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peror of Demon Flames RAW novel - Chapter 27
마염의 황제 027화
“안 죽었나? 쳇, 정말 짜증날 정도로 약한 몸이네.”
이터는 자신의 몸을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정말 이 몸으로는 뭘 해도 제대로 안 될 것 같다.
“넌 정말 강한 인간이로군. 인정한다. 그러니 나도 지금부터는 내 진짜 실력을 사용하도록 하겠다.”
일리아의 자세가 달라졌다. 검을 뒤로 젖히며 당장이라도 도약할 듯한 자세를 잡는다. 자신의 비장 검술을 선보이려는 것이다.
“이름하여, 귀신검!”
“시끄러. 잠이나 자.”
퍼억!
어느새 다가온 이터가 일리아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막 귀신검을 사용하려던 일리아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해냈어요, 이터 씨!”
샤필로스의 심복은 이미 모두 쓰러졌다. 구슬에 갇힌 슈페른은 질렸다는 얼굴로 치를 떨었다. 자신을 힘으로 굴복시킨 녀석을 단번에 박살내다니.
“저 괴물 같은 놈. 저번보다 훨씬 더 강해졌어.”
일리아까지 쓰러뜨린 이터는 장난스럽게 샤필로스를 올려다보았다.
“자, 이제 너 혼자 남았다. 어쩔래? 맞고 그만둘래, 그냥 그만둘래?”
“너… 인간이 아니구나.”
이터는 피식 웃었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무슨 상관이람. 주절대지 말고 싸우려면 어서 덤벼라.”
샤필로스는 왕좌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군. 레피아를 되살려내면 승부를 내기 위해 준비한 패였는데…….”
샤필로스는 몸에 걸어둔 금제를 풀었다.
쿠오오…….
그와 함께 샤필로스의 몸 주위로 일어나는 검은 불길. 거칠게 일어난 불길이 그대로 샤필로스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검은 불길은 폭사하며 사방으로 흩어진다.
“뭐야, 이건?”
가라앉는 불길. 그러나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글거리는 불길 가운데 나신의 샤필로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검은 깃털의 날개를 활짝 펼치며 고개를 드는 그 모습은 지상에 떨어진 타천사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외관이 아니었다. 로자리아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 엄청난 암흑력.”
“샤필로스… 무슨 짓을!”
엘리스는 가슴이 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짙은 죽음의 기운. 지금껏 본 적 없는 엄청난 암흑력이 샤필로스에게서 느껴졌다.
다크 엘프의 성이 사기(邪氣)로 가득 찬다. 엘프인 그녀에게는 그것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다크 엘프는 암흑의 힘과 연결되어 있는 어둠의 존재. 악마의 열매를 얻은 나는 데몬의 육체와 힘을 얻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이 바로 이 모습이지. 지금의 나는 데몬의 전사와도 대등하게 겨룰 수 있다. 호호. 바로 네 언니, 레피아를 쓰러뜨리기 위해 내가 손에 넣은 힘이지.”
레뮤어나 탈리스, 일리아와는 수준 자체가 다른 힘. 경악하는 일행을 보며 샤필로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느긋한 얼굴로 이터를 바라보았다.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할까? 너무 쉽게 쓰러지진 말아다오. 모처럼 꺼낸 힘인데 너무 빨리 끝나면 재미없잖아?”
샤필로스는 날개를 활짝 폈다. 그녀는 무서운 속도로 이터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가 웃으며 소리쳤다.
“즐겁게 해다오! 꼬맹…….”
퍼억!
말을 끝맺기도 전에 무언가가 강하게 안면을 후려친다. 날아드는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바닥에 처박히는 샤필로스. 엘리스도, 그레이센도, 로자리아도, 슈페른도, 심지어는 바닥에 처박힌 샤필로스조차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오직 그녀의 얼굴을 후려갈긴 이터만이 무표정한 얼굴로 샤필로스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옛날에 자기가 데몬이라고 깝죽대던 놈이 있었어.”
씨익.
이터의 입가에 여유만만한 미소가 걸린다.
“내가 더 강해.”
퍼억!
강렬한 충격과 함께 샤필로스의 몸이 휘청인다. 동시에 날아드는 이터의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친다.
“크윽!”
무릎이 꺾이는 것을 이를 악물고 간신히 버틴 샤필로스가 검게 불타는 손톱을 뻗어 이터를 찌른다.
그러나 이터는 걸음을 살짝 옮기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했다. 동시에 복부로 파고든 이터의 주먹이 위로 치솟으며 샤필로스의 턱에 작렬한다.
목이 완전히 뒤로 꺾인 샤필로스가 공중에 떠올랐고, 이터는 그것을 그대로 돌려차 버렸다.
“크악!”
콰아앙!
“으… 으윽.”
바닥에 처박힌 샤필로스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이터의 주먹을 연달아 얻어맞은 그녀의 몰골은 엉망진창이었다.
“제, 제길!”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일행은 멍한 얼굴이었다. 악마의 열매를 먹어 데몬 급의 어마어마한 암흑력을 가지게 된 샤필로스가 장난감처럼 당하고 있다.
호흡이 거칠어진 샤필로스도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말도 안 돼. 이런 꼬마에게 내가…….”
“시시하네. 야, 너희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휘익.
샤필로스에게서 시선을 돌린 이터가 일행이 매달린 구체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빛은 사라지고 안에 갇혀 있던 동료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쿵!
“아야! 이터, 살살 좀 해.”
샤필로스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바로 앞에 자신을 두고 시선을 돌리다니.
‘바보 취급하고 있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녀가 노성을 토했다.
“얕보지 마!”
슈우우…….
