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93)
마법을 품다 (93)
이번 마법은 처음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만든 마법이었다. 수인법까지 사용해서, 위력이 몇 배는 높아졌다.
처음보다 더 큰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앙! 구우우우웅!
천장이 흔들렸다. 벽도 흔들렸다. 사방이 미친 듯이 흔들리는 모습에 로딘은 급하게 몸을 돌렸다.
“에잇.”
로딘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자마자 밖으로 달아났다.
이럴 줄 알고 갱도의 장애물을 미리 치워 놨다. 거침없이 달려서 갱도 밖으로 나왔다.
“허억, 허억.”
막 빠져나온 갱도의 입구를 돌아봤다.
갱도 안쪽에서 먼지가 확 하고 밀려 나왔다. 거대한 용이 먼지를 입에 머금고 토해 낸 듯한 모습이었다.
“살았네.”
다시 갱도 입구를 살폈다. 입구 쪽엔 먼지만 잔뜩 쌓였을 뿐, 큰 변화는 없었다.
“무너지진 않았네. 윈드.”
바람을 일으켜 먼지를 치웠다. 다행히 안은 깨끗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만일을 대비해 양손으로는 방어 마법을 캐스팅해 뒀다.
“흐음, 안은 막혔으려나?”
입구에는 먼지뿐이었는데 20여 분을 들어가니 돌 조각 같은 것들이 많이 보였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날아온 돌 조각이 커졌다.
“아!”
작은 돌이 큰 돌이 되더니, 어느새 사람 머리통보다 훨씬 큰 바위가 보였다. 좌우가 무너진 곳도 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피해서 들어갈 만은 했다. 바닥이 엉망이라, 라이트 마법을 추가로 만들었다.
“아!”
거의 1시간 정도를 들어갔다. 벽을 터트린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천장이 무너져 있었다.
“들어갈 수는 있겠는데, 괜찮으려나?”
옆으로 작은 틈이 있었다. 기어서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매직 핸드.”
매직 핸드는 바닥에 팔이 붙어 있는 형태였다. 그래서 높은 하늘은 날 수 없지만, 낮은 곳은 플라이보다 편할 때도 많았다.
무엇보다 매직 핸드는 고작 2서클 마법이었다. 5서클 마법인 플라이보다 마력 소모도 적고, 펼치기도 쉬웠다.
로딘은 매직 핸드로 몸을 잡아 살짝 들어 올린 후, 작게 난 틈으로 들어갔다. 마치 비행하는 것처럼 몸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좁게 난 틈으로 대략 10분 정도 이동했다. 중간에 막힌 부분은 매직 핸드를 하나 더 만들어서 치우고 들어왔다.
“여기였지?”
드디어 마법으로 벽을 터트린 장소에 도착했다.
바닥은 완전히 무너졌고, 그 뒤로도 거칠게 터져 나가 공터만 보였다. 그 안으로 들어간 후, 주변을 돌아봤다.
“문이잖아.”
옆이 아니라, 아래쪽에 커다란 문의 형태가 보였다. 먼지를 발로 슥슥//쓱쓱 치우니 문의 형태가 더 확실하게 드러났다.
문은 컸다. 가로 2미터에 세로가 4미터에 육박했다. 특별한 목적을 위해 만든 문은 위아래 열리는 방식이었다.
“마법인데.”
문의 외관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그림, 문의 내부에는 복잡한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으음.”
마력을 넣어 문 내부에 새겨진 마법을 살폈다. 뭔가 희미하고 모호했다.
“설마?”
마력을 회수하고, 이번에는 주변의 마나를 모아 문의 내부로 주입했다. 그러자 내부에 새겨진 마법이 훨씬 선명하게 보였다.
‘마력도 아니고 마나로 마법진을 새겼다고?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로딘도 마나를 움직일 수 있었다. 특정한 룬어를 발음해서, 마법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마나를 마법진 형태로 가공해서 아티팩트를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마나의 형태를 고정하는 룬어의 공식을 찾지 못해서였다.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
마법진을 통해 로딘은 큰 배움을 얻었다. 마나의 고정 룬어를 알아낸 이상, 이제 로딘도 같은 방식으로 아티팩트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면 거의 영구적인 사용이 가능하겠어. 아니,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마나를 사용한 거구나.’
마력은 연공이라는 형태로 가공된 힘이다. 당연히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마나석의 마나를 그대로 쓰지 못했지. 마력으로 가공해서 아티팩트에 담아야 했어.’
가공된 힘이기 때문에 마력을 주입해 만든 아티팩트는 수명이 정해져 있었다. 담긴 마력을 다 쓰면 더는 쓸 수 없게 된 것.
