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bracing Magic RAW novel - Chapter (97)
마법을 품다 (97)
지난 몇 달, 프루발 환영 수업을 듣고 마법 수련에 집중했다. 그 덕에 6서클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틈틈이 남는 시간에 아티팩트도 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힐링’, ‘마력 실드’, ‘윈드 스피어’ 등이 담긴 아티팩트를 만들어서 팔았다.
로딘에게 아티팩트는 들이는 시간 대비 수익이 가장 높은 돈벌이였다.
아티팩트를 하나 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0분에서 1시간 사이였다. 재료비는 싼 건 50골드, 비싸 봐야 100골드 미만이었다.
그런데도 팔기만 하면 1,000골드 이상을 벌었다. 한 달에 하나만 만들어 팔아도 쓸 만큼 쓰고 저축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로딘은 그 외의 시간에는 공간 확장과 경량화 마법이 담긴 아티팩트를 연구했다.
“으차.”
지금 어깨에 멘 가방이 그 결과물이었다. 공간은 4배, 무게는 5분의 1인 가방 형태의 아티팩트였다.
모든 게 술술 잘 풀린 건 아니었다.
몇 번은 마법진을 잘못 새겨서 다시 만들었고, 한 번은 재료 조합에 실패해서 사용된 재료까지 버려야 했다.
거의 15일 동안 머리를 싸매고 연구한 끝에 결국 공간 확장 아티팩트를 완성했다.
지금 어깨에 멘 가방 외에 집에 있는 창고 역시 공간을 확장해 놓은 상태였다. 크기는 2배였다. 들고 다닐 게 아니라서, 경량화 마법은 걸지 않았다.
“가 볼게.”
아직 자고 있는 비앙카에게 작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일찍 일어난 마가렛과 매튜가 정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나와요? 조용히 나가면 되는데.”
“그래도요.”
“집 잘 부탁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
“잘 다녀오십시오. 사장님.”
매튜 역시 마가렛만큼이나 정중했다. 로딘을 은인처럼 여기는 모습이었다.
* * *
역마차를 타고 성문까지, 성문을 나간 후부터는 직접 두 발로 달려서 모우드 황무지로 향했다. 육체적으로 지치면 플라이 마법으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역시 빠르네.”
5서클 마법사일 때와 6서클 마법사가 된 지금. 마법의 위력은 천양지차였다. 플라이 마법의 속도가 족히 2배는 빨라졌고, 방향 전환도 훨씬 부드러웠다.
“흙먼지가 좀 더 쌓였지만, 그 외엔 달라진 게 없어.”
빨라진 속도 덕에 해가 뜨기 한참 전에 갱도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는 몇 달 전에 무너뜨린 상태 그대로였다.
“누가 온 것 같진 않은데. 하아, 이걸 또 다 뚫어야 하는군.”
완전히 무너뜨린 건 아니었다. 겉으로는 폭삭 무너진 것처럼 보여도, 몇 곳만 뚫으면 안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게 미리 조치를 해 놨다.
“여길 들어내고. 매직 핸드.”
예전에 무너뜨렸던 때를 떠올리며, 끄집어낼 건 끄집어내고 밀어낼 건 밀어냈다.
몇 곳을 뚫으니,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틈이 만들어졌다.
“매직 핸드.”
매직 핸드를 하나 더 만들어서 몸을 들어 올렸다. 마법의 힘을 이용해 작은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 후에도 같은 작업의 반복이었다. 끄집어낼 건 끄집어내면서 조금씩 조금씩 전진했다.
그렇게 3시간.
갱도 입구가 서서히 밝아질 무렵, 로딘은 예전에 문을 봤던 그 공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좀 쉬자.”
요리사 조각상을 꺼내, 조리 도구를 소환했다. 엘로브 위원의 지하에서 얻은 조각상이다.
야영할 때는 꽤 유용하게 써먹었다. 특히 설거지가 필요 없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었다.
그런데 집에서 지내는 동안은 쓸 일이 없었다. 마가렛한테 사용법을 알려 준 적도 있는데, 불편한지 시장에서 직접 사 온 조리 도구와 식기만 썼다.
“도움이 많이 되긴 했지.”
소환한 조리 도구에 운다인이 물을 생성해 담고, 육포와 건량을 넣었다. 그리고 조리 도구의 기능 중 하나인 가열을 발동했다.
건량과 육포가 충분히 풀릴 즈음, 소금과 후추를 넣어 간을 맞췄다.
“좋네.”
마가렛은 육포와 건량도 잘 만들었다. 식당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깊었다.
배를 채우고, 조리 도구를 정리했다.
“슬슬 시작해 볼까.”
문은 마력이 아닌 마나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새겨진 아티팩트였다. 이를 풀기 위해서도 마력보단 마나가 나았다.
문에 손을 대고, 주변 마나를 살살 끌어모았다. 의지와 룬어에 이끌려 마나가 조금씩 다가왔다.
“일단 서클 하나를 가짜로 만들고.”
