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08
마염의 황제 108화
아카디엘이 비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덤빌 거면 빨리 덤비라고.”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했다.”
꾸욱.
주먹을 움켜쥔 이터가 이를 악물었다. 그와 함께 그의 눈빛이 변했다. 검은 눈동자가 뜨거운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아아!”
콰앙!
이터의 몸 주위로 폭발하듯이 투기가 터져나간다. 순백의 빛이 아닌 핏빛보다 더 붉은 불꽃 투기.
주변에 바람을 일으키는 이터의 투기를 마주한 아카디엘은 멈칫했다.
“어라?”
“간다, 아카디엘!”
퍼어억!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이터의 주먹이 아카디엘의 턱을 후려갈겼다. 그 찰나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한 아카디엘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큭?”
파밧.
아카디엘이 균형을 잃는 순간 이터의 발차기가 날아들었다. 아카디엘은 재빨리 몸을 돌리며 아래로 몸을 숙였다. 그와 함께 이터가 주먹으로 그의 머리를 내리찍어 버렸다.
콰아앙!
간발의 차이로 빗나가는 이터의 주먹이 바닥을 꿰뚫는다. 주먹을 피한 아카디엘은 재빨리 허공 위로 솟구쳤다.
이터는 주저 없이 바닥을 박차고 하늘로 솟구쳤다. 흐름이 이쪽으로 오려고 하고 있었다. 도망치게 내버려둘 줄 알고!
공중에서 단숨에 거리를 좁힌 이터는 있는 힘껏 주먹을 뒤로 젖혔다.
“하아아!”
퍼억!
엄청난 충격이 턱을 뒤흔든다. 그리고 시야를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 이터의 몸은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아카디엘의 움직임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반응할 수 없는 빠르기란 말인가? 몸을 일으키며 당황해하는 이터의 앞에 내려서며 아카디엘은 입가에 살짝 스며 나온 피를 닦았다.
“핫. 조금 놀라게 하잖아. 속성도 정해지지 않은 실험체가.”
‘이럴 수가! 내면의 힘이 먹히지 않다니.’
악신이라 불리던 이데아로크마저 압도했던 최강의 힘. 그런데 상대는 그것을 한 단계 더 뛰어넘고 있었다.
설마 내면의 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다 끌어 모으지 못한 건가?
‘아니야.’
이터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힘을 다 끌어내지 못해서가 아니다.
‘저 녀석이 너무나 강한 거야.’
아카디엘은 붉은 눈의 이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말했지. 따라가지 않겠다면 힘으로 데려가겠다고.”
콰아아아!
그저 가볍게 손을 뻗은 것뿐인데 엄청난 충격파가 쏟아져 나온다. 피할 수 없는 상황.
이터가 할 수 있는 것은 팔을 가슴에 끌어 모아 충격파의 위력에 정면으로 저항하는 것뿐이었다.
“큭.”
간신히 힘의 여파가 사라지자 고개를 드는 이터. 하지만 아카디엘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여기다.”
“……!”
등 뒤.
하지만 인지하는 것보다 아카디엘의 일격이 더 빨랐다. 다시금 큰 충격과 함께 뒤로 밀려나는 이터. 아카디엘은 그런 이터를 쫓아와 다시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르려 했다. 위기를 느낀 이터는 재빨리 주먹을 막기 위해 가드를 들었다.
“훗.”
그러나 아카디엘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아까보다 더 짙은 비웃음뿐이었다. 그는 이터가 가드를 하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고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빠르지도 않았다. 주먹은 완성된 이터의 가드 정중앙에 작렬했다.
“으윽!”
가드를 하고 있던 두 팔이 튕겨나간다.
분명히 완벽하게 막았는데 아카디엘의 주먹은 그런 것 따위는 완전히 무시해 버렸다. 아카디엘의 주먹이 이터를 바닥에 내리꽂아버렸다.
“크으윽!”
“이터 씨.”