이를 해결하고자, 마나를 마력으로 가공하는 마법진을 아티팩트에 추가해야 했다. 마법을 사용하면 주변의 마나를 끌어 들여 마력으로 변환하는 과정이었다.
이 마법진이 빠지면 일회용이 되는 거고, 이 마법진이 추가되면 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티팩트가 되는 것이다.
‘마나를 그대로 쓸 수 있다면? 과정이 줄어든다. 아티팩트의 사용 횟수도 훨씬 늘어날 거야.’
일단 문에 새겨진 마법진만 머릿속에 담고, 다시 마법진의 구조를 조사했다.
마나를 직접 이용하는 생소한 방식의 마법진이었다. 구조와 내부의 마법을 전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꼬르륵!
식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다. 로딘은 무시하고 마법진에 집중했다.
“하아.”
꽤 오랜 시간 집중한 끝에 문에 담긴 마법진은 모두 파악했다.
“못 열겠는데?”
문에는 여러 마법이 담겨 있었는데, 그중 대부분이 공격 마법이었다.
문을 강제로 열거나, 잘못된 방식을 사용한 사람은 번개, 불, 얼음 등의 다양한 마법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제대로 맞으면 대마법사도 죽겠어.”
공격 마법 하나하나에 담긴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5서클 마법사인 로딘은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제대로만 열면 되긴 되는데. 아쉽군.”
공격을 제외한 잠금장치와 관련된 마법은 2가지였다.
하나는 특정한 마력 패턴을 읽는 것. 즉, 문이 원하는 마력 패턴이 아니라면 온갖 공격 마법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문제가 안 돼. 충분히 흉내를 낼 수 있어.”
문제는 7서클이라는 제한이 걸려 있다는 점이었다. 즉, 대마법사가 아니라면 특정한 마력 패턴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격을 피할 수 없게 설계되었다.
“하나 정도는 어찌 흉내 낼 수 있는데.”
마나를 긁어모아서 하나의 서클인 것처럼 문을 속일 수 있었다. 그러면 5서클 마법사인 지금도 6서클 마법사로 보이게 된다.
그렇게 해도 서클 하나가 부족했다.
“6서클 마법사가 된 후에 다시 와야겠네.”
문의 잠금장치를 통과할 방법은 찾아냈는데, 당장은 역량이 부족했다.
이건 절대적인 힘이 부족한 거라, 해결책도 없었다.
“아쉽다.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6서클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가늠해 봤다.
매튜 덕분에 시간을 꽤 줄였다. 그래도 최소 몇 달은 마법에 힘을 쏟아야 했다. 운이 나쁘면 1년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미련이 남았지만, 억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주변을 하나하나 무너뜨리며,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도록 조치했다.
* * *
갱도를 완전히 무너뜨리진 않았다. 마법을 절묘하게 배치해서, 잘 뚫으면 최소한의 힘으로도 문에 닿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갱도를 나와 다시 리치몬드 후작령으로 돌아왔다.
성문에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로딘은 그 옆에 따로 있는 짧은 줄에 섰다.
리치몬드 후작령의 거주민에게 주는 신분패의 소유자는 단순 방문자들과 다른 줄을 선다. 드나드는 사람이 적은 만큼 줄도 짧아서, 성문 통과도 금방이었다.
“음?”
성문을 통과해 역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비앙카가 반갑게 맞아 주긴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좀 더 어수선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다.
“무슨 일 있어?”
“이제 로딘 오빠가 왔으니, 아무 걱정이 없어.”
“마가렛, 무슨 일이에요?”
때마침 마가렛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른인 마가렛이라면 좀 더 이성적으로 대답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살인 사건 때문에요.”
“살인 사건? 겨우 그것 때문에요?”
“어젯밤 사이에 이 근처에서 7명이 죽었대요. 그런데 범인이 잡히지 않았어요.”
“아!”
핵심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지금도 활개 치고 다니고 있다면, 오늘 밤에도 누군가가 죽을 수 있었다.
“또 죽은 사람들은 자다가 죽었는데, 전부 다른 가족이에요.”
“다른 가족? 몰래 집 안으로 들어가서 1명만 죽이고 나왔다는 겁니까?”
“예. 일곱 집에서 7명이 죽었어요.”
이건 또 신기한 일이었다.
들어간 김에 다 죽이는 게 목격자를 없애는 길일 텐데도, 딱 1명씩만 죽였다. 단순히 재산을 노리고 죽인 게 아니라는 의미였다.
