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91)
마법을 품다 (91)
마가렛의 요리는 사람의 혀를 즐겁게 만들었다. 절대 이 맛을 놓치기 싫었다.
“한 달에 얼마를 드리면 될까요?”
“25골……드를…….”
“25골드라…….”
“제가 식당에서 일할 때, 30골드를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25골드는 받아야…….”
마가렛이 급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고민의 이유가 높은 급여 때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실상은 반대였다. 이런 요리를 해 주는 사람을 고작 한 달에 25골드만 주고 부려도 되나 싶었다.
‘이 정도 요리 실력이면 엄청난 기술을 가진 것과 같아.’
25골드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이니, 25골드로 시작해서 차츰 급여를 올려 주기로 마음먹었다.
“한 달 식재료값으로 얼마나 들어갈까요?”
“두 분이시죠?”
“아니요. 카르도스 검관에 다니는 녀석이 1명 더 있습니다. 아침 점심은 검관에서 해결하지만, 저녁은 같이 먹을 거예요. 나이는 12살인데, 매일 땀을 흘리니까 꽤 많이 먹을 겁니다. 저도 식사량은 거의 2인분이고요.”
“저도 많이 먹어요. 비앙카도 많이 주세요.”
마가렛이 입으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얼핏 들어 보니, 식재료값을 대강 계산해 보는 모양이었다.
“어떤 요리를 원하시나요? 어떤 식재료로 어떤 요리를 만드느냐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심해서요.”
“요리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귀족이나 왕족의 화려한 요리도 좋고, 서민 음식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맛과 영양입니다. 맛있고, 속이 든든한 음식이면 됩니다.”
“20골드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것밖에 안 드나 싶었다.
좋은 식당에서 든든하게 먹어도 한 끼에 50실버는 우습게 넘었다. 2명이면 1골드. 하루에 세 끼를 모두 먹으면 3골드였다. 한 달이면 90골드인데.
그런데 고작 20골드의 식재료로 해결된다니. 심지어 래리의 저녁 식사를 포함한 금액이 이 정도였다.
급여를 포함해도 50골드가 채 안 되었다.
“어……, 좀 싸게 사면…….”
“아니요. 다 좋습니다. 급여는 25골드로 하시고, 나중에 요리가 마음에 들면 올려 드리겠습니다. 식재료도 100골드로 시작하죠. 대신 부족하면 바로바로 말씀해 주세요. 돈이 부족하다고, 형편없는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면 절대 안 됩니다. 대신 남으면 다음 달에 돌려주세요. 그럼 되죠?”
허락이 떨어지자, 그제야 마가렛의 얼굴이 밝아졌다.
마가렛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다.
식당에서 하루 종일 요리하는 것도 아니고, 식사 몇 끼만 만들고 과연 원하는 금액을 벌 수 있을까. 기대도 있었지만, 걱정이 더 컸다.
하지만 급여를 낮출 순 없었다. 그에겐 아픈 아들이 있었다. 이미 다 커서 서른이 넘었지만, 몸이 아파 꼼짝도 하지 못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진 아들은 병명도 몰랐다. 그냥 하루 종일 누워서 지냈다. 포션을 주기적으로 먹이지 않으면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으음. 이건 조건까진 아니고. 아픈 아들이 있다고 하셨죠? 한번 봤으면 하는데요.”
“예? 제 아들은 왜요?”
마가렛이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다.
아픈 아들을 남에게 보이기 싫었다. 지금까지 아들을 봤던 이들 전부가 표정이 안 좋았다. 악취에 구역질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가 마법사라서요. 혹시나 해서 한번 보고 싶네요.”
“아! 다른 마법사분들에게도 보여 봤는데, 병명을 모른다고.”
“혹시 모르잖습니까?”
“알겠습니다.”
결국 마가렛도 승낙했다. 아들을 보이긴 싫지만, ‘어쩌면?’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 * *
로딘은 마가렛을 따라나섰다. 비앙카도 심심했는지 쫄래쫄래 따라왔다.
“나온 김에 조리 도구나 좀 사야겠다. 마가렛 도와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죠. 제가 앞으로 사용할 건데요.”
마가렛의 걸음은 도심에서 외곽으로 향했다. 외곽으로 나와서도 한참을 더 이동하더니, 아예 성벽이 코앞에 보이는 곳까지 걸었다.
“아침에 이렇게 먼 곳에서 오신 겁니까?”
“예. 서둘러 가면 금방이에요.”
“그럴 리가요. 아무리 빨라도 2시간은 걸리겠는데요.”
“오빠. 다리 아파.”
역시나 비앙카도 다리가 아프다고 투정이었다.
어쩔 수 없이 로딘이 비앙카의 몸을 들었다. 물론 두 팔로 든 건 아니고, 매직 핸드를 사용해서 비앙카를 아래에서 떠받쳤다.
