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92)
마법을 품다 (92)
마가렛의 아들 매튜가 갑자기 쓰러진 건 무려 3년 전이었다. 한 상단에서 금광을 발견했다면서 대대적으로 광부를 모집했고, 아들은 후한 급여에 혹해 광부 신청서를 냈다.
그리고 딱 2개월 후, 아들은 의식을 잃은 채 실려 왔다.
숨은 쉬지만, 외부의 자극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애타게 불러도 아들은 반응이 없었다.
많은 마법사가 아들을 살폈다. 아들 외에도 피해자가 많았기에, 마탑에서 고위 마법사들도 파견되었다. 심지어 대마법사라는 사람도 아들의 몸을 검사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아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이 1명씩 의식을 차리자, 파견되었던 마법사들도 이내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아들은 방치되었다.
리치몬드 후작령에서는 치료비 한 푼 주지 않았다. 지병이 있었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해 댔다.
그러던 차에 치료할 길이 열렸다.
괜한 기대로 실망만 클까 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기만 대여섯 번쯤 당하니, 이젠 포기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오늘 만난 마법사는 좀 달랐다.
돈을 미리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확실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부담이 전혀 없어 보였다. 치료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래서 약간이나마 기대를 품었다. 또 실망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왠지 기대하고 싶었다.
‘제발, 제발.’
마가렛은 1층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만 하염없이 쳐다봤다. 점심 준비를 끝낸 후부터 망부석처럼 서 있기만 했다.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하로 들어가는 문이 열리고, 이 집의 주인이자 마법사가 나타났다.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 예. 제 아들은?”
“여기요.”
아들이 허공에 붕 뜬 채로 날아왔다.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였다.
실망감에 마가렛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 실패……군요.”
“그럴 리가요. 늦어도 30분 안에는 깨어날 겁니다.”
로딘은 가볍게 몸을 풀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방향으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허공에 뜬 매튜 역시 그런 로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마가렛은 급하게 로딘의 뒤에 따라붙었다.
“진짜요? 제 아들이 진짜로 깨어나나요?”
“예. 곧 깨어날 겁니다. 그런데 아드님이 의식을 잃고 얼마나 흘렀죠?”
“3년이요. 3년 만이에요. 흐흑.”
“흐음, 오래됐네요. 먼저 죽을 먹이고, 딱딱한 음식은 한 달 후부터 먹이는 게 좋겠습니다. 체력이 되돌아오려면 꽤 오래 걸리겠네요.”
어느새 점심 식사와 준비된 응접실에 도착했다. 비앙카가 수저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로딘 오빠! 빨리빨리!”
“먼저 먹지 그랬어?”
“안 돼. 마가렛 할머니가 그랬어. 로딘 오빠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 고맙습니다.”
로딘은 의자에 앉아서 자연스럽게 수저를 들었다.
매튜는 여전히 의식을 잃은 상태라, 의자 중 한 곳에 앉혔다. 마가렛이 급하게 다가가서 매튜의 몸을 살폈다.
마가렛은 매튜의 코 밑에 손을 대 보고, 가슴에 귀도 기울여 봤다.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급하게, 억지로 쉬는 듯한 거친 숨소리가 아니었다. 약하지만 부드럽게 숨을 쉬고 있었다.
마가렛은 매튜의 피부에도 손을 대 봤다. 더는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체온이 내려갔고, 호흡이 고르다.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아!”
“으으으.”
그때 매튜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힘겹게 눈을 뜨더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목에 힘이 없어서 고갯짓이 뻣뻣했다. 호흡이 달리는 듯, 말도 잘하지 못했다. 그래도 억지로 힘을 내서 소리를 냈다.
“어……마.”
“매튜, 내 아들. 엄마 알아보겠어?”
“어, 어……마. 애 우러?”
“안 울어. 엄마 안 울게. 이제 안 울게. 내 아들.”
3년 만의 감격스러운 모자 상봉이었다.
비앙카는 수저를 놓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반면 로딘은 묵묵하게 식사에 집중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식사를 모두 마치고, 로딘이 수저를 내렸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마가렛을 불렀다.
“마가렛.”
“예, 마법사님.”
“아드님까지 포함해서 한 달에 40골드로 하시죠. 아드님 몸이 좀 회복되면, 그때는 급여를 조정하겠습니다.”
마가렛의 급여를 월 25골드, 매튜의 급여는 15골드로 책정했다. 나중에 일하는 모습을 보고 50골드까지는 올릴 생각이었다.
“그, 그래도 될까요? 우리 아들, 착하고 성실한 아들이지만 지금은 도움이 안 될 텐데요.”
