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19
마염의 황제 019화
“위험해. 피해, 이터!”
“늦었다. 지금 피해 봤자 손에서 터져나오는 냉기에 휘말려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걸! 극렬한빙장!”
내뻗은 일장이 정확히 이터의 가슴을 노리고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슈페른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꺼져버려라!”
그리고 다음 순간.
터엉!
이터가 극렬한빙장을 맨손으로 마주쳤다.
“아니?”
콰아아아!
슈페른과 이터가 마주친 손바닥 사이로 냉기의 폭풍이 몰아친다. 격렬하게 터져나가는 냉기 속에서 둘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손을 맞대고 있었다. 슈페른은 당황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꼬마는 분명 극렬한빙장을 마주하고 있는데……?
‘어째서 얼어붙지 않는 거지?’
“저건……?”
거칠게 몰아치는 냉기 속에서 작은 빛 하나가 보였다. 작지만 뜨겁고 강한 빛이 이터를 감싸고 있었다. 격렬한 냉기 속에서 몸을 보호하고 있는 빛은 이터의 왼손에서 뻗어나오고 있었다. 가즈 블레이드가 알았다는 듯이 소리쳤다.
“저 빛이 이터를… 그랬구나. 아까 숲에서 직격당했었는데도 얼음덩어리가 되지 않았던 건 저 빛 때문이었어!”
슈페른의 인상이 험악하게 굳어져갔다.
“이 꼬마가……!”
“이젠 내 차례다. 지워라, 불.”
쿠아아아!
이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몸을 감싸던 하얀 빛이 붉은 불꽃으로 변했다. 그것은 한빙장을 마주한 이터의 손으로 모였고 푸른빛의 냉기와 정면에서 격돌했다. 그리고 폭염의 열기가 한빙장의 냉기를 흩어버리고 그대로 슈페른을 집어삼켰다.
“크, 크아아악!”
콰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불길에 휘말린 슈페른이 튕겨나갔다. 몰아친 폭염의 바람이 한쪽 벽을 완전히 허물어 뚫고 나갔다.
열풍이 사라진 자리에는 걸레가 된 도포 차림에 여기저기 그을린 슈페른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저 꼬마가 내 극렬한빙장의 냉기를 뛰어넘는 열기를 뿜어내다니!”
믿을 수 없다. 자신의 극렬한빙장이 깨어지다니. 아니, 깨어진 정도가 아니라 극렬한빙장이 아니었으면 지금 자신은 목숨도 건지지 못했을 것이다. 마치 이건…….
“그, 극렬폭염장(極烈暴炎掌)이라는 거냐?”
“몇 번이나 말했다.”
이터는 슈페른과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넌 날 이길 수 없다.”
“해냈다, 이터가 이겼어!”
축제 분위기가 된 로자리아 일행(?)과 달리 슈페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져만 갔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안 좋아. 이 꼬마는 내가 역대 만났던 놈들 중에 최악이다.’
“자, 이제 끝이다.”
다시 달려들려고 자세를 잡는 이터. 슈페른의 마음이 급해졌다.
‘이, 이렇게 되면…….’
갑자기 슈페른이 이터의 뒤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어? 저기!”
“응?”
“에랏!”
이터의 시선이 돌아가기가 무섭게 품에서 연막탄을 꺼내 던지는 슈페른.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욱한 먼지가 방 안을 뒤덮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
“꺄아아, 뭐 하는 짓이냐!”
“가즈 블레이드!”
가즈 블레이드를 낚아챈 슈페른은 창틀로 몸을 날렸다. 그의 등에는 만약에 대비해 준비해 두었던 커다란 기계형 날개가 달려 있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도구였다. 그는 기계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흥. 어차피 이 녀석만 데리고 가면 되는 거야. 네놈들은 다음에 처리해 주도록 하지.”
이터는 손 그늘을 만들어 날아가는 슈페른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 날아가네.”
“이터, 어떻게 좀 해봐. 가즈 블레이드를 빼앗기면 안 돼!”
“응. 알았다.”