“이쪽입니다.”
“예.”
기어이 마가렛은 빈민가로 접어들었다.
주변에는 지붕은 있는지 의심스러운 집들과 다 허물어져 가는 벽이 가득했다. 밤새 누군가 싸지른 배설물,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사체의 흔적도 많았다.
“누추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기예요.”
다행히 빈민가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진 않았다.
도로변에서 대략 20분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빈민가의 외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들어가도 될까요?”
“제, 제가 먼저…….”
마가렛이 급하게 뛰어 들어갔다. 안에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로딘은 10여 분을 기다렸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청소 중이던 마가렛이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죄, 죄송합니다.”
“마가렛이 죄송할 건 없어요. 그냥 제가 들어온 거니까. 아드님은 저쪽에 있죠?”
“예.”
마가렛이 가리킨 곳으로 들어갔다. 30대로 보이는 비쩍 마른 남자가 의식을 잃은 채 누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아, 어이가 없네. 마력 중독도 아니고. 마나 중독이라고? 이게 가능해?’
마가렛을 봤을 때, 약간이지만 마나의 농도가 높다는 걸 느꼈다. 큰 차이가 아니라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아들이 병명을 모른 채 쓰러졌다는 부분에서 의심이 들었다. 혹시나 마나 농도가 병과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제 아들의 병이 어떤 건지 아시겠나요?”
“예. 알 것 같네요.”
“혹, 혹시 치료는…….”
“좀 더 확인해 봐야죠. 아들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마나가 중독될 정도로 몸에 쌓이려면 주변의 마나 농도가 적어도 수천 배는 되어야 했다. 로딘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나석이란 기물이 있지만, 그건 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사람이 흡수할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마나석을 먹기라도 했나?’
잠깐 든 의문을 바로 지웠다.
상식적으로 마나석을 사람이 먹지도 않겠지만, 먹는다고 해 봐야 바로 배설된다. 사람 몸에 남는 마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그조차 시간이 흐르면 흩어진다.
‘그렇다면 마나 농도 자체가 수천 배는 되는 장소에서 장시간 머물렀다는 건데. 그런 곳이 있을 수가 있나?’
세상의 마나 농도가 모두 같진 않았다. 높은 곳도 있고, 낮은 곳도 있었다. 하지만 높은 곳과 낮은 곳의 차이라고 해 봐야 겨우 2~3배 정도였다.
로딘이 연공을 위해 개발한 ‘마나 집적 마법진’도 주변 마나를 흡수해서 농도를 3~4배 정도 높여 주는 수준일 뿐. 수천 배는 어림도 없었다.
“제 아들은 원래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였어요.”
“광부요? 땅에서 철광석 같은 거 캐는 그 직업이요?”
“예. 매일 어둠 속에서 곡괭이질을 했죠. 그런데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아들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쓰러진 아들. 당연히 결혼은 파투가 났다. 의식조차 차리지 못하는 남자와 결혼하려는 여자는 없었다.
“가 보니까 이런 모습이었습니까?”
“예. 의식이 없었어요. 숨만 간신히 쉬고 있는데, 이조차도 멈출 때가 있어요.”
“포션을 썼겠군요.”
“예. 질병 치유 포션을 주기적으로 먹이지 않으면, 숨조차 못 쉬었어요.”
가격이 싼 질병 치유 포션인 게 다행이었다. 그보다 훨씬 비싼 상처 치유 포션이었다면, 마가렛의 능력으로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생이 심했겠네요. 질병 치유 포션이 포션 중에선 싸다지만, 마가렛이 꾸준히 마련할 만큼 싸진 않을 텐데.”
“예. 집도 팔고, 세간살이도 다 팔았죠. 그래서 여기로 왔어요.”
“그럼, 아들만 이렇게 된 겁니까?”
“아들만이요? 아! 아닙니다. 나중에 들었는데, 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아들과 같은 증상으로 쓰러졌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곧 털고 일어났어요. 제 아들만 아직도 이렇게…….”
로딘은 털고 일어났다는 부분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오래 노출되지 않으면, 마나는 원래 위치로 돌아가려는 본능이 있으니까. 당연한 현상이었다.
중요한 건 모두가 같은 증상으로 쓰러졌다는 부분이었다. 그 말은 모두가 엄청난 농도에 짧은 시간이나마 노출됐다는 얘기였다.
“아들이 일했다는 광산이 어디죠?”
“모우드 황무지예요.”
산이 아니라 황무지였다. 지상에서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노천 광산이었다.
“요즘도 거기서 광을 캡니까?”
“아니요. 너무 많은 사람이 쓰러져서, 후작령에서 채광 중단 명령을 내렸다고 들었어요.”
“그렇군요. 모우드 황무지라……, 아! 아들은 고칠 수 있습니다. 하루면 되니까, 일단 제집으로 옮기시죠. 남는 방이 있으니까 거기서 지내면 됩니다.”
