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25
마염의 황제 025화
회심의 미소를 짓는 로자리아. 그러나 탈리스에게는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콰아아!
그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는 충격파가 주위를 휩쓸어 버린다. 주위에 깔아놓은 열두 개의 투명 검은 그 위력을 견뎌내지 못하고 소멸해 버렸다.
로자리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
‘웬 무식한 녀석이야. 범위 자체를 날려서 트웰브 소드를 무력화시키다니.’
하지만 상상 이상으로 유용하다. 다른 공격을 모두 무효화시키면서 동시에 상대를 공격할 수도 있다.
탈리스가 주먹을 거두며 말했다.
“샤필로스님이 너희의 목숨만은 보존해 오라고 해서 파워를 낮췄다. 힘의 차이를 알았으면 포기하는 게 좋을걸.”
“제길. 야, 싸가지남! 뭐라도 좀 해봐. 이대로 당할 거야?”
그레이센이 불쾌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칫. 시끄러운 여자다. 정말 품위가 없군. 네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하려고 했다. 이것만은 쓰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군. 론, 그걸 사용한다.”
“네? 왕자님. 하지만 그건 비장의 무기로 숨겨두셨던 게…….”
“멍청하긴. 이런 곳에서 당해 버리면 비장의 무기고 뭐고가 있냐? 얼른 사용해.”
“아, 알겠습니다.”
론이 수인을 맺었다. 신성 기운이 그가 열어놓은 통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 여기에 서서 당신을 부르니, 미천한 몸에 거해 주옵소서. 빛의 자락 속에 울려퍼지는 열두 아리아보다 더 거룩하신 분이여. 디센트 프럼 헤븐(Descent From Heaven).”
휘이이이…….
론의 주문이 끝남과 함께 성스러운 빛이 그레이센의 몸을 휘감는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로자리아와 엘리스는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였다.
“이 빛은 또 뭐야?”
새하얀 빛으로 둘러싸여 빛나는 그레이센. 그가 웃으며 탈리스를 바라보았다.
“오래 기다렸구나. 이제 끝내주마.”
파앗.
바닥을 박찬 그레이센이 무서운 속도로 탈리스에게 달려들었다. 로자리아는 놀랐다.
‘혼자서 달려들다니 너무 무모한 거 아냐?’
“흥. 뭔진 모르지만 내 충격파를 깨뜨릴 순 없을걸.”
탈리스는 충격파를 일으켰다.
“달려오는 그대로 처박아주마!”
그러나 그레이센은 일말의 동요도 없이 웃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
우우우…….
빛의 주먹과 부딪힌 충격파의 벽이 터져나간다. 충격파를 뚫은 그레이센의 주먹이 탈리스의 복부에 작렬했다.
“뚜, 뚫었다… 내 충격파를?”
그레이센은 웃으며 설명했다.
“디센트 프럼 헤븐. 거룩한 신의 힘을 몸에 강림시켜 무적으로 만드는 비법이지. 보통의 무기는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모조리 타버려 맨손으로 싸워야 한다는 게 단점이지만 매너 없는 네 녀석을 떡으로 만들기엔 충분하지.”
“이놈이!”
탈리스가 분노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레이센은 피하지도 않았다. 그저 손을 들어 탈리스의 주먹을 잡을 뿐. 단지 그것만으로도 탈리스의 충격파는 소멸해 버렸다.
“크윽!”
“하하하! 안 된다니까. 이 그레이센님이 비장의, 비장의 기술로 남겨뒀던 기술이다. 네겐 이미 승산이 없어.”
퍼억!
그레이센의 주먹이 탈리스를 후려친다. 무서운 속도로 튕겨난 탈리스가 바닥에 처박혔다. 로자리아와 엘리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데! 저 싸가지남에게 저런 힘이 있었나?”
“론, 시간은?”
“30초입니다, 왕자님.”
“그 정도면 충분하지.”
고결한 손목을 꺾으며 그레이센은 일어나는 탈리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환하게 빛나는 그레이센의 주먹과 발이 순백의 폭풍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빛의 춤. 그 춤 안에서 탈리스의 몸이 이리저리 꺾였다. 20초. 10초. 그레이센은 마무리를 날리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주먹을 움켜쥐었다.
“1초! 끝이다!”
“큭!”
탈리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레이센의 주먹이 탈리스의 머리에 작렬했다.
“응?”
아프지가 않다. 탈리스는 눈을 깜빡였다. 때린 그레이센도 놀라 눈을 깜빡였다. 빛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론이 아차 하며 입을 열었다.
“아, 왕자님. 시간 계산 잘못한 거 같은데요.”
“뭐, 뭐야! 이 병신 같은 내시 놈아, 그것도 똑바로 못 세는 거냐.”
론은 불만스럽게 항변했다.
“제가 무슨 시곕니까. 그걸 어떻게 제대로 체크합니까. 그리고 전 내시가 아니라고요!”
“어떻게 된 거야?”
신의 힘을 몸에 거하게 하는 디센트 프럼 헤븐. 그러나 그 힘이 완전 무적은 아니었다. 너무나 강대한 힘이 인간의 몸에서 지속하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 시간은 고작 3분. 3분 무적이라고 할까.
좌우지간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론에게 열을 내는 그레이센의 어깨를 누가 두드린다. 탈리스였다.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다 까불었니?”
그레이센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 저기…….”
그리고 그 순간부터 페이샨의 왕자, 그레이센이 복날의 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맞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돼지 멱따는 비명소리 사이로 엘리스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순순히 항복하는 걸로 하죠.”
“그게 좋겠네.”
엘리스 일행은 그렇게 다크 엘프의 성으로 끌려갔다.