“안 되긴요. 애들만 사는 곳입니다. 어른이 있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어른과 함께 지내면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게 많은 법이었다.
특히 한창 세상을 배울 비앙카에게는 어른의 존재가 특히 중요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님이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네요. 다른 호칭으로 해 주세요. 제 이름은 로딘입니다. 로딘 씨라고 불러도 되고요. 그게 불편하면 사장님이란 호칭도 좋네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부르겠습니다.”
“예. 편하실 대로. 아! 별채가 비어 있으니까, 그쪽으로 거처를 옮기세요. 그게 식사 준비하기 편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마가렛은 아들 매튜를 부축해서 응접실을 나갔다.
이 자리에서 아들에게 뭘 먹이는 건 불편했다. 다른 사람 눈이 닿지 않는 방에서 아들의 식사를 챙겨 줄 생각이었다.
마가렛과 매튜가 사라지자, 비앙카는 그제야 식사를 재개했다. 이미 음식이 식었는데도 맛있게 잘만 먹었다.
* * *
큰일은 마무리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
가장 먼저 마가렛과 함께 시장으로 가서 조리 도구부터 새로 싹 맞췄다. 냄비, 팬, 수저, 그릇 등. 부족한 게 너무 많아서 아예 수레에 잔뜩 싣고 와야 할 정도였다.
저녁에는 래리에게 마가렛과 매튜를 소개했다. 저녁 식사만이지만, 앞으로도 얼굴을 볼 사이. 미리 인사를 하는 절차는 필요했다.
그리고 매튜에게 지난 시간에 관해 설명하는 것도 중요했다.
매튜는 지난 3년간의 기억이 없었다. 광산에서 쓰러졌다가 눈을 떴는데, 낯선 사람의 집이었다. 얼마나 황당할까.
마가렛은 그간 벌어진 일에 관해서 간략하게 설명했다.
아들과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가 떠났다는 사실과 3년 동안 의식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식당에서 벌어진 마가렛 자신의 사고까지.
할 얘기가 참 많았다.
모든 얘기가 끝나고, 다음 날 아침.
집안은 평온을 되찾았다.
매튜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더니, 곧바로 운동부터 시작했다. 자기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걸 배우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마가렛은 식사 준비를 마치면,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운동하는 아들을 돕기도 하고, 응원도 했다.
사흘 후.
로딘은 오랜만에 로브를 입고 외출을 준비했다. 배낭에 간단한 먹을 것도 챙겼다. 먹을거리는 마가렛이 만들어 줬다.
“로딘 오빠! 언제 돌아와?”
“글쎄다. 모르겠는데. 최대한 빨리 오도록 노력할게.”
마가렛과 매튜의 급여는 이미 지급했다. 한 달간 아이들을 먹일 식재료값도 미리 줬고, 비앙카와 래리에게도 혹시 몰라 여윳돈을 넉넉하게 준 상태였다.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돼. 로딘 오빠, 빨리 와.”
“응. 간다.”
항구 도시 랑스와 하손처럼 리치몬드 후작령에도 역마차가 운행하고 있었다.
로딘은 집 가까운 곳에서 역마차를 타고, 성문 근처까지 이동했다. 거기서부턴 걸어서 성문을 벗어났다.
“뛰자.”
운동도 할 겸, 로딘은 일단 뛰었다. 그러다 육체적으로 한계에 오면 플라이 마법으로 하늘을 날았고, 체력이 돌아오면 다시 땅으로 내려와 뛰었다.
밤에도 멈추지 않았다. 뛰고, 날기를 반복하면서 이동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느새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모우드 황무지. 희한한 곳이네.”
지난 며칠 동안 모우드 황무지에 관해 알아봤다. 리치몬드 후작령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정보 수집은 쉬웠다.
“역시 황량하네.”
모우드 황무지는 까마득한 과거부터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이었다. 나무를 옮겨다 심어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어 버렸다.
거기다 사람들이 정착을 위해 모이면, 시름시름 앓다가 쓰러지기 일쑤였다. 심지어 기사들도 같은 꼴을 당했다.
매튜와는 증세가 달랐다.
매튜가 전형적인 마나 중독 증세였다면, 다른 사람들은 탈진, 고열에 시달리다가 체력이 저절로 소진되는 증상으로 고통받았다.
이런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는데, 마탑이 그냥 두고 볼 리가 없었다.
수백 년 전부터 마탑에서 이곳을 조사하려고 마법사를 파견했다. 가장 최근의 조사는 매튜가 쓰러졌던 약 3년 전이었고, 그전에는 대략 20년 전이었다.