끌어모은 마나를 심장 근처로 모아 원 형태로 빚었다.
역시 마나는 마력보다 움직임이 느렸다. 의지를 부여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꾸물거리며 서클 형태로 변했다.
이제 7서클 마법사인 척할 준비가 끝났다.
“다음은 마력 패턴을 속이는 건데…….”
몇 달 동안 마법진이 바라는 마력 패턴으로 바꾸는 연습을 꽤 많이 했다. 계속하다 보니 이것도 늘었다.
낯선 마력 패턴이라, 처음에는 30분 이상 걸렸다. 그것도 눈을 감고 최고로 집중해야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눈을 감을 필요도 없었다. 편안하게 서 있다가, 빠르게 마력의 위치를 바꿔 패턴을 조정했다.
“끝.”
마법진에 마나를 넣어, 몇 가지 룬어를 더했다. 그 상태로 마법진의 방향성을 비튼 후, 주변 마나를 잔뜩 모아서 주입했다.
우우웅!
묘한 소리가 나더니, 문에서 희미한 빛이 일었다. 문의 빛은 이내 로딘의 몸을 전체적으로 훑더니, 곧 잠잠해졌다.
‘됐다.’
그그그그그!
문이 저절로 아래쪽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위로 슬쩍 들리더니,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흐음.”
드디어 문이 열렸다. 마나로 만든 마법진을 속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로딘은 지난 몇 달 동안 왜 이 문에는 마력이 아닌 마나를 이용한 마법진을 새겼을까에 대해 고민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영구적인 사용을 위해서일 것이다.
마나를 이용해 만든 마법진은 항상 유지된다. 물리적으로 부서지거나 찌그러지지 않는 이상은 절대 마법진이 멈추지 않는다.
2번째 이유는 자신을 숨길 수 있는 은폐성이었다.
마력과 달리 마나는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마나로 만든 아티팩트를 코앞에 둬도, 그게 아티팩트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 문을 만들었다는 건 과거의 누군가는 마나를 느낄 수 있었다는 건가?”
의문을 풀기 위해, 로딘은 문 안으로 발을 디뎠다. 발끝에 계단이 느껴졌다.
“라이트.”
빛의 구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나선형으로 빙빙 돌면서 내려가는 계단이 만들어져 있었다.
“가자.”
마법으로 한 번에 계단을 건너뛸 생각도 잠깐 들었는데, 이내 지웠다.
첫 방문이니만큼 상대가 만들어 둔 길을 직접 밝고 내려가기로 했다. 그게 예의 같았다.
저벅! 저벅!
계단을 10개쯤 밟았다. 고요한 곳에서 발소리만 울리던 그때.
그그그그그!
열렸던 문이 저절로 닫혔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닫히는 건지,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와서 닫히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외부와 격리되었다. 다시 나가려면 이전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별문제 없겠지?”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가 울렸다. 벽을 맞고 나오는 소리가 괜스레 으스스했다.
“후우. 가자.”
라이트 마법이 만들어 낸 빛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도 끝이 안 보였다.
“설마 환상 마법에 당한 건가?”
괜한 의심이었다. 마법에 당했다면, 감각이 예민한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그냥 이곳이 엄청나게 깊은 곳에 있었다.
원래 갱도 입구에서 문이 있는 곳까지만 해도 순수하게 깊이로만 100미터는 넘었다. 문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온 깊이는 그 열 배는 되었다.
“수백 미터가 넘는 깊이라니…… 대체 왜 이렇게까지 깊이 판 거야?”
로딘은 일부러 소리를 내서 말했다. 어둠 속에 혼자 있으니 무서워서, 자꾸만 입을 열게 됐다.
아래로 계속 내려갔다. 내려온 만큼을 더 내려갔을 때, 비로소 계단이 끝났다.
“바닥이……, 흐음.”
흙이 아니었다. 평범한 돌 같지도 않았다. 바닥이 매끈하지만 희한하게 미끄러지진 않았다.
“재질이 희한하네.”
바닥을 손으로 만져 봤다. 보기엔 매끈하기만 했는데, 손을 대니 살짝 거친 느낌이었다.
“중요한 건 아니니까. 라이트. 라이트.”
빛의 구 8개를 만들어서 사방으로 퍼트렸다. 전체적인 구도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를 보관하려고 만든 곳 같은데.”
구조는 몹시 간단했다. 계단에서 내려오면 바로 긴 통로가 이어지고, 통로의 끝은 어마어마하게 넓은 공동이었다.
공동의 중앙에 뭔가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설마 책?”
로딘은 후다닥 달려 통로를 벗어났다. 넓은 공동에 다다르니, 산처럼 쌓인 것의 정체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책이다! 진짜 책이……, 허업!”
많은 책에 신이 났던 것도 잠시, 뭔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느낌은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
로딘은 반사적으로 몸을 던지고, 1바퀴 굴렀다.
부우웅!
방금 서 있던 자리에 뭔가가 지나갔다. 창이었다. 창을 쥐고 있는 상대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살아 있는 사람 맞나?’
