부위가 남았다.
결국 3병째의 포션을 열어서 환부에 부었다. 그리고 역시나 방울방울 잘게 쪼개서 원하는 곳으로 보냈다.
“후우.”
“다했어?”
“아니. 이제 마법을 써야지.”
로딘은 드록의 환부에 손을 대고 리커버리를 사용했다. 5서클 마법이라 룬어 영창과 수식 계산도 필요했다.
“어? 살이 돋아난다. 치료된 건가?”
“리커버리 효과야. 이런 모습만으론 치료 효과를 확신할 수 없어. 내일 되어 봐야 알아.”
로딘은 수건으로 드록의 환부를 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근 3시간에 달하는 치료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드록의 의지와 운이었다.
“으음. 드록은 어쩌지?”
“310호로 옮겨 놓고, 우린 돌아가자.”
“응.”
랜트가 이번에도 드록을 번쩍 들었다. 드록의 덩치도 작은 게 아닌데, 랜트는 별로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포션 썼다는 얘기는 비밀로 하자.”
“응. 그럴게. 그런데 로딘, 넌 치유 마법 할 수 있어? 대런은 못 하던데. 근위 기사단의 종군 마법사도 치유 마법을 못 했어.”
특정한 마법을 유독 못 하는 마법사가 있었다. 성향이 안 맞는 경우인데, 주로 치유 마법이 그랬다.
치유 마법을 잘하는 마법사는 유독 전투 마법에 적응을 못 했다. 똑같은 양의 마력을 사용해 같은 마법을 써도 희한하게 위력이 안 나왔다.
마찬가지로 전투 마법에 능한 마법사는 유독 치유 마법과 상성이 안 맞았다. 아예 못 하는 마법사도 있고, 할 수는 있는데 치유 효과가 확연하게 떨어졌다.
“성향 문제야. 전투 마법하고 치유 마법을 둘 다 잘하는 경우가 잘 없거든.”
“넌?”
“난 혼자 익혔어. 성향도 얼추 맞는 것 같고. 가자. 피곤하다.”
“그래.”
* * *
다행히 치료는 효과가 있었다. 살이 썩지 않았고, 선홍빛 피부가 드러났다.
3일이 흐르자, 드록은 어디선가 구해 온 나무를 깎아 만든 목발을 짚고 다녔다.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
치료한 지 10일째가 되자, 목발 없이도 잘만 돌아다녔다. 여전히 절뚝거렸지만, 예전 모습을 얼추 되찾은 모습이었다.
로딘은 일과를 마치고 내무실로 돌아왔다. 헤들러, 랜트와 놀고 있던 드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로딘! 왔구나.”
“응. 왔어. 넌 또 여기 있었냐?”
“네가 올 것 같아서. 흐흐흐.”
허벅지를 치료해 준 후부터 드록은 로딘에게 엄청나게 엉겨 붙었다. 고마워서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매번 볼 때마다 달라붙으니 상당히 징그러웠다.
“징글징글하네. 야! 드록. 우리 앞으로 마음으로만 고마워하자. 자꾸 찾아와서 이러지 말고. 응?”
“좋아서 하는 일인데.”
“넌 좋은지 몰라도, 내가 안 좋아. 내가 너무 불편하다고. 그러니까 하지 마. 알아들었지?”
“시간이 늦었네. 내일 보자.”
드록이 밝은 얼굴로 사라졌다. 전혀 못 알아들은 표정이었다.
“헤들러, 네가 보기엔 드록이 그만할 것 같아?”
“아니.”
“랜트, 넌 어떻게 생각해?”
“그대로일 듯.”
로딘은 질색하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좋다고 다가오는데 팰 수도 없고, 그냥 두자니 매일 닭살이 돋고.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다.
“돌겠네.”
“그러다 말겠지. 어떻게 평생 저러겠냐?”
“그러길 바라야지. 아! 이거 받아.”
로딘은 품에서 팔찌 2개를 꺼내, 헤들러와 랜트에게 하나씩 건넸다.
헤들러는 팔찌를 받으며 의문의 시선을 로딘에게 던졌다. 반면 랜트는 받자마자 바로 팔에 채웠다.
“어? 마법 팔찌?”
랜트의 손목에 채웠던 팔찌의 크기가 좁아졌다. 너무 꽉 끼지도, 헐렁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였다.
“뭐야? 마법 팔찌야?”
“응. 만들어 봤어. 착용하고 다녀라.”
