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87)
마법을 품다 (87)
마법 물품 상점을 나오면서, 로딘은 앞으로 돈을 어떻게 벌지 결정했다.
포션을 제작해서 판매하는 건 안 그래도 좀 부담스러웠다. 제작 기간도 10일 이상인데, 재료를 사러 다니는 것도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수익성을 올리려면 고대 비전의 포션을 만들어야 했는데, 남에게 팔기에는 지나치게 효과가 좋았다. 그런데 효과가 더 좋다고 비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티팩트가 딱 좋네. 마법진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고.’
쉽게 돈을 벌 수단이 생겼다. 이래저래 마음에 드는 돈벌이였다.
여관으로 돌아가는 길에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에 들렀다. 거기서 사람들이 아티팩트로 선호하는 반지, 팔찌, 목걸이를 종류별로 여러 개 샀다.
“뭘 담는 게 좋을까?”
마력 실드도 괜찮지만, 다른 마법도 고민해 봐야겠다.
한 가지만 만들면 마법 실력이 늘지 않는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야 다양한 마법진을 새기게 되고, 실력도 느는 법이다.
그날 밤, 저녁을 먹고 프루발 환영 수업을 받았다. 2시로 접어든 수업이라 흥미롭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마력이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음?”
운디네는 지금 어깨 위에 있었다. 아이들한테 붙여 둔 것도 아니라서, 마력이 소모될 이유가 없었다.
“야, 너 왜 그래?”
급하게 환영 수업을 멈추고, 운디네를 쳐다봤다. 운디네가 바닥에 앉아서 끙끙 앓고 있었다.
“설마 성장통?”
끄덕끄덕!
“아!”
운디네가 조만간 성장할 줄은 알았는데, 그래도 1년은 더 지나야 할 줄 알았다. 오늘 갑자기 찾아온 운디네의 성장통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코리가 어떻게 했더라?”
코리의 정령 중 실프는 산 정상에서 속성 훈련을 하는 와중에 갑자기 성장통이 찾아왔다. 코리는 그때부터 거의 20일 동안 산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령은 정령사와 일정 이상 거리가 멀어지면 저절로 역소환된다. 성장통이 진행되는 중간에 정령계로 돌아가면, 성장은 실패였다.
그래서 코리는 실프와 일정 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 지낸 것이다.
불의 정령인 샐러맨더가 성장통을 겪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는 내무실에서 갑자기 성장통이 찾아왔는데, 코리는 한동안 식당과 내무실만 오갔다. 성장통 중에는 거리가 꽤 떨어진 속성 훈련장도 가지 못했다.
“흐음, 코리처럼 마력 부족을 겪진 않겠지만.”
코리는 정령 주변을 서성이는 동안 수시로 마력 연공법을 행해야 했다. 성장 중에 정령이 가져가는 마력을 감당하지 못해서였다.
하지만 로딘은 그 정도 소모는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정도로 마력이 많았다. 중급이 아니라 상급으로 성장하더라도 마력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여기 좀 오래 머물게 됐네.”
정령의 성장통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로딘도 모른다. 코리의 경우, 실프가 실라페로 성장하는 데 20일이 걸렸다. 하지만 샐러맨더는 무려 28일이 흐른 후에야 중급 정령인 셀리스트로 상장했다.
“너무 힘들면 포기해도 돼. 네가 운디네로 남든, 운다인이 되든. 넌 내 정령이야.”
끄으응.
실프의 신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 물론 그냥 착각이었다.
하급 정령인 실프는 신음을 낼 수 없었다. 물을 만들어서 물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그건 의사 표현이 아니었다.
그래도 로딘은 운디네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정령과 정령사의 관계가 원래 그랬다. 서로 감정과 영혼이 이어져 있는 사이였다.
“운디네, 서두를 필요 없어. 시간은 충분하니까, 여유를 가져. 알았지?”
끄덕!
다음 날, 로딘은 래리와 비앙카에게 이 여관에 장시간 머물 것임을 알렸다.
래리는 갑작스럽게 변한 행보에 의아해했지만, 비앙카는 마차를 탈 수 없다는 생각에 시무룩해졌다.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된 여관에서 로딘은 먼저 고대 비전의 포션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틈틈이 액세서리를 꺼내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그렇게 18일.
드디어 운디네의 성장통이 끝났다. 이젠 운디네가 아니라 중급 물의 정령 운다인이었다.
“고생했다.”
―히히힛.
“이제 말도 하니?”
도리도리.
운다인은 아직 말을 못 했지만, 뭔가 묘한 소리를 내며 의사를 표현했다. 그 정도로도 전보단 편해졌다.
