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05
마염의 황제 105화
“극렬폭염장!”
“키에엑!”
퍼어엉!
완전히 박살난 머리가 뇌수를 터트리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 개의 머리 중 하나가 파괴되자 충격을 받았는지 삼두용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설마 인간이 자신에게 이런 충격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그도 생각지 못했으리라.
“꺼져.”
“크아아아!”
건방진 인간의 태도에 분노했는지 삼두용은 괴성을 토했다. 그와 함께 남아 있는 세 번째 머리에서 눈부신 백광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완전히 박살난 두 번째 목에 닿자 부러진 목은 순식간에 원래대로 회복해 버렸다.
첫 번째 머리는 불, 두 번째 머리는 얼음, 그리고 세 번째 머리의 능력은 회복이었다. 다시 완전해진 모습으로 괴성을 지르는 삼두용을 보며 이터는 눈살을 찌푸렸다.
“귀찮은 짓을 하는군.”
“캬아아!”
불과 얼음을 뿜으며 삼두용이 덤벼들었다. 보통 인간이라면 단번에 박살나버릴 위력의 주문들.
만약에 상대가 이 주문을 뛰어넘어 자신들을 공격할 정도로 강하다고 해도 세 번째 머리가 있는 한 몇 번이고 부활이 가능하다.
“그럼…….”
이터가 바닥을 박찼다. 새하얗게 빛나는 왼손이 불꽃과 얼음의 공격을 쳐내기가 무섭게 그의 몸은 세 개의 머리 앞에 당도해 있었다. 그리고 이터의 손이 일자로 날카로운 선을 그렸다. 이터가 말을 맺었다.
“세 개 다 동시에 끊어버리면 돼.”
촤아악!
허공에 그어지는 순백의 선. 그와 함께 세 개의 머리가 동시에 허공을 날았다. 주축인 머리가 사라지자 힘을 잃은 몸뚱이가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다. 이터는 조용히 쓰러진 삼두용의 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지워라, 불.”
화아아악!
짧은 시동어와 함께 튀어나간 불꽃이 삼두용의 몸체를 휘감고 치솟아 올랐다. 삼두용을 집어삼킨 폭염은 삼두용을 재로 만들며 동시에 사라졌다.
마치 마술처럼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삼두용. 마을사람들은 삼두용이 사라진 거리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 대단하다.”
“뭐야, 저 녀석은?”
마을 한복판에 갑자기 나타난 괴물도 놀랍지만 그런 괴물을 단번에 격파한 이터는 더 놀라웠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한 얼굴로 바라보는 마을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엘리스가 이터를 향해 달려갔다.
“이터 씨, 다친 곳은 없어요?”
“응.”
생각해 보면 우스운 질문이었다. 악신이라고 불리는 이데아로크마저 쓰러뜨린 이터가 설마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언정 일개 몬스터에게 쓰러지겠는가. 그때, 미소를 짓고 있던 이터의 얼굴이 일순 굳어졌다.
“물러서, 엘리스!”
“네?”
콰아앙!
이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엄청난 충격파가 주위를 뒤흔들었다. 방금 전의 폭발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위력의 폭발.
다행히 엘리스는 이터가 폭발직전에 낚아채 뒤로 물러났지만 주위에 흩어져 있던 많은 마을사람들은 그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폭발에 휘말린 마을사람들이 갈갈이 찢어지며 비명을 토했다.
“으아아악!”
“끄아아!”
그나마 간신히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나 살아남은 사람들도 피투성이였다. 그들은 폭발의 여파로 일어나는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경악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또, 또 폭발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또다시 괴물이라도 튀어나오는 것인가?
그러나 사람들의 두려움과는 달리 폭발의 먼지구름 사이로 걸어 나온 것은 인간이었다.
삐죽하게 솟아오른 푸른 머리. 오른쪽 뺨에 마법 문양을 새긴 그의 얼굴은 마치 빈혈증세라도 일으킨 사람처럼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었다. 위엄과 휘황찬란한 느낌마저 드는 제복 차림의 사내는 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그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동시에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너였군.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린 녀석이.”
이터와 엘리스의 표정이 동시에 흔들렸다.
이데아로크를 알고 있다?
“너는?”
하지만 사내는 이터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중얼거릴 뿐이었다.
“과연. 나이트가 상대였다면 이길 수 있었을 리가 없지. 이데아로크가 패한 건 당연해.”
혼자서 그렇게 결론을 내린 사내가 다시 이터를 바라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갑자기 왜 그런 짓을 한 거냐. 멋대로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리다니. 마스터에게 그런 명령은 내려오지 않았잖아.”
이터는 미간을 좁혔다. 사내의 이야기는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말투성이였다.
“나이트? 마스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게다가 이데아로크를 알고 있다니… 넌 누구야?”
“뭐?”
누구냐고 묻는 이터의 질문이 꽤나 충격이었는지 사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소리쳐 물었다.
“나를 모른다고? 나이트가 같은 나이트를 못 알아봐?”
“나이트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그리고 난 너 같은 녀석도 몰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이터의 대답에 사내는 기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상하군.”
사내가 왼 주먹을 움켜쥐고 들어보였다. 그의 왼 주먹이 새파란 광채에 휘감겨 빛났다. 동시에 이터의 왼손이 환하게 빛났다.
