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89)
마법을 품다 (89)
로딘의 시선이 이번에는 비앙카에게 향했다.
비앙카는 울먹이는 래리와 로딘을 번갈아 보다가 가늘게 떨었다.
“로딘 오빠, 저도 없어요?”
“넌 마력 재능이 평균적으로 12점에서 13점 정도야. 하지만 해가 진 후에는 대략 15점에서 16점 정도는 된다. 특히 밤 10시 전후로 연공 효율이 가장 높아. 재능은 분명히 있어. 하지만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지.”
“그게 어느 정도예요?”
“네가 열심히 노력하면 3서클 마법사는 될 수 있어. 그 이후는 네 노력만으로 안 되고, 운이 따라 줘야 해.”
로딘은 마력의 재능을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다.
보통 마탑에서는 16점이면 그리 높은 재능으로 보지 않았다. 대륙 전체에서 워낙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20점 이상의 재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왕국의 마법 병단이나 마법 가문에서 16점이면 그럭저럭 괜찮은 재능으로 평가받았다. 애지중지할 엄청난 재능까진 아니지만, 키워 볼 만한 인재 취급은 받을 수 있었다.
‘난 다르지.’
비앙카에게 필요한 그 ‘운’이라는 걸 직접 줄 수 있는 사람이 로딘이었다.
로딘에겐 마나 집적 마법진이 있었다. 여기에 마력 연공실을 더하면 원래보다 훨씬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비앙카의 한계인 3서클 이상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가르쳐 주세요. 마법 배울게요.”
“그런데 마법사가 되려면 공부를 참 많이 해야 할 텐데. 버틸 수 있겠어? 비앙카는 대륙 공용어도 어려워했잖아.”
“할 수 있어요. 비앙카는 바보 아니에요.”
“그래. 내일부터 숙제를 하나씩 내 줄게. 외워야 할 건 외우고, 익혀야 할 건 익혀. 그리고 마력 연공법은 새로 가르쳐 줄 테니까 지금까지 외운 건 잊어라.”
마력 재능 16점. 세리온 교관의 말대로라면 ‘괜찮은’ 재능에 속한다. 열심히 노력하면 정식 마법사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로딘은 원래부터 재능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마력은 마법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래도 무시할 순 없지.’
마력은 마법의 기본이었다. 마력이 없으면 마법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수학만 잘하면 그저 수학자일 뿐이고, 이미지 연상만 뛰어나면 그저 공상을 잘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마력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마법사가 될 수 있었다.
* * *
비앙카에게 마력 연공법부터 가르쳤다. 특수군 양성소에서 배운 것으로, 로딘 역시 같은 마력 연공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손을 보긴 해야 하는데.”
마력 연공법을 알려 준 것 외에는 아직 마법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수학의 기초를 가르치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연습을 하는 게 먼저였다.
수학은 래리도 함께 배웠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수준의 수학은 래리도 배워 놓는 게 좋았다.
“슬슬 도착일 것 같은데.”
로딘 일행은 9일째에 레녹스 왕국에 들어섰다. 다시 8일이 더 흘러서, 리치몬드 후작령 코앞에 다다랐다.
“래리, 괜찮아?”
“예? 아, 예.”
비앙카가 마법에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래리는 점점 기가 죽었다. 자신만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멍하게 지내기도 했다.
“래리, 마법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일 뿐이야. 너에겐 다른 재능이 있을 거다.”
“죄송해요, 형. 저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죠?”
“난 괜찮아. 힘내라.”
마차는 어느새 커다란 성문을 앞에 뒀다. 영주성으로 들어가려는 수백의 사람들이 성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예요?”
“맞아. 저기가 리치몬드 후작령이야.”
“사람이 정말 많아요.”
“번화한 곳이라고 하더라.”
긴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렸다가 성문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왼쪽에 커다란 건물이 보였다.
‘어? 용병 길드?’
서대륙과 다르게 중앙 대륙은 용병 길드의 건물이 컸다. 그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용병 길드에 한번 들르긴 해야 하는데.’
용병은 일정 시간 동안 의뢰를 받지 않으면 용병 등급이 낮아지고, 최종적으로는 등록이 취소될 수도 있다. 등급이 낮을수록 그 기간이 짧아서, 수시로 의뢰를 해 줘야 등급이 유지된다.
로딘은 용병패를 받은 후, 의뢰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그 덕에 브론의 걱정처럼 사고는 안 쳤는데, 대신 용병 등록이 취소되게 생겼다.
“왜요?”
“아니다. 일단 가자. 관공서가 이쪽이라고 했나?”
들어오면서 성문 경비에게 필요한 몇 가지를 물어봤다.
거주자 등록을 하는 관청과 집을 판매하는 주거 관리 부서, 치안대, 마차를 처분할 마시장 같은 곳들은 조만간 들러야 하는 곳이었다.
