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82)
마법을 품다 (82)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 다친 용병들이 있다는 곳으로 갔다. 포션으로 치료해서인지, 당장 죽을 것 같은 부상자는 보이지 않았다.
‘피해가 큰 건가? 작은 건가?’
30명의 용병 중에서 멀쩡한 용병이 고작 6명뿐이었다. 궤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피해였다.
그런데 상대가 제국의 기사 100명이었던 걸 생각하면, 피해는 오히려 적은 축에 속했다. 아니, 천운이나 마찬가지였다.
로딘이 개입하고, 실비아가 열심히 돕지 않았다면 분명히 전멸했을 게 분명했다.
로딘은 부상의 정도가 심한 용병부터 차례로 치료했다. 오전 내내 열심히 마법을 써서 부상자들을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로딘이 용병들을 치료하는 사이에 배가 출항했다. 밤에 제국군의 기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출발 시간은 예정대로 유지되었다.
* * *
항해는 순조로웠다. 바람도 적당했고, 파도가 높아지는 일도 없었다.
배가 움직이는 동안 로딘의 일과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오전에는 래리와 비앙카에게 대륙 공용어를 가르쳤다. 래리보다 비앙카의 언어 습득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점심 식사 후에는 로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프루발 환영 선생의 수업을 듣고, 시간에 맞춰 마력 연공법을 행했다. 마법을 캐스팅하고 취소하기를 반복하면서 마법에 대한 감각 유지도 힘썼다.
“이 정도면 대화는 어느 정도 될 것 같은데.”
몇 달 동안 프루발 환영 선생의 수업을 받았다. 회중시계의 시침은 여전히 1에 머물러 있지만, 분침은 대략 4 정도로 넘어갔다.
가장 기초적인 1단계 교육의 1/3 정도의 수업을 마친 셈이다.
그래서인지, 환영 선생의 말이 드문드문 들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륙 공용어만큼은 아니지만, 처음하곤 비교도 안 되게 말이 잘 들렸다.
“확인 한번 해 볼까?”
분침을 처음 수업을 들었던 때로 돌렸다. 그리고 가장 처음 들었던 수업을 다시 들었다.
씨익!
“역시.”
환영 선생의 말이 대부분 이해되었다. 굳이 의미를 꿰맞추고, 내용을 유추할 필요가 없었다.
“성장했구나.”
프루발 언어의 실력이 꽤 늘었다. 덩달아 귀도 열려서, 환영 선생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속도가 좀 붙겠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수업을 들었다. 몇 번씩 반복하지 않아도 수업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랑스에서 출발한 지 15일째.
배가 패리 왕국의 항구 도시에 정박했다. 재출발은 이틀 후. 로딘은 긴 항해로 지친 래리, 비앙카와 함께 배에서 내렸다.
“오빠, 다리가 이상해.”
“형, 저도요.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아요.”
“땅 멀미라고 하더라. 배를 오래 타다가 땅에 발을 디디면 그렇다는데, 금방 적응될 거야.”
로딘도 이런 현상을 경험하는 건 처음이었다. 땅 멀미는 선원에게 들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이상한 기분이었다.
“오빠, 우리 어디가?”
“오늘은 여관에 묵을 거야.”
“오빠. 오늘도 공……부해?”
“물론이지. 공부는 습관이다. 매일 하는 게 당연해지면, 너희들의 대륙 공용어도 금방 나아질 거다.”
동생들을 데리고 항구와 가까운 곳의 여관에 숙박했다. 숙박 기간은 배의 출발 시간에 맞춰서 이틀로 잡았다.
배가 이른 아침에 도착한 터라, 여관에 묵기 시작한 시간도 여전히 아침이었다.
로딘은 동생들과 여관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동생들의 대륙 공용어 공부를 시작했다.
“어려워?”
“형, 글자를 꼭 알아야 할까요?”
“알아야지. 모르면 남에게 속고 당하는 세상이다. 배워서 손해 볼 건 없어.”
로딘은 공부 시간만큼은 동생들에게 엄격했다. 잠깐의 딴짓도 용납하지 않았다.
꾸준한 교육 덕분에 동생들도 조금씩 글자를 깨치고 있었다. 이미 말은 할 줄 알기 때문에 단어만 배우면 되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로딘은 1층 식당으로 갔다. 이미 아침을 먹었지만, 주변의 소문을 듣기 위해 차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았다.
‘으음.’
역시나 사람이 많은 곳에 앉아 있으니 여러 정보가 들어왔다. 특히 잉그렘 제국군의 움직임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
‘베로스 왕국은 금방 무너지겠군.’
베로스 왕국은 이미 국왕이 왕족과 병력, 재산을 모두 가지고 도망친 지 오래였다. 영토 대부분이 무주공산이니, 잉그렘 제국군에 무너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며칠 안에 패리 왕국으로 넘어오겠네.’