“으윽?”
“이터 씨!”
휘이이잉!
사내의 왼손에서 뿜어지는 푸른빛과 이터의 오른손에서 빛나는 순백의 섬광. 두 개의 빛이 서로 공명하며 울리고 있었다.
이터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 느낌은 설마…….’
이터의 순백 섬광을 바라보던 사내가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속성을 받지 못했다? 네 녀석… 아직 완전해지지 않은 나이트로구나.”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그때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녀석인가. 그래서 무속성의 나이트인 거로군.”
휘익.
이터는 빛나는 왼팔을 저으며 억지로 공명을 멈췄다. 이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알아듣지 못할 소리는 그만해라. 내 이름은 이터다. 네 녀석은 뭐냐!”
“나?”
사내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내 이름은 번개의 나이트, 아카디엘. 굳이 정체라고 묻는다면… 네 녀석의 형 같은 존재라고 할까?”
“뭐?”
그 말에 이터는 물론이고 엘리스까지 깜짝 놀랐다.
“이터 씨의 형이라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난 형 같은 건 없다.”
이터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사내는 그다지 표정의 변화도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고 있었다.
“그렇겠지. 그런 사고를 당했었으니 기억 따위 남아 있을 리가 없지. 하지만…….”
사내가 다시 왼손을 들었다. 그러자 다시 푸른빛과 백색 섬광의 공명이 시작되었다.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공명을 봐라. 뭔가 이상하지 않아? 너와 내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거 같나?”
“…….”
이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내가 말을 이었다.
“이데아로크와 그런 일을 벌였을 정도라면 너도 알고 있겠지. 네 힘에 대해서… 설마 네가 다른 평범한 인간들과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번에도 이터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과거의 일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알제라드의 대군과 싸우면서 이터는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뛰어난 청부 살인업자였던 슈페른도, 궁극의 인피니티 오러 블레이드를 쓰던 바르엘도 이터 앞에서는 제대로 힘도 쓰지 못하고 박살나버렸다. 알제라드의 본거지를 괴멸시켰던 것도 이터 혼자였다. 그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던 베가스를 쓰러뜨린 것도, 악신 이데아로크를 소멸시켜 버렸던 것도 바로 자신이 아니었던가?
사내가 던진 질문은 이터가 예전부터 스스로에게 해왔던 질문이기도 했다.
자신은 누구일까?
자신의 과거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렇게 과거가 자신을 마주할 때마다 이터는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무의식중에 그것이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는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의 자신을.
엘리스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이터를 바라보았다.
“이터 씨…….”
“그래도 용케도 지상에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야.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자신을 아카디엘이라 밝힌 사내가 이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돌아가자, 우리들의 집으로.”
집, 아카디엘은 집이라고 말했다. 우리들의 집이라고…….
저 손을 잡으면 지금까지 애써 부인하려고 했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걸까.
지리한 침묵.
마침내 이터가 입을 열었다.
“나이트라고 했나. 너희들은 어떻게 이데아로크에 대해 알고 있지? 그 녀석과 무슨 관계인 거냐?”
아카디엘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까지 잊어버렸나? 하긴 그랬으니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려버렸겠지. 좋아, 간단히 설명해 주지. 이데아로크……. 그 녀석은 우리들의 부하. 마스터가 만들어낸 소품이다.”
“소품?”
아카디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녀석은 우리 나이트가 나서기 전까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어야 할 도구. 천마전쟁을 위한 전초 준비거든.”
이해할 수 없는 말의 연속이었다. 나이트가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다니. 천마전쟁은 또 뭐란 말인가?
하지만 아카디엘은 이터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할 말만 계속했다.
“예상과는 달리 이데아로크가 어이없이 소멸해 버렸지만 괜찮아. 너와 우리가 힘을 합하면 이데아로크가 몇 년에 걸쳐 치렀을 전쟁도 순식간에 끝낼 수 있어. 곧 마스터의 승리의 때가 도래한다. 우리들의 세상이 오는 거야.”
“그렇군.”
아카디엘의 설명을 들은 이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고개를 든 이터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흑막이 있다고 생각은 했다. 역시 생각대로야. 네 녀석은 나의 형도 뭣도 아니다. 적일 뿐이다.”
휘이잉!
이터의 왼손이 눈부신 빛을 토했다. 자신을 향해 적대적인 기운을 뿌리는 그 빛을 보며 아카디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하자는 거냐, 지금. 설마 나이트면서 우리를 배신하겠다는 거냐?”
이터는 입술을 깨물었다. 차갑게 굳어진 얼굴로 이터가 말했다.
“난 네가 말하는 나이트 같은 게 아니야.”
콰아아아.
이터의 왼손이 빛났다. 뜨겁게 불타오르는 주먹을 움켜쥐며 이터가 소리쳤다.
“내 이름은 이터다!”
아카디엘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지상에 떨어지면서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로군. 이거 재조정이 필요하겠는 걸.”
흥.
가볍게 코웃음을 친 아카디엘은 다소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뭐, 좋아. 보아하니 자의로는 따라오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힘을 써서 데려가도록 하지. 그렇지 않아도 모처럼 지상에 나오면서 근질거리는 차였으니까. 어디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구경해 보도록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