“쭉 가면 나온다고 했어요.”
“그래. 가자.”
관공서 쪽으로 가니, 사람들의 복장이 바뀌기 시작했다. 오가는 사람 중에서 하늘색과 갈색이 섞인 옷을 입은 이들이 늘어났다.
“저 옷이 관공서에서 입는 옷인가 보네.”
“우리도 입어요?”
“아니. 우린 민원인으로 온 거잖아. 저들하고 같은 옷을 맞춰 입을 필요는 없지.”
끝까지 가니, 오른쪽에 집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건물이 보였다. 이곳이 건물을 사고파는 관청이었다.
리치몬드 후작령은 개인 간의 건물 거래를 허락하지 않았다. 건물을 팔고 나갈 때도 관청에 팔아야 했고,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건물의 가격을 후려치거나 폭리를 취하진 않았다. 살 때와 팔 때의 가격 차이는 통상 20%를 넘지 않도록 영지 법으로 정해 놨다.
“들어가자.”
“예.”
로딘은 양손으로 래리와 비앙카의 손을 잡았다. 마차는 관공서의 마구간에 일단 맡겨 두었다.
짤랑!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에 달린 종이 청량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반응하듯, 관공서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쏠렸다.
하지만 이내 관심을 끄고, 단 1명만 입구를 쳐다봤다. 접수를 담당하는 직원이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거주지 등록은 집을 사고 나서 하는 게 낫다고 하더라고요.”
성문의 경비에게 들은 조언이었다. 집을 구한 후에 거주자 등록을 해야 번거로운 일 처리가 간편해진다고 들었다. 대신 집을 구하고 10일 이내에 거주자 등록을 해야 한단다.
“아! 외부에서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담당 직원 프라일이라고 합니다. 혹시 어디서 오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서대륙에서 왔습니다.”
“와! 우리 영지에도 서대륙 사람이 들어오는군요.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서대륙에서 온 귀족이나 상인들은 기회가 되면 다시 서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그 때문에 중앙 대륙으로 와서도 대부분은 항구 도시 혹은 그 근처의 조용한 마을에 정착하는 편이었다.
“집을 최대한 빠르게 구하고 싶은데요.”
“집은 항상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집을 원하시는지요?”
“방이 최소 셋은 필요합니다. 그보다 많아도 되고요. 지하실은 따로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마법사라서 연구할 곳이 필요하거든요.”
“아! 마법사.”
마법사라는 단어가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쏠렸다. 이번에는 쉽사리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정식 마법사이십니까?”
“예.”
“아! 잠시만요. 조건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리치몬드 후작령 정도 되면 마법사가 없을 리가 없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로딘이 발견한 마법사도 3명이나 되었다.
하지만 ‘정식’ 마법사는 거의 없었다. 로딘이 오면서 본 마법사들도 모두 2서클 이하의 수습 마법사였다.
“으음.”
“아! 죄송합니다. 전부 뭐 하는 거야? 그만 쳐다보고 일들이나 해!”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 게 로딘은 불편했다. 그걸 파악한 직원 프라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리치몬드 후작은 무려 마스터에 이른 검사였고, 리치몬드 후작령도 검사에 대한 대우가 훨씬 좋았다. 그러다 보니, 3서클 이상의 마법사는 특별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리치몬드 후작령을 선호하지 않았다.
잠시 후, 프라일이 커다란 책자를 가지고 나왔다. 리치몬드 후작령의 본성에 있는 빈집들의 목록이었다.
그 후로, 집들의 구조를 보며 프라일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적당한 집 몇 개를 선별했다.
“이제 보러 가실까요?”
“예. 좋습니다.”
프라일을 따라 몇 곳의 집을 확인했다. 전부 마음에 드는 집들이었다. 관리를 잘해 둬서, 따로 손볼 필요도 없었다.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꽤 넓은 집을 고르게 됐다.
본채와 별채가 따로 있는 곳이었다. 본채의 방은 5개였고, 별채에도 3개의 방과 주방이 있었다.
본채의 지하에는 상당히 큰 지하실이 있어서 연공실 용도뿐 아니라 아티팩트 제작을 위한 작업실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거기다 본채와 별채 사이에는 꽤 넓은 정원까지 있어서 운동하기 좋았다. 정원 한쪽에는 창고도 있었다.
‘담벼락도 높은 편이고. 마음에 든다.’
집 구조를 확인한 순간, 결정을 내렸다. 구조를 크게 바꿀 필요가 없는 것도 좋았다.
“좋은 곳을 선택하셨습니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다시 관공서로 돌아가서 계약서를 작성했고, 집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서류를 받았다.
그 후에는 거주지 등록하는 관청으로 넘어가서, 새로 얻은 집을 주소지로 거주 등록을 마쳤다.
“이건.”