창을 휘둘렀던 남자가 다시 창을 겨누었다. 대상은 당연히 로딘이었다.
그 옆에 또 다른 인영이 나타났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어마어마한 미인이었지만, 거기에 눈을 둘 때가 아니었다.
“젠장.”
여자는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방패를 쥐고 있었다. 평균적인 크기의 검과 방패였다.
“그럼 그렇지.”
로딘은 빠르게 눈을 돌리며 빠져나갈 곳을 찾아봤다. 아무리 봐도 처음 들어온 통로 외에는 길이 없었다.
‘못 이길 것 같은데.’
둘 다 마스터급의 실력자였다. 오러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오러 블레이드를 보고도 몰라볼 정도로 둔하진 않았다.
‘무조건 도망쳐야 하는데.’
대치는 짧았다. 로딘은 좀 더 생각할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상대가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스캉!
창을 든 남자가 먼저 달려들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검을 든 여자 역시 방패를 앞세우고 거의 날 듯이 다가왔다.
“블링크!”
로딘은 기다렸다는 듯이 공간을 건너뛰었다. 도착한 곳은 공동과 이어진 통로였다.
“으아앗!”
로딘은 통로에 도착하기 무섭게 괴성을 지르며 달렸다.
소리를 지르니, 겁에 질려서 굳었던 몸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통로를 통과하고 나선형으로 되어 있던 계단에 발을 디뎠다. 로딘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계단을 뛰어올랐다.
“플라이!”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니만큼 발로 뛰는 것보단 마법으로 날아가는 게 빨랐다.
허공으로 떠오른 로딘의 몸이 빠르게 치솟았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날아오른 후, 잠깐 움직임을 멈췄다.
“음?”
한참 달려 올라가는데, 뒤가 조용했다.
슬쩍 돌아보니, 창을 든 남자와 검을 든 여자 모두 보이지 않았다. 보아하니, 공터에서 통로로 넘어오지도 않은 듯했다.
‘통로로는 안 들어온다?’
안전하다는 생각이 드니, 여유가 생겼다. 그저 살기 바빴던 조금 전과 다르게 머리도 돌기 시작했다.
로딘은 조심스럽게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긴 통로를 느긋하게 걸어서 공터를 코앞에 둔 거리까지 다가갔다.
창을 든 남자와 검을 든 여자는 복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됐다는 듯, 원래의 위치로 돌아갈 뿐이었다.
“통로 좌우의 모서리에 있었지.”
다행히 적으로 보이는 건 둘이 전부였다. 반대쪽 구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아. 생각을 해 보자. 저들은 인간이 아니야. 이건 확실해.”
짧은 순간이지만, 로딘은 상대를 꽤 정확하게 봤다.
겉으로는 저들과 인간은 차이가 없었다.
숨을 진짜로 쉬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가슴 부위가 오르내렸다. 숨을 쉬는 것처럼.
또 눈도 깜빡였다. 급하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깜빡이는 눈꺼풀은 평온한 상태의 사람과 똑같았다.
“마나로 움직이는 전투 인형.”
상대의 몸에 오러가 얼마나 있는지는 몰랐다. 오러에 대한 감각이 그리 예민하지 않아서, 제대로 파악이 안 되었다.
하지만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건 확실했다. 대신 마나가 몸속에 가득 차 있었고, 이 마나를 이용해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마나가 에너지원이면 거의 지치지도 않겠지.”
싸우면 필패였다. 이건 가능성을 논할 필요도 없는 정해진 결과였다.
“그런데 왜 공격하지? 으음, 조건이…… 대마법사였는데.”
문의 마법진에 새겨진 출입 조건은 2가지였다.
하나는 7개의 서클을 가진 대마법사일 것, 특정한 마력 패턴을 가지고 있을 것.
그런데 조건에 맞는 대마법사라도 저 둘과 싸우면 이길 수 없었다. 대마법사와 마스터급 검사는 동급으로 본다.
대마법사 2명은 있어야 저 둘과 싸울 수 있고, 확실한 승리를 거두려면 거기에 비등한 전력 한 명이 더 필요했다.
“조건에 맞는 대마법사가 들어왔는데, 문지기로 보이는 전투 인형이 공격한다고? 그건 이상해. 그렇다면 마력 패턴에 답이 있다는 건데.”
로딘은 계단을 내려오면서 문을 열기 위해 만들었던 마력 패턴을 원래대로 돌렸다. 익숙하지 않은 마력 패턴을 오래 유지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해 보자. 마력 실드, 인팩트 배리어.”
미리 2가지 마법을 몸에 사용했다.
이 정도 방어 마법으로 마스터급 실력자의 공격을 막지는 못한다. 그래도 한 방 맞고 즉사하는 일은 막아 줄 수 있을 것이다.
몸속을 빠르게 살피고, 마력 패턴을 조정했다. 이미 많이 해 본 일이라, 몇 분 걸리지 않았다.
“가 보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