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62)
마법을 품다 (62)
점심은 이동하면서 육포로 해결했다. 로딘도 여관에서 육포를 충분히 사 왔던 터라, 입에 넣고 맛을 음미했다.
‘육포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다니.’
로딘은 원래도 식탐이 있는 편이었지만 맛을 따지는 유형의 식탐은 아니었다. 끼니를 거르지 않고 원하는 만큼 먹는 식탐이었다.
그런데 특수군 양성소를 나온 후, 맛에 눈을 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물론 원래 가지고 있던 끼니를 거르지 않고 원하는 만큼 먹는 식탐은 여전했다.
‘다른 나라를 들르면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겠지?’
리아즈 왕국의 동쪽에는 베로스 왕국이, 그 너머에는 패리 왕국이 있었다.
브론 일행의 목적지까지 가다 보면 13국 연합의 모든 나라를 방문할 수 있었다. 즉, 13국 연합의 모든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슬슬 봄이네요. 저기 보세요. 꽃도 피었어요.”
“엘리스, 왜 여자인 척하고 그래? 꽃 같은 거 보지 말라고.”
“말론, 죽을래?”
“이봐. 완전 남자라니까.”
브론 일행은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도 어느새 까르르 웃곤 했다. 서로 정말 친하다는 게 행동에서 느껴졌다.
“오늘은 저기서 쉬면 되겠습니다.”
“예. 야영보단 좀 이르더라도 여기서 쉬는 게 낫죠.”
일행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여행자들이 종종 오는지, 여관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가까운 곳으로 들어가서 숙박비부터 확인했다.
“하루 숙박에 50실버. 아침은 제공하지만, 저녁은 10실버를 내야 해. 혹시나 육포나 건량이 필요하면 지금 말하고. 그래야 아침에 준비해 줄 수 있어.”
“하루 묵을게요. 저녁도 먹고 가겠습니다. 아, 저녁은 6인분으로 준비해 주세요. 제가 계산할게요. 그리고 아침에 육포하고 건량도 열흘 치 준비해 주시고요.”
“아니, 우리가 사도 되는데.”
“괜찮아요. 오늘 여러분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왔습니다. 식사 정도는 제가 대접해 드려야죠.”
저녁 식사는 로딘이 내기로 했다. 6인분을 주문한 이유는 1인분으로는 양이 부족해서였다.
“고맙습니다. 로딘 씨.”
“우리가 사람은 잘 봤다니까.”
“우선 짐부터 좀 풀었으면 좋겠네요. 아! 목욕물은 어떻게 되나요?”
“차가운 물은 1실버, 따뜻한 물은 2실버. 방으로 가져다 달라면 갖다주고. 아, 일하는 애한테 수고비는 좀 주라고.”
여관 주인의 뒤에서 로딘과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저 남자가 목욕물 담당이었다.
“알겠습니다. 따뜻한 물로 부탁드릴게요.”
“우리도 방 잡아야지.”
“하아, 난 여관비 낼 때마다 속이 쓰려.”
“나도 그래.”
브론 일행은 돈을 무조건 아껴야 했다. 자칫 아스란 왕국까지 갔는데 100골드가 없어서 배를 못 탈 수도 있었다.
“안내 좀 해 주세요.”
“그럼, 해 드려야지.”
로딘이 먼저 방을 잡고 들어갔다. 그러자 목욕물을 담당하는 남자가 따로 대기하고 있었다.
“식사하고 목욕하시겠어요? 아니면 목욕 먼저 하시겠어요?”
“목욕부터 할게요.”
“그럼,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목욕물은 오래 지나지 않아 도착했다. 커다란 물통을 들고 몇 번이나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니, 수고비를 많이 주고 싶었다.
‘얼마를 줘야 하지?’
이런 사소한 부분은 책을 많이 읽은 게 전혀 도움 되지 않았다. 세상 경험의 부족은 직접 세상을 살면서 채울 수밖에 없었다.
쿠퍼 10개를 쥐고 슬쩍 눈치를 봤다. 왠지 실망하는 듯해서, 자연스럽게 10개를 더 쥐었다. 표정이 조금 펴졌다. 그래도 만족은 아닌 표정이라, 반대쪽 손으로도 10개를 쥐었다. 그제야 얼굴이 확 밝아졌다.
20개에서 30개.
적절한 수고비를 머릿속으로 기억해 뒀다.
즐거운 샤워를 마쳤다. 손이 안 닿는 곳은 물의 정령 운디네의 도움을 받아 몸 구석구석을 씻었다.
“등 뒤에 꼼꼼하게 부탁해.”
끄덕!
물의 정령사이면서 마법사인 로딘은 굳이 목욕물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운디네에게 부탁해서 몸을 씻을 수도 있고, 물을 생성해 마법으로 데워서 몸을 씻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기왕 여관으로 왔으니 남이 준비해 준 물로 직접 씻고 싶었다. 운디네에게 부탁하는 게 더 깨끗할 수는 있지만, 직접 물을 직접 끼얹는 게 기분은 더 좋았다.
