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3
마염의 황제 013화
이터와 데몬은 서로가 서로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주먹과 발을 날렸다. 패도적인 힘을 머금은 데몬의 주먹이 이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터는 그것을 흘리며 데몬의 균형을 흩뜨리고 반격한다.
서로의 주먹을 막고 되치고, 순식간에 주먹과 발이 오간다. 둘의 주먹과 발차기가 만들어내는 충격파에 주변의 땅이 움푹 패고 갈라진다.
이터의 팔꿈치가 데몬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데몬의 발차기가 이터의 옆구리에 작렬한다. 폐허가 된 숲을 질주하며 둘은 무서운 속도로 부딪혔다가 떨어지고 다시 부딪혔다.
제대로 쫓아가기도 힘든 두 실력자의 움직임을 보며 네리아는 굳어버렸다.
‘저 꼬마, 데몬과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어. 아니… 어쩌면 조금 더 강한지도…….’
“이 빌어먹을 꼬마 놈! 익스플로전!”
손톱을 날로 만들어 이터를 물린 데몬은 거리가 벌어지자마자 불길을 날렸다. 인간계의 마법으로 따지면 6서클에 달하는 위력을 가진 주문이었다.
“지워라, 불.”
이터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뻗은 왼손에서 튀어나온 불꽃이 데몬의 불꽃과 부딪히며 가공할 폭발을 일으켰다.
‘마력이 나랑 비슷해?’
데몬은 기가 막혔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꼬맹이가…….’
당황하는 사이 이터의 주먹이 데몬의 날개에 구멍을 뚫었다.
“크윽!”
데몬 역시 지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이터를 걷어찼다.
데몬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이터도 무사하진 않았다. 찢겨진 옷 너머로 크고 작은 상처가 보였다. 파워, 속도, 기술, 마력, 둘은 모든 면에서 동일했다. 그야말로 막상막하, 박빙의 승부.
‘믿을 수 없군. 인간 꼬마가 이 데몬을 이토록 몰아붙이다니…….’
피식!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속에서 데몬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고 데몬의 투기가 줄어든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데몬의 진득진득한 암흑투기는 그 정도를 더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다.”
화아아악!
데몬의 몸 주위로 강한 어둠이 몰려왔다. 그와 함께 데몬의 몸이 눈 깜짝할 사이에 수복된다. 그는 이터를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후하하하. 어리석은 놈, 놀랐느냐? 나는 악마. 인간들의 공포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든지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다.”
네리아가 도미크에 걸어놓은 저주로 인해 일어난 인간들의 공포가 그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이다. 막상막하의 기량을 가진 이들의 싸움에서 상대가 완전 회복되었다는 것은 그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네리아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겼다.’
“그만 꺼져버려라!”
원상으로 복구된 날개를 활짝 펴며 데몬은 이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의 날카로운 손톱 날이 이터의 심장을 노렸다.
이터는 그 공격을 마주하며 주먹을 뒤로 젖혔다.
“소용없다. 떨어진 네 녀석의 힘으로는 날 이길 수 없어!”
이터는 대꾸 없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고 불렀다.
“소환, 타이탄 브레이커(Titan Breaker).”
화아악!
이터의 오른팔에 무구가 생겨났다. 복잡한 마법의 문자가 새겨진 그것은 두터운 강철의 주먹이었다.
데몬이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타이탄 브레이커는 단숨에 데몬의 손톱을 부수고,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녹색의 피를 컥 내뿜으며 데몬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네 녀석… 힘을 숨겨두고 있…….”
“말했다.”
이터가 데몬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너보다 더 강하다고.”
그와 함께 타이탄 브레이커의 뒤로 튀어나온 실린더가 들어가며 주먹 끝에서 충격파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아!
충격파는 데몬의 몸을 찢으며 그대로 폭발했다. 폭발이 사라진 자리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데몬의 육신이 투둑투둑 떨어져 내렸다.
“말도… 안 돼.”
네리아는 자리에 멍청히 주저앉았다. 도저히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데몬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박살나 버리다니. 대체 이 꼬마는 정체가 뭐란 말인가.
‘이럴 때가 아니지. 얼른 도망치지 않으면…….’
농담이 아니다. 같은 꼬맹이라도 ‘데몬을 때려잡는 꼬맹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자신에게 신경이 돌아오기 전에 어서 여기를 떠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순간이동을 펼치는 것보다 이터가 손을 쓰는 것이 한 발 빨랐다. 주변에 결계를 쳐버리자 네리아는 꼼짝 없이 갇히고 말았다.
“가려면 사람들 저주 푸는 법 말해 주고 가라.”
“우, 웃기지 마. 내가 그렇게 순순히 말해 줄 것 같니?”
자신이 패했다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자존심 때문에 네리아는 끝까지 버텼다.
“말하기 싫은 걸 말하게 하는 법 알고 있다.”
“뭐?”
로자리아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 이터는 네리아의 사타구니 사이를 슥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꺄아아아악!”
폐허가 된 숲 속에서는 웬 마녀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한참 동안 울려퍼졌다. 사용해야 하는 대상의 성이 달랐지만 그걸 모르는 이터는 무자비했다.
결국 네리아는 마을에 건 저주를 풀었고 마을 사람들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이유 모를 오후의 소동은 그렇게 막이 내렸다.
그리고 저녁 시간, 밥을 먹는 내내 로자리아는 두통 때문에 이마를 눌러야 했다.
“으으, 그 고약한 여자 때문에 아직도 머리가 아프네. 제길.”