“아침에 해 뜰 때 슬슬 출발하면 되겠다.”
―히잉.
“미안해할 필요 없어. 이곳에서 시간을 허투루 날린 건 아니니까.”
아티팩트를 꽤 많이 만들었다. 아직 팔진 않았는데, 해가 뜨면 가서 처분할 생각이었다.
고대 비전의 포션도 진즉 제작이 끝났다. 408병이 나왔는데, 이전에 남은 것까지 413병이었다. 이 정도면 한동안은 포션이 부족해 죽는 일은 없을 터였다.
“해 뜨네.”
사위가 점점 밝아졌다.
로딘은 아침 식사 전에 급하게 여관을 나가서 마법 물품 상점으로 갔다.
마법 물품 상점은 보통 해가 뜨기 전에 문을 연다. 하손의 상점에서 포션을 비롯한 아티팩트와 마법 재료를 산 승객들이 아침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또 오셨군요.”
“저를 기억하시네요?”
“예. 로브를 입고 후드를 그렇게 푹 눌러쓰는 손님은 많지 않거든요. 혹시 오늘도 아티팩트……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로딘은 그간 만들어 놓은 아티팩트를 전부 판매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공격, 방어, 치유 마법을 담은 아티팩트라 하나하나가 비싼 가격에 팔렸다.
모두 40개가 넘는 아티팩트를 판매하고, 수만 골드의 돈을 벌었다.
“손님, 조심하십시오. 너무 많은 돈은 도둑을 부를 수 있습니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도 전투계 마법사라서.”
“아하, 그렇군요.”
아티팩트 제작자는 자기 공방에서 아티팩트 제작만 하는 경우가 보통이었다. 그래서 아티팩트 제작자는 마법사이면서도 전투를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건 마탑 소속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했다. 외부에 나갈 일 자체가 없다 보니, 전투를 경험해 볼 일도 없었다.
하지만 로딘은 달랐다.
처음 마법을 배울 때부터 로딘은 전투 마법사였고, 그에 관한 수업을 받았다. 아티팩트 제작이 부업인 셈이었다.
아티팩트를 처분하고 여관으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여관에 숙박 종료를 알리고 마차에 올랐다.
“드디어 마차다! 오빠, 마차다! 마차!”
“그래, 드디어 마차를 타는구나.”
운다인의 성장통 때문에 하손에 너무 오래 머물렀다.
오전이야 어차피 대륙 공용어 수업을 듣는 시간이니 어디 있든지 차이가 없지만, 오후 시간에 래리와 비앙카는 할 일이 없었다.
배에서는 또래 친구하고 놀기라도 했지, 항구 도시 하손에서는 또래를 보기 어려웠다.
몇몇 있는 또래들도 금방 떠날 뜨내기인 래리, 비앙카와는 놀아 주지 않았다.
“형, 우리 어디로 가요?”
“동쪽에 있는 레녹스 왕국으로 갈 생각이야.”
“레녹스 왕국이요? 여기서 멀어요?”
“아니. 우리가 가는 곳은 레녹스 왕국의 리치몬드 후작령인데, 마차를 타고 한 보름? 그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우린 느긋하게 움직일 거라, 좀 더 걸릴 거야. 이럇!”
래리, 비앙카를 태우고 마차를 출발시켰다. 말은 익숙해도 마차는 처음이라, 처음에는 조금 헤맸다.
“형, 나도 마차 모는 거 배우면 안 돼요?”
“나도 잘 모르지만, 같이 해 보자.”
“예.”
“오빠, 나도 나도.”
“그래. 너도 같이 배우자.”
어차피 시간에 쫓기는 건 아니었다. 가면서 몰아 보고, 여유가 되면 말을 빼서 승마도 가르쳐 볼 생각이었다.
* * *
도시를 나와서 처음 맞이하는 밤.
로딘은 래리, 비앙카의 도움을 받아서 급하게 야영지를 꾸렸다. 천막을 하나 치고, 셋이 들어가서 잘 수 있도록 침구류도 깔았다.
마차를 타고 움직이니 짐을 가지고 다니기가 편했다. 무거운 천막도, 두툼한 침구류를 가지고 다녀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400개가 넘는 포션과 각종 식량, 옷가지를 다 실어도 마차에는 여유가 있었다.
대신 속도가 좀 느리긴 했다. 아무래도 짐을 많이 실으려고 큰 마차를 달다 보니, 말 2필로 낼 수 있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았다.
“먹자.”
“으음, 형도 못 하는 게 있구나.”
오늘도 물에 육포를 좀 넣고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했다.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하지만 맛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특히나 요 며칠 계속 고급 여관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니, 더 비교되었다.
“네가 요리 좀 배울래?”