엘리스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일부러 이터 씨가 가드를 만들게 한 다음에 쳤어.’
자신의 공격 앞에서 이터의 가드 따위는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터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주려는 속셈.
바닥에 처박힌 이터가 힘겨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으.”
“뭐야.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어. 뭔가 보여주려고 그렇게 요란법석을 떤 거 아냐? 그럼 보여줘 보라고.”
퍼억!
또다시 이터의 앞에 다가온 아카디엘이 이터의 가슴을 발로 차버렸다. 완전히 허공에 뜬 채로 뒤로 날려가는 이터.
“큭. 제길!”
끼이익!
튕겨나가던 이터가 허공에서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고는 동시에 아카디엘을 향해 거대한 폭염구를 날렸다.
“지워라, 불!”
“흥.”
콰아앙!
내면의 힘을 모두 끌어낸 이터의 불꽃이 아카디엘의 몸에 정통으로 작렬했다.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초고열의 폭염기둥. 그 빛이 숲을 불태우고 아카디엘이 선 자리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약해. 약해.”
“……!”
무언가가 이터의 폭염을 그어냈다.
푸른빛의 전격을 블레이드에 맺어 뿌리는 창, 섬전무극창. 가볍게 창을 돌려 불꽃을 털어낸 아카디엘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무속성 나이트. 이 정도로는 내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다고. 공격이라면 말이야.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지.”
촤아악!
아카디엘이 가볍게 대기를 베었다. 대기를 베며 날아가는 날카로운 바람의 검. 그것들이 이터의 몸에 여기저기 긴 상처를 입혔다.
순식간에 피로 젖어버리는 이터.
하지만 이터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바람의 검이 급소로 날아드는 것을 비켜내는 것뿐이었다.
“비, 빌어먹을!”
“하하하하! 왜 그래. 어디 저항을 해보라고.”
엘리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빛의 활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더 이상은 지켜보지 못하겠어. 나도……!”
한계에 다다른 엘리스가 막 아카디엘을 향해 화살을 날리려던 차였다. 바람의 날을 날려 이터를 몰아넣던 아카디엘이 눈을 치켜떴다.
“응?”
화르르륵.
불꽃.
거대한 불꽃이 이터의 중심으로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상처로 엉망진창이 된 이터의 손에는 대검, 기간틱 블레이드가 쥐어져 있었다.
“이터 씨.”
“지워라, 불. 부러져라, 천풍.”
쿠르르르!
붉은 빛의 오러 블레이드에 폭염과 돌풍이 힘을 보탰다. 그 두 가지의 빛을 검 끝에 모은 이터는 있는 힘껏 검을 치켜들었다.
“진폭마검!”
“호오.”
엄청난 마력의 소용돌이를 뿜어내는 이터를 흥미롭다는 눈으로 바라보던 아카디엘이 미소를 지었다.
“굉장한 기세로군. 그래, 그게 이데아로크를 쓰러뜨린 힘인가? 재미있군.”
아카디엘은 섬전무극창을 들었다. 블레이드의 끝에 맺힌 전격이 파치직하며 불똥을 토해낸다.
섬전무극창을 내민 아카디엘이 자세를 낮추었다.
“어디 내 뇌인마살의 상대가 될지 시험해 볼까?”
“…….”
섬전무극창이 들이밀어지자 이터는 주춤했다. 그저 창을 내밀고 있을 뿐인데 아카디엘이 너무나 커다랗게 보였다.
이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크.”
“왜 그래. 기다리고 있잖아. 어서 덤벼보라고.”
능글맞은 얼굴로 이터를 도발하는 아카디엘. 이터는 불타오르는 검을 움켜쥐며 표정을 굳혔다.
‘이것 밖에 없다. 내가 믿고 싸울 수 있는 기술은… 이것뿐이야!’
도망칠 수는 없다. 물러설 수는 없다.
이렇게 된 이상은 부딪히는 수밖에 없단 말이다. 이터는 있는 힘껏 바닥을 박차며 검을 휘둘렀다.