되살아난 뒤에 흑마법사 녀석의 거시기를 거품 물 때까지 밟아줬지만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씩씩거리는 로자리아에게 가즈 블레이드가 한마디 했다.
“그래도 살아난 게 어디냐. 고마워할 줄 알아라, 인간.”
“그건 그렇지.”
로자리아도 수긍했다. 아까 제물로 바쳐질 때는 정말 끝장이라는 생각까지 했었으니까.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야. 그 여법사가 왜 저주를 풀었을까? 나를 죽이고 가즈 블레이드를 되찾아갈 생각이었다면 그냥 그대로 두고 전부 다 죽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정석이었을 텐데.”
“말하게 만들었다.”
우걱우걱 밥을 먹던 이터가 답했다.
“말하게 만들어?”
“네가 가르쳐준 대로.”
“……?”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시 식사에 집중한 이터에게선 더 이상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로자리아 쪽도 수북하게 쌓여가는 접시들의 금액 계산에 신경이 쓰여 곧 네리아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었다.
결국 전후사정도 확실하지 않은 채, 네리아는 세상에서 완전히 잠적해 버렸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흑마법사나 네리아들의 집요한 성격으로 보건대 그녀들 말고도 이데아로크의 조각을 노리는 무리가 있으며 또다시 가즈 블레이드를 노리고 자신들에게 접근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이었다.
‘뭐, 그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시작부터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고의 마녀 탑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법. 로자리아는 가공할 만한 식비를 계산하면서 그렇게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이데아로크 조각을 찾는 이터들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Chapter 1-6. 스페셜 청부업자 등장
햇살에 반짝이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윤기가 흐르는 대리석 바닥 위로 위엄 있는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말끔한 제단과 석상, 장식들로 꾸며진 내부는 신성연맹의 대성당 못지않을 정도로 아름다웠으며 넓었다.
다만 신의 사제를 표현한 아름다운 조각상 대신 마신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과, 신의 고귀함을 나타내는 그림 대신 기괴한 악마들의 문양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 달랐다.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흑마법사들의 연맹, 알 제라드.
이 건물은 바로 그 알 제라드의 본당이라 불리는 사원이었고, 그 사원 안에서도 가장 깊숙한 장소였다.
알 제라드의 대법관, 하네스 드라이엘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주름진 이마를 좁히며 신경질적으로 입을 열었다.
“가즈 블레이드를 빼앗겼다? 대체 네리아는 뭘 했던 거지?”
“에, 그게… 예측치 못한 방해꾼이 있었다고 하네.”
하네스의 신경질적인 목소리 사이로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가볍고 편해 보이는 복장에 헝클어진 푸른 머리가 인상적인 소년. 하네스의 책상에 걸터앉은 그는 한 손에는 사과를 들고 한 손으로는 보고서를 넘기고 있었다. 소년의 등과 엉덩이에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는 날개와 꼬리가 달려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루시펠, 악마였다.
“예측치 못한 방해꾼이라니… 네리아조차 당할 정도란 말인가?”
“글쎄.”
루시펠은 어깨를 으쓱하며 사과를 베어물었다.
“어쨌거나 곤란하네……. 무구는 우리 손에 있어야 해. 다른 녀석들에게 넘어가면 귀찮아진다고.”
“그런 건 알고 있다.”
하네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그 사실은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았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1년도 채 되기 전의 일이었다. 프로센 사막의 모래 속에 숨겨져 있던 던전을 발견한 것은.
평범한 마법사들의 던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시무시한 함정 너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대인들이 남겨두었던 강력한 마법 지식과 병기, 아만다티움으로 만들어진 골렘들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하네스는 잠들어 있는 악마, 루시펠과 만나게 되었다.
깨어난 루시펠은 웃으며 말했었다.
“세계를 손에 넣을 수 있는 힘… 갖고 싶지 않아?”
루시펠은 하네스 들이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설로만 전해지는 악신, 이데아로크와 그 힘이 봉인된 다섯 조각에 대한 이야기. 평소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웃기지 말라며 콧방귀를 뀔 법했지만 고대인들의 유산과 잠들어 있는 악마를 만난 하네스 들에게는 실감나게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하네스는 생각했다.
흑마법의 연맹인 알 제라드는 세상에서 악의 축으로 규정되어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고대의 던전에서 알 제라드는 국가 하나와 맞먹을 수 있는 강대한 힘을 얻었으나 아직 이것만으로는 신성연맹이나 타 국가들의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만약 이데아로크의 힘이 자신들에게 떨어진다면?
‘흑마법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하네스는 루시펠과 계약을 맺고 이데아로크의 다섯 조각을 찾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년.
하네스는 이데아로크의 다섯 조각 중 마력을 상징하는 악령의 지팡이 ‘솔 이터(Soul Eater)’와 정신을 상징하는 마왕의 성배 ‘다크 로드 캘릭스(Dark Load Calix)’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즈 블레이드가 그 세 번째 차례였다. 그런데 다 찾은 물건을 눈앞에서 놓쳐버렸다니.
루시펠이 날개를 펄럭이며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당연히 돌려받는다. 그 힘은 우리 알 제라드의 이상을 위한 것. 다른 녀석들이 선수 치게 내버려둘 순 없지.”
하네스는 자리에 앉으며 몇 개의 프로필을 뒤져보았다. 그리고 한 장의 서류를 꺼내 들었다.
“슈페른을 보내겠다. 녀석이라면 네리아처럼 어설픈 실수 따윈 하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