***
“크아아악!”
쿵.
바닥에 처박힌 슈페른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검상이 나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내리고 있는 다크 엘프, 일리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모한 저항은 그만둬라. 목숨을 갉아먹을 뿐이다.”
“제길.”
‘어떻게 된 놈이냐. 이 슈페른 마이어가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당하다니.’
전투가 시작된 뒤로 놈의 옷자락 한번 건드려보지 못했다. 발경, 무극권. 심지어는 자신의 장기인 극렬한빙장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이터만도 놀라운데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놈들이 세상에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는 슈페른을 향해 일리아가 선언했다.
“끝이다.”
Chapter 1-10. 이터의 정체
엘리스 일행과 슈페른이 샤필로스의 심복들과 맞서 고전하고 있을 때 이터 역시 안개의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지만 그의 왼손의 빛은 더욱 강렬해지고 있었다.
“가까워지고 있다.”
이 너머에 있는 무언가가 자신을 끌고 있었다. 엘프의 동굴에서 자신의 왼손과 공명한 것도 이것의 흔적이었다. 엘프의 보구. 그것이 이터를 부르고 있었다.
‘난 이 느낌을 알고 있어.’
이터는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안개가 걷히며 예리한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이터는 가볍게 몸을 띄워 피했다. 바닥에 박힌 것은 저주가 걸린 단검이었다.
“김빠지네. 하필이면 내 상대가 이런 꼬맹이라니.”
안개가 걷힌 자리에 복면을 한 다크 엘프가 기다리고 있었다. 암흑의 어쌔신. 그녀가 새로운 단검을 꺼내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레뮤어. 여길 지나려면 나와 싸워야 할 거야.”
이터는 짧게 말했다.
“비켜라. 너랑 상대할 시간 없다.”
“휴. 꼬마야, 나 지금 기분이 별로 안 좋거든? 자극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샤필로스님이 목숨만은 살려서 오라고 하셨지만 열 받으면 깜빡 잊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레뮤어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다음 순간 그녀는 이터의 눈앞에서 연기가 꺼지듯 사라졌다.
“…….”
기척도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눈속임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이터의 귓가에 보이지 않는 레뮤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조차 위치를 알아챌 수 없게 주변을 울리고 있었다.
“나는 몸을 분자 단위로 나누어 어둠과 동화하는 능력을 가진 암살자. 분열해 어둠 속에 녹아든 나는 찾아낼 수도, 공격할 수도 없다. 하지만…….”
스으…….
이터 옆의 허공이 흐릿해지더니 레뮤어의 몸이 구성되며 튀어나왔다.
“나는 이렇게 너를 공격할 수가 있지!”
그녀의 단검이 새하얀 궤적을 그리며 허공을 가른다. 이터가 간발의 차이로 옆으로 피해 물러난다. 레뮤어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잘 피하네. 그렇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까?”
다음 순간, 그녀는 이터의 왼쪽에서 나타나며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다시 사라지는 레뮤어. 사라진 그녀는 순식간에 반대편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며 검을 휘두른다.
상, 하, 좌, 우. 거의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레뮤어의 신형. 그녀가 손에 쥔 단검의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다. 처음에는 짧게 번쩍이던 단검의 궤적이 어느새 폭풍이 된다.
하나하나의 공격은 각각 한 방향에서 날아들지만 당하는 이에게는 사방에서 수십 개의 검이 몰아치는 것처럼 느껴지는 기술. 이것이 바로 암살자, 레뮤어가 자랑하는 살인 기술 ‘그림자의 춤’이었다.
암흑 속에 감춰진 레뮤어의 검이 이터를 가운데 두고 무섭게 쏟아져 나온다.
촤악! 촤악! 촤아악……!
스친 어깨에서 뜨거운 핏방울이 튀어오른다. 팔다리는 순식간에 단검이 스쳐 지나간 상처들로 엉망이 되었다.
이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레뮤어의 공격을 피하며 곧바로 주먹을 내질렀다. 그러나 순식간에 분열해 암흑 속으로 흩어지는 레뮤어의 움직임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이터의 주먹은 애꿎은 허공을 갈랐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튀어나온 레뮤어의 단검이 빛을 토했다.
이터의 목에 가늘고 긴 상처가 남았다. 이터가 발로 돌려찼지만 레뮤어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소용없다. 내가 몸을 분해하고 다시 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0.5초. 그 안에 내 몸에 일격을 날리는 것은 불가능해. 네 공격은 절대 내게 닿지 않아.”
‘하지만 놀랍군.’
레뮤어는 속으로 작게 감탄했다. 이미 몇 번이나 이터의 숨통을 끊기 위해 살수를 펼쳤다. 그러나 이 인간 꼬마는 그것을 최소한의 피해로 막아내고 있었다. 겉보기엔 상처를 입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단 한 번도 급소는 허용하지 않았다. 지금도 또 한 번 제대로 들어간 일격을 비껴서 피해 냈다. 어디서 날아드는지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운 공격을 이렇게까지 피해 내다니.
‘어린애라고 얕볼 녀석이 아니라는 건가?’
그러나 그뿐이다. 결과는 변함없다. 언제까지고 피하기만 하는 것이 가능할까? 승리는 자신의 것이다. 레뮤어의 춤이 더욱 거세어졌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다 사라지는 단검의 폭풍이 이터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한 뼘만 실수해도 치명타로 이어지는 공격들이다.
이터는 단검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순간의 틈을 비집고 치고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주먹은 레뮤어에게 닿기 전에 빗나가 버렸다.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연결해 들어가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통하지 않는다니까. 네 공격은 닿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