마나가 가진 본능은 이미 마가렛 아들의 몸을 자기 집으로 삼았다. 마나에게 이제 그 몸이 집인 셈이니, 강제로 끌고 나와 봐야 다시 돌아갈 게 뻔했다.
이 본능을 바꾸기 위해서는 약간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 준비를 하려면 낯선 이곳보다 집이 나았다.
“진짜요? 진짜 치료할 수 있습니까?”
“예.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치료되면, 아들에게 말해 보세요. 제집에서 일할 생각이 없는지.”
지금은 집에 사람이 너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집에 손님이 찾아오면 방에서 쉬던 로딘이 정문까지 뛰쳐나가야 했다.
“아들을요?”
“마가렛 혼자 장 보고 다니면 힘들잖습니까? 아들 데리고 일하세요. 요리도 가르칠 수 있으면 가르치고. 집 안 관리도 하면 좋고요.”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죠. 아들은 제가 마법으로 들겠습니다. 매직 핸드.”
로딘은 마법으로 마가렛의 아들 매튜를 들고 집으로 움직였다. 걸어가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모우드 황무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 현상이 벌어졌지만, 아무도 원인을 몰랐어. 당연해. 마나를 못 느끼니까.’
지난 경험을 통해 로딘은 마력이 아닌 마나를 사람들이 못 느낀다는 걸 알게 됐다. 심지어 마법사도 마나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니 갑자기 사람들이 픽픽 쓰러진 이유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가렛의 아들 매튜가 방치된 것도 병의 원인이 과하게 쌓인 마나 때문이라는 걸 몰라서였다.
‘치료는 쉬운데. 모우드 황무지라……. 시간 내서 가 봐야겠다.’
마나의 농도가 주변보다 수천 배 높다는 건 자연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었다. 분명히 마나 농도가 높아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 * *
집에 도착하자마자, 로딘은 마가렛의 아들 매튜를 연공실로 옮겼다. 마가렛이 초조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봤다.
“괜, 괜찮을까요?”
“2시간 이내로 끝날 겁니다. 그때면 대충 점심시간이겠네요. 식사 준비 좀 해 주세요. 매튜라고 했던가요? 이분이 먹을 묽은 수프까지요.”
“알겠습니다.”
연공실 문을 닫았다. 잠시 서성거리던 마가렛도 지상으로 올라갔다.
로딘은 매튜의 몸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폈다. 역시나 과하게 밀도가 높은 마나가 매튜의 몸을 해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가 매튜의 몸을 해치고 싶어서 해치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평소와 똑같이 흐르고, 고이고,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다만 인간이 그걸 버티지 못할 뿐.
“시작해 볼까? 슬립!”
중간에 깰 수도 있어서, 일단 의식이 없는 매튜를 한 번 더 재웠다. 마력을 이용한 마법이 닿자, 마나가 강하게 반발하려 했다.
“쯧. 골치 아픈 녀석들이네.”
로딘은 손을 매튜의 등에 대고, 마나를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로딘은 오래전 서클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마나를 움직인 적이 있었다.
하물며 지금은 5개의 서클까지 가진 상태. 이 정도 마나의 반발 정도는 억누를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되지.”
마나를 강제로 억누르면 매튜의 육체에 문제가 생긴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몸에 영향을 주지 않고 마나의 반응을 눌러야 했다.
의지를 일으키고, 마력을 불어 넣었다. 그 상태로 마나를 머리에서 아래로 내리누르고, 다시 마법을 사용했다.
“슬립!”
그제야 매튜의 몸이 완벽한 수면 상태가 되었다. 로딘이 손을 뗐지만, 이미 잠든 매튜를 마나가 강제로 깨우지는 않았다.
슬립에 반대되는 룬어를 외친다면 모를까, 자연 상태로 마나가 인간을 위해 뭔가를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연공 효율이 어떻게 되려나?”
매튜를 치료하기 위한 행위였지만, 오늘 일은 로딘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해 보자고.”
로딘은 눈을 감고 룬어를 영창했다. 연공법의 사이클을 돌리면서, 주변 마나뿐 아니라 매튜의 몸속의 마나도 함께 빨아들였다.
‘놀랍다. 이건.’
농밀한 마나가 사람 몸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모여 있었다. 넓은 자연 상태에 퍼진 마나보다 흡수해서 마력으로 변환하기가 훨씬 편했다.
로딘은 빠르게 서클을 돌리며, 매튜의 몸에 있던 마나를 마력으로 바꿨다. 그렇게 바뀐 마력은 로딘의 몸에 차곡차곡 쌓였다.
약 100분의 시간이 흘렀다. 로딘은 매튜의 몸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후우. 이거야, 원.”
말도 안 되는 양의 마력을 얻었다. 이런 일을 서너 번만 더 하면 6서클 경지를 노려 봐도 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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