베로스 왕국과 패리 왕국은 원래도 약소국이었던 곳이다. 국왕이 전 병력을 이끌고 결사 항전했어도 잉그렘 제국군을 오래 막아 낼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왕이라는 작자는 어디까지 도망친 거지? 설마 중앙 대륙까지 간 건가?’
식당의 사람들도 베로스 왕국의 국왕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소문조차 안 돌 정도로 꼭꼭 숨었다는 뜻이다.
‘이해가 안 되네. 그 많은 병력을 못 찾고 있다고?’
대강 필요한 정보는 다 들었다. 로딘은 차를 마저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짤랑!
그때 문이 열리고, 여러 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피로에 전 얼굴이었다.
“이봐! 여기 식사.”
“예, 손님. 빈 곳 아무 데나 앉으시면 됩니다.”
“여기 손님 중에 캐플턴호 손님인 사람 있나?”
“음?”
캐플턴호는 로딘이 동생들과 타고 온 배의 이름이었다.
“다시 말한다. 캐플턴호에 타고 온 놈! 당장 앞으로 나와라. 지금 나오면 내가 때리진 않아. 그런데 나중에 나한테 들킨다? 그놈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을 받게 될 거다.”
뭐 하는 사람인가 했더니, 배에 공짜로 타고 싶은 강도였다. 복장이나 인원수로 보면 제법 실력은 있는 듯했지만, 캐플턴호를 지키는 식객들과 비교하긴 한참 약한 자들이었다.
“쯧.”
로딘은 혀를 차고 객실로 올라왔다. 객실에선 한창 래리와 비앙카가 대륙 공용어 단어 사전을 보고 있었다.
‘좋네. 알아서 공부하는 모습.’
처음 교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래리와 비앙카는 나가 놀 생각만 했다. 교육 시작 시간이 되어도 실수인 척 몇 분씩 늦게 들어오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달라졌다.
수업 시간마다 힘들다고 푸념하는 건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공부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비앙카는 단어 사전뿐 아니라 동화책까지 옆에 놓고 책을 읽으려 애쓰고 있었다.
로딘은 구석진 곳에 자리 잡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프루발 환영 선생을 불러내 수업을 들었다.
대략 2시간쯤 후, 래리와 비앙카가 객실을 나갔다. 계속 공부하느라 지친 모양이었다.
로딘은 동생들에게 나가지 말라고 말릴까 하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대신 운디네를 딸려 보냈다.
출항 전날, 마력 향만 묻혔다가 사람들에게 깔릴 뻔했던 비앙카가 생각났다. 운디네라면, 어지간한 위험은 알아서 막아 줄 터였다.
래리와 비앙카가 떠나고 조용한 객실에서 로딘은 다시 수업에 집중했다.
확실히 수업을 귀로 알아들을 수 있게 되면서 수업을 이해하기 쉬워졌다. 진도가 나가는 속도도 빨랐다.
“어?”
회중시계의 분침에 20분에서 대략 1분 정도 지나가자, 수업의 과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조금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졌다.
“기초 중의 기초에서 그냥 기초로 바뀐 건가?”
내용은 어려워졌지만, 로딘에겐 차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진도가 느렸던 건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말을 못 알아들어서였다. 어느 정도 말을 알아듣게 된 이상 어지간한 난이도 상승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야. 서너 달이면 1단계 수업은 끝낼 수 있겠어.’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때, 심장에 서클을 이루고 있는 마력이 슬금슬금 빠져나갔다.
“음? 운디네가?”
따로 마법을 쓰지 않았는데도 마력이 사용됐다면, 운디네밖에 없었다. 환수는 일단 소환하고 나면 감각을 공유할 때 외에는 마력이 소모되지 않았다.
반면 정령은 소환해 두는 것만으로도 꾸준히 마력이 소모되지만, 그 양이 미미했다. 이번처럼 마력이 빠져나갔다는 건 운디네가 힘을 쓰고 있다는 뜻이었다.
“무슨 일이지?”
수업을 멈추고, 객실을 나갔다. 마력 향이 느껴지는 곳은 객실 밖의 뒤쪽이었다.
1층을 통해 밖으로 나와, 건물 뒤로 돌아갔다.
래리와 비앙카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고, 운디네는 아이들을 막아선 채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운디네 앞에는 낮에 본, 케플턴호의 손님을 찾던 거친 인상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운디네가 만든 물의 방벽에 막힌 채, 당황해하는 표정이었다.
“이, 이게 뭐야?”
“대장, 어떡하죠?”
“이까짓 물이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사내가 들고 있던 검에 오러를 주입했다. 커다란 검에 오러가 맺혀 일렁거렸다.
“그만.”
로딘이 느긋하게 움직여 현장에 나타났다. 그러자 운디네가 환하게 웃으며 쪼르르 날아왔다.
“수고했다.”
까르르.
“네놈은 뭐냐?”