“진폭마검!”
아카디엘은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 역시 이터를 향해 마주 튀어나갔다.
“뇌인마살!”
하늘을 꿰뚫는 푸른 뇌전. 불꽃의 태풍을 불러일으키는 붉은 폭염. 두 개의 힘이 정면에서 충돌하며 거대한 기의 폭풍을 일으켰다.
“꺄아아악!”
무서울 정도로 거센 폭발력과 힘. 엘리스는 그 기세에 휘말려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두 사람에게서 떨어져 있는 엘리스가 그 정돈데 그 힘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터와 아카디엘에게 걸릴 부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으…그그.”
푸른 섬광 앞에 이터의 붉은 기운이 조금 꺾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터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대로 지지 않는다. 이대로…….
‘질까 보냐!’
“으아아아아앗!”
콰아앙!
격돌하던 두 힘이 어느 순간 정점에 이르더니 크게 폭발하며 흩어졌다. 실프와 놈의 힘을 빌려 간신히 버텨낸 엘리스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세차게 몰아치던 열풍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터와 아카디엘은 서로가 등을 보인 채 떨어져 있었다. 엘리스가 초조한 눈으로 둘을 살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이긴 거야?”
“아무래도.”
말없이 등을 보이고 있던 아카디엘이 입을 열었다. 살짝 고개를 돌린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너는 거기가 한계인 모양이구나.”
카아앙!
가운데가 끊어진 기간틱 블레이드의 검날이 하늘을 날았다. 그와 함께 이터의 몸이 무너졌다.
몸을 세운 아카디엘은 가볍게 창을 돌려 세웠다.
“무속성의 나이트여.”
“크윽.”
털썩.
가슴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채 바닥에 쓰러진 이터에게는 일어설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엘리스는 황급히 빛의 화살을 꺼내들었다.
“이터 씨!”
시위를 당기는 엘리스. 하지만 아카디엘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아카디엘은 가볍게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엘리스는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어졌다.
“꺄악!”
쓰러져서 움직일 줄 모르는 이터. 아카디엘은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있는 이터를 보며 말했다.
“자아, 이제는 끝이다. 그런 검으로는 더 이상 싸울 수도 없어. 말썽이 좀 있기는 했지만 이쯤에서 그만두겠다면 용서해 주지. 순순히 따라오라고.”
“몇 번을.”
스으윽.
아카디엘이 눈을 가늘게 떴다. 바닥에 쓰러졌던 이터가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몸을 끌고 부러진 기간틱 블레이드로 몸을 지탱한 채.
“아직 일어설 수 있었나?”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는 거냐. 나는 네놈들 따위와 함께 갈 생각은 없어. 끝까지 날 데려가겠다면 죽이는 수밖에 없을걸!”
“너.”
그렇게 당했는데도 이터의 눈은 죽어가는 녀석의 눈이 아니었다. 눈빛은 살아 있었다. 아직도 계속할 생각인가?
“약속을 했어. 로자리아와…….”
나는.
이터는 고개를 쳐들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겠다고.”
“…….”
아카디엘은 말이 없었다. 이터는 부러진 기간틱 블레이드를 들어 아카디엘을 겨누며 소리쳤다.
“나는 절대로 너희들을 따라가지 않아. 너나 이데아로크처럼 아무나 살해하고 파괴하는 짓은 할 수 없어. 왜냐하면 나는 이터. 인간, 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렇군. 이제야 알겠어.”
아카디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네 녀석은 철저한 불량품이야. 굳이 살려서 데리고 갈 필요가 없어.”
콰앙!
푸른 번개가 미친 듯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푸르게 불타는 섬전 무극창을 치켜들며 아카디엘은 차갑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죽여버리겠다. 이 뇌인마살로.”
그의 표정에서 장난을 즐기던 여유는 사라지고 없었다. 정말로 이터를 죽여 버릴 속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