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4
마염의 황제 014화
가즈 블레이드를 제외하면 이제 남은 조각은 둘뿐이다. 조금만 더 하면 이데아로크의 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제 와서 물러나는 것, 하네스는 사양이었다. 방해꾼이 있다면 제거해서라도 손에 넣는다.
속으로 결의하며 눈을 빛내는 하네스를 보며 루시펠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후후, 잘해 봐.”
‘훼방꾼이라…….’
루시펠은 피식 웃었다. 보고서 내용대로라면 녀석들의 목적도 이데아로크의 남은 조각일 확률이 높다.
‘시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려나?’
녀석들이 진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조각을 찾는 데 이용해 먹은 다음에 가로채면 그만이다. 만약 실력이 변변찮다면 없애버리고 이 녀석들을 이용해 가즈 블레이드만 가져오면 될 테니 밑질 것도 없다.
루시펠은 사과를 베어물며 웃었다.
‘재미있겠는데. 후후…….’
***
화창한 봄날. 청명한 하늘 위로 따스한 햇살이 내리비친다.
인적이 드문 조용한 시골 언덕길에는 한 사내가 길을 따라 천천히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회색 머리칼을 뒤로 묶어내리고 길게 늘어뜨린 검은 도포 차림의 사내는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중년이었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길을 따라가던 그는 문득 길 한가운데에 피어난 꽃을 발견하곤 쪼그려 앉았다.
“벌써 라만드가 피는 계절이군.”
중년의 사내는 한참을 그렇게 길가에 앉아 꽃을 구경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후, 언덕 너머에서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화려한 백색 마차를 가운데 둔 20여 명의 기사. 귀족을 호위하는 기사들의 행렬이었다. 그들의 행렬이 중년 사내 앞에 다다랐다.
“어이. 뭐냐, 네놈은? 길 막지 말고 비켜라.”
선두에 선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중년 사내는 기사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 꽃을 감상했다.
기사들의 얼굴이 험악해졌다.
“이놈, 귀가 먹었느냐? 얼른 비키지 못할까!”
호통을 치자 그제야 못 이기는 척, 사내가 일어났다. 그는 기사들을, 정확히는 그들 너머에 있는 백색 마차를 보며 말했다.
“루프 슈나인 자작, 맞는가?”
기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밖의 소란을 듣고 마차 밖으로 얼굴을 내민 귀족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라이란 남작이 그쪽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다고 교육 좀 시켜달라더군.”
“자객이다! 자작 각하를 지켜라!”
사내에게서 살기를 느낀 기사들이 자작을 호위하며 재빨리 검을 꺼내 들었다.
수십 개의 검 끝이 자신을 향하는데도 사내는 아무 동요도 없이 오히려 검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럼… 사양 않고…….”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내의 신형이 흩어진다. 검 끝을 비껴 피한 사내는 어느새 바로 앞 기사들의 가슴에 장과 권을 찔러넣었다. 단번에 가슴과 허리가 끊어지고 내장이 파열된 기사들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이놈이!”
사내를 노린 검이 그가 살짝 옮긴 한 걸음 때문에 빗나갔다. 푸른 광채를 빛나는 검기는 애꿎은 허공을 베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날아든 사내의 손가락이 기사의 목뼈를 끊었다.
“으아아악!”
“아니!”
기사들은 당황했다. 검기를 맺은 기사 수명이 단 한 명에게 힘 한번 못 쓰고 당해 버렸다.
손가락에 묻은 피를 혓바닥으로 쓰윽 닦아낸 중년 사내가 우물쭈물하는 기사들을 향해 말했다.
“뭐 하냐? 기세 좋게 큰소리치더니, 그새 쫄았니?”
“하…한꺼번에 쳐라!”
“우아아아!”
사내를 포위한 기사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수십 개의 검기들이 허공에서 번쩍인다.
사내는 혀를 차며 검기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사 놈들은 겉멋만 들어서 실속은 없다니까.”
“끄아아악!”
사내가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검기보다 빠른 그의 주먹이 기사들의 명줄을 끊었다.
사내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시골의 언덕길은 피비린내 나는 수많은 시체들로 더럽혀졌다. 그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두 다리로 땅을 밟고 서 있는 것은 오직 중년 사내뿐이었다.
“벌써 다 끝났나?”
쿠구구구…….
거대한 울림이 땅을 뒤흔든다. 그 난데없는 소동에 중년 사내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마차에서 내린 귀족이 마법 소환서를 찢고 있었다. 그리고 땅 위에 새겨진 거대한 마법진에서 스톤 골렘이 몸을 일으켰다.
“호오?”
중년 사내는 흥미롭다는 듯이 골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껏 처리했던 고급 귀족들 중에 소환용 호신기구들을 들고 다닌 녀석들은 여럿 있었지만 골렘을 꺼낸 녀석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돈이 많은 모양이군.”
루프 슈나인 자작은 자신만만하게 큰소리쳤다.
“어떠냐, 자객 녀석! 잘도 날뛰었지만 거기까지다. 이제 제삿날인 줄 알거라!”
“우으으.”
골렘의 육중한 몸이 움직였다. 하늘 위로 올라간 거대한 주먹이 중년 사내를 노리고 힘차게 떨어져 내렸다.
“흥.”
콰앙!
골렘의 주먹이 바닥에 작렬했다. 그러나 부서진 바닥 안에 표적은 없었다. 어느새 저만치 떨어진 중년 사내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난 여기다.”
“우오오!”
주변을 울리는 포효와 함께 골렘이 무차별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한 방 한 방이 바닥을 부수고 땅을 가를 정도의 위력을 가진 공격이다. 그러나 얄밉게도 중년 사내는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자작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제길! 미꾸라지 같은 놈. 한 대만 맞으면 저런 놈쯤은!”