“자신 없어요. 저도 미각이 좀 둔해서.”
“비앙카는 어때?”
“몰라요.”
맛이 달라졌을 때, 식사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보면 미각이 얼마나 예민한지 알 수 있었다.
셋 중에서 정말 미각이 예민하다 싶은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로딘의 어설픈 요리에도 비앙카는 자기 몫의 수프를 다 먹어 치웠다. 래리도 잠깐 투정했지만, 수저는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리치몬드 후작령에 자리 잡으면, 요리 잘하는 집을 수소문해 봐야겠다.”
“거기서 먹게요?”
“요리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고용하고, 없으면 매일 가서 먹어야지. 나도 맛없는 요리는 좀 싫어졌어.”
고급 여관의 맛있는 요리에 익숙해진 사람에는 로딘도 포함되었다. 직접 한 요리가 영 마음에 안 들어서,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됐다.
“자라. 난 좀 있다가 잘게.”
“내일 오전에도 공부해요?”
“해야지. 마차에서 충분히 할 수 있잖아.”
단 하루지만, 마차를 모는 일에 익숙해졌다. 비앙카는 여전히 헤매지만, 래리도 오후에는 제법 마차를 모는 태가 났다.
“알았어요.”
“공부…… 저아.”
요즘 비앙카는 혼자서 동화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잘 모르는 단어는 단어 사전을 보면서 찾아보는데, 속도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랐다.
“그럼, 방해하지 말고.”
로딘은 눈을 감고 프루발 환영 수업을 불러왔다.
래리와 비앙카는 로딘이 눈을 감으면, 그게 곧 마법을 수련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근처에서는 큰 소리를 내지 않았고, 몸을 건드릴까 조심하곤 했다.
로딘은 자정이 조금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래서 해가 뜨기 전에 천막에서 나왔다.
“스읍! 하아.”
밖으로 나와 크게 숨을 쉬었다. 맑은 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워, 기분이 좋았다.
“음? 바람 쐬고 싶어? 그래라.”
로딘이 마차에 있는 편한 체육복을 손으로 잡았다. 특수군 양성소의 옷보다 더 얇고 옷감은 부드러웠다.
로브 형태로 있던 지토가 순식간에 본체로 돌아갔다. 로딘은 손에 쥔 체육복을 입고, 지토를 위로 날려 보냈다.
“마음껏 놀다 와. 돌아다니는 김에 정찰도 좀 하자.”
―꾸엥!
지토가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 순식간에 멀어졌다. 매보다 더 빠른 움직임이었다.
로딘은 지토가 없는 사이에 운동을 시작했다.
운디네가 운다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로딘은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아침 1시간 이상을 뛰고, 상체 근력 운동에도 30분 이상 투자했다.
“허억, 허헉.”
그냥 뛰는 게 아니었다. 몸에 4서클 중력 마법인 그라비티 마법을 걸어 놓고, 2배쯤 무거워진 상태로 뛰었다.
30분이 채 지나기 전부터 다리가 후들거렸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래도 억지로 참고,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였다. 속도는 느려도 계속 뛰려고 노력했다.
“하아, 끝났다.”
기어이 1시간을 채우고, 몸에 걸린 그라비티를 풀었다.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가벼워진 몸으로 주변을 느릿하게 걸었다. 호흡이 점점 안정되고, 달아오른 몸이 차츰 식었다.
“다시 해야지.”
이번에는 상체 위주로 다시 무게를 늘렸다. 그리고 윗몸 일으키기와 팔 굽혀 펴기 등 여러 운동으로 상체를 괴롭혔다.
시간은 짧지만, 훨씬 강도 높은 운동이 이어졌다. 그사이에 충분히 놀다 돌아온 지토가 로딘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무거워. 자식아.’
지토까지 어깨에 올리고 기어이 원하던 운동을 마쳤다. 이번에는 로딘도 버티지 못하고 벌렁 누워 버렸다.
“후우, 후우.”
―꾸엥.
“알았다. 알았어.”
입고 있던 체육복을 벗었다. 그러자 지토가 순식간에 몸에 달라붙더니, 로브 형태로 변했다. 오늘은 숲이 생각나는 초록색 로브였다.
벗은 체육복은 운다인의 차지였다.
운다인은 로딘의 마력으로 물을 일으키더니, 땀에 젖은 체육복을 금세 깨끗하게 만들었다. 물기 하나 없이 뽀송뽀송한 상태가 되는 데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힘쓰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네?”
―히히히.
“또 이상하게 웃는다.”
지토, 운다인과 놀다 보니 저 멀리서 서서히 해가 떠올랐다. 슬슬 아침 식사를 준비할 때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