운디네는 어느새 물의 방벽을 없앴다. 로딘이 도착한 이상 알아서 해 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로딘은 남자들을 힐끗 보다가, 래리와 비앙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아?”
끄덕끄덕!
“형. 저 사람들이 막 소리치고, 잡아가려고 했어요.”
“그래?”
운디네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섰던 그 자리에 이제 로딘이 섰다.
공부하다 방해를 받아서, 로딘은 기분이 별로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방해의 이유가 유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더 더러워졌다.
“당신들은 뭐지?”
“네놈! 내가 누군 줄 알고?”
“너! 뭐라도 돼?”
로딘은 사내를 보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손끝에서 만들어진 불덩어리가 사내에게 날아갔다.
“뭐, 뭣!”
놀란 사내가 급히 몸을 옆으로 던졌다. 불덩어리는 바닥에 부딪쳐 폭발했고, 그 여파가 몸을 피한 남자를 덮쳤다.
“크윽!”
“마, 마법사!”
“젠장.”
사내 일행은 모두 5명이었다. 1명은 방금 던진 3서클 마법 파이어 볼로 부상을 입었고, 나머지 넷은 주춤거리며 거리를 뒀다.
“우, 우리가 누군지 알아?”
“날 귀찮게 한 놈들이지. 파이어 스피어.”
로딘이 양손을 들어 2서클 마법을 만들었다. 2서클 마법은 5서클 마법사가 굳이 캐스팅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는 마법이었다.
한 번에 만들어진 불의 창 5개가 다섯 사내의 눈앞에 멈췄다. 모든 창이 목을 노리는 위치였다.
“이, 이게 무슨.”
“아! 이놈은 오러도 만들었지? 그럼, 이게 나으려나?”
로딘이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마찬가지로 2서클 마법이지만, 훨씬 위험한 라이트닝 애로우였다.
좀 전에 앞으로 나섰던 사내의 목에는 번개의 화살과 불의 화살이 자리했다. 로딘이 손만 흔들어도, 혹은 의지만 주입해도 앞의 남자는 죽은 목숨이었다.
“왜, 왜 이러는 거요?”
“대체 왜?”
“너희들이 내 동생을 납치하려고 했다며?”
“동……생. 젠장. 어쩐지 느낌이 안 좋더라니.”
“너희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침 목격자가 없기는 한데.”
로딘은 사내들을 겁주기 위해 다시 마법을 추가했다. 이번에도 2서클 마법으로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이스 스피어였다.
“살려 주십시오.”
“다시는 나쁜 짓 하지 않겠습니다.”
“살려 달라? 귀찮은데. 그냥 죽이는 게 더 편한데. 하아.”
로딘이 뒤를 슬쩍 돌아봤다.
비앙카가 겁에 질린 얼굴로 고개를 마구 젓고 있었다. 래리도 놀란 얼굴로 남자들과 로딘을 번갈아 쳐다봤다.
“마법사님. 저희가 잘못…….”
“시끄러워. 하아, 오늘 너희들을 살려 두는 건, 내 동생들이 보고 있어서다. 앞으로 동생들 없는 곳에서 내 눈에 띄지 마라. 그땐 진짜 죽여 버릴 테니까.”
로딘이 만들어 둔 마법을 없앴다.
도시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로딘도 부담스러웠다. 치안대와 엮이기라도 하면 자칫 제때 배를 못 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로 협박하고 일을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더는 귀찮게 하지 않을 거라고 가볍게 여긴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하앗!”
로딘이 마법을 없애기 무섭게 맨 앞에 있던 남자가 달려들었다. 그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오러까지 만들었던 그놈이었다.
퍼엉!
놈은 달려드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튕겨 나갔다. 로딘이 만든 3서클 파이어 볼이었다.
로딘은 적이 앞에 있을 때 방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상대는 언제든지 적으로 돌변할 수 있으니, 항상 최악을 대비하는 게 당연했다.
“뭐, 뭣……들 해! 저놈……을 죽여! 크윽! 제국 놈들한테 잡혀 죽을 생각이야!”
“하, 하지만.”
“배를 못 타면 우린 어차피 죽어! 이 멍청이들아!”
“넌 살려 두면 보복할 놈이구나.”
놈은 오러를 밖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 경지. 즉, 3데나급 기사였다. 위험한 상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아서도 곤란했다.
로딘은 곧장 4서클 마법을 캐스팅했다. 파이어 볼로 큰 부상을 당한 놈이 어떻게든 다시 덤비려고 들었지만, 마법이 완성되는 게 더 빨랐다.
“래리, 비앙카! 눈 감아. 윈드 그라인더.”
수인을 사용해 위력을 최고로 올린 윈드 그라인더가 놈의 목을 잘랐다. 놈의 머리통은 곧바로 바닥으로 떨어졌고, 몸은 한 걸음쯤 더 움직인 후에 무너져 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