“죽은 자들의 공통점 같은 건 없습니까?”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치안대에서 조사하고 있대요. 들리기로는 전부 용병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용병이라? 출신이라면 과거에 용병이었다는 뜻이죠?”
“예. 전부 은퇴한 지 오래됐다고 하더라고요.”
은퇴한 용병의 집을 찾아가서, 용병만 죽이고 나온 사건이었다. 하루 만에 7명의 용병이 죽었지만, 용병의 가족 중에는 피해자가 없었다.
‘뭔가를 찾고 있는 건가?’
단순 보복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았다.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마가렛, 이 근처에 용병 출신이 또 있나요?”
“있죠. 근처에 잭슨 씨하고 글렌 씨도 용병 출신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럼 오늘 또 살인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근처 분위기가 진짜 안 좋아요.”
용병 출신만 죽었다곤 하지만, 그건 공통점을 굳이 찾다 보니 나온 것일 뿐. 실제로 범인이 어떤 사람을 죽이는지는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냥 무작위로 들어가서 성인 남자만 죽이는 미친놈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분위기를 흐리려고 일부러 저지른 일일지도 모른다.
“흐음, 알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불러 주세요. 지하 연공실에 있을게요.”
“예. 사장님.”
로딘은 지하로 내려가 간단한 아티팩트를 몇 개 만들었다. 그리고 담벼락을 돌아다니며, 마법을 하나하나 새겼다.
“로딘 오빠! 뭐 해?”
“자.”
“이건 뭐야?”
“열쇠. 앞으로 가지고 다녀.”
비앙카에게 쇠로 된 막대기 하나를 건넸다. 노예의 삶과 죽음을 결정했던 노예 스틱과 비슷하게 생겼다.
“그냥 가지고만 다녀?”
“응. 그거면 돼. 마가렛! 마가렛도 이거 가지고 다니세요. 매튜한테도 주시고요.”
“사장님, 이게 뭐예요?”
“제가 집 주변에 마법을 좀 새겼어요. 허락받지 않은 사람이 들어오면 길을 찾지 못하게 헤매게 되는 마법인데, 이 막대기가 열쇠예요. 가지고 다니면 마법에 당하지 않을 거예요.”
마가렛이 막대기를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서 고민하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쓰는 건지…….”
“따로 뭔가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 돼요. 거기 구멍 있죠? 끈 같은 거 달아서 목이나 허리에 달고 다니세요. 이번 사건이 잠잠해진 후에도 그냥 가지고 다니고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아들한테도 전해 줄게요.”
이 정도면 일단은 안심이었다.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는 좀 더 신경 써야겠지만,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믿었다.
“오빠! 래리 오빠는 어떡해?”
“밖에서 주면 되지.”
“내가 입구에서 기다릴까?”
“오늘 공부는 다 했어?”
“앗!”
공부 얘기가 나오자, 비앙카가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식사 시간은 되어야 나타날 것이다.
“마가렛도 일 보세요. 저도 좀 쉴게요.”
“예. 고생하셨습니다.”
로딘은 연공실에서 마력 연공을 행했다. 4일 만에 하는 연공이라, 좀 더 시간을 들였다.
연공을 마치고, 프루발 환영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로딘은 조용히 눈을 떴다. 로딘의 의식이 깨어나자, 근처에 있던 운다인이 쪼르르 날아왔다.
―히히히.
“운다인. 넌 왜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웃냐?”
―히히히.
“됐다. 지토.”
―꾸엥!
옷걸이에 걸린 옷이었던 지토가 휙 하고 날아와 로딘의 몸에 붙었다. 순식간에 옷을 제대로 차려입은 사람으로 변했다. 로브의 색깔은 노란색이었다.
“지토, 검은색으로 해 줘.”
노란색 로브가 순식간에 검게 변했다. 로딘은 검은색 로브의 후드를 잡아 머리에 썼다.
“좀 살펴보자. 인비져빌리티.”
바로 어제 살인 사건이 있었다. 아마 치안대도 눈에 불을 켜고 이 근처를 살피고 있을 것이다.
로딘은 투명화한 상태로 집을 벗어났다. 역시나 치안대 몇 명이 뭉쳐서 꼼꼼하게 순찰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인범이 과연 살인을 저지를까?’
오늘은 조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잠깐 마음을 놓은 순간, 희미한 마력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인비져빌리티?’
왼쪽 골목 끝에서 느껴진 아주 미약한 마력의 유동이었다. 지금 자신이 사용 중인 것과 같은 투명화 마법이 분명했다.
‘마력 유동이 거의 없다시피 해. 평범한 마법사는 아니야.’
로딘은 마력을 감추고,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니, 상대가 사용한 마력이 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