하지만 조사를 위해 파견된 마법사들조차 탈진, 고열에 시달렸다. 심지어 일반인에게는 없었던 발작 증세까지 생겼다.
그나마 고서클 마법사는 그런 증세가 없었다. 그래서 마탑은 고서클 마법사만 연구를 위해 남겨 두고, 낮은 경지의 마법사는 모두 철수해야 했다.
“그러고도 얻은 게 없지.”
꽤 오랫동안 조사해 왔음에도 알아낸 게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4대 마탑도 ‘원인 불명’이라는 부끄러운 결과만 내놓고 철수했다.
“흐음, 평범한데?”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모우드 황무지는 마나 농도가 높지 않았다. 주변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었다.
“그래도 흔적은 남았네.”
로딘의 감각에는 마나가 순식간에 빠져나왔다가 되돌아간 흔적이 보였다. 마치 아이들이 놀려고 우르르 몰려나왔다가, 엄마 목소리에 다시 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 과정에서 이곳에 자리 잡고 있던 원래의 마나에 선명한 흔적이 남았다.
“돌아간 장소가…… 저쪽이군.”
로딘은 감각을 곤두세우고, 천천히 다가갔다. 누군가 있을까 우려했던 건데, 다행히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이쪽이군.”
바닥으로 비스듬하게 파 내려간 흔적이 보였다. 곳곳에는 내팽개쳐진 수레와 낡은 제련 장비도 볼 수 있었다.
“살짝 떨리는데?”
눈앞에 있는 커다란 구멍은 광부들이 파 내려간 갱도였다. 시커먼 구멍 안에서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가 풍겼다.
“지옥으로 가는 입구 같네. 라이트.”
빛의 구를 만들고 안으로 갱도 안으로 발을 들였다. 로딘이 만든 빛의 구가 어둠을 조금씩 밀어냈다.
“후우.”
공기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입을 막았지만, 여전히 탁한 공기가 코를 파고들었다.
‘대기를 정화하는 마법을 연구해 봐야겠네.’
연구는 나중 문제. 일단은 계속 갱도 안으로 들어갔다.
마나의 농도는 밖이나 안이나 차이가 없었다. 너무 평범했다.
‘여기서는 오른쪽.’
마나의 흔적을 되짚어가기를 몇 시간. 광부들이 파낸 구멍의 끝에 도달했다.
‘흐음.’
앞은 막혀 있었다. 마나는 막힌 저 너머로 돌아갔지만, 사람이 들어갈 만한 길은 없었다.
‘뚫어야겠는데. 쩝.’
로딘은 길을 되돌아오면서, 갱도에 있던 물건들을 치웠다. 방치된 수레는 매직 핸드로 들었고, 가벼운 건 직접 밀고 들어서 입구 밖으로 던졌다.
3번을 반복하니, 갱도가 깨끗하게 치워졌다.
“여차하면 도망쳐야 하니까.”
혹시나 도망칠 때 방해될 물건을 다 치웠다. 꽤 고생스러웠지만, 장애물이 없으니 마음이 놓였다.
“후우.”
로딘은 다시 막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앞을 꽉 막고 있는 벽을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뚫어 보자. 아이스 배리어, 윈드 스톰, 파이어 스톰.”
먼저 얼음으로 만든 배리어를 몸 앞에 세웠다. 폭발에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그 후에 5서클 마법 윈드 스톰과 파이어 스톰을 연속으로 시전해서 양손에 만들었다. 마법을 완성했지만, 대상에게 날리지 않은 상태였다.
“후우, 가자.”
양손에 만든 5서클 마법 2개를 동시에 앞으로 날렸다. 정확히 벽에 닿을 때, 두 마법이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땅이 움푹 파였다. 동시에 파편이 로딘 쪽을 덮쳐 왔다.
“아이스 배리어! 마력 실드!”
기존에 만든 방어 마법으로 부족해서 2개의 마법을 추가로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만든 마력 실드에 맞은 파편이 그제야 바닥에 떨어졌다.
“후우.”
2개의 아이스 배리어는 수십 개의 파편을 맞아 박살이 났다. 마력 실드를 만드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몸에 직접 파편이 박힐 뻔했다.
“얼마나 판 거지?”
앞으로 직접 가서 확인해 봤다. 벽이었던 곳을 중심으로 주변 20여 미터가 텅 비었다.
“한 번 더 해 보자. 아이스 배리어, 아이스 배리어, 마력 실드. 파이어 스톰, 윈드 스톰!”
이번에는 처음부터 3개의 방어 마법을 만들어 몸 앞에 세웠다. 그 후에 파이어 스톰과 윈드 스톰을 앞으로 보내 터트려야 할 지점에서 만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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