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90)
마법을 품다 (90)
로딘은 마법진이나 룬어를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다. 아티팩트를 보든, 건물을 보든. 마법과 관련된 건 무조건 마력을 주입해, 마법진부터 살폈다.
특수군 양성소의 연공실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마력 연공실의 마법진은 이미 분석을 마쳤다. 그리고 연공실에 사용된 방식보다 더 나은 방식도 나름대로 생각해 뒀다.
“흐음, 작동을 안 하네.”
생각은 생각일 뿐이다. 실제로 작동할지는 직접 해 봐야 알 수 있었다.
방금 특수군 양성소의 마력 연공실에 새겨진 마법진을 개량해 봤는데, 아예 시동조차 걸리지 않았다. 마법진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어디 보자. 변환율은…… 너무 높은가? 아닌데, 이 정도까지는 가능할 텐데.”
마법진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한다고 생각하고 분석했다. 그러고 나니 실수한 부분이 몇 곳 보였다.
다시 수정하고, 마법진을 가동했다. 연공실 전체에 희미한 빛이 어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멈춰 버리네. 마나석 문제 같은데.”
하급 마나석을 빼고, 중급 마나석을 넣어 봤다. 그리고 다시 가동하자, 그제야 정상적으로 마력 연공실이 가동되었다.
“됐네.”
지하실은 셋으로 나눴다. 먼저 절반으로 나눠서, 왼쪽은 로딘이 혼자 쓰기로 했다. 아티팩트 제작도 이곳에서 할 예정이라 너무 작은 곳이어선 안 되었다.
오른쪽의 절반을 다시 절반으로 나눈 후, 왼쪽의 방은 비앙카의 마력 연공실로 만들었다. 바로 옆이지만 마력 차단 마법을 새겨서, 서로 간섭하지 않게 신경 썼다.
“맨 오른쪽. 쓸 일이 있을까?”
만약 래리가 오러 재능이 있다면, 맨 오른쪽은 래리의 오러 연공실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재능이 없다면, 오른쪽은 단순한 지하 창고로 방치될 터였다.
“으으읏차!”
집에 새기려고 했던 마법을 모두 다 새겼다. 담벼락은 튼튼해졌고, 집 전체는 마나 집적 마법진으로 농밀한 마나에 휩싸였다.
“로딘 오빠!”
1층으로 올라오니 비앙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표정을 보니, 내 준 과제를 다 한 모양이다.
“다 풀었어?”
“응. 봐 줘.”
“으음.”
어제 낸 문제는 기초 수학이었다. 기초 중의 기초라서, 로딘은 특수군 양성소에 들어가기 전에 다 익혔던 수준이었다.
“으음. 이건 틀렸다. 뒷자리를 먼저 빼야 해.”
“앗! 실수.”
“마법에서 실수는 마법 실패로 이어진다. 그사이에 적은 마법을 완성해서 네 몸을 태워 버리겠지.”
“으잉. 잘못했어요.”
다행히 20개의 문제 중에서 1문제만 틀렸다.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었다.
비앙카의 마력 재능은 코리보다 1점 낮았다. 하지만 마력 이외의 재능에서 비앙카는 코리보다 훨씬 나았다.
수학을 그리 지루해하지 않았고, 공부에도 흥미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한계는 명확하지.’
비앙카 정도의 마력 재능과 수학 재능이라면 아마 3서클 정도에서 큰 벽을 만날 것이다. 그 벽을 넘을 수 있다면 5서클까지는 오를 수 있을 테지만, 못 넘으면 거기서 끝이었다.
“잘하고 있어. 혼자서 궁리하고, 또 궁리해. 그렇게 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마법사다.”
“알았어요. 해 볼게요.”
시무룩해 있던 비앙카는 다시 힘을 냈다.
문제를 하나 틀린 건 슬프지만, 그래도 나머지는 다 맞았다. 첫날 절반도 못 맞힌 것과 비교하면 크게 발전한 거였다.
“앞으로 연공은 연공실에서 해. 어딘지 알지?”
“헤헤헤, 고마워요. 로딘 오빠.”
비앙카가 공부하는 동안 로딘도 공부에 빠졌다.
프루발 환영 선생의 수업은 이제 꽤 재밌었다. 진도도 빨라서, 벌써 2시 막바지였다. 대략 2시 52분 정도? 3시 수업이 머지않았다.
* * *
다행히 래리는 오러에 재능이 있었다. 카르도스 검관에서는 래리의 오러 재능 점수를 19점으로 평가했다.
‘어째 다 애매하지?’
래리의 오러 재능 19점이나 비앙카의 마력 재능 16점이나 로딘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였다.
마력 재능이 20점 이하면 보통 정식 마법사의 기준인 3서클을 한계로 삼는다.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평범 이상의 노력과 운이 따라줘야 했다.