검은 불꽃이 형상화되며 샤필로스의 오른팔을 감쌌다. 길게 뻗은 그것은 검은 불꽃의 검이 되었다. 다크 세라핌 소드(Dark Seraphim Sword). 날개를 펼쳐 도약한 그녀가 일자로 검을 내리쳤다.
“죽어라!”
콰아아아아!
다크 세라핌 소드가 일으키는 암흑의 파도가 주변을 휩쓸며 터져나간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을 일자로 깨부수며 나아가는 거대한 충격파!
그것은 단번에 이터를 휩쓸고 성 안을 뒤흔들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샤필로스와 떨어진 일행에게까지 여파가 전해질 정도였다.
간신히 충격파에 휩쓸리지 않은 엘리스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들었다.
“이터 씨는?”
그러나 진짜 사색이 된 쪽은 따로 있었다. 샤필로스는 걷혀가는 먼지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터를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새하얗게 빛나는 이터의 왼손이 다크 세라핌 소드를 움켜쥐고 있었다.
‘받아냈다는 말인가. 다크 세라핌 소드를 한 손으로?’
그녀가 당황하는 사이 검을 놓은 이터는 왼손으로 샤필로스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이터의 오른쪽 주먹이 샤필로스의 면상으로 날아들었다.
빠각!
“으아악!”
코가 부러져 검은 피가 쏟아진다. 뒤로 쓰러질 정도의 충격이지만 이터가 팔을 붙들고 있어 넘어질 수도 없었다. 이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피해 봐.”
그 말과 동시에 무차별로 날아드는 이터의 주먹. 샤필로스는 날아오는 주먹을 보면서도 피할 수가 없었다.
퍽! 퍽! 퍼퍽!
“크, 윽…….”
코는 부러지고 얼굴은 찢어졌다. 피가 흐르는 입가로 어금니 두 개가 빠져나온다. 순식간에 피떡이 된 샤필로스. 이터는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순간 기가 폭발하며 그녀를 뒤로 날려버렸다.
“으윽!”
다시 한 번 바닥에 처박힌 샤필로스는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천천히 한 걸음씩 저벅저벅.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지금의 난 데몬 급의 실력자들과 겨뤄도 모자람이 없는 힘을 얻었을 텐데, 어떻게……?’
그러나 그녀에게 답해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터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악마의 힘을 얻은 것은 자신인데 어찌 된 것이 지금은 다가오는 저 작은 인간 꼬마가 더 악마처럼 느껴졌다.
자신도 모르게 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샤필로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되면!’
촤악!
검은 날개를 크게 펼친 샤필로스는 아까 박살난 천장을 통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이터와 거리를 벌린 샤필로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떠냐. 아무리 실력이 대단해도 하늘을 날지는 못하겠지. 거기서도 나를 맞힐 수 있을까?”
이터는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에 허공에 마법진을 만들었다.
“소환, 문 크레센트(Moon Crescent).”
채앵!
마법진 속에서 튀어나오는 두 개의 은빛 부메랑. 이터는 부메랑을 움켜쥐기가 무섭게 한바퀴 돌며 샤필로스를 향해 부메랑을 날렸다.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두 개의 부메랑이 허공을 가른다.
“윽?”
방심하고 있던 샤필로스는 지상에서 튀어오르는 은빛 섬광에 놀라 재빨리 몸을 날렸다. 두 개의 문 크레센트가 어깨와 다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흐, 흥. 멍청한 녀석. 그런 걸로 맞힐 수 있을 줄 알았니?”
그러나 문 크레센트는 미끼. 샤필로스가 부메랑에 한눈을 판 사이, 이터의 왼손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중압.”
터엉!
마치 무거운 쇳덩어리로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충격을 느끼며 샤필로스는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특정 범위의 중력을 증가시켜 충격을 주는 중압탄에 직격당한 것이다.
낙하지점에는 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떨어지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힌 이터가 샤필로스의 몸을 그대로 후려찬다!
퍼억!
“크아악!”
콰앙!
바닥에 처박힌 샤필로스가 몸을 떨었다. 그 강대하던 암흑력은 체력과 함께 어느새 바닥나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 반해 이터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 그녀의 얼굴이 절망적으로 변했다.
‘허세가 아니었나? 정말 데몬을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인가?’
샤필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웃기지 마. 나는… 나는 최강의 다크 엘프란 말이다!”
샤필로스는 날개를 활짝 폈다. 암흑력에 물든 검은 깃털이 이터를 노리고 쏘아져 나간다. 남아 있는 암흑력을 모두 짜낸 일격. 그러나…….
“장난하니?”
파아아앗!
새하얗게 터져나온 빛이 깃털에 담긴 암흑력을 단번에 정화시켜 버렸다. 암흑력을 잃은 깃털들은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제기랄…….”
최후의 일격까지 실패한 샤필로스를 보며 이터가 입을 열었다.
“널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이쪽도 귀찮으니 슬슬 끝내도록 하지.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어디로든 꺼져버려.”
목숨만은 살려줄 테니 꺼지라고? 샤필로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 걸레가 되었다.
‘레피아도 아닌 이런 녀석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그때, 일그러져 있던 샤필로스의 얼굴에 짧은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재빨리 땅을 박찬 샤필로스가 바닥에 떨어진 검은 레이피어를 주워 들었다. 엘데라드 엘프 마을에 보관되어 있던 검은 레이피어다.
샤필로스는 양손으로 검 자루와 날을 움켜쥐었다.
“앗, 레이피어가!”
“엘프가 보관하고 있는 이 레이피어는 강대한 어둠의 힘을 봉인하고 있다. 내가 그 힘을 해방시키면 어떻게 될까. 내 힘에다가 그 힘까지 합하면 네까짓 꼬마 하나쯤 박살내는 건 문제도 아니지.”
이터는 조소했다.