“훗, 그래?”
자작의 말에 중년 사내는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멈춰섰다.
“해봐.”
“뭐?”
“맞아주겠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네가 원하는 대로 날 쓰러뜨릴 기회를 주겠다는 거지. 단 한 번에 날 쓰러뜨리지 못하면…….”
사내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자작을 가리켰다.
“다음엔 네가 죽는다.”
“큭.”
자작은 자신도 모르게 사내의 기세에 눌려 뒷걸음질 쳤다. 골렘을 부리고 있는 건 자신인데 어찌 사내 쪽이 더 거대해 보인다.
“내, 내가 그렇다고 겁먹고 물러설 줄 아느냐? 가라, 골렘!”
“우아아아!”
괴성을 내뱉으며 골렘이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중년 사내는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골렘의 주먹은 사내의 머리에 정확히 작렬했다!
자작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러나…….
“생각보다는 별거 아니군.”
들려와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온다. 골렘의 주먹 아래에서 뒷짐을 진 채 웃고 있는 중년 사내의 모습에 자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부, 분명히 저 거대한 바위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는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는 거지?”
사내는 친절히 답해 줬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타격을 받는 점은 하나. 그곳에 기를 집중하면 이런 주먹 하나 막는 것쯤…….”
툭.
중년 사내가 골렘의 주먹을 슬쩍 밀어냈다. 그와 함께 골렘의 팔은 무수한 균열이 일어나 산산조각으로 터져나갔다. 터져나가는 돌무더기 사이로 사내의 미소가 비쳤다.
“아무것도 아니지.”
“우우오!”
한 팔을 잃고 주춤하는 골렘을 마주하며 사내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서비스로 보여주지. 진짜 주먹이라는 건 바로 이런 거다.”
사내의 신형이 빠르게 튀어나갔다. 어느새 그의 몸은 골렘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다.
힘차게 내딛는 하체와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허리, 그리고 그의 주먹이 골렘의 머리 정 중앙에 정확히 작렬했다.
터엉!
발경.
무시무시한 위력의 발경이 골렘의 머리를 산산이 터뜨려 버렸다.
머리를 잃은 골렘은 뒤로 비틀거리다 그대로 무너졌다. 요란한 굉음과 함께 흔들리는 바닥. 슈페른은 골렘의 파편 위로 사뿐히 내려섰다.
바닥에 주저앉은 루프 슈나인 자작은 질려버린 얼굴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이런 한심한 덩치나 믿고 자신에 대한 수련은 게을리 하니까 네놈들을 돼지라고 하는 거다. 그럼 슬슬…….”
사내가 손을 풀며 자작에게 다가섰다. 자작은 식은땀을 흘리며 소리쳤다.
“자, 잠깐! 부탁이다. 살려다오. 라이란이 얼마를 주겠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난 무조건 그 두 배를 주겠다! 제발 살려…….”
퍽.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의 손가락이 자작의 머리에 구멍을 뚫었다.
시뻘건 핏물을 쏟으며 고꾸라지는 자작을 보며 사내는 손수건을 꺼내 손가락을 닦았다.
“미안하군. 중간에 의뢰인을 바꾸는 건 고객 신용에 문제가 있어서.”
바닥에 피어나 있던 꽃은 그 난전에도 무사했다. 사내는 꽃을 밟아 으스러뜨리곤 장부를 꺼내 이름 하나를 지웠다.
“한 건 처리.”
슈페른 마이어. 사내의 이름이었다. 무기도 없이 오직 손과 발만 가지고 그 어떤 상대도 죽인다는 희대의 자객. 맡은 임무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전해지는 스페셜리스트가 바로 그였다.
“응?”
푸드득 소리를 내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잘 훈련된 전서구 한 마리가 그의 팔에 내려와 앉았다.
슈페른은 서신을 꺼내 읽었다. 서신에는 보고서 한 통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슈페른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는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귀찮은 영감이 또 쓸모없는 일을 맡기는군. 콱 죽여버릴까.”
그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전서구가 움찔했다. 슈페른은 짧게 말했다.
“농담이다.”
“…….”
저렇게 살기 어린 표정으로 농담이라고 말해 봤자 전혀 설득력이 없다.
“좌우지간 영감 체면도 있으니 이번은 일단 처리해 주도록 하지. 하지만 자꾸 귀찮게 하면 정말 죽여버린다고 전해.”
구구.
비둘기가 다시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을 날았다. 날아가는 비둘기에서 시선을 돌린 슈페른은 다시 서신을 바라보았다.
‘마녀라.’
슈페른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신을 찢었다. 찢어진 서신 조각이 허공에 흩어졌다.
“시시하군.”
***
팔데인 숲.
뻥 뚫린 푸른 하늘과 그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햇살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나무들로 빽빽이 채워진 숲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다.
그 숲 속 깊은 곳 낭떠러지 옆 초원에서 로자리아 일행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도미크를 나선 지 일주일째, 그들은 지금 서쪽을 향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적막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엘데라드 숲이었다.
적막의 숲.
서쪽 깊숙한 아트레인 산에 자리한 이 숲은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인간들에게서 모습을 감춘 엘프들이 살아가고 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그러나 로자리아가 흥미를 가진 것은 숨어사는 엘프들이 아니었다. 엘데라드에 숨겨진 엘프들의 보물. 목표는 그것이었다.
“도둑 길드에서 산 정보에 의하면 그 엘프들의 보물에는 강력한 힘이 봉인되어 있다고 해. 엘프들은 숲의 조화와 마법의 이치를 깨닫고 살아가는 존재. 그런 엘프들이 숨겨두고 있는 게 보통 보물일 리는 없어. 그런 보물을 이용해 봉인해 둘 만한 힘이라면 역시 보통일 리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