오러 재능도 마찬가지로 20점 이하면 정식 기사의 기준인 3급 검사를 마지막이라고 본다. 엄청나게 뛰어난 검술을 배우거나, 천운이 따르지 않으면 3급 수준을 넘긴 쉽지 않았다.
“어찌 됐든 검술을 배우기로 했으니까 오러 연공실은 만들어 줘야겠네.”
아쉽게도 로딘은 오러 연공실을 만들 줄 몰랐다.
어쩔 수 없이 카르도스 검관에 의뢰해서 지하에 연공실을 만들기로 했다. 마력 연공실을 만들 때, 혹시나 하고 비워 둔 맨 오른쪽 방이었다.
“가격은 괜찮습니다.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우리 검관의 수련생이 된다는데, 신경 좀 써야죠. 사흘 안으로 건설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료비까지 다 포함해서 1,000골드가 오러 연공실 건설비였다. 래리가 카르도스 검관에서 검술 수업을 듣기로 했는데도 깎아 주는 건 없었다.
거기다 매달 20골드의 검술 수업료도 있었다. 거기다 식대와 검술 수업 때 입을 장비는 별개였다.
“중앙 대륙은 돈 벌기도 참 좋은 곳이지만, 쓰기도 좋은 곳이구나.”
사실 돈은 좀 써도 괜찮았다. 아티팩트 하나만 만들어서 팔아도 1,000골드 이상은 벌 수 있었다.
“없네. 없어.”
“없어요. 오빠. 진짜 없어요.”
요즘 로딘과 비앙카의 최대 관심사는 맛있는 식당 찾기였다. 근처에 있는 식당 17곳을 전부 돌아다녔고, 대표 메뉴를 다 먹어 봤다.
전부 애매했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고급 여관의 별채에서 먹었던 음식에는 한참 못 미쳤다.
“차라리 음식을 해 줄 사람을 고용해야겠어.”
“저는 뭐든 괜찮아요.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주변을 수소문했다. 집 근처의 치안대에도 알아보고, 잡화점과 마법 물품 상점의 주인에게도 알아봤다.
“괜찮은 사람이 있긴 있어요.”
“그래요? 어떤 사람인데요?”
“원래 요기 앞에 있는 식당 주방에서 일했던 분인데. 거기 아시죠? ‘중앙의 별미’라는 식당.”
“아! 알죠. 맛은 별로던데.”
이미 비앙카와 함께 들렀던 곳이었다. 하손이나 랑스의 여관이 생각날 정도로 상당히 큰 식당이라 기대도 컸다.
하지만 음식을 화려하게 치장하기만 했지, 맛은 별로였다. 심지어 생선 요리는 비린내가 심해서 도저히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원래 거기가 음식을 꽤 잘했어요. 그런데 식당 주방에서 일하시던 분이 사고를 당하면서 그만두고, 결국 식당 음식도 그 꼴이 된 거죠.”
“그래요? 무슨 사곤데요?”
“기름이 튀었다고 했던가? 아무튼, 팔을 크게 다쳤어요. 요리를 못 하는 건 아닌데, 식당에서처럼 많은 요리를 만들긴 어렵지.”
원래도 음식 맛으로 유명했던 분이란다. 식당에서 일할 때는 이직 제안도 정말 많이 받았고.
하지만 부상 이후, 대량으로 요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가정집이면 모를까, 많은 손님에게 음식을 내가야 하는 식당에서 느린 속도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좋네요. 고용하겠습니다.”
“그 집의 아들이 아파요. 그래서 치료비 때문에 꽤 넉넉하게 줘야 할 겁니다.”
“괜찮습니다. 만나게만 해 주세요.”
돈은 상관없었다. 그저 맛있는 요리만 해 주면 어지간한 건 다 감수할 수 있었다.
“예. 제가 얘기해 볼게요. 내일 로딘 씨 집으로 보내면 되죠?”
“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즐거운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 아침, 로딘은 또다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비앙카도 어두운 얼굴로 부루퉁하게 앉아 있었다.
“비앙카. 뭐 먹고 싶어?”
“으응, 웅우웅.”
식사 때마다 뭘 먹을지 고민이었다.
중앙 대륙은 식문화도 발달했다는데, 왜 근처의 식당은 다 이 모양인지. 근처의 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다 떠올려 봐도 확 당기는 게 없었다.
“비앙카, 오늘은 네가 먹자는 걸 먹을게.”
“로딘 오빠. 배가 안 고파. 아침 먹기 싫어. 래리 오빠도 안 먹고 갔잖아.”
“래리는 검술 배우러 간 거야.”
래리는 어제부터 아침 6시까지 카르도스 검관으로 가야 했다.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도 카르도스 검관에서 먹고, 하루 종일 검술을 배우는 빡빡한 일과였다.
저녁은 집에서 먹는데, 이건 밤에 래리의 연공 효율이 높아서였다.