“인쇄. 마나 집적 마법진.”
식사하러 내려가기 전, 객실 바닥에 마나 집적 마법진을 인쇄하고 마나석을 박아 뒀다. 식사를 마치고 좀 쉬다 보면 마력 연공법을 해도 될 만큼 마나가 모일 터였다.
1층으로 내려왔다. 브론 일행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음? 사람이 많네요?”
“상행인가 봐요. 호위가 많더라고요.”
샤워하기 전에는 손님이 자신들뿐이었는데, 지금은 수십 명이 앉아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1층에 보이는 사람만 20명은 넘었다.
“앉으세요. 우리도 먹어야죠.”
“주문하죠.”
브론 일행이 쉬지 않고 입을 열고, 엘리스와 말론도 계속 티격태격했다.
혼자 있었다면 꽤 무료했을 시간이 그들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다.
주문한 저녁 식사가 나오는 데 거의 1시간 반이 걸렸다.
뒤늦게 나온 식사를 보며, 로딘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떨어져, 어둠만 보였다.
이 여관도 식사는 맛있었다. 어딜 가든 양성소 음식보단 나았다.
“로딘 씨, 그러면 내일 보죠.”
“그러죠.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올라왔다. 식사 시간이 오래 걸려, 마나 집적 마법진에 충분한 마나가 모였다.
로딘은 바로 마력 연공법을 행했다. 2사이클 정도 돌리니, 연공법의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공법이라는 게 많이 하면 이득이긴 하지만, 반복해서 하면 효율은 떨어진다. 로딘의 경우 아침저녁 합해서 2번 돌리는 게 가장 효율이 높았다.
“뭘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배낭을 열어 심화 1 서고에서 가져온 책을 꺼내 읽었다.
오러와 관련된 내용이라 전부 생소했다.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있었다.
* * *
“아침에 구보라도 해야 하나?”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찍 일어나다 보니 여관에서도 일찍 눈이 뜨였다. 그렇다고 낯선 마을에서 아침부터 뛰어다닐 수도 없고.
잠깐 뭘 할지 고민하다가, 마력 연공법이나 하기로 했다.
2사이클을 돌리고, 인쇄해 둔 마나 집적 마법진을 깔끔하게 지웠다.
“시간이 애매하네.”
어제 읽던 책을 마저 읽었다. 마지막 장까지 넘긴 후, 마법을 이용해 책을 태워 버렸다.
로딘은 곱씹을 필요가 있는 책이 아닌 이상은 2번 읽는 일이 없었다. 어지간한 건 읽는 순간 다 외우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읽은 책은 딱히 곱씹을 필요 없는, 오러와 관련된 평범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짐을 줄인다는 생각으로 책을 완전히 태워 없앴다.
1층으로 내려왔다. 어느새 손님들 몇 명이 내려와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찍 일어났는지, 브론 일행의 맏형 베이커도 보였다.
“오랜만입니다, 베이커 씨.”
“예. 로딘 씨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일찍 눈 뜨는 게 습관이 되어서.”
마주 앉아 있으니, 바로 식사가 나왔다. 먹는 동안 둘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베이커는 브론 일행 중에 유일하게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여동생 엘리스에게 잔소리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그 외에는 꼭 필요한 말만 했다.
로딘도 말이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둘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았다.
그때 브론과 말론, 엘리스가 함께 내려왔다. 역시나 셋은 내려오는 계단에서부터 시끌벅적했다.
“네가 잘못한 거라니까. 나는 앞을 막았잖아.”
“아, 브론. 아니지. 그때는 대장이 옆으로 돌아갔어야지. 난 무기가 무겁잖아.”
“둘 다 앞이나 좀 막지 마. 마법 쓰는 데 방해된다고.”
브론 일행 전부가 도착했다. 미리 식사를 시작한 로딘과 베이커의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저는 먼저 올라가 보겠습니다.”
“로딘 씨, 언제 출발하실 거예요?”
“준비되면 말해 주세요. 나올게요.”
“예. 출발할 때 봐요.”
로딘은 객실로 올라와 짐을 챙겼다. 어제 책 1권을 없앴더니, 그만큼 짐이 줄었다. 이대로라면 열흘에서 보름 사이에 책 무게는 거의 다 없앨 수 있지 싶었다.
당장 출발할 수 있게 준비해 놓고, 로딘은 창문을 열었다. 창을 통해 아침의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밀려 들어왔다.
“지토, 한 바퀴 돌고 와.”
―꾸엥?
“너도 답답할 거 아냐? 그냥 편하게 돌고 와.”
―꾸엥.
옷 형태의 지토가 금세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창틀에 살짝 앉는가 싶더니, 화살처럼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아침에 강아지 산책시키는 기분인데?”
지토를 보내고, 로딘은 바로 시각을 공유했다. 지토가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지상을 전체적으로 살피고 있었다.
‘음? 저쪽은 북쪽인가?’
북쪽에서 한바탕 전투가 벌어진 흔적이 보였다.