“리치몬드 후작령은 이곳만의 신분패가 따로 존재합니다. 이 신분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지 내에서 치안대의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사기를 당하거나, 분쟁이 생겼을 때도 중재를 요청할 수 있고요.”
거주지 등록을 했더니, 리치몬드 후작령 영주민을 뜻하는 신분패를 따로 받았다.
오직 리치몬드 후작령 내에서만 쓸 수 있는 신분패였다. 다른 곳에서는 의미가 없지만, 리치몬드 후작령에서만큼은 여러 혜택도 얻을 수 있는 권리 증서와 같았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리치몬드 후작령의 영지민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로딘은 동생들을 데리고 오늘 산 집으로 갔다. 너무 큰 집이라 좀 횅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저 방을 쓸게. 너희들은?”
“오빠, 전 여기요.”
“래리 넌?”
“전 이쪽을 쓸게요.”
방이 모두 5개라, 2개의 방이 남았다. 어떻게 쓸지는 차차 고민해 보기로 했다.
* * *
다음 날은 아침부터 움직였다. 래리의 재능을 알아볼 시간이었다.
리치몬드 후작령은 검사가 엄청나게 많은 도시답게 검술 재능을 측정해 주는 곳도 많았다. 소정의 비용만 내면 누구나 오러 재능을 알아볼 수 있었다.
“신기하네.”
리치몬드 후작령은 영주성에서만 검사를 양성하는 게 아니었다. 영지 전체에 무슨 무슨 검관이라고 불리는 검사 양성 기관이 엄청나게 많았다.
지금 도착한 곳도 카르도스 검관이라는 곳이었다. 오러 재능 측정도 해 주고, 돈을 내면 검술도 가르쳐 주는 사설 교습소였다.
“500골듭니다.”
“여기.”
오러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 값을 냈다. 남은 일은 래리의 몫이었다.
“5일 후에 와서 데려가시면 됩니다.”
“5일 동안은 이곳에서 지내는 겁니까?”
“예. 우리 검관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오러 재능을 측정합니다. 마침 5일 후네요. 집에 갔다가 5일 후에 오는 것보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오러 재능을 측정하는 연공법을 익히는 게 낫습니다.”
기초 중의 기초 오러 연공법은 딱히 비전이 아니었다. 큰돈 들이지 않고 상점에서도 살 수 있는 흔한 연공법이었다.
하지만 그 연공법을 외우고 익히려면, 어쨌든 시간이 필요했다.
래리는 오러 재능 측정 날짜까지 이곳에 머무르면서 그 방법을 배울 예정이었다.
“알겠습니다. 래리, 할 수 있었어?”
“최선을 다할게요.”
“그럼 5일 후에 보자. 집은 알지?”
“물론이죠.”
걸어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치안이 좋은 리치몬드 후작령인 만큼 래리도 충분히 혼자 돌아올 수 있었다.
“래리 오빠! 힘내”
“그래, 비앙카. 너도 열심히 공부해.”
“응.”
비앙카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서 가볍게 배를 채웠다. 배부르게 먹고 비앙카를 봤더니, 고개를 살짝 젓고 있었다.
“별로지?”
“응. 오빠. 여기 음식하고 오빠가 만든 음식이 비슷해.”
“그 정도는 아니고. 아무튼, 다음에는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은 반드시 알아 놔야 했다.
맛없는 음식을 억지로 먹는 건 이곳으로 오는 내내 충분히 경험했다. 이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행복한 식사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비앙카, 공부하라는 건 다 했어?”
“오빠. 너무 어려워.”
“난 다 했던 거야. 너보다 훨씬 어릴 때 했지. 너도 할 수 있어. 우리 비앙카는 바보 아니잖아. 그렇지?”
“응. 비앙카는 바보 아니야.”
집에 도착했다.
비앙카가 혼자 공부하게 두고, 로딘은 본격적으로 집을 손봤다.
담벼락을 쭉 따라 걸으면서 강화 마법을 걸었다. 마나석까지 박아서 장시간 마법이 지속되도록 했다.
그리고 집 전체에 마나 집적 마법진을 새겼다. 집 안 어디에서든 풍부한 마나의 영향을 받아, 연공에 도움이 되도록 조치했다.
“남은 건 연공실인데.”
연공실을 만들긴 만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마나 집적 마법진만으로 마력을 쌓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속도가 느렸다.
‘마나 집적 마법진에 마력 연공실까지 더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상당한 수준의 마력을 빠르게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연공실을 이용하는 만큼 마력이 좀 멍청해질 순 있는데, 이건 횟수를 줄이는 것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가령 사나흘에 한 번씩 연공실을 이용하는 것으로, 적당히 조율하면 되었다.
“비앙카도 있고.”
비앙카는 마력 재능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마력 재능 16점이면 코리보다 낮았다.
그런 상황에서 연공실까지 못 쓴다? 성장은 한없이 느려질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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