어차피 집에 있는 오러 연공실을 이용할 테니, 저녁 식사 전에는 집으로 보내기로 한 것이다.
“힝. 배 안 고픈데.”
“실례합니다.”
그때 밖에서 사람 소리가 들렸다. 작은 소리였지만, 로딘은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누가 왔나 본데?”
로딘은 급하게 방을 나와서 정문으로 갔다. 정문에 50대로 보이는 나이 든 아주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설마?”
“음식 해 줄 사람을 찾는다고 해서 왔는데요.”
“아!”
로딘과 비앙카가 음식 해 줄 사람을 애타게 기다린 것처럼 상대 역시 간절하게 직장을 구하고 있었다.
아침이라고 부르기에도 이른 시간에 찾아온 이유도 혹시나 다른 경쟁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걱정해서였다.
“오빠! 왔다. 왔어.”
“어서 들어오세요.”
“예.”
손님을 응접실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로딘은 상대의 몸을 하나하나 살폈다.
화상을 입은 팔은 왼쪽이었다. 팔꿈치 안쪽의 화상 탓에 팔을 끝까지 펴지 못하고 있었다.
또 왼쪽 발목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걷고 있지만, 로딘의 눈에는 왼발을 디딜 때마다 중심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앉으세요.”
“예.”
“자기소개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저는 마가렛이라고 합니다. 중앙의 별미에서 오랫동안 일했는데, 제가 실수로 다치는 바람에…….”
간단한 소개 이후, 가족에 대해서도 들었다.
남편은 오래전에 죽었고, 올해 32세의 아픈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아들의 이름은 매튜였다.
“알겠습니다. 우선 여기.”
“어? 웬 돈을.”
로딘이 건넨 돈은 20골드였다.
성인 남자가 꽤 강한 강도의 노동을 한 달 동안 하면 받는 돈이 대략 10골드였다. 기술이 필요한 일을 하면 그 2배인 20골드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저희가 아침을 못 먹었어요.”
“아!”
“시장에 가서 구매하신 식재료로 저희가 먹을 아침 좀 차려 주세요. 맛을 보고 고용할지 말지 결정할게요.”
로딘은 마가렛의 등장이 정말 고마웠다. 끼니마다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팠는데, 그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이라도 있나요? 20골드면 어지간한 건 다 살 수 있어요.”
“아니요. 우린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 그냥 맛있으면 돼요.”
“알겠습니다. 시장에 갔다 올게요.”
“예.”
돈을 주고 보냈지만, 아직 고용하기로 한 건 아니었다. 핵심은 맛이었다.
화려하고 멋진 요리라도 맛이 없으면 불합격이었다. 아무리 사정이 딱해도 고용할 생각이 없었다.
마가렛은 1시간 만에 돌아왔다. 양손에 짐을 잔뜩 든 채였다.
“이런. 짐이 많을 걸 예상 못 했네. 따라갔어야 했는데.”
“사 왔습니다.”
“아침 식사 좀 부탁드릴게요.”
“그게 제 일인데요, 뭐.”
마가렛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더니, 다시 돌아 나왔다.
“저기…….”
“무슨 일인지?”
“조리 도구가 하나도 없는데요.”
“아! 잠시만요.”
창고로 가서 야영에서 사용했던 조리 도구를 죄다 꺼내 왔다. 당연히 부족했다. 가정집에서 쓰려면 더 많은 조리 도구를 미리 사 놨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요리 조각상에 있던 조리 도구도 소환했다. 그제야 어느 정도 구색이 맞춰졌다.
“죄송합니다. 이런 것밖에 없네요.”
“오늘은 이걸로 해 볼게요.”
“예.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대신이랄까. 사과의 의미로, 로딘은 주방으로 들어가서 마법을 이용해 불을 붙여 줬다. 화구에 불이 붙으며, 주방에 열기가 감돌았다.
“마법이군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할게요.”
마가렛은 화구에 솥을 올리고 물을 끓이더니, 남은 재료 손질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재료 손질이 끝나자,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되었다.
“오빠. 배고파.”
“나도 그래.”
솔솔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주방에서 시작된 음식 냄새가 방을 침범해 침샘을 자극했다.
마가렛에 주방으로 들어간 지 대략 1시간. 그럴듯한 아침 식사가 완성되었다.
“레녹스 왕국 전통 요리예요. 타국 출신인 것 같아서, 우선 이 나라의 요리부터 해 봤어요.”
“일단 먹어 볼게요. 비앙카, 먹자.”
“응. 오빠.”
수저로 한 입 떠서 입에 넣었다. 깊은 풍미와 고소함이 입을 가득 채웠다.
“와! 오빠. 맛있어.”
“좋네. 맛있다.”
마가렛이 준비한 아침 요리는 모두 4가지였는데,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항구 도시였던 랑스와 하손의 고급 여관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오빠. 난 마가렛 할머니가 좋아.”
“계약하시죠.”
“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