“뭔데? 어떤 마법인지는 말해 줘야지.”
질문을 던지면서, 헤들러도 팔찌를 착용했다. 착 달라붙는 착용감에 기분이 좋았다.
“헤들러 너한테 준 팔찌에는 무속성 실드 마법이 담겨 있어. ‘실드’라는 발동어에 반응하니까, 팔찌에 소량의 오러를 주입하고 입으로 말하면 돼. 오러 양은 상관없어. 앞으로 시동어를 말한다는 신호 같은 거니까. 아주 소량의 오러만 보내고 바로 시동어를 말해. 그러면 전면을 막는 실드가 만들어질 거야.”
“자주 쓸 수 있는 거야? 단단해?”
“단단한 건 개인차라서 내가 뭐라고 말하기 힘드네. 2서클 마법하고 같은 수준이니까. 엄청나게 단단한 건 아니겠지. 한번 사용하면 예닐곱 시간 정도 지나야 다시 마력이 채워질 거야.”
“오, 좋다. 하루에 4번은 쓸 수 있다는 거잖아.”
헤들러가 팔찌를 쓰다듬으며 흡족해했다.
랜트는 자기도 팔찌를 착용하고 있으면서 헤들러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마음에 들면 다행이고.”
“써 봐도 돼?”
“응. 써 봐. 써 봐야 알지.”
“그럼 써 본다. 실드.”
헤들러의 전면을 모두 막을 정도의 투명한 실드가 만들어졌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로딘의 감각에는 감지되었다.
“잘 안 보이네?”
“응. 안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속성을 뺐어. 잘 안 보이는 게 검사한테는 더 좋을 것 같더라.”
“응. 좋다. 중요한 순간에 쓰면 되겠어.”
“아무 상황에 막 쓰지 말고. 싸우다 보면 그런 순간 있잖아. 지금이 승부라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 그때 사용해.”
실드는 완전 투명은 아니었다. 최대한 투명하게 만들려고 해 봤는데, 이 정도가 한계였다.
지금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실드가 잘 안 보였다. 어두운 밤에 사용한다면 특출나게 감각이 예민한 상대가 아니고서야 실드를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내 팔찌도 같은 거야?”
“아니. 랜트 네 팔찌는 헤이스트가 달려 있는데, 다리에 특화되어 있어.”
“헤이스트? 그게 뭐야?”
“일정 시간 동안 네 다리가 빨라져. 정확하지는 않고, 대략 2배? 그 정도 되려나?”
로딘은 그리 넓지 않은 심화 3 서고에서 팔찌를 시험해 보다 고생깨나 했다. 벽에 부딪힐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좁은 곳에서만 확인해 본 거라, 성능도 확실하지 않았다.
“얼마 동안 빨라져?”
“10분 정도. 그런데 이건 사람마다 편차가 있을 거야. 난 10분이었지만, 넌 아닐 수도 있어. 체질을 타니까 넌 직접 사용해서 확인해 봐.”
모든 아티팩트는 사용자의 체질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 그 차이가 크진 않지만, 분명히 편차가 있었다. 심지어 포션도 사람마다 치유 효과가 달랐다.
“지금 사용해 본다?”
“당연히 지금 사용해야지. 남들 보는 데서는 쓰지 마. 설사 들키더라도 내가 만들어 줬다고 하지 말고. 임무 나가서 얻었다고 말해.”
아티팩트. 그것도 발동형 아티팩트는 귀했다. 만들 수 있는 사람도 대륙 전체에서 몇 안 되었다.
그런 발동형 아티팩트를 두 종류나 만들었다는 게 알려지면 꽤 귀찮아질 수 있었다.
특히 위원회 놈들은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닦달을 할 게 뻔했다.
“시동어는 헤이스트?”
“응. 방법은 같아. 아주 소량의 오러를 넣고, 시동어를 말하면 돼.”
“헤이스트.”
팔찌를 가동하고, 랜트가 한 걸음 걸었다. 묘하게 빨라진 다리 움직임에 랜트가 멍청하게 웃었다.
“흐흐흐. 발이 가볍다.”
“그렇겠지. 지속 시간하고 속도 같은 것도 직접 확인해 봐. 알아야 잘 쓰지.”
“응.”
좁은 내무실 구석에서 헤들러가 실드의 강도를 실험했다. 랜트는 모서리에서 모서리로 움직이며 속도를 측정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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