이터의 왼손에서 다시 빛이 새어나왔다.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터는 그 안에서 새로운 무기를 소환했다.
“소환, 문 크레센트(Moon Crescent).”
이터의 손에 쥐여진 두 개의 은빛 부메랑. 햇살을 반짝이는 부메랑이 신비로운 은빛 광채를 뿜었다.
팔을 젖힌 이터는 두 개의 부메랑을 있는 힘껏 날렸다. 문 크레센트가 은빛 궤적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절대 이대로 물러나는 게 아니다. 빌어먹을 꼬마 놈. 내가 돌아가면… 큭?’
투확.
이를 갈며 날아가고 있던 슈페른은 갑자기 허공에서 균형이 흐트러지자 당황했다. 날개 하나가 예리하게 잘려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뭐, 뭐야!”
당황할 틈도 없이 등 뒤로 두 번째 날이 날아든다. 그 기척을 느낀 슈페른은 황급히 몸을 틀었다. 은빛 부메랑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이익!”
그때, 언제 나타났는지 이터가 슈페른보다 높은 곳의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터의 손에 쥐여지는 두 개의 부메랑. 이터는 그것을 하나로 포개었고 빛과 함께 두 개의 문 크레센트는 하나의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빛을 발했다.
“합일(合一). 월영참(月影斬).”
은월의 빛을 머금은 부메랑이 하늘을 가른다. 그것은 슈페른의 남은 날개를 자르고, 그의 몸에 정확히 작렬했다.
“끄아아악!”
월영참과 함께 저 먼 하늘로 사라지는 슈페른. 그의 손에서 떨어진 가즈 블레이드가 지상으로 추락했다.
“꺄아아아!”
턱.
떨어지는 가즈 블레이드를 이터가 잡았다. 공중에서 몸을 회전한 이터는 대저택 정원의 나무들 가지를 밟고 반동을 이용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로자리아가 있는 대저택의 방에 내려섰다.
“데려왔다, 가즈 블레이드.”
가즈 블레이드를 다시 로자리아에게 돌려주는 이터. 로자리아는 이터를 와락 안으며 소리쳤다.
“꺄아! 정말 고마워, 이터. 널 만난 건 행운이야, 행운! 뭐 필요한 거 없니? 뭐든지 다 해줄 테니까.”
“필요한 거?”
이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배고프다.”
가즈 블레이드는 식은땀을 흘렸다.
“넌 여러 가지 의미로 괴물이구나.”
로자리아는 깔깔거리며 소리쳤다.
“호호호! 까짓 거 못 해줄 거 없지. 가자, 오늘은 최고로 맛있는 걸로 먹여줄게!”
일행과 가즈 블레이드를 노리고 나타난 알 제라드의 자객과의 소동은 그렇게 일단락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것처럼 보였다.
“이놈들… 감히 이 슈페른에게 창피를 주다니.”
마을에서 1km 떨어진 숲 속. 여기저기 나무가 쓰러지고 땅이 패어 엉망인 그곳에 다 찢어진 도포 차림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부메랑에 맞은 타박상에 바닥에 처박힐 때 생긴 생채기, 멍과 먼지로 엉망이 된 그 남자는 바로 스페셜 청부업자, 슈페른.
비틀거리며 걸어나온 그는 분노 어린 눈으로 마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용서 못 한다, 이놈들. 이대로 끝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마!”
로자리아 일행의 앞길에는 아직도 많은 고난이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
“정말 허약하군. 성체가 되기 전의 육체는 이런 정도의 충격에도 망가지는 건가.”
이터는 거의 다 아물어가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 생긴 상처. 붉은 눈의 이터가 신경질적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제길!”
Chapter 1-8. 적막의 숲
촤아아악!
깊은 산 속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파공음. 시원하게 떨어지던 폭포수의 절반이 끊어졌다. 그와 함께 폭포 뒤로 자리한 암벽이 갈라졌다. 허리가 끊어져 무게를 버티지 못한 암벽 계곡이 그대로 무너져 내린다.