자기 나라로 되돌아가려는 제국군과 번스타인 공작이라는 대어를 놓치기 싫은 리아즈 왕국군의 싸움이 벌어진 장소였다. 이미 시일이 꽤 흘렀을 텐데도, 주변은 여전히 망가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싸움 결과는 모르겠고.’
지토의 시선은 북쪽을 거쳐서 서쪽, 남쪽, 그리고 동쪽으로 한 바퀴 크게 돌았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고생했어. 이제 편하게 놀다가 돌아와.’
―꾸엥.
지토는 곧장 지상으로 내려오더니, 창틀에 앉았다. 그리고 로딘의 몸에 부딪치듯 다가와서 옷으로 변했다.
‘놀다 오라니까.’
―꾸엥, 꾸엥.
‘하긴, 넌 동물이 아니라 환수니까.’
환수는 산책 좋아하고 뛰어놀기 좋아하는 동물과 달랐다. 환수는 아니, 정령까지 포함해서 소환된 존재는 소환한 주체와 함께 있을 때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
똑똑!
“로딘 씨, 슬슬 갈까 합니다.”
“바로 나갈게요.”
준비해 둔 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브론 일행도 이미 장비를 갖추고 기다리고 있었다.
“제가 늦었나요?”
“아닙니다. 딱 맞춰 나오셨습니다. 가시죠.”
마구간에서 말을 타고 마을 목책 방향으로 향했다.
목책 입구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지나갈 틈이 없었다.
‘용병이네.’
어제 여관에서 봤던 용병들이었다. 상단의 호위로 따라온 듯한데, 숫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다른 여관에 흩어져 있었나 보네.’
같은 여관에 묵었던 이들은 20명 정도. 그런데 지금 앞을 막은 이들은 50명이 넘었다. 거기에 상단주가 탄 것으로 보이는 마차도 있었다.
“뭐지?”
“그러게요.”
“계속 가죠.”
계속 말을 모아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모여 있는 이들 중 1명이 앞으로 나섰다.
“멈춰라! 정체를 밝혀라.”
“좀 황당한데?”
뜬금없이 정체를 밝히라니. 어이없지만, 그래도 리더라고 브론이 앞으로 나섰다.
“용병입니다.”
“우리한테 무슨 볼일이지?”
“당신한테 볼일이 있는 게 아니라, 그쪽이 막고 있는 길에 용건이 있습니다. 길 좀 열어 주시죠?”
“아!”
그제야 자신들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워낙에 좁은 목책 입구에 많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입구를 막고 있었다.
“길 열어.”
“좌우로 붙어.”
용병들이 억지로 목책의 옆에 붙었다. 말 한 필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의 틈이 만들어졌다.
로딘과 브론 일행은 말을 느긋하게 몰아서 그들 사이를 지나갔다.
‘희한하네.’
로딘은 호위로 있는 용병들과 상단주가 탄 마차, 그들의 구성이 신기했다.
‘호위는 많고. 마차 안에는 마법사까지 2명 탔어.’
마차에 있는 인기척은 셋. 로딘은 그중 2명이 마법사라는 걸 옆을 지나칠 때 알아챘다. 호위 숫자까지 더하면 상당한 전력이었다.
‘게다가 다 말을 탔지.’
호위들은 전부 말을 타고 있었다.
얼핏 느껴지는 실력은 다 고만고만했다. 그런데 전원이 비싼 말을 탔다는 건 기동성을 살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수레는 없고.’
50명의 호위가 많긴 하지만 특별한 건 아니었다. 정말 짐이 많으면 그 정도는 동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상단주가 탄 마차 외에 어떤 수레도 보이지 않았다. 마법사 2명까지 상당한 전력이 오직 상단주를 지키기 위해 고용된 것이다.
“특이하네요.”
“오, 로딘 씨도 눈치챘습니까?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됐다면서, 눈썰미는 정말 좋으시네요.”
“무슨 소리야? 브론 대장. 설명 좀 해 주라.”
궁금증을 참지 못한 엘리스가 브론을 재촉했다.
브론은 보채는 엘리스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마치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수레가 없잖아. 저 많은 호위가 오직 마차 하나를 지키기 위해 고용된 거야.”
“어? 맞다. 수레가 없었구나. 그러면 뭐지?”
“뭐긴. 상단주가 호위 대상인 거지. 뭔가 중요한 인물일 수도 있고, 중요한 정보를 알 수도 있고.”
로딘도 브론의 의견에 동의했다. 호위들은 분명히 상단주를 호위하기 위해 고용되었다.
하지만 다른 가정도 가능했다. 호위 대상이 상단주가 아니라 상단주가 가진 어떤 물건일 수도 있었다.
작아서 소지할 수 있지만, 아주 귀한 것.
하지만 굳이 그 의견을 브론 일행에게 말해 주진 않았다. 지금 그들에겐 중요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하고 상관없잖아. 그냥 가자고.”
“맞아. 괜히 저런 일에 휘말리면 골치만 아파. 우릴 비싸게 고용한다면 모를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