난폭한 소음이 사라지고 잠시 후, 계곡은 숲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 맞은편에는 검을 쥔 채 무너진 계곡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드디어 완성했다.”
사내는 감회에 찬 얼굴로 방금 폭포를 갈라버린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검에 남아 있는 영롱한 푸른 빛. 모든 기사와 검사들의 꿈이라고 하는 바로 그것. 사내는 마침내 자신이 손에 넣은 그것의 이름을 불렀다.
“소드 마스터의 증거, 오라 블레이드. 마침내 완성했구나.”
사내는 감상적인 얼굴이 되었다. 그의 이름은 가를로프 엔프릴. 20년 전에 마스터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나선 엔프릴 가의 장남이었다.
검의 극에 달하기 위해, 그리고 무가인 자신의 가문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그의 여정이 막바지에 다다른 듯했다. 지금 그의 검에 맺힌 오라 블레이드가 그 증거. 그는 마스터가 된 것이다.
“그럼 이제 돌아가 볼까, 나의 집으로…….”
20년을 수련한 산을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가족들에게 되돌아간다. 그들 앞에 떳떳이 돌아갈 이날만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그러나 짐을 꾸려 떠나는 그의 앞을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가로막았다.
“돌아가는 길이 어떻게 되었더라?”
20년간 숲 속에만 처박혀 있다 보니 고향으로 가는 길을 까먹은 가를로프였다.
“뭐, 그렇게 급할 일도 없으니 느긋하게 여행이나 하면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가를로프는 숲 속을 방황하고 있었다.
“음?”
그루터기에 앉아 쉬고 있던 가를로프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어린 소년이었다. 이런 깊은 숲 속에 어린아이라니. 그것도 흔하지 않은 붉은 머리다.
20년간 사람의 얼굴을 구경도 못 한 가를로프는 반갑기도 한 데다, 길도 물어볼 겸 소년 앞에 훌쩍 내려섰다.
“얘야, 혹시 마이네르로 가는 길이 어느 방향인지 알고 있느냐?”
“몰라.”
20년 만에 처음 대화를 나눈 소년은 그 말만 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저 건방진 꼬맹이가 어디다 대고 반말을! 발끈하던 가를로프는 금세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신은 깨달음을 얻어 마스터의 반열에 오른 자. 예의 없는 꼬마의 한두 마디에 발끈해서야 되겠는가. 체면 문제다.
“어차피 느긋하게 갈 생각이었으니…….”
가를로프는 소년에게 관심을 거두고 다시 길을 재촉하려 했다. 그러나 곧 이어 들려온 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춰세웠다.
크르르르!
“……!”
은색 갈기 털을 가진 늑대. 실버 울프라고 불리는, 보통 늑대에 비해 세 배 이상 큰 덩치와 운동신경을 자랑하는 맹수 십수 마리가 숲 속에서 기어나와 소년을 가운데에 놓고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가를로프는 검 자루를 쥐었다.
‘마음에 안 드는 꼬마이긴 하지만 짐승 밥이 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그동안 수련에 수련을 거듭한 그에게 맹수 몇 마리는 위협도 아니다.
그가 달려가 막 실버 울프들을 베려 할 때였다. 자신을 포위하고 으르렁거리는 맹수들을 보던 소년이 입을 열었다.
“저리 가. 너희는 그다지 맛이 없어 보이니까.”
크르르!
소년의 눈이 번뜩였다.
“저리 가!”
끼, 끼잉!
기세등등하게 으르렁거리던 실버 울프들이 갑자기 꼬리 내린 개처럼 몸을 떨며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소년의 눈치를 보더니 이내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검 자루를 쥐고 있던 가를로프는 놀랐다. 저렇게 위협적인 맹수들이 소년의 호통 한번에 꼬리를 말고 도망치다니?
“저 꼬마는……?”
소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맹수들도 겁내는 꼬마 아이라. 가를로프는 호기심이 동했다. 그는 몰래 소년의 뒤를 밟았다.
소년은 좀 더 숲 안으로 향했다. 그러다 굵직한 나무들이